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 - 제22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화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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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의 뒤를 잇는 페미니즘 소설. 그러나 결이 다른 소설이다. 처음엔 좀 몰입이 힘들었다. 스스로를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주인공들은 갑갑했고, 미스터리 형식을 차용하고 있지만 뚜렷한 사건이 드러나지 않아 모호했다.

장편 소설은 초반 집중력이 관건이다. 한 편의 이야기가 버스라고 하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출발해야 한다. <82년생 김지영>은 그 점에서 탁월했다. 보편적이고 문턱이 낮아 이입이 쉬웠다. 우리 모두가 김지영이었고, 될 수도 있었으며, 닥치지 않을 미래라 한들 현실은 다르지 않을 테니까. 김지영으로 표상되는 모두의 이야기. 반면 <다른 사람> 이 소설은 철저하게 개인으로 파고든다. 그래서 노린 효과는? 결국엔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란 것이다.

주인공 진아는 직장 상사이자 완벽한 남자친구였던 그에게 다섯 번째 폭행을 당하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가 받은 처분은 벌금 300만원. 처벌은 납득할 수 없고, 자신을 폭행한 남자친구가 직장 상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진아는 사건에 대해 인터넷에 올린다. 처음엔 그를 응원하던 이들. 그러나 진아가 데이트 비용을 한 번도 낸 적이 없으며, 명품 선물을 받기도 했다는 직장 동료의 폭로 이후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달라진다. 수많은 악의적인 댓글 속, 자신의 과거를 아는 듯 한 댓글 하나를 발견한 후 진아는 12년 전을 향해 침잠하고, '진공청소기'라는 악명으로 유명했던, 스물한 살에 교통사고로 죽은 친구 유리에 관한 기억 속으로 향한다.

진아는 트위터에 글을 올린 사람이 고향 친구이자 대학 동기였던 수진이라고 생각한다. 안진 유지의 아들로 모든 걸 갖춘 현규와 결혼한 수진. 그녀는 진아와 어린 시절을 함께해 서로의 밑바닥까지 알고, 원한과 악의를 품은 사이다. 각 장마다 달라지는 화자를 쫓아가며 소설은 퍼즐을 맞추듯 사건의 중심으로 다가간다. 과거, 진아는 친구가 되고 싶다는 유리를 애써 모른척하고 도와달라는 마지막 요청까지 외면했다. 범인을 찾는 과정에서 진아는 뜻밖에 유리와 수진, 그리고 자신에 얽힌 진실과 마주한다. 자신을 비롯해 모두가 유리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이다.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우습게 볼 수 없는 사람

상처받지 않고 겁먹지 않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강간당하지 않는 사람

당신은 '다른 사람'입니까?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느 순간부터 가속도가 붙는 이 이야기는 ‘이야기를 끝낼 사람은 바로 너다’라는 문장을 남기고 끝난다. 내밀한 감정묘사와 치밀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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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가치는 그 자체에 있습니다. 벌이에, 귀천에 있지 않습니다. 당당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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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서 - 이민혜 그림 에세이
이민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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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엄마가 보인다. 그래봐야 대단한 효녀로 거듭날 것도 아니지만.

딸들은 영원히 딸이다. 그래서 더 미안하고 애틋하고. 근데도 여전히 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슬프고 아렸다. 내가 철이 들고(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엄마는 늙어가는데. 자식의 시간과 부모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가는데. 나는 끝까지 딸, 엄마는 끝까지 엄마일 거라는 게, 그 간극이 모녀지간의 보편적 운명이라는 게 슬펐다. 나만 이런 게 아니다, 내 친구들도 그렇다, 이 책의 딸도 그렇다, 원래 자식은 다 그렇다 변명하고 싶다가도. 이 책 속 엄마가 또 우리 엄마라서 드물게도 엄마 편에서 책이 읽힌다. 근데도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자식의 본성인 건지. 나는 자식 낳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하게 된다. 자식은 정말 다 쓸데없나보다.

