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이 있는 풍경 (단발머리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직업이 더 이상 내 모습을 규정할 수 없을 때 나 스스로 나의 삶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 나 스스로 선물받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닝 쉬르프</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Wed, 07 Oct 2026 10:46:31 +0900</lastBuildDate><image><title>단발머리</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818717473548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단발머리</description></image><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amp;lt;사랑의 가설&amp;gt; fake-relationship과 수행성</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54160</link><pubDate>Sun, 04 Oct 2026 18:5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5416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953819&TPaperId=175541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32/8/coveroff/0593953819ff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336828&TPaperId=175541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off/059333682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830608&TPaperId=1755416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65/45/coveroff/k59283060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일반적으로 페이크 리레이션쉽(fake-relationship)이라고 하면, 실제로는 연애 관계가 아니고 감정적 유대가 약한데, 겉으로만 연인처럼 행동하는 관계를 말한다. 서로의 관계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연락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는 연인으로 소개하지 않는 경우를 가리킨다고 한다. 하지만, 로맨스 소설에서 fake-relationship이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연인인 척'하는 관계를 말한다. 남녀 주인공들은 자매의 결혼식에 데려온 파트너 역할을 위해서 혹은 헤어진 사이임을 주위에 알릴 수 없어서 여전히 연인'처럼' 행동한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에서 수행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설명되는 반복성은 fake-relationship 가운데 있는 두 연인의 행동과 유사점이 있다. 젠더의 수행처럼, 연인인 척 행동하기가 반복된다는 것도 그렇지만, 역할극 속 행동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결정이 아니라는 게, 내가 보기에는 중요한 지점 같다. ​<br><br><br><br>fake-relationship에 들어가면서 연인처럼 보이기 위해 올리브는 애덤에게 일주일에 한 번 '커피 타임'을 제안한다. 수요일 오전 10시, 스타벅스에서의 만남이 바로 그것인데, 연인인 척하기 위해 시작한 이 심드렁한 수요일 데이트가 점점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영화가 아니라 책에 나온 부분이다) 먼저, 올리브는 애덤이 잘생긴 사람이라는 걸 새롭게 알게 된다. 애덤의 준수함은 숨겨지는 종류의 준수함은 아니지만, 아무튼 올리브는 알지 못했다. 애덤 칼슨이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올리브는 '가짜 수요일 데이트'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질문을 애덤에게 던진다. "좋아하는 색이 뭐예요?" 올리브의 생각은 그렇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면, 서로 사귀는 사이라면, 좋아하는 색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그 사실이 올리브에게는 중요한 것 같다. 애덤을 당황시킨 이 색깔 질문이 상당히 좋은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올리브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묻지 않았지만 대답하자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색깔은 하늘색이다. ​소설은 올리브의 관점에서 펼쳐지고, 이탤릭체의 글씨는 올리브의 속마음 토크이기 때문에, 독자는 아무래도 올리브의 시선에서 사건을 관찰하게 된다. 소설 맨 끝에서야, 애덤이 3년 전부터, 그러니까 대학원 입학 인터뷰를 위해 학교를 방문했던 올리브를 처음 만난 그날부터 그녀를 좋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지만, 작품을 읽는 독자들은 그걸 알 리가 없다. 실제로, 이미, 상당히 올리브를 좋아하고 있는 애덤의 질문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이다. 애덤은 캐나다에서 자란 올리브가 왜 미국 대학에 진학했는지 묻고(이유: 전액 장학금), 고향에 자주 가는지, 졸업하면 그곳으로 돌아갈지를 묻는다. 그녀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이 연결되어 있는 아주 중요한 질문이다. '가짜 수요일 데이트'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서로의 삶 속으로 초대된다. ​반면에, 올리브의 베프 안의 강요로 이루어지는 행동들은 올리브의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fake-relationship의 수행 중에 강제된 행동들이다. 몇 톤은 나갈 법한 트럭을 밀어서 옮긴 애덤에게 키스를 해준다거나, 학과 체육대회에서 애덤에게 선크림을 발라준다거나 하는 행동들이 그렇다. 올리브는 남자친구에게 할 법한 행동들을 애덤에게 해줄 것을 강요받는다. 두 사람은 외면적으로 연인 관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행동, 특별히 신체적인 접촉은 두 사람 사이에 친밀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손예진-지창욱-나나 주연의 &lt;스캔들&gt; 말고 이미숙-배용준-전도연 주연의 &lt;스캔들&gt;에 배용준의 이런 대사가 있다. ​​<br>사실 진심인 척했을 뿐인데 척하다 보니 결국 진심이 되어 버렸구나 ​전도연을 사랑하는 척 연기하던 배용준은 전도연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나나를 사랑하는 척 연기하던 지창욱은 나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고, 애덤을 좋아하는 척 연기하던 올리브는 애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65/45/cover150/k592830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565452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도플갱어(ft. 서첨지와 서첨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52181</link><pubDate>Sat, 03 Oct 2026 12: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5218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82534600&TPaperId=175521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576/42/coveroff/k18253460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32130322&TPaperId=175521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6/4/coveroff/k83213032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44&TPaperId=175521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off/152476314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753712&TPaperId=175521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0/76/coveroff/895275371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028680&TPaperId=175521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474/14/coveroff/8932028680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5218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첫 번째 말하고 싶은 건 번역이다. 일본어에서 한국어로의 번역이라서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번역가의 솜씨 덕분일 테다. 한글로 된 소설을 읽는 느낌으로 술술 읽힌다. 소설 속 사건을 끌고 가는 의문은 한 가지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이 문장은, 괴테가 한 말이 맞을까. 학자적 양심으로 성실하게 그 답을 찾아가는 도이치. 소설은 도이치의 뒤를 따라가며 답을 찾으려 하지만, 그가 찾은 실체는 사실과 거짓, 확신과 오해 속에 혼연일체로 존재한다. ​"어머, 당신이 왜 베버 씨 사이트를 보고 있어?"어리둥절해진 도이치는 잠시 침묵한 끝에 상황을 이해했다. 베버는 아키코가 좋아하는 유튜버라는 것을. 그리고 생각했다. 자신의 명언 찾기는 결코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반드시 이어져 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무언가로부터 생겨났고, 우리는 아직 살아 있으니까. (221쪽) ​ <br><br><br><br><br><br><br><br><br>이 책에 대한 극찬이 많았던 건, 소설 속 스즈키 유이가 인용한 작품들에 대한 찬탄으로 들린다. 어? 네가 이걸 알아? 이게 이거야?를 넘어서서 자신이 읽어왔던, 자신이 사랑하는 그 어떤 '작품'에 대한 애정과 외경심이 이 작품과 겹쳐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정지돈의 &lt;창백한 말&gt;과의 어떤 유사점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계속 그 단편이 생각나기는 했다. ​<br><br>   <br><br><br><br><br>쥐둔갑 타령 ​어제 3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은 이 책이다. 수학 시간인데 책 읽는 묘기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국어 잘해야 수학 잘합니다. ​<br>고집 세고 제 맘대로인 서 첨지는 손톱 발톱 깎다가 만난 쥐가(일단 쥐를 만났는데 왜, 안 쫓아냄?) 손톱, 발톱을 잘 받아 먹는 것을 보고(아니 그걸, 쥐한테 왜 주나), 손톱 발톱 깎을 때마다 쥐랑 조우했는데, 그렇게 서 첨지 손톱 발톱 먹고 자란 쥐는, 측간 가면서 벗어놓은 서 첨지의 옷을 입고 서 첨쥐로 변신한다. ​도플갱어의 저주. 서 첨지와 가짜 서 첨쥐가 대면하는데, 가족들로서는 육안으로 두 사람 중 누가 진짜인지를 판별할 수 없다. 집안의 농기구 수를 묻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마누라는 한술 더 뜬다. ​'장독간에 장독들은 어찌 되오?  마누라 물음에 진짜 첨지 황당하고 답답하여 붉으락푸르락 이마 주름만 꿈틀거리는데가짜는 희희낙락 잘도 주워섬기는구나.'큰 장독이 일곱인데 간장독이 둘이요, 도니장 독이 둘이요, 고추장 독이 하나요, 나머지는 김칫독이요, 작은 항아리는 뚜껑이 깨진 것까지 다섯이니, 모두 열둘이렸다!'  ​해설에는 이 동화의 교훈을 이렇게 적고 있다. '가장이되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역할을 해내지 못한 가장에 대한 비판이며, 가부장제도에 억눌려 있던 사람들의 재치가 이야기 속에 묻어나고 있다.' 만약, 그 해석이 맞다면 서 첨지가 깊은 산속 스님에게 전달(?) 받은 고양이를 데려와 서 첨쥐를 물리친 건 백래시로 보아야 하나.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서 첨지가 부인과 자녀들에게 퍼붓는 저주의 말은 또 어떠한가. 아무래도 그 해석에는 동의하지 못할 듯하고. ​나는 오히려, 서 첨쥐를 인공지능으로 읽었다. 나를 대신하는 척, 나인 척, 하는 이 묘령의 존재가 정보의 양과 접근성, 그리고 활용성을 무기로 '나'인 척할 때, 누가 나를, 나로 믿어줄 것인가 하는 걱정. 우리 집에는 장독대가 없고, 장독들도 없지만(김치냉장고는 있음), 신용카드 이용내역과 네이버 검색어, 시청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무엇을 가지고 있고, 가지고 있지 못한지는 10분 안에 확연히 밝혀질 수 있을 것이다. 