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도시 - 사진으로 읽는 도시의 인문학
이영준 지음 / 안그라픽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작전이 시작되고, 사무실이 고요해지자 그제야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진이 가득한 책이라고 하면 읽기 편할 것 같지만, 텍스트는 날렵하면서도 무게감이 있었다. "초조한 도시". 햇빛이 아름다운 날, 망원렌즈에 잡힌 서울의 풍경은 그 밀도와 무게를 조금 더 머금고 있어서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텍스트가 사진을 포위하고 있는 격이라, 어떻게 보면 자유롭게 사진을 보는 시선을 막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이미지만 홀로 있을 때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는 (즉, 훈련이 되어 있지않거나 타고 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사진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었다. 율동감이라는 단어를 본문에서 보고 나서야 사진에서 율동감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깔깔 웃었던지. 나라는 사람은 참. 그저 밋밋한 아파트들이잖아. 첫눈에는 그랬는데 말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자신의 사진이 어떻게 서울의 풍경을 왜곡하고 있으며 어떤 것들이 강조되고 있는지(강조하려 했는지)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망원렌즈로 잡아낸 서울이 더욱 밀도있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할 때, 사진이 객관적인 - 있는 그대로를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되새겨주며, 이 사진들도 서울을 바라보는 '한가지 방법'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준다.

물론 이것이 한가지 방법에 불과함에도 드러나는 진실이 있는 법이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 관광 홍보 사진들도 서울을 보는 한가지 방법이지만, 그것이 숨기고 잊고 의도적으로 놓치는 것들이 있음을 상기하는 것이 서울을 바라보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서로 무관심하게) 병렬적으로, 다원주의적으로 다른 방법을 인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무엇을 숨기고, 보여주고, 왜곡하고, 과장하는 지를 우리는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객관적이라 - 이게 진짜 서울입니다.라고 - 말하지 않는 사진사는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그는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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