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
정경선.루트임팩트 엮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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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집 책장에 꽂혀있는 위인전을 보면서 그들처럼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자 하는 꿈을 키웠다. 마음에 자리 잡은 이상은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고 서서히 내 존재 가치가 되었다. 어떤 절차와 방법을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컸다. 처음에는 과학자. 소설가, 선생님 등 수단으로서의 여러 직업이 눈에 띄었지만 하나 같이 되기가 어렵거나 경제적 벌이가 시원찮았다. 현실과 이상의 최대 타협점으로 직업을 구하려고 하지만 늘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적지 않게 남아있다. 체인지메이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신은 체인지메이커입니까?’에서 자신이 누릴 수 있는 현실, 경제적 이득을 어느 정도 포기하면서까지 사회변화를 이루는 개인, 단체의 일화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시사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는 필자로서는 책 앞부분에 소개되는 닷페이스에 특별히 눈길이 갔다. 기존 언론이 소홀히 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하는 여러 대안 미디어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 중 닷페이스는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식이 필요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랜덤채팅 어플로 미성년자 성 매수를 하는 사람을 취재하는 등 기존 언론이 부족했던 점을 보완하고 새롭게 문제를 제기하는 점에서 닷페이스는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아 보인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의 대표 구범준 씨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형 TED로서 기획된 세바시는 이름 있는 명망가들로만 강연을 꾸리지 않는다. 오히려 일상적인 사람들(18년 동안 시설에 격리되었던 동생을 데리고 나와 함께 사는 장혜영 씨나 다리 없는 아이를 입양해서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키운 양정숙 씨와 같은 인물들)이 겪었던 조금은 특별한 이야기에 담긴 통찰을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삶의 지혜란 성인(聖人)만 깨닫는 게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 찾거나 느낄 수 있기에 일반인들이 무대 앞에서 이야기하는 일은 더 의미 있다. 또한, 대게 진보적 색채의 강연이 많지만 서도 이념을 가리지 않고 강연한다는 원칙을 세웠기에 유연한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어 보인다.

 

책에서 언급하는 인물과 단체는 상당수였다. 그만큼 사회를 변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적잖은 안도감과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들은 크게 돈이 되지도 않고 누군가가 알아주기도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지만, 자신의 이상을 길잡이 삼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다만 체인지메이커 모두는 열정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이 열정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직업에서 충분한 역량을 쌓은 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한다. 급하게 체인지메이커로서의 삶을 사려고 할 필요도 없는 셈이다. 이상을 버리지 않고 각자의 삶에 충실하게 산다면 체인지메이커로서 빛날 기회는 언젠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 빨리 나가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냉정히,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나가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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