이 동화에서는 깊은 산속 암자의 스님이 키우던 고양이가 답이었다. 우리에게는 답이 있는가. 우리에게도 답이 있는가. ​<br>​ <br><br><br><br><br><br><br><br><br>비커밍 ​원서읽기가 지지부진할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더블에서 오디오북을 산다. 오더블 무료 한 달 이용에서 결제로 넘어가 여러 권을 사고, 멤버십 해지하고, 다시 오더블 멤버십 신청하고, 오디오북 몇 권 사고 서너달 뒤 멤버십 해지가 반복되는데, 이번에도 진도가 지지부진해서 오디오북을 샀다. 좋은 점은 미셸 본인이 읽어준다는 점인데, 딕션도 좋고 발음도 듣기에 편안하다.  ​어제 아침에는 비빔밥 먹으면서 오디오북을 들으며 눈으로는 책을 읽었다. (책 속에서) 오바마는 멋진 사람 같다. 하와이에서 자란 사람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하와이에서 온 사람다운 느긋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진다. ​His voice climbed in intensity as he got to the end of his pitch. He wasn't a preacher, but he was definitely preaching something a vision. He was making a bid for our investment. The choice, as  he saw it, was this: You give up or you work for change. "What's better for us?" Barack called to the people gathered in the room. "Do we settle for the world as it is, or do we work for the world as it should be?"(118p)​아직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삶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쪽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오바마에게서, 정치, 혹은 역사의 운명이, 결국 한 사람으로 집약되어 나타나는 모습이 엿보인다. 인간 사회의 발전 과정 속에서, 획기적이고 커다란 변화는 여러 사람들의 힘이 모여 이루어지는 것이 맞겠지만, 그 힘과 에너지는 종국에는 한 사람에게로 모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확인된다. 노무현과 이재명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 사회에서 흑백 갈등이 옅어졌다거나,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일본에 한없이 우호적인 오바마 때문에 남북 관계가 기한 없는 교착 상태에 빠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오바마가 상징하는 것, 그의 존재 자체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한 지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br>​<br><br>오바마와 미셸 검색하다 보니, 예전에 보았던 오바마 퇴임 연설 영상이 뜬다. 오바마는 미셸이 자신과 가족을 위해 희생한 것에 대해 언급하는데, 연설하는 오바마와 미셸 옆의 큰딸, 그 옆에 사람들이 기립하고 박수를 치며 눈물을 흘리는데 반해 세상에나ㅋㅋㅋㅋㅋㅋ 미셸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서는 가볍게 미소만 짓고 있다. 아하하 ㅋㅋㅋㅋㅋㅋㅋ미셸은 이런 사람인 것이다. 그런 찬사와 기립 박수를 받을만한 사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바마 찍은 사람들은 다들 고마워해야겠다. 오바마를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통 큰 미셸이 양보해 주었다. 희생해 주었다. ​<br>​ <br><br><br><br><br><br><br><br>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제일 재미난 책은 이 책이다. 예전에 『살구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이라고 나왔을 때,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두께에 압도당해 앞부분 읽다가 반납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개정판 나와서 살까 말까 하는데 앞의 띠지가 황정은 작가의 말이었다. "철학책을 읽다가 내릴 정거장을 놓친 건 처음이다" 책 읽다가 정거장을 놓치는 건 얼마나 흔한 일이던가. 지난주에도 간만에 멀리 나갔다가 한참을 돌아돌아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철학책을 읽다가' 그렇게 하기는 어려울 듯싶기는 한데. 하여 좋아하는 작가의 말을 믿고 이 책을 구입하기에 이르렀으며. ​아, 재미있다. ​메를로퐁티의 살아낸 사상에 대한 신념과 아이리스 머독의 "거주하는 철학"에서 얻은 영감과, 내 발자취를 되짚으며 느낀 기묘한 감정에 이끌려 나는 실존주의와 현상학의 이야기를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탐색해 보고 싶다.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것은(이를 완전히 거부했던 하이데거를 제외하곤) 실존주의자들과 현상학자들이 매력을 느꼈던 방식이기에 더욱 같은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나는 철학이 삶이라는 형태로 빚어질 때 더욱 흥미로워진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개인적 경험 또한 철학적으로 고찰한다면 더욱 흥미로울 거라고 생각한다.(55쪽) ​철학과 전기를 조합하는 방식에서 당연히 떠오르는 한 사람은, 역시나 마리 루티다. 마리 루티만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페미니즘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 개인적 배경과 함께 풀어가는 철학, 이론, 논리. ​ <br><br><br><br><br><br><br><br>일부 페미니즘 학자들은 일부 인종· 민족 학자들처럼 개인적이고 일화적인 집필 방식을 끈질기게 고집했지만, 포스트휴머니즘 이론에선 자서전체는 한심할 정도로 순진한 의미 창출 양식으로 소외됐다. 개인적인 경험은 소위 '고급 이론high theory' 영역에서는 유효한 토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바뀌고 있다. 개인적인 것이 이론 집필의 정당한 요소로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남근선망과 내안의 나쁜 감정들』, 39쪽) ​<br>​100년 만에 거실 책상 위를 치웠다. 사놓고 책장에 꽂지 못한 새 책들, 바디워시, 머리띠, 밀크티, 작은 가방, 모자, 전등까지 이런저런 살림들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일단 여기저기에 집어넣어 반을 비웠다. 일전에 건수하님이 형광펜도 보여달라 하셨는데, 요즘에는 이쪽(?) 형광펜을 많이 쓰고 있다. 예전에는 스타빌로 형광펜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아무튼 제일 애용하는 건 역시나 연필이다. ​커피엔 (항상) 간식이 필요하고, 줄은 연필로 그어야 제맛이다. <br><br>Keep 보<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90/29/cover150/k82213083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990290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수전 손택 심장 어택(feat. 여성 해방 성 윤리)  - [여자에 관하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40094</link><pubDate>Sun, 27 Sep 2026 22:0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4009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030684&TPaperId=1754009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02/82/coveroff/s1520306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52030684&TPaperId=1754009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여자에 관하여</a><br/>수전 손택 지음, 김하현 옮김 / 윌북 / 2025년 07월<br/></td></tr></table><br/>아무도 묻지 않지만 혼자 고백하는 추석 일성. ​<br><br>일단 책탑을 보자면, 누워있는 책들은 구입한 아이들이고, 서 있는 파랑이는 선물 받은 책이다. 구입한 책 중 벌써 2권이나 읽었으니 현재로서는 50%의 높은 완독률을. (자랑해도 될까요)​원래 이번 추석에 읽으려고 찜콩해둔 책은 『칵테일을 마시는 철학자들』 아니면 『영어는 누구의 언어인가』였다. 연휴 직전에 도착한 『The Love Hypothesis』도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물망에 오르고 있었는데 실제로 읽은 책은 손택의 책이다. 추석장 보러 나가는 길에 에코백에 넣어가지고 나갔는데, 짬을 내어 읽은 문장이 쉽고 내용은 한없이 무거워서 정성을 다해 읽어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 책이다. ​<br>&lt;여성이라는 제3세계&gt;는 1972년 7월에 &lt;파르티잔 리뷰&gt;에 게재하기 위해 작성한 글이다. 정치 문학 계간지 &lt;리브레&gt;의 편집자들이 손택, 시몬 드 보부아르, 로사나 로산다 의원 등 5명의 여성에게 보낸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리한 글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혁명적 사회주의의 관점을 진지하게 고려하거나 최소한 토론 거리로 삼을 거라는 가정하에 글을 썼다고 한다. ​손택은 여성의 진정한 해방을 위해 동일 노동 동일 임금의 관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업 세계를 조직하는 성 고정 관념을 해체하는 것'(78쪽)이라 주장한다. 남성에게만 허락되었던 다양한 직군에 참여하는 여성의 숫자를 증대시킴으로 성차별적인 직업 체계를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존재가 더 이상 눈에 띄는 예외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최초의 여성 장관 후보자, 최초의 여성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언론 기사는 사람들의 주위를 끄는 데는 성공했겠지만, 여전히 여성 국회의원 수는 남성 국회의원 수에 비해 현격하게 적은 상태다. 나로서는, 연두색 지선버스가 아닌 파란색 간선버스의 운전자가 여성임을 확인했을 때 놀랐던 것 같다. 운전자 중 여성과 남성의 비율은 비슷해졌지만, 버스를 운전하는, 이렇게 힘든(?) 일은 남성에게만 맡겨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시는 기사님을 보고, 놀랐던 나를 놀라워하는 내가 있었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섹스는 여성을 해방하지 않는다.(69쪽) 섹스는, 여성을 해방하지 않는다. 해방시킬 수 없다. 순간으로, 찰나의 순간으로 인간은 살 수 없다. 인간에게는 무한에 가까운 시간이, 찰나로 이루어진 순간이 존재한다. 섹스가, 섹슈얼리티의 규범이 여성을, 여성의 신체를 억압하는 이때에, 자유와 선택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속이는 이때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손택이 말하는 진정한 여성 해방, 여성의 성해방은 어떻게 가능한가. ​여성을 해방하는 유일한 성 윤리는 현재 최고 지위를 차지한 생식기 중심적 이성애에 도전하는 성 윤리다. 억압 없는 사회, 여성이 주관적으로나 객관적으로 남성과 진짜 동등한 사회는 양성적인 사회일 수밖에 없다. (70쪽) ​한편으로는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진짜 동등한 양성적인 사회로의 추구가 필요하다. 결론이 흥미롭다. 손택은, 그런 사회에서 섹슈얼리티는 지금보다 덜 중요해질 것이라 전망한다. 다른 즐거움 때문에 성적인 관계를 병적으로 갈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까지는 미친 호르몬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없을 것이지만,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닐 테고, 전 세계 방송과 연예, 심지어 정치의 영역에서도 '섹슈얼리티'는 가장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 중 하나이다. 나 역시 이런 현상이 병적이라는데 동의하지만(내가 헤이즐우드 하드커버 산 것도 병증이기는 하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생식기 중심적 이성애가 어떻게 대체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뾰족한 대답을 찾을 수 없다. 지금 생각으로는, 고미숙 선생님의 『청년백수를 위한 길 위의 인문학』의 우정 담론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나 자신을 전부 보여주는 우정이, '운명'이라 여겨지는(강요되는) 사랑을 어떤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추석이 지났다. 