예전엔 몰랐고 안 보였던 것들이 이제는 좀 보이듯, 시간이 지나고 나도 엄마가 되면 더 많은 것들이 보이겠지. 엄마니까, 엄마라서 당연했던 것들이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도, 그 때 우리 엄마가 지금 내 나이였다는 것도, 내가 이러하듯 엄마도 어리숙하고 처음이었다는 것도. 그 때가서 우리 모녀에게 새롭게 알게된 것들을 나눌 시간이 있을까 두렵다. 우리의 시간이 같은 속도로 흐를 수는 없겠지만 부디 그녀가 몸 건강히 최대한 오래 내 옆에 머물러주기를. 우리 사이의 시간이 최대한 많이 포개지기를. 그녀의 안부를, 행복을 기도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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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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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도현의 발견』은 ‘일상을 무심하게 지나치는 현대인들을 위해 ’작고 사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안도현의 시선으로 전한 산문집이다. 절필 선언 후 처음 쓴 글로, 시인의 눈길이 머문 달콤한 일상의 발견 201편을 담았다. 책에는 시인의 문학과 삶, 사람과 생명에 대한 이야기가 차분하게 그려진다. 기억, 사람, 맛, 술, 그리고 생활이라는 다섯 개의 부로 나누어 단순하지만 순수하게 투박하지만 담백한 글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특히 ‘산기슭에 홀로, 혹은 두세 포기 피어 흔들리는 구절초의 가는 허리를 오래 바라보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사내로서 자격 미달’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작고, 사소하고, 별 볼 일 없는 것’들이 세상의 주인이라는 살틀한 믿음을 나눈다. 사소한 것들을 오래 응시하고, 어루만져보고, 귀 기울였을 때에야 볼 수 있는 발견의 기록을 마주하며 우리는 그 믿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다.

 누가 사라져도 사라진 줄 모르고, 자신이 살아가는 이 고장에서 어떤 소리들이 들리는 줄도 모르고,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시인은 ‘단 하루라도 오랫동안 바라보자’고 말한다.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차분하고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은 우리의 주변을 깊게 응시하는 따뜻한 힘을 전한다.

 기억이나 사람, 사물 등을 이처럼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이는 오랜만에 본다. 사는 일에 빠져서 내 주위에 있는 사소한 것들을 보고도 못 보는 일이 흔하다. 교수로서의 안도현 시인은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모든 것을 유심히 오랜 시간 관찰한 후에 글로 표현하라는 이 야기를 자주 한다고 한다.  누구나가 그렇게 공들여 관찰 한다고 해서 이 책에서 나오는 문장만큼 예쁜 글이 나오 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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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1 - 20세기의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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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술 잘 읽힌다. 결코 가볍지 않은 내용, 적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 흡입력있게 잘 읽힌다.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동지이자 파트너였던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는 단 한번도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이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세명의 여성 혁명가의 존재를 담았다. 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주변 남자들의 인생과 함께 192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친 한국의 역사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세여자는 혁명의 여정에서 재산, 애인, 가족, 끝내는 목숨까지 잃었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생활이 곧 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세 여자'는 시원하게 머리를 단발로 자른 세 여자가 청계천으로 짐작되는 개울에 맨발을 담그고 편안하게 앉거나 서 있는, 1925년 여름에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표지에 싣고 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주세죽과 허정숙과 고명자다. 주세죽은 남로당 총책 박헌영의 부인이었고, 허정숙은 나중에 북한 정권의 사법상과 최고인민회의 부의장 등을 지냈으며, 고명자는 박헌영의 동지인 공산주의 활동가 김단야의 연인이었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의 조선, 남한과 북한, 중국, 소련 등에서 고려인 강제이주, 북한 김정일 정권의 수립과정, 해방 후 혼란스러운 남한, 그리고 한국전쟁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프리즘'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들의 젊은 시절부터 생을 마치는 노년까지 다루지만 사랑의 장면은 달콤하지 않고 죽음의 장면은 슬프기보다 허무하다.

 시대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의지가 강한 허정숙이나 감성적인 고명자, 비운의 주세죽 등 주인공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운명을 살아갔다. 작가는 주인공들의 극적인 인생유전도 그렇지만 이들이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에 중요 장소에 항상 있었다는 것 때문에 짜릿짜릿해 하면서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을 집필하는 12년 동안 미생물의 숨결이 아주 천천히 들어가면서 술이 익었고 밥이 뜸이 잘 들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잘 빚어진 술 같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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