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불능 - 인간과 기계의 미래 생태계
케빈 켈리 지음, 이충호.임지원 옮김, 이인식 감수 / 김영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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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제 2 법칙에서 자연 상태의 엔트로피(무질서도)는 계속해서 증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정보량은 2년마다 2배로 늘어나며 2020년까지 44 제타 바이트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1 제타바이트는 1,000 엑사 바이트이며, 1 엑사 바이트는 2000년도 미국의회 도서관 인쇄물의 10만 배에 해당하는 정보량이다) 현대인이 매일 접하는 정보량은 20세기 초 사람이 평생 접하는 정보량에 버금갈 정도라고 한다. 끝없이 늘어나는 빅 데이터를 이전과 같은 중앙집권적 방식으로 통제하기는 무척이나 힘들다. 과거 AI가 사용한 정보 습득방식이 중앙시스템을 통한 학습이었다면 현재는 딥러닝을 통해 인간이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모방하고 있다. 하지만 생물체가 정보를 습득하고 존재하는 방식은 실험실에서처럼 통제된 상황에서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들은 상호작용하면서 공진화하고 복잡한 현재 상황에 적응해 나간다.

 

 

케빈 켈리의 통제 불능은 기계시스템이 생물의 존재 방식을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물계는 복잡계 시스템을 따른다. 복잡계란 나비효과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 가지 종의 변화는 상호작용적으로 다른 종의 변화를 만든다. 예를 들어 1명의 사자가 1마리의 사슴을 사냥하는 자연 상태가 존재한다고 생각해보자. 어느 날 사슴은 자신의 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보다 단체로 움직이는 게 낫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이제 사자 1마리는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서 무리를 상대해야 하는데, 개체의 힘이 아무리 크다고 할지라도 집단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결국 사자는 변화한 사슴의 생존방식에 적응하기 위해 그들 역시 무리를 만들어 움직이게 됐다. 이것이 바로 생물학에서 말하는 공진화이며 복잡계 시스템의 핵심이다.

 

 

세상은 신이 정교하게 만들어놓은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각 개체, 종들은 서로 생존하기 위해 자연선택이란 혹독한 위협을 이겨나갔다. 과거의 기계들은 인간이란 신이 만들어놓은 알고리즘에 맞춰 행동했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변수가 정해진 알고리즘에 맞춰져 있지 않기에 패턴화된 행동 외에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최근에 쟁점이 된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은 중앙집권화된 정보 통제방식이 아닌 복잡계 적인 딥러닝 방법을 따르고 있다. 수없이 많은 데이터로 실패한 것들의 오류를 스스로 다잡고 고쳐나가는 딥러닝은 생물의 진화방식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통제 불능은 알쓸신잡에서 김진애 박사가 추천한 책이기에 많은 사람이 관심 가지고 있지만 정말 친절하지 않은(?) 책의 두께에 겁을 먹는 사람이 많다. 이 책의 가장 큰 단점은 너무나도 방대한 페이지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핵심주장을 설명하기 위해 탄탄한 근거를 쌓아 올린 것이기에 무작정 외면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두께만 한 지식을 내가 얻을 수 있기에 천천히 책과 열심히 싸워가면서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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