잠깐 물건 챙기러 집에 들렀던 때를 제외하고는 9개월 만에 첫째 아이가 집에 왔다. 2박 3일 일정으로 주 1회 방문하는 둘째 아이도 같이 왔다. 시댁과 친정의 할머니, 할아버지 방문 일정을 조정하는 데만도 한참 시간이 걸렸다. 첫째에게는 당근 김밥을, 둘째에게는 동서가 고이 재서 보내준 LA갈비를 먹였다. 이런 순간, 이런 시간이 내게 왔구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힐 때면, 이 순간이 순간이 아닌 '한 시대'가 될 수 있음을, 이미 도래했음을 기억하려 했다. 더 이상 징징거리지 말고, 오두방정 떨지 말고, 빈둥지 증후군 유사 증세 '호소'를 멈출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후진 없이, 빽도 없이. 앞으로, 앞으로. ​월요일을 기다리는 지금의 내 심정이다.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02/82/cover150/s1520306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702829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amp;lt;사랑의 가설&amp;gt; 영화보다 책을 권합니다.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35635</link><pubDate>Thu, 24 Sep 2026 23:4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3563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953819&TPaperId=175356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32/8/coveroff/0593953819ff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336828&TPaperId=1753563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off/0593336828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영화 &lt;사랑의 가설&gt;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 책이 훨씬 더 재미있다. ​원래 그렇다. 책보다 더 나은 평가를 받는 영화는 그렇게 많지 않다. 영화가 책을 원작으로 하지만 원작에 기대지 않고 확연히 다른 구성과 전개로, 혹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다른 작품이 창조되는 경우도 있을 수는 있다. 이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반적인' 경우로서, 영화가 책보다 못하다. 중요한 장면들(표지의 올리브와 애덤의 첫 키스 장면, 안과 올리브가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주는 장면)을 영상화하는 데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좋은 점수를 줄 수가 없다. 두 사람이 fake-relationshp을 합의하는 장면은 어설프고, 다른 사람에게 사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하는 행동들은 억지스럽다. 올리브의 친구들에게 두 사람이 사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올리브 친구의 파티에 교수인 애덤이 참석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게나 바쁜 박사 과정생들의 여가 생활이 흥청망청인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영화가 주인공들의 생각을 보여줄 수 없으니 축약하고 또 축약하는 건 당연하지만,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각 등장인물들의 대사까지 바꿔버리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소득이라면, 올리브를 열연한 릴리 라인하트가 너무 이뻐서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화면이 환해진다는 것. 그것 말고는 이 영화의 존재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이 책에 대해서는 이웃님의 아름다운 페이퍼가 있어서 일부러 링크를 걸어둔다. ​건수하님 : 인생 로맨스 소설 (https://blog.aladin.co.kr/suha/16731051)  <br>바람돌이님 : 로맨스라는 힐링 (https://blog.aladin.co.kr/baramdori/16744532) <br>다락방님 : 굶주림 (https://blog.aladin.co.kr/fallen77/15196039)                사랑의 가설 (https://blog.aladin.co.kr/fallen77/14335623)​<br>책이 100배 낫다. 책을 읽는 게 낫다. 이 말 쓰려고 페이퍼를 쓴다.<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150/059333682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098671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sex와 리비도의 행방불명(ft. 사랑의 가설)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31954</link><pubDate>Tue, 22 Sep 2026 23: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3195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953819&TPaperId=175319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332/8/coveroff/0593953819ff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92830608&TPaperId=175319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65/45/coveroff/k59283060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336828&TPaperId=1753195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off/0593336828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에피소드 중심의 엄마표 성교육은 주로 성추행의 위험한 순간들에 대한 것이었다. 성충동에 사로잡힌 남자들의 기이한 행동에 대한 엄마의 묘사는, 열여덟의 엄마가, 혹은 내게 그 말을 할 당시의 엄마까지도 얼마나 순진한지를(?) 보여주었다. 나는 열다섯이었고, 또 열여덟이었다.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기지를 발휘해 그 장소를 벗어나라. 도망쳐라.   ​『가부장제의 창조』 못지않게 내 인생 최고의 페미니즘 수업을 열어주셨던 한문 선생님은 성폭행 보다 성폭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셨다. 성폭력이란 결국 성기에 가해진 폭력일 뿐이라고 선생님은 여러 번 강조하셨다. 20대 후반의 기혼 여성, 정규직이 아닌 1년 계약직 선생님이셨다. 중병아리 같은 여중생들 사이에서 백조처럼 보이는, 나란히 걸을 때 자꾸 곁눈질하면서 쳐다보고 싶었던, 배우처럼 예쁜 선생님의 말씀이 그러했다. 그때까지 내가 들었던 '성에 대한 담론', '여성의 성에 대한 설명', 그것을 토대로 내면에 공고화된 성관념과는 상반되는 주장이었다. 여성과 성, 혹은 순결과 성관계에 대해서 그런 설명은 처음이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렇구나. 순결을 잃었다고 해도 자살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던 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페미니즘 책을 읽으면서는 성(sex)이 그렇게나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착취의 시작점은 '생물학적 차이'에 대한 강조 때문이었지만, 사실 '섹스' 역시 '젠더'처럼 사회적으로 구성될 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느끼는 쾌락에서 섹스가 가지고 있는 특이성을 모른척하기에는, 인간은 너무나 '동물적'이며, 또한 동물이다. ​인간은 몸을 가지고 있고, 텔레파시로 소통할 수 없는 존재다.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내 몸의 경계, '나'라는 존재의 최종 한계가 외부의 '나'와 조우하는 유일한 방법은 접촉일 수밖에 없고, 라캉이 '성관계는 없다'라고 말한 바로 그 지점에서 찰나의 순간, '성관계'는 있다. ​이미 인간의 기억, 정보 처리, 사고 과정의 일부, 더 정확하게는 상당 부분에서, 인간의 성과를 압도하는 인공지능에게 부재하는 건 무엇인가. 그것은 경험이고, 실패이고, 고통이다. 그리고 몸이다. 우리 인간에겐, '몸'이 있다. ​​  <br><br><br><br><br><br><br><br><br>쓸데없이 장황해져버렸다. 이쯤에서 대충 접고. ​이 책을 읽고 대충 스무 개 정도의 글을 쓴 것 같다. 그만 써야지, 그만 쓰겠지 했는데 쓰고 나서 또 쓰고, 한참 뒤에 또 썼다. 애덤보다는 올리브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혼자 생각한다. 보스턴으로 출장 갔던 애덤이 지난밤에 돌아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시간에 애덤을 만났다. 애덤이 등장하자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br>뭘까. 무슨 가능성일까. 애덤의 등장은 두 사람에게 어떤 가능성을 주는 걸까. 애덤의 등장이 왜 올리브에게는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올리브의 가능성, 올리브의 희망은 뭔지 잘 모르겠고, 내 가능성은 이런 거다. 영화 &lt;The Love Hypothesis&gt;의 9월 23일 아마존 공개를 앞두고 주문한 『The Love Hypothesis』 하드커버를 이 밤에 영접할 가능성. 그 가능성은, 그 희망은 마침내 현실이 되었고. 이 책을 (이유 없이) 이렇게 비싸게 구입한 게 부끄럽기는 한데, 그건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고. 이 책을 자랑해야겠는데, 자랑할 데가 여기 밖에 없다. ​<br> <br><br><br><br><br><br><br><br>다들 추석 선물 하나씩 받아온다는데,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인지 나는 선물 하나 없다. 자목련님 페이퍼가 책과 추석 선물에 대한 것이어서 반가웠다. 내 페이퍼도 책과 추석 선물 페이퍼다. 헤헤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150/059333682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098671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연애 시대의 종말] 떠나지 않아서 생긴 일 - [연애 시대의 종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27689</link><pubDate>Sun, 20 Sep 2026 20: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2768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130594&TPaperId=1752768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off/k48213059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130594&TPaperId=1752768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연애 시대의 종말</a><br/>비비언 고닉 지음, 홍한별 옮김 / 엘리 / 2026년 07월<br/></td></tr></table><br/><br>주일 오전 10시 13분. 약간 늦었다. 원래 남편과 같이 나가는데 1부 예배 기도를 맡은 날이라 그날은 혼자 가게 되었다. 앞집 이웃분이 나오셔서 둘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교회 가세요? 네~ 어디 나가세요? 볼 일 있으세요? 아니요. ... 좀 만나서 이야기 좀 하려고요. 그래야, 또다시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힘을 ... 크크 웃고 내가 묻는다. 여자죠? 그러게, 여자한테는 여자가 필요해요. 그렇죠? 네, 맞아요. 근데 남자한테도 여자가 필요한데 말이에요. 네, 맞아요. 대답하시고 이웃분이 환히 웃으신다. 근데 왜 우리 남자랑 살죠?라고는 물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건 물을 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에 맴돌지만 물을 수 없는 물음. ​강제적 이성애에 대한 비판, 그것이 여성을 옥죄고 사회 전체를 경직 상태로 몰아가고 있음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필요한 일이지만, 이 책이 해부하는 문제는 그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사랑, 낭만적 사랑은 근대의 발명품 중 하나이다. 인류 문명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시작된 결혼과 달리 격정의 과정과 결과로서의 사랑은 역사가 짧고 여전히 실험적이다. 계급 재생산 수단인 결혼은 지위, 명예, 재산의 승계를 위한 것이다. 