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세계 (양장) - 전통사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재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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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세계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해 자본주의는 전 세계에 뿌리 깊게 드리워졌고 영국, 미국으로 이어져 온 패권국은 세계질서를 자기 나라 정세에 맡게 다시 자리 잡았다. 신자유주의가 널리 퍼진 현대는 아직도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기를 원하는 풍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런 현상에 반하여 지역, 작은 규모로 돌아가자는 로컬주의 운동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로컬주의는 크고 거대한 체계에서 지내고 생산하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생활양식이다. 쉽게 말하면 도시화보다는 마을공동체에 집중하자는 의미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어제까지의 세계또한 로컬주의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총균쇠의 저자인 다이아몬드는 역사학과 과학을 결합한 방식을 사용한다. 전작에서 유라시아 대륙이 패권을 얻게 된 건 대륙이 세로축이 아니라 가로축으로 긴 상태를 가지고 있어서 물자와 가축 전달이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러 문화가 교류하기 쉬우며 아놀드 조셉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에서 말한 문명이 발전하기 위한 적절한 자극에 항상 노출된다. ‘어제까지의 세계에서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문명사회도 완전한 것이 아니며 과거의 세계와 비교해가며 해결책을 찾도록 생각할 여지를 던져둔다.

 

현대는 과거 부족사회보다 넘쳐나는 에너지 때문에 오히려 골머리를 앓고 있다. 원시사회에서는 하루 먹고 하루를 버티는 게 일상이기 때문에 에너지가 과도하게 축적될 일이 없었다. 반면 현대에는 햄버거, 피자와 같은 고열량, 염분 음식들을 섭취하면서 당뇨병, 고혈압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있다. 부족사회에서의 죽음이 기아에 의해서라면 현대에서는 과한 영양이 개체를 질병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간은 수없이 많은 정보와 관계에 얽혀있지만 외로움은 오히려 더 커졌다. 호모사피엔스 초기와 지금 우리의 유전적 차이는 거의 없다시피 할 정도로 비슷하다. 반면 기술 문명은 유전적 적응도를 초월해서 변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생기는 인지 부조화가 개인을 괴롭게 한다. 부족사회에서는 외로움이 생길 일이 없다. 서로를 잘 알고 지낼 수밖에 없는 소규모 집단에서는 분쟁이 벌어지더라도 상대를 완전히 미워하지 않았다. 반면 현대사회에서 생기는 갈등은 모두 법으로 해결되지만, 인간적인 교감은 오히려 상실되어버렸다.

 

로컬주의가 완전한 대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원시사회보다 지금 우리가 더 많은 기회와 수명을 가지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다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우리가 누리는 이득 뒤에는 손해도 상당하다. 그것을 무시하지 않은 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사고력이 현대사회에 가장 중요한 능력이다. 그렇기 위해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고 나은 미래가 무엇인지 생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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