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의 효과는 단기적으로 나올 수가 없다. 시간과 노력이 투자돼야 한다. 브랜드를 지탱하게 만드는 기업의 정신과 운영 철학은 브랜딩의 시작점을 알리는 핵심 근거다. 마케팅 전략/전술은 단기 성과를 위해 끊임없이 유연하게 움직이더라도, 그러한 활동들이 어떠한 본질과 근본 철학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지 잊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존재 이유와 철학을 망각하면, 브랜드는 사라지고 상표만 남는다. - P23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전에 블로그에 노키즈존을 경험한 일을 적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노키즈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게 주인의 자유인가? 그렇다면 가게 주인이 노인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자유인가? 동남아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흑인은?


저자의 경험을 빌려와 이야기해보자. 우리는 일상에서 무언가 선택을 잘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흔히들 ‘결정장애‘라는 말을 사용한다. 결정장애라는 말은 차별일까? 강릉원주대학교 다문화학과 교수인 저자는 실제로 이 말을 혐오표현에 관한 토론회에서 사용했다. 토론회가 끝나고 한 참석자가 다가와 물었다. ‘왜 결정장애라는 말을 쓰셨죠?‘ 이 책은 그 한 마디로부터 시작되었다. 저자는 그 자리에서 사과하기는 했으나 한편으로는 ‘왜 문제인가‘라고 생각했음을 고백한다. 그리고 차별에 관해 연구하게 된다.


저자는 사람들이 차별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본인이 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동성애가 싫다‘라고 말하는 것은 단지 취향일뿐, 성소수자를 혐오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예멘 난민은 반대하지만 인종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이 차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차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특권이 너무도 일상적이고 자연스럽고 당연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저자는 ˝내가 차별하지 않을 가능성은, 사실 거의 없다˝라고 분명히 이야기한다. 내가 가진 특권과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발견하고 발견된 차별을 없애기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사소한 것도 좋다. 일상에서 ‘병신‘, ‘결정장애‘ 등 차별을 내포하는 말 사용하지 않기, 차별이 포함된 농담에 웃지 않기 정도로 시작하면 어떨까. 내가 사용하는 언어를 조심하는 것, 차별을 저지하지는 못해도 웃지 않음으로써 표현하는 것,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소수자를 지칭하는 언어에 대해 곱씹어보기, 역차별을 운운하기 전에 지금 이 운동장이 기울어 있지는 않은지 한 번 더 생각하기로 나아갈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소수자가 직접 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차별이라고 생각지 않은 것들이 어떻게 차별인가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안다.


저자는 차별금지법을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했지만, 결국 사회가 변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변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작은 실천을 해나간다면 김초엽의 소설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를 결코 배제하지 않았다˝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일일 것이다. 마을은 우리 손으로 만들 수 있다. 배우자. 알아야 바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호크니 리커버 에디션)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과학소설이라니. 게다가 저자의 약력도 독특하다. 포스텍 생화학 석사학위를 가진 작가라니. 호기심이 발동해 읽었다. 단편 일곱 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장르 덕분인지 심심할 새 없이 술술 읽힌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다가 어린 시절 읽었던 냉동인간과 관련된 책을 떠올렸다.(검색해보니 2003년도에 대한과학진흥회에서 쓴 <냉동인간의 비밀>이다.) 어떻게 ‘냉동인간‘을 소재로 이렇게 애틋한 내용을 쓸 수 있지?


냉동인간뿐만 아니다. 신선한 소재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다. 우리 지구인과는 다른 시간 개념을 살아가는 외계인,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감정의 물성, 망자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도서관, 우주여행을 위한 개조 인간, 단숨에 공간이동이 가능한 웜홀까지. 이런 소재들 덕분에 신비감과 더불어 또다른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렇지만 이런 신비로운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다. 소설의 이야기는 모두 현실 사회의 문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에 흉측한 얼굴이 있는 사람, 40년 동안 우주미아가 되었다가 구조된, 그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받게 되는 할머니와 같이 대부분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뿐인가. 여성 우주 비행사를 향해 겨누어지는 따가운 의심의 시선은 현실과 너무도 닮았고, 도시개발(소설에서는 우주개발, 엄밀히는 웜홀의 발견)로 인해 소외된 슬렌포니아의 사람들은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개발만능주의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


이렇게만 본다면 너무 암울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나름대로 ‘이상‘이라 할 법한 모습을 곳곳에 드러내고 있다. 순례자들의 마을이나 류드밀라의 행성, 또는 두 쌍의 비혼모와 딸로 이루어진 가족과 같은 모습들. 이들 덕분에 소설이 참 따뜻해진다. 이 소설들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참 맑은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신선한 소재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 그리고 그 문제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작가의 손길이 어우러진 좋은 작품들이다.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는 어떻게 아울러 낼 수 있을까? 장편이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상품의 의미가 통하지 않을 땐 과감히 의미의 맥락을 바꿔라. 자기 정체성을 고집하여 지나치게 표면적 일관성을 내세우지 말자. 본질을 잃지 않되, 시장과 소비자에 따라 유연하게 형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막걸리를 맥주잔에 준 것처럼. 자기다움은 형식에 있지 않다. - P13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 - 젠더 평등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마이클 코프먼 지음, 이다희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의 글, 위근우의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겁니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읽은 책. 남성 페미니스트, 혹은 ‘남성 페미니스트 앨라이‘(이 책에 위근우 작가가 추천사를 쓰며 그 표현을 썼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남성으로 살고 있는 편집자는 어떤 책을 기획해야 하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제목이 달갑지 않았다. 결국 이 ‘전쟁‘을 끝내는 건 남성이라는 걸까, 결국 주체적 위치에 서겠다는 표현이 아닌가. 하여. 심지어 원제는 ˝The Time Has Come˝인데, 이는 지나친 초월번역(?)이 아닌가 싶었다.

이와 같이 다소 미심쩍은 마음으로 읽어간 책이다. 하지만 읽고나니 이 방식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이 남성에게 이야기할 때 이 정도의 톤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남성에게 손 내미는 남성,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은 그 지점이 아닌가 싶다. 아마 제목은 그런 톤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뽑아낸 것이리라 생각된다.

페미니즘이나 가부장제 철폐가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더 많은, 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가리지 않는 선에서 동조하는 목소리 역시 함께 터져 나와야 한다. 그렇다면 위근우의 책도, 이 책도 소중하다. 나는 세상의 어떤 목소리를 책으로 펴낼 것인가. 무엇을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끊임없이 고민할 문제다.

이것은 내가 나의 모든 활동에 적용하는 접근법과 동일하다. 직장 내 평등을 위한 활동이든, 남성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육아 참여를 위한 활동이든, 여성의 재생산권을 지지하는 활동이든 마찬가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남성을 동맹군으로 여기자. 변화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들고 남성에게 손을 내밀자. 동료 남성에게 변화를 촉구하되 남성 지배 사회에서 남성이 겪는 기이하고 종종 고통스러운 경험의 역설을 이해하자. 남성이 자신이 누리고 있는 혜택과 자신이 범하는 실수를 진심으로 돌아볼 수 있게 돕되 집단 전체에 죄나 책임이 있다고 가정하지는 말자. 광범위한 이슈에 관하여 폭넓은 공적 연대를 이루어 다른 문제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서로 힘을 합치자. 특히 여성과 여성 단체와 연대하고 여성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성의 지도력과 힘을 배우자. 남성도 변화할 수 있고 괜찮은 사람일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