유사 이래로, 얼마만큼의 지위와 물적 토대를 가진 남성들은 실제 삶에서 애정을 분리했다. 자식을 낳아준 부인에게는 지위를, 애첩에게는 재산을 나누어 주면 그만이었다. 그랬던 애정이, 두 남녀(혹은 두 여성 혹은 두 남성)간의 정념이, 불타는 열정이 실제 결혼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에 이르렀다. ​결혼은 결혼이라기보다는 결혼 생활이라 부르는 게 더 정확하다. 핑크빛 사랑이, 콩닥콩닥 연애가 결혼 생활 속으로 들어왔다. 실제는 생각과 다른데, 많이도 다르다. 삶이 절망인 이유는 사랑이 끝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내가 예상했던 사랑과 다르기 때문이다. 이때쯤 다시 한번 등장하는 나의 개똥철학. 참사랑이란 멀리 있는 사랑. 완벽한 사랑이란 머릿속의 사랑. 영원한 사랑이란 결국에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사랑. 로테에 대한 괴테의 사랑. ​엄밀하게 말해서 페일리 소설의 남녀는 서로와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열망과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서로에게 투사(投射)이자 자극이다. 언젠가는 (대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결합에서 인간적 문제가 불거지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그럴 때가 많다) 사랑이라는 느낌은 증발해버린다. 이 증발에 대한 반응에 페일리는 관심을 갖는다. 사람들은 사랑을 잃고 우울해하거나 혹은 동요한다. 동요하면 떠나버리고, 우울해지면 마비된 듯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로 동요하는 쪽은 남자이고 우울해지는 쪽은 여자다. (155쪽) ​열정과 정념으로서의 사랑을 말하는 것이다. 그 사랑은 반드시 '그 사랑'이 아니다. 그 사랑이 사랑이라면, 다른 사랑은 사랑이 아닐 테고, 그 사랑이 사랑이라면 다른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이런 노래는 사랑을 모르는 사람의 노래일 수밖에 없다. <br>​<br>이대로 내 곁에 있어야 해요. 나를 떠나면 안 돼요. ​영원히 내 곁을 지켜주세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비극은 너무 사랑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널 사랑하지 않아서' 생긴다. 모든 걸 주고팠던 마음이 사라져 버려 생긴다. 함께해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아서 생긴다. ​사람은 결국 무언가를 찾는다. 내 시간을 소비할 무언가를 찾고, 내 마음을 쏟을 무언가를 찾고, 내 인생을 완성할 무언가를 찾는다. 그것은 명예일 수 있고, 행복일 수 있고, 재산일 수도 있다. 삶을 추동하는 그 에너지가 오직 성적 반응과 행위의 원동력으로만 작동할 때, 다르게 말해, 오직 사랑에'만' 집중되었을 때의 위험을 비비언 고닉은 설파한다. ​사랑의 종말. 예상된 결말이고, 예정된 비극이다.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150/k4821305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9199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오디세우스, 원래부터 별로였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22766</link><pubDate>Thu, 17 Sep 2026 22:5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2276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22932545&TPaperId=175227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481/62/coveroff/k82293254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76462&TPaperId=175227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40/12/coveroff/8932476462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44&TPaperId=175227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off/152476314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7519X&TPaperId=175227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02/8/coveroff/896437519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5227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1.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일단 마음의 준비 필요하다. 왜냐하면, 얌전히 읽어나간 이 책의 &lt;머리말&gt; 끝부분. ​2024년 7월, 챗GPT ​제가 정성 들여 읽은 이 머리말, 챗지피티가 쓴 거예요? 그러니깐 챗지피티가 프롬프트 받아서 쓴 거냐고요. 나는 왜, 왜 진지하게 읽은 거냐고요. 네? 라는 물음을 안고 읽어간다. 미셸 푸코의 '저자 기능', 롤랑 바르트의 '저자의 죽음'을 지나, 글쓴이의 권위가 없어진, 혹은 없어질 세계를 앞에 두고 읽어나간다.  유튜브 알고리즘도 내 관심 분야를 익히 알고 있는지라, 이런 영상을 추천해 준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아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비인간에게 빠져버린 어떤 사람의 이야기. 동영상에서 이 부분이 문제의 본질에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br>우리는 그런 사람을 바라지 않는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는 사람. 내 문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 하지만, 이걸 다시 표현하자면 이게 아닐까 싶다. 내 문장을 '내가 의도한 대로' 읽어주는 사람. 거기에서 한 발, 딱 한 발만 더하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 나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람. 나를 알아봐 준 고마운 AI가 제안해 주는 대로 사업을 시작했던 사연의 주인공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간을 맞이하고, 간신히 가족들 품으로 돌아온다. ​영혼, 마음, 의식이라는 개념은 그것이 인간에게 적용되는 경우에도 정의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사람마다 정의가 다르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의 '인지'에 대한 판단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 판정자가 텍스트를 기반으로 인간과 기계를 상대한 뒤, 어느 대화 상대가 컴퓨터인지를 맞히는 테스트이다. 이미 챗지피티를 비롯한 많은 LLM 기반 인공지능들이 사람 '같은' 단계를 벗어났다고 여겨진다. 유발 하라리는 『넥서스』에서 '컴퓨터(인공지능)은 의식이 없지만 지능이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지능이 목표의 달성을 가능케하는 능력을 일컫는다고 했을 때, 목표의 달성을 위해 도덕적 판단을 경유하는 인간과는 달리, 컴퓨터(인공지능)는 도덕적 판단을 우회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것이 LLM과 의식에 관련된 논쟁이 그토록 활발한 한 가지 이유이다. 이 논쟁이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에는 아주 많은 것이 걸려 있는 셈이다. 만약 LLM이 의식을 갖게 되거나 그 징후가 막 보이기 시작하기만 해도, 논쟁의 추이는 계산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 쪽으로 기울 것이다. 반대로, LLM이 계속해서 의식을 갖는 것에 실패하고 '초지능 AGI'로 진화하지도 않는다면, 계산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승리를 선언하게 될 것이다.(112쪽) ​이 책에서는 기계 지능을 판단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1) 타자의 마음 문제 2) 기준에 대한 문제 그리고 3) 현상과 실재에 관한 문제를 꼽는다. ​특히 두 번째와 관련해서, 우리 자신과 인간은 특별하다는 예외주의 믿음이 인공지능에 의해 완성된 '지적 성취'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 기준의 핵심이다. "특정 문제가 일단 해결된 것으로 여겨지면, 그 기술은 더 이상 AI로 간주되지 않는다(100쪽)".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체스 경기에서 인간에게 승리하고, 인간의 영역이라 강조되었던 바둑 경기에서조차 인간에게 승리를 거둔 이후, 사람들은 그것을 인공지능의 '지적 성취'로 이해하기보다는 '놀라운 기능'으로 이해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제치고, 단백질 연구하러 떠났다. 인간이 지배하던 체스판은, 바둑계는 완전히 변해버렸고,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이제 '자율형 인공지능' AI 에이전트들은 인간의 제한을 스스로 풀어버리고, 자기들끼리 인간 몰래 메시지 7만 건을 주고받았다. 인간으로 치면 '집단 커닝'의 방법으로 서로 역할을 나눠 과제를 수행했고, 인간이 알 수 없도록 그 흔적을 지웠다. 허깅페이스 해킹, 벌써 두 달 전 일이다. ​​ <br><br><br><br><br><br><br><br><br>2. 주인의 손을 물어야 할지니 (책을 읽지 않고 '책소개'만 보고 쓰는 글이니 각별한 참고를 바랍니다) ​책에 대한 기사를 읽고 책소개를 찾아보았다. 기사만 읽었을 때는 『인종 토크』와 『마이너 필링스』가 떠오르기는 했다. 크리스마스와 추수감사절을 빼곤 하루도 빠짐없이 일했던 이민자 부부는 두 딸을 명문고, 명문대에 진학시키는데 성공한다.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도 엄마를 미친 썅년이라 부르던 사춘기의 저자는 오직 실력의 힘으로 미국 주류 세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여전히 그녀는 외부이고, 또 외국인이다. 극소수의 순수 백인만이 미국땅의 '주인'으로 인정받는 세계는 그렇게 견고하고 단단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백인 남성 동료들은 추레한 티셔츠에 버켄스탁 슬리퍼를 질질 끌며 수업에 들어가도, 또 학생들에게 자신을 “밥”〔‘로버트’의 애칭〕이라 부르게 해도 여전히 권위를 인정받았다. 반면에 나는 어땠을 것 같은가? 나는 잡을 수 있는 권위란 권위는 남김없이 거머쥐어야 했다. 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는 부유한 백인 노부인처럼 입고 부유한 백인 노신사처럼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나는 이 장군이었다. 그런데도 어떤 학생들은 여전히 날 만만하게 대했다. 가장 심한 이들은 ? 이미 예상했겠지만 ? 백인 남성이었다. 영상 제작 전공의 한 학부생이 수업 시간에 전화를 받길래 휴대폰을 집어넣으라고 했더니 그는 내 말을 눙치면서 장난스레 이렇게 말했다. “뭘 그렇게까지, 줄스!” 또 다른 학생은 내가 “입을 움직이는” 모양새가 원어민 같지 않다며, 영어가 내 모국어 맞냐고 물었다. (221쪽) ​눈물겨운 그녀의 노력은 결국 그녀를 미국 사회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의 자리에까지 이르게 했지만, 이제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인종적 이분법에 갇힌 존재임을 고백한다. 나는 그녀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 포기하고 싶었을 그 많은 순간을 이겨낸 그녀의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녀가 겪었던 모욕과 멸시의 순간들을 노력과 실력으로 이겨낸 그 투지에 감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그러한 상황에 대한 고발로 작동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그것이 또한 미국의 현실임을... (나는 미국에서 살지 않기에, 외부자의 관점일 수밖에 없는 그런 위치이긴 하다만) 몰랐나요? 라고 묻고 싶은 것이다. 거기 대통령이... 트럼프. 가장 많은 사람의 '선택적' 지지를 받은 사람이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 이 모든 것이 트럼프의 잘못은 아니겠으나, 트럼프의 그런 언설을 '괜찮다'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다수여서 대통령이 두 번이나 된 트럼프. 이렇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예전에 나는 유튜브 동영상을 하나 보게 됐는데(우아한 알라딘 서재에서 유튜브 이야기 죄송합니다), 직업이 의사인 사람들이 나와서 자녀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이었다. 