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미첼 - 삶을 노래하다 현대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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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는 차가운 대리석 의자에 앉아있다. 엉덩이가 시려 자세를 고치다 스크린도어에 비친 자신을 본다. 울어야 할까, 웃어야 할까. 표정이 길을 잃었다. 허심탄회하게 미소지을지, 속에 꽉 눌린 것들을 줄줄이 쏟아내야할지 고민한다. 멍한 눈은 허공에 머물다 작은 화면 위로 떨어진다. 그리고는 기억해둔 노래를 찾는다. 지금이라면, 알 수 없는 마음으로 재생. 제각각의 방향에서 현악기들이 모여들고 마음이 헝클어지려던 찰나, 조니 미첼의 목소리가 살며시 내려앉는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캐런(엠마 톰슨)과 생각나는 노래. 혼자 방에 들어가 넘쳐흐르는 슬픔을 꾹꾹 눌러 삼키던 장면. 조니 미첼의 노래 <Both Sides, Now>는 그렇게 기억되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을까, 어떤 삶을 살면 이런 말이 한숨을 뱉는 것처럼 나올 수 있을까. 조니 미첼의 평전을 찾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평전에는 그녀의 탄생부터 어린 시절, 뮤지션으로서의 성공과 그 뒤에 감추어져있던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을 노래했던 그녀의 삶을 오롯이 글로 담아내려는 노력은 꽤 섬세하고 집요했다고 느껴졌다. 조니 미첼의 노래를 사랑하는 사람, 혹은 단순히 그녀의 노래 한 곡만을 들어봤을지라도, 그녀의 생은 그들에게 충분히 남겨지고 읽혀질 만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 구름과 사랑, 그리고 삶은 이면에서 드러나는 어떤 것으로 결국에는 모를 일이 된다는 시. A는 다시 스크린도어를 본다. 결국에는 모를 일. 그다지 마음쓰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 생각에 빠질 무렵, 기계적인 목소리가 열차의 도착을 알린다. 문이 열리고, 조니 미첼의 노래는 A를 따라 함께 열차에 오른다. 그 이면을 알았으면 되었다고, A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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