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시간 - 길 잃은 물고기와 지구, 인간에 관하여
마크 쿨란스키 지음, 안기순 옮김 / 디플롯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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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로 조기구이를 준비하면서 <연어의 시간>을 읽었다.
우리에게 조기나 명태, 고등어가 그러하듯이 유럽, 북미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어는 빠져서는 안 될 식재료였다.
오래간만에 조기구이를 곁들인 저녁을 먹으면서 생각했다.
지구상에 어떤 생물이 이처럼 많은 가짓수의 음식을 먹으며 살아갈까? 아니지, 이처럼 많은 음식을 소유했다가 버리며 살아가는 존재가 인간 말고 또 있을까? 부끄럽지만 우리 집 역시 음식의 양을 절제하지 못하고 산다. 그리고 남은 것들을 고스란히 쓰레기로 배출하고 산다. 이 행동이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는지에 대한 고민은 애써 외면하면서.

풍요로운 식탁은 인간에겐 당위이지만 인간 외의 다른 종에겐 크나큰 민폐일 것이다.

마크 쿨란스키는 아시아, 유럽, 극동 지방 등 전 세계를 넘나들면서 연어의 역사를 탐구한다. 박물학자인지, 요리사인지, 아니면 낚시꾼인지, 그도 아니면 어부인지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저자의 행보를 따라가다 보니 책 한 권을 거의 다 읽었다는 얘기^^

위에 나열한 다양한 직업을 실제로 두루 거친 저자는 연어에게 닥친 위기를 통해 인류가 만들어 낸 근대문명의 종말이 머지않았음을 다각도로 입증한다. 고로 이 책은 연어의 시간(번성과 멸종 위기의 역사)을 통해 전 지구적 기후 위기를 고발하고 경종을 울리는 책이다.

기원전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떤 인간도 같은 강에 두 번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강도 같지 않고 인간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마크 쿨란스키는 연어의 역사를 설명하는 단원의 머릿글로 위 문장을 선택하였다. 무슨 의미일까? 강물에서 태어나 바다로 갔다가 다시 강으로 회귀하는 변화무쌍한 연어의 일생을 대변하는 문장일까?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다양한 종으로 진화한 것을 뜻하는 것일까? 그도 아니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파괴된 연어 생태계를 오염 이전으로 되돌리는 과정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일까?

저자는 여러 장에 걸쳐 풍성했던 연어 어장이 인간들의 유입과 경제적 논리에 밀려 처참하게 파괴되었음을 실증적으로 기술한다. 지역 토착민들을 밀어내고, 극단의 이기심으로 자연을 변화시킨 결과 풍성했던 연어 어장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연어의 귀환을 바라는 뒤늦은 노력은 몇 배의 시간과 노력에도 수월치 않은 일이었다. 마크 쿨란스키는 그러한 현장들을 찾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하고 몸으로 체험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독자들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소리높여 주장하지도, 격렬히 토로하지도 않지만(그랬다면 읽는 입장에서 불편했을수도), 사실 그대로 전달할 뿐인데 느껴지는 바는 적지 않다.

무지는 지식보다 빈번하게 확신을 낳는다.

이 문장은 바다 가축이라는 챕터의 머리말이다. 경제 성장에 대한 근거없이 확고한 믿음은 연어의 천연 서식지를 망쳐놓았고, 그 대안으로 설정한 바다 양식은 기후 위기와 온난화로 인해 곤란을 겪는 악순환에 빠졌다. 가만히 앉아 읽기만 하는 독자도 답답할 진데 그 현장을 직접 보야야 했던 저자는 급기야 지구상에 인간이 없으면 연어를 비롯한 멸종위기생물들이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바꾸어 말해서 연어를 살릴 수 있다면, 지구도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

필요없는 소비를 줄이고, 내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하며, 리사이클링/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들을 통해 지구종말을 향해 가는 시계바늘을 조금이라도 붙잡아둘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일. 그리하여 연어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주는 일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실천해야 하겠다. 그것이 결국 우리의 삶을 이어주는 일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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