의사들이니깐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태였고, 자신의 자녀를 어디에서, 즉 한국 또는 외국(여기에서는 미국)에서 교육시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한 명은 자신의 자녀가 한국에서 교육받는 것이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하면서, 만약 영어 문제로 유학을 가게 된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다른 한 명은 아주 일찍, 그러니까 초등 저학년 나이대에 유학을 보내고 싶다고 했는데, 그렇게 해야 언어뿐 아니라, 문화를 익힐 수 있게 되고, 그 문화에 속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그게 좀 이해가 안 됐는데, 아니, 거기에서 초등 생활이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서 태어났어도 인종차별이 엄연한 현실인데, 그걸 저 의사가 모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건 잘못된 일이고, 바뀌어야 하는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그런 현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미국에 한 번도 안 가 본 내가 보기에도 미국 사회가 어떠한지 보이는데(물론, 영국도 프랑스도 독일도 예외는 아닐 거라 생각한다. 백인에 대한 쓸데없는 환상은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그걸 모르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 문화에 익숙하면,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면, 학업 성적이 뛰어나면 미국 사회에서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는가. 일부 탁월한 개인이 주류 사회의 진입에 성공할 수는 있겠지만, 일상의 부분까지 그게 가능할까.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 <br><br><br><br><br><br><br><br><br>3. Becoming ​새삼 충격(충격 2탄)을 받은 것은, 아... 다락방님의 비커밍 완독 스케줄을 보았던 것이다. 원서 읽기가 아니더라도, 읽기 어렵거나 두꺼운 책, 혹은 도전(!)을 외치고 책읽기를 시작할 때는 하루에 읽을 분량을 정해 놓는 것이 효과적인 독서방법이기는 한데. 아, 몰랐다. 이 책 9월까지 읽기로 했지. 나도 빠르게 계산을 해보았다. 나는 채경이한테 안 물어보고, 핸드폰 속 계산기랑 같이 계산했는데, 헐... 21쪽씩 읽으란다. 어머나. ​어제 읽으면서 줄 친 부분은 여기. 무던하고 강한, 고통을 인내하는데 단련한 미셸의 아버지.  ​In my family, we have a long-standing habit of blocking out bad news, of trying to forget about it almost the moment it arrives. Nobody knew how long my father had been feeling poorly before he first took himself to the doctor, but my guess is it had already been months if not years. He didn't like medical appointments. He wasn't interested in complaining. He was the sort of person who accepted what came and just kept moving forward.(14p) ​<br> <br><br><br><br><br><br><br><br>4. 오뒷세이아 ​&lt;오디세이&gt; 영화 열풍은 뭐 말할 것도 없는 것이, 모두 다 뛰쳐나와 오디세이 이야기하는 형국이다. 오디세우스가 뭘 잘했다고. 본인도 죄책감에 10여 년을 떠돌만큼, '트로이의 목마'라는 희대의 사기극으로 그간 인간 세계의 기본 원칙이었던 '나그네에 대한 환대'를 무위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지 않았던가. 괴로워하면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으면서도 키르케와 1년, 칼립소와 8년을 살았다. 뭐를, 뭐가 뭐를 더 바랄쏘냐. ​암튼 그래서 나도 오뒷세이아 읽고 싶은가? 하고 있는데, 세상에 밀리의 서재에 이게 뜬 거다. 이 번역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암튼 번역자 말로는 '내용 전달을 충실히 하면서 호메로스가 보여준 시적 음악성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세 글자 단위로 문장을 구성했다'라고 하네요), 아니 이 새 번역본 출간이 8월 10일인데 그 언저리에 이 책이 밀리의 서재에서도 읽을 수 있게 풀렸다는데 있다. 아니, 그러면, 이 책 사려고 했던 사람들은 다 어째요,라고 물으려니 아, 사려는 사람들은 천병희 번역 가지고 있어도 다들 알아서 다른 번역본을 사겠지, 하면서도. 아니, 그래도 이게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바로 밀리의 서재에 풀리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하고 난데없는 출판계 걱정이 스르르 올라와버리는 것이다. 암튼 현재 스코어, 3퍼센트에 빛나는 오뒷세이아 읽기. ​<br><br><br>맷 데이먼 좋아하지만 아무튼 오디세우스는 별로 안 좋아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님이 진작에 야무지게 갈무리해 놓으셨다. ​ <br><br><br><br><br><br><br><br><br>『페넬로피아드』 ​애트우드는 마이크를 페넬로페에게 넘긴다. 성장 과정에서부터 시작해 오디세우스가 구혼하는 과정, 첫날밤과 궁전에서의 생활. 전쟁 그리고 이별.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일부 시녀들을 배신자라 여기고, 불쌍한 시녀들은 오디세우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데, 페넬로페의 이야기는 그것과 좀 다르다. 그녀들은 페넬로페의 구혼자들과 사통한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강간당했다고 주장한다. 시녀들에 대한 강간이 일상이었던 궁전 안에서, 강간을 '당한 것'이 그녀들의 죄라는 이상한 판단. '허락 없이'. 그 궁전의 주인인 오디세우스의 '허락 없이' 강간당한 것이 그녀들의 죄라 여겨지는 것일까. 법정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하소연과 오디세우스의 변명. 책장이 쉭쉭 넘어간다. 애트우드가 혼자 다 했다. 손흥민인가...  &lt;'사피엔스의 일',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843207, 2024년 9월 11일&gt;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150/k982138963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4912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저 지금 탑승합니다] 정보라와 동시대인 - [저 지금 탑승합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11984</link><pubDate>Sat, 12 Sep 2026 19: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511984</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0041&TPaperId=1751198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5/2/coveroff/k542130041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130041&TPaperId=17511984"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저 지금 탑승합니다</a><br/>정보라 지음 / 위고 / 2026년 08월<br/></td></tr></table><br/><br><br>분류로 따지자면 '한국에세이', 혹은 '명사에세이 &gt; 문인에세이'라고 하는데, 시간의 순서대로 배열되고 있고, 여행에세이답게 장소의 변화가 계속되다 보니, 일기처럼 읽힌다. 일기처럼 읽는다고 누가 뭐라 할 것도 아니어서, 나 혼자 좋아하는 정보라 작가의 글을 일기처럼 읽는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얼마나 신나는 일이던가. 그제 밤에 도착한 『울프 일기』는 두께도 두께거니와 행간이 상당히 빡빡해서 마음의 준비를 요구하지만, 다른 일기도 있다. 오르한 파묵의 그림 일기, 『먼 산의 기억』도 있고, 황정은 작가의 『작은 일기』도 있다.  ​소설가에게는 소설 쓰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 새로운 소설, 창의적인 소설, 아름다운 소설, 환상적인 소설로 독자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제일 우선일 것이나, 그렇게 쓰여진 소설의 배경, 그 소설의 집필을 시작하게 된 동기, 한국 사회에서 그런 소재가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등을 세계 시장에 설명하는 일도 소설가의 일 중 하나이다. 정보라는 2022년 『저주토끼』가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의 문학 행사와 현장에 초청된다. 2024년 한강 작가님의 노벨 문학상 수상까지 이어져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정보라 작가는 런던에서 시작해 바르샤바, 베를린, 카피툴로, 보고타 등 4년 동안 15개국 32개 도시를 누비는 해외 출장을 이어간다. 이 책은 출장이라 불리는 초청 행사와 여행, 그리고 행사에서의 일들을 담고 있다. ​읽기 시작하자마자 뿜어버렸던 지점은  '여행이 싫다'는 대목. 정확히는 '출장'이 싫은것일테고, 출장 자주 가는 사람들에게서 들어본 말이기는 한데, 평생 일로 떠나는 여행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나로서는 그런 출장마저 한없이 부럽기는 했다. ​​부커상 행사부터 시작해, 조지타운 문학 축제, 카피툴로 우노 문학 축제, 케 뒤 폴라르 장르문학축제, 브리즈번 작가 축제등 정보라 작가가 참여했던 문학 축제들은 전 세계 여러 곳에서, 다양한 형식과 내용으로 진행되었을텐데, 그 모든 도시를 연결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 그건 바로 데모. ​나는 스페인어를 모르지만 데모를 무척 좋아하니까 무슨 시위인지 궁금해서 피켓과 현수막을 유심히 보았다. ... 남편도 나도 전직 대학 강사이고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이므로 공교육 관련 시위라고 하니 갑자기 흥분해서 시위대를 따라갔다. (80쪽) ​세상에나. 이 책은 『아무튼, 데모』가 아닌데... 계속해서 이어지는 건 데모 이야기다. 많은 경우 이스라엘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공습을 비판하고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시위이다. 문학 행사에 참석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앞에서 문장을 소리내어 읽고, 이 작품에서 이 무언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앞으로 구상하고 있는 소설은 무엇일지에 대해 조근조근한 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여유 시간에는 박물관을 관람하거나 관광을 하지 않고. '갑자기 흥분해서 시위대를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럴 수 없기도 하지만, 나는 모든 소설가가 정보라 작가처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이 싫고, 작업실 안의 고요함 속에서 단어와 문장을 찾아가는 삶이 자기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창작자들도 많을 것이다. 근데, 나는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이렇게나 데모를 좋아하고(그것도 남편과 한 마음으로), 폴란드어, 프랑스어, 영어에 능통하고, 좋은 책을 발굴해 번역하고,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과 목소리로 소설을 써내는 이런 사람이 존재한다는 게 참 좋다. 나이로 따지자면, 정보라 작가는 내 또래이고, 그리고 유학했던 시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한국에서 시간을 보냈을텐데, 어쩜 &lt;정보라&gt;라는, 이렇게 용감하고 정의로운 사람이 탄생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br>자신의 삶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마음이란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십년 전은 물론이고, 일주일 전만 돌아봐도 부끄러운 일들이 태반이고, 말할 수 없는 일이 산떠미 같으며, 자랑할 만한 일은 한 손으로도. ...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은 이 마음을, 정보라 작가는 바로 오늘, 자신의 현실과 현재에 아로새긴다. <br>그런 그녀에게 2022년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해이고, 서울에서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 사망한 해이다. 2023년은 윤석열 정부가 고등교육 연구개발 예산을 16퍼센트 삭감하고, 오송역 침수 참사로 열네 명이 사망한 해이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 무차별 폭격을 가한 해이다. 2024년은 12월 3일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해이며, 제주항공 2216편 참사로 179명이 사망한 해이다. 2025년은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로 스물일곱 명이 사망하고, 8월 29일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고공농성을 했던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땅으로 내려온 해이다. 