돼지가 있는 교실 - 돼지 P짱과 32명의 아이들이 함께 한 생명수업 900일
쿠로다 야스후미 지음, 김경인 옮김 / 달팽이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솔직히 나는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시선이 그닥 곱지는 않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훌륭한 많은 선생님들이 계신다는 생각만큼은 확실히 갖고 있다. 그런데 내가 평소 생각하고 있던 교육자상이랄까, 선생님이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는 모습을 이 책 <돼지가 있는 교실>에서 여실히 볼 수가 있었다. 이 책은 일본의 한 초등학교에서 반 아이들 32명과 함께 돼지를 키우며 겪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 돼지를 키우자고 했을 때, 아이들은 환호하며 좋아한다. 돼지에게 P짱이라는 이름도 지어주고는 참 기특하게도 자기들 힘으로 돼지 먹이도 직접 구해다 주고 우리 청소며 돼지 목욕 등 모두 아이들 스스로 힘으로 해나간다. 그 모습이 어린 아이들답지 않게 대견스럽다. 거기에 돼지키우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사건 사고 등 모든 문제점을 아이들과 함께 정말 친절하고 성심성의껏 의논하며 풀어나가는 선생님의 모습은 너무나 존경스럽다. 이렇듯 선생님과 아이들의 좌충우돌 돼지키우기는 3년이 지나고 드디어 아이들이 졸업을 앞두고 큰 난관에 부딪힌다. 돼지 P짱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죽여서 먹어야 하나 아님 후배에게라도 물려줘 끝까지 키우게 해야 하나?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나 힘든 결정의 시간이 주어졌다. 선생님은 잘 키워서 잡아먹자는 마음이었지만 아이들은 어느새 P짱이 애완동물처럼 돼버린 것이다. 드디어 P짱의 생사를 놓고 아이들끼리 찬반토론이 시작되었다. 죽이든 살리든 결론을 내야 하는 그야말로 끝장토론이 벌어졌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 토론과정이 진지하고 뚜렷한 자기 주장이 오가는 게 나로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 모습이 또 대견스러웠다. 나는 그것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배려하고 잘 이끌어준 교육자로서 학생들과 신뢰를 든든하게 쌓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교육자로서 선생님의 소신을 느낄 수 있다. 이무튼 돼지 한 마리의 생사를 놓고 벌이는 맑은 영혼들의 고민과 그들을 지켜보는 선생님의 진정성 넘치는 시선이 나를 사로잡았다. 생명의 소중함이란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그래서 조금은 책의 소재로는 진부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주제를 소설이 아닌 사실의 기록만으로 이토록 생생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준 책도 드물지 않을까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