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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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의 어원은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의미다. 말 그대로 인류는 이뤄질 수 없는 유토피아를 바라면서 변화를 추구해왔다. 우리가 지금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사실(노예제, 인권 침해, 여자 투표권 인정 안 함)은 어느 시점까지만 해도 그 사회에 통용되는 진리 중 하나였다. 진보하는 인간 사회는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로 향하려고 노력한 인간의 흔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아래에서 이제 인류의 일자리는 대처할 수 없을 만큼 사라진다는 여러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다. 점점 답이 없어 보이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을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 논거는 3가지다. 15시간 노동, 보편적 기본소득, 국경 없는 세계 등이다. 포퓰리즘이라고 생각될 만큼 급진적인 주장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근거가 탄탄해서 더 놀랍다. 영미권의 연구 결과라서 대한민국과는 조금 다르게 나올 수 있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돈보다 여가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일을 더 많이 해서 돈을 더 받을 것인지 여가를 늘릴 것인지 질문했을 때 후자의 대답이 훨씬 많았다. 또한 노동시간의 감소는 결국 일자리 창출로 연결된다. 정규직 1명을 뽑을 돈으로 2명의 파트 타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노동 유연화라는 말로 기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논리로만 사용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보편적 기본소득의 중요성이 대두된다.

 

노숙자 13명을 대상으로 잠자리를 제공할 경우 다른 복지시스템의 비용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소득을 받기 시작한 인원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통념(돈만 받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과는 반대로 열심히 직장을 구하려 하고 소득을 늘리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경개방도 우리의 상식과는 반대의 결과를 맺는다. 대게 이민자가 유입될수록 사회안전망은 불안해지고 임금이 내려간다고 생각한다. 이민 포용정책을 시작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서는 오히려 자국인들보다 이민자들이 범죄율이 낮게 나왔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민자의 범죄율이 높게 나왔지만, 이는 사실 그 지역의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유입된 이민자 때문에 임금이 감소한다는 통계도 없었다. 늘어난 노동자들은 소득 능력을 갖추기 때문에 수요가 늘고 이에 맞춰서 공급도 늘어난다. 그 때문에 임금이 감소하지는 않고 오히려 이민자가 부족할수록 해외로 공장을 옮기기 때문에 임금이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렸다. 하지만 정치인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라 수많은 통계데이터가 근거를 충분히 받쳐줘 신뢰가 된다. 너무나 유토피아 같은 주장들이지만 사실 과거의 주민 입장에서 본다면 현대는 말도 안 되는 이상사회이다. 노예제는 철폐됐으며, 보편적 인권 개념이 확립되고 여성도 투표권을 얻었다. 또한 영양부족이 아니라 과해서 사망하는 사람이 늘어날 만큼 식량은 풍족한 사회가 되었다.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어도 계속해서 외치면 최대한 근접해진다.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한 유토피아를 원한다면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금이라도 외쳐봐야 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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