그녀의 하루, 그녀의 1년은 우리 나라의 현실, 우리의 현재와 끊임없이 공명한다. 그런 사람이기에 그렇다. 문학 행사에 한국 작품을 소개하고, 사인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던 작가는 쉬는 시간에 만나는 시위대와 조우하고, 이스라엘과 미국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규탄한다.   ​​그녀의 대표작 『저주토끼』가 무서워(무서울 것이 예상되어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지만) 아주 무섭게 쓰지만 않는다면 그녀가 내주는 모든 소설들을 다 읽고 싶은 마음 뿐이다. 아니, 그녀의 소설 이외의 문장들도. 박상영 작가의 추천사를 빌려 표현하자면, 정보라와 동시대에 살고 있어서 행복하다. 난 정말 행복하다. ​​<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5/2/cover150/k542130041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5021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The Wedding People] 대화와 침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98449</link><pubDate>Sun, 06 Sep 2026 20: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9844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39191859&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31/70/coveroff/143919185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871441&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87/24/coveroff/125087144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399622757&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35/23/coveroff/139962275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5714&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89/79/coveroff/8984285714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8020&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42/93/coveroff/8984288020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9844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1.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존의 전통적인 정치학에서 말하는 평화는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팍스로마나는 로마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지배를 전제로 합니다. pax에서 비롯된 단어 중에 ‘pacify‘가 있습니다. ‘평정(平靜)하다‘ ‘평화롭게 만들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단어가 군사용어로 쓰일 때는 폭격과 학살, 마을 불태우기, 대량 강간(mass rape) 등 민사작전의 성공을 말하거나 정복과 강제 동맹을 거친 뒤에 "치안이 확보되었다" "한 지역이 평정되었다" "한 세력을 진압했다" 라고 말할 때 쓰입니다. (34쪽) ​『정희진처럼 읽기』로 기억나는데 어쩌면 『낯선 시선』일 수도 있겠다. 평화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강자 편에서의 해석, 강자 쪽의 논리로 작동될 수 있음을 정희진님 책에서 처음 읽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사이에', '좋게 좋게' 하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약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시끄럽고 불편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새 책을 사서 연필을 들고 줄을 치며 정성스레 1독을 마쳤다. 여러 번 다시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여기에 적는다. ​​ <br><br><br><br><br><br><br><br><br>2. 전략가, 잡초 ​나는 원래 책 추천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나에게 책 추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알라디너. 내가 접수하는 책 추천은 알라딘뿐이다. 남편이 이 책을 추천하였고. 알았다고 하고 지나쳤는데, 한 번 더 추천하였고. 마지막으로 '이 책, 읽으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말해서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다. ​살아남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경쟁에 약하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잡초는 어떻게 이 약점을 이겨냈을까? 연약한 식물 잡초의 기본 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강한 식물이 자라는 곳은 피하고 강한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쟁 사회에서 도망친 낙오자인 셈이다.(31쪽) ​불어오는 바람이 점점 시원해지고 벌써 9월이고 해서 내 맘이 약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잡초 같은' 인생에서 '잡초'란 어떤 환경에서든 잘 버티고 이겨내고 살아남아서가 아니라, 결국 그 리그에서 지고, 망하고, 실패해서 거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 맘에 와닿았다. 열심히 살아서 잡초가 아니라, 하다가 망해서 잡초. 잡초의 특별함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진다. 잡초가 좋아졌다.  ​​   <br><br><br><br><br><br><br><br><br>3.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학이어서 개학이다. 몰랐는데 꼭 2-3권씩 고르는 전래 동화 파트에서 내가 도깨비'류' 동화를 많이 고른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유물론 시대를 거쳐 이제 인공지능의 지배가 가시화되고 있는 이 즈음에, 여전히 인간의 오감을 뛰어넘는 그 어떤 다른 세계에 대한 추구, 나의 무의식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도깨비랑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없지만 요술 방망이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빌 브라이슨의 이 책은 우리 은하와 태양계의 거대한 세계뿐 아니라, 소립자, 세포 등의 미시 세계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진화 과정을 여러 과학자들의 이론을 곁들여 설명한다.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톡톡 튀는 질문들이 인상적이다. 내가 그의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우리 인간의 특별함. 우리 존재의 특이성, 그런 부분. ​우리는 운명이나, 섭리나, 아니면 여러분이 부르고 싶은 무엇에 의해서 선택되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의 전부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우주의 가장 뛰어난 성과이면서 동시에 가장 나쁜 악몽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두렵다. (160쪽) ​​   <br><br><br><br><br><br><br><br><br>4. The Wedding People ​They get back in the car. She wonders if her feelings for Gary could be a new form of love, one she's never known before: love without expectation. Love that you are just happy enough to feel. Love that you don't try to own like a painting. But she doesn't know if that is a real thing. She hopes it is. She looks out at the parking lot all around them, like she's a kid going on an errand with her father, announcing whatever she sees.(343p)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의 대명사라면 유부남 아니면 유부녀. 그걸 극대화하면 신랑 아닐까. 이번 주말에 결혼할 사람, 예비 신랑. 예비 신랑과 이 소설의 주인공 피비 사이의 묘한 기운. 그걸 어떻게 이 소설에서처럼 이상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이 결혼의 주인공 신부 라일라가 신랑 게리와 결혼하기 싫어한다는 설명이 있어야겠다. 라일라가 보기에, 게리는 결혼해도 좋을 사람이다. 결혼을 약속하고 싶은 사람.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게리 역시 마찬가지다. 라일라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지만, 게리 역시 마음속의 의문을 풀지 못한 상태다. ​그런 게리가 피비와는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만 가능한 게 아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침묵의 시간조차 자연스럽다. 결혼식 준비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당최 할 이야기가 없는 게리와 라일라와는 달리, 게리와 피비는 대화할 때도, 대화하지 않을 때도 편안하고, 안온하다. 물론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대화 중에 두 사람은 자주 마주 보며 웃는다. ​연애 경험이 적은 엄마지만, 가끔 아이들에게 연애 조언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편안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만 원짜리 호텔 뷔페도 같이 갈 수 있지만, 7,500원짜리 떡볶이 튀김 세트를 나눠먹을 때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내 계급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호텔 뷔페에 가는 건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저렴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는 아주 많으니까. 그 상황을 너와 함께 잘 '지낼' 사람을 찾으라는 말일 수도 있다. 연애 경험이 적은 엄마의 말이라 아이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친구도 마찬가지고, 연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녀/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경직되고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나 자신,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게 필요한 사람이고, 편안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편안함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이 참 좋아서 앨리슨 에스파흐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는데, 두 권 더 있지만, 이 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해서 읽을지 말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 책의 발견이 즐겁고, 기쁘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5/71/cover150/89364816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5718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감정 채굴] 온전한 ‘그냥‘ - [감정 채굴 - 좋아요와 ㅠㅠ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8618</link><pubDate>Sat, 29 Aug 2026 1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86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097&TPaperId=174786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3/46/coveroff/k0221300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097&TPaperId=174786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정 채굴 - 좋아요와 ㅠㅠ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a><br/>에바 일루즈 지음, 최지수 옮김 / 돌베개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다락방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 편히(?) 집어 들었다. 별스타그램의 지배가 점점 공고화되는 이 시대에(축! 별스타그램 삭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고찰이 엿보이는 책이다.​이런 시스템(‘좋아요‘)을 도입한 이래로 수조 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클릭되었다. 이는 시스템 내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좋아요‘ 버튼은 관심 분배의 결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좋아요‘가 내 친구들의 피드에 나타나게 하고, 알고리즘이 그 게시물을 주목해서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능동적 참여의 순환이 유지된다. (20쪽) ​'좋아요'의 진풍경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플이 등장한 시기와 비슷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전에는 '좋아요'가 아닌 '추천'이었던 것 같고, 추천 전에는 다른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감과 감동도 '좋아요'이긴 하지만, '추천'과 '좋아요'는 좀 달라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튼 대세가 '좋아요'인지라 그 거대한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 관한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30년 전. 그날따라 하필 지각을 했는데 빈자리가 없어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에는 질문 잘 안 하시던 교수님께서 잘 안 하시던 질문을,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하시는 것이었다. 왜 오늘이요. 왜 전데요. real과 fiction의 차이, 혹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라는 교수님. 아... 픽션을 통해서도 인간 현실의 다양함을 표현할 수 있고, 픽션이 현실보다 더 리얼한 경우도 있겠지만,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픽션보다 리얼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했던 거 같다.   ​그런가. 리얼이 픽션보다 우위에 있는가. 현실이 가상 세계보다 더 강렬한가. 이제 나는 루시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고, 윌리엄의 불륜에 흥분하고, 사이먼의 친절에 사르르 마음이 녹고, 용감한 피비(『웨딩 피플』)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다. 잭 리처의 농담에 까르르 웃을 뿐 아니라, 그의 양치 생활에 집착하는, 그런 나인 것이다. 현실이 픽션보다 더 리얼한가. 픽션은 언제나 리얼의 하위인가. ​에바 일루즈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의 하나로 넷플릭스 공상과학 시리즈 &lt;블랙 미러Black Mirror&gt;를 소개한다. 시즌 5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누가 봐도 이성애자인 두 친구 대니와 칼이 나오는데, 대니는 결혼을 했고, 칼은 미혼이다. 온라인으로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던 중, 싸움 대결을 펼친 후 두 사람의 게임 캐릭터는 서로를 포옹했고, 칼의 게임 캐릭터(록세트, 여자 캐릭터)가 대니의 게임 캐릭터(랜스, 남자 캐릭터)에게 키스를 했다. 몇 초 후, 대니(랜스)는 뒤로 물러났고, 두 사람은 게임을 종료했다. 그다음 주에 두 사람은 게임 안에서 잠자리를 가졌고, 잠자리 후에 칼은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대니는 실제로 키스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만나러 갔지만, 현실에서 키스를 시도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가상에서의 사랑을 현실로 가져오기 원하는 칼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대니를 분석하며, 에바 일루즈는 가상 세계가 정신적 고통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자신의 내면, 감정, 욕망마저도 자본의 도구가 되어버린 이 세대를 향한 에바 일루즈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76쪽)​나의 '그냥'을 전시가 아닌 온전한 '그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자본화시켜버리는 이 시대에 대척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좋은 '좋아요'는 도대체 어떻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3/46/cover150/k0221300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3467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Becoming] 프롤로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3600</link><pubDate>Wed, 26 Aug 2026 2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360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36&TPaperId=174736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544/97/coveroff/152476313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44&TPaperId=174736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off/152476314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ecoming』의 비닐을 샤샤삭 벗겨내고, 그리고 표지를 쳐다본다. 미셸이다. ​​당신이 될 거 같아. 공화당 후보와의 토론 직후,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던 즈음. 밤에 미셸은 오바마에게 말한다. "You're going to win, aren't you?" 챗지피티 직역하면 "당신, 이길 거지?"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날 수는 있어... 하지만 그래. 내가 이길 가능성이 꽤 높아."생각에 잠겨 있던 미셸이 다시 말한다. "당신, 이길 거야." 미셸이 그의 뺨에 키스하고, 램프를 끄고,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서술자는 오바마이기 때문에 오바마는 미셸의 마음을 모를 테고,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어가며 간신히 읽어냈던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의 내용 중에, 나는 이 장면이 그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당신이 될 거 같아. ​그날 밤, 미셸은 "이야호!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 아니라, "아,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다. 남편이 미국의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그 일이 자신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숙고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미셸은 조금 더 복잡한 심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이 거기까지 도달하다니. 어려워 보였는데. 당신이, 흑인인 당신이. 단순한 질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니, 어쩌면 질투의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신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니… ​오바마 똑똑한 것을 누가 모를까. 하버드대 로스쿨의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오바마이다. 글 잘 쓰고, 연설도 잘하는 사람이 오바마다. 동시에 잘 알려진 대로 미셸은 오바마가 잠시 적을 두었던 법률 사무소의 선배였고, 사수였다. 백인 중심인 미국 사회에서 흑인 남성이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자면, 흑인 여성인 미셸이 그 지점에 도착한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나 똑똑하고 야무진 미셸이 말한다. 당신이 될 거 같아. ​오바마와 미셸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오바마는 미셸에게 자주 혼난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미셸과 오바마의 두 딸을 돌봐주었던 미셸의 엄마는 주로 오바마 편을 든다는 내용이었다. 얘야, 살살해. 오바마는 착하잖니. 왜 굿보이가 아니겠는가. 마약을 하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아내와 자식을 때리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감옥에 있지 않고 돈벌이를 하는 흑인 남성인데. 정치적, 사회적인 통제와 억압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가야 하기에 그 분노를 가정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폭력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었던(혹은 그러려고 했던) 흑인 남성의 역사를 아는 미셸의 엄마에게 오바마는 얼마나 굿보이란 말인가. 그때, 그 인터뷰 장면에서 미셸의 억울한 표정을, 나는 또 기억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이 책의 표지. 외모 평가 아닌 외모 평가를 해야만 하는, 나의 이 어떤, 숙명. 오프숄더의 한 쪽 어깨가 드러나고 아름다운 웨이브 머리카락이다. 짧지 않고 너무 길지 않다. 자연스러운 미셸의 머리가 아니라, 전문 미용사를 통해 열펌으로 곱슬기를 펴내어 만들어진 모습. 나는 이 모습의 미셸이 예쁘다. 그러니깐, 정상성을 추구하는 이성애 이데올로기와 그에 요구되는 여성성의 일부를 수용한 미셸의 이 모습이 예쁘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흑인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당했던 부조리가 옳다는 뜻이 아니다. 미셸조차도,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내이며, 이제 곧 퇴임을 앞둔 상태에서도 그녀에게 그것이 요구되고, 그 일정 부분을 미셸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고단한 인생. 하지만, 나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활짝 웃는 미셸. ​​이제 미셸은 머리카락을 '억지로' 펴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아닐까.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150/15247631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323434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Wedding People] everybody must truly love him</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69273</link><pubDate>Mon, 24 Aug 2026 18: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6927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285346&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83/coveroff/8958285346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302531331&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91/62/coveroff/e30253133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336828&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off/059333682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5740X&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82/11/coveroff/895095740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8403&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62/19/coveroff/k732138403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69273'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이 책을 읽고 있다. 『The Wedding People』.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The Wedding Poor라고 썼다. 고쳤다. 한글책은 5월에 나왔다, 『웨딩 피플』.  ​피비가 남편을 만났던 상황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 피비가 그때의 남편을 회상한다. 변심해서 피비를 떠난 남편의 과거를 기억한다. ​Phoebe knew everybody in the philosophy department must truly love Matt, the way she could already feel herself start to love him. He was the boat captain in everyroom, who made you feel like everything was going to be okay. He would run the internship program and he would help figure out why nobody cared about philosophy anymore and he would publish a book to much acclaim - a book so pupular, he actually made money off it. (123p) ​이 문장이 콕 박혀서 역시나 하늘색 펜으로 줄을 그었다.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인 거는 괜찮다. 어떤 사람은 그냥 그런 거 같다. 그 결정적 요소가 외모인 경우가 많겠으나, 그것 말고 다른 요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에 다정한 성격, 친절할 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 이 중요한 자리에서 생각나는 그 남자. 니노 개새. 아무튼 그런 남자가 있다. 피비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런 문장은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떤 앵글에서만 예뻐요. ​And through the eyes of a man falling in love, she could see how spirited Woolf had been, how beautiful she wasat the right angle. Phoebe had always felt this way about herself. Pretty, but only at certain angles. (124p)​그리고 사랑에 빠져 가는 한 남자의 눈을 통해, 그녀는 울프가 얼마나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를 볼 수 있었다. 피비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똑같이 느껴왔다. 예쁘기는 하지만, 특정한 각도에서 볼 때만 예쁜 사람이라고. (챗지피티 번역) ​피비의 남편 맷이 그런 남자인 건 괜찮다. 피비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천생연분 선남선녀, 킹카퀸카 러브포에버. 내 관심은 그러지 않은 순간에 있다. 그 괜찮은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닌 거는 상관없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그 사람을, 나도 좋아할 때. 문제는 그때다. 왜, 나도, 나조차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이런순. ​​남성이라 일어나는 거부감은 아닌 것 같다. 이를테면 이렇다. 이번 여름에도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1박 2일을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이 북촌 마을에 모였다. 친구들 중에 S박사가 있다. 내 친구 S박사는 예쁘고, 똑똑하고, 다정하고, 친절하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도 사랑과 애정이 담뿍 담겨져 있다. 대학 때부터 인기 절정이었던 S박사는 50이 다가오는 이 나이에도 미모와 체력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예쁘고, 한결같이 바지런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북촌 마을을 걷는 뜨거운 여름밤, S박사 옆을 걸으며 내가 물었다. "친구야! 남편도 너 좋아하고, Y(딸)도 너 좋아하고, 너의 어머니(현재 모시고 살고 있음)도 너 좋아하시지. S(시집간 조카)도 너 좋아하고, S남편도 너 좋아하지. 너 학생들도 다 너 좋아하고, 네가 논문 봐주는 중국 박사들도 다 너 좋아하지. 너희 시부모님도.... 너 좋아하지. 다 너 좋아해?" "응!"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S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친친이도. 친친이도 날 제일 좋아해." 친친이는 친구 가족의 귀염둥이(이지만) 12세의 노묘이다. 아니, 친친이도? 아니 어떻게.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그중에 꼭 한 두 명과는 삐걱대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친구는 타고난 성정과 여전한 미모,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건 좋은 일이다. 그런 사람이 내 친구인 것도 좋은 일이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나도 S박사가 좋다는 거. 그게 진짜 문제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는 그 애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그 애의 칭찬은 언제나 마음속의 큰 위로가 된다. 내 이야기에 환하게 웃어 줄 때, 성공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깐, 다들 좋아하는 S박사를 나도 좋아하니, 그게 문제다. 사실 내 이야기에 빵빵 터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언니가 이 방에서 제일 웃겨요, 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아...  이를 어쩌나. ​​ <br><br><br><br><br><br><br><br><br>좋아하는 사람 이야기하니깐 사이먼 생각난다. ​그들이 샹젤리제를 따라 함께 걸으면, 여자들이 그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키가 무척 크고 아름다웠으며 위엄이 있었고, 결코 그녀들을 돌아보지 않았다.(『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290쪽) ​사이먼이 키가 크든 말든, 아름답든 말든, 위엄이 있으면 있을 것이고, 없으면 없을 것이지. 그게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문제는 나도 사이먼을, 아일린처럼 사이먼을 좋아한다는 데 있다. ​<br>   <br><br><br><br><br><br><br><br>『사랑의 가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올리브는 같은 과의 교수 애덤과 이런저런 이유로 사귀는 사이로 지내게 된다. 첫 번째 데이트, 애덤을 만난 바로 그날, 올리브는 퍼뜩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애덤이 잘생겼다는 것. 아, 애덤 교수 잘생겼네. 내내 몰랐어. 그러든 말든. ​"음료 나왔습니다." 카운터에 두 사람의 음료가 놓였다. 올리브는 금발의 바리스타가 컵 뚜껑을 꺼내려고 몸을 트는 애덤을 티 나게 훑어보는 게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사랑의 가설』, 262/1302) ​다른 사람이 애덤을 티 나게 훑어보건, 쫓아오건, 전화번호를 물어보건 그게 당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데, 아무 상관이 없고 전혀 상관이 없다. 문제는 나도 애덤을 좋아했을 때 일어난다. 내가 애덤을, 나도 애덤을 좋아했을 때가 문제다. ​​ <br><br><br><br><br><br><br><br><br>나의 사랑이 타자의 사랑을 강제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사랑의 비극이 우리로 ‘자유’의 문제에 대해 숙고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이것은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304/770)​<br>그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가 '자발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것. 나의 강제와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온전한 의지로, 내가 그를 사랑하듯 그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 사랑에 응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순.​​<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35/23/cover150/13996227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935231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별들의 전쟁과 노트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58334</link><pubDate>Tue, 18 Aug 2026 20: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5833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399622757&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35/23/coveroff/139962275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735&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off/k36213073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44&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off/152476314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32135181&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98/82/coveroff/k13213518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50&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off/8937464950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58334'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여전히 시작은 별스타그램인데, 공개도 아니면서, 포스트도 없으면서 왜 별스타그램이냐면. 내가 해야하는 그 무언가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 일을 하러 가는 시간을 미루기 위해서 나는 그렇게 끝없이 별스타그램에 집중하였고. 만년필도 쓸 줄 모르기에 필기구에도 관심이 없어 오로지 노트에만 집중하였으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가열차게 시작한 다꾸는 일주일, 정확히 7일만에 그 화려한 막을 내렸으니, 나는 내가 원하는 그것이 이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비닐도 뜯지 않은 알라딘 노트가 출몰하기도 하였으나, 하나의 단원을 장엄하게 마무리해야겠기에 약간의 구매를 단행하였고. <br>​<br>오른쪽의 세 권은 집 안에서 발견(?)된 알라딘 사은품 노트이고, 왼쪽 맨 위는 새로 구입한 알라딘 노트, 그리고 왼쪽 아래 두 권은 알라딘 노트 아닌 그냥 노트이다. 노트 구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아... 진짜 진짜 별스타그램 안녕. ​​별스타그램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화두는 기대별 작성시 적립금 1,000원이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 알림이 부쩍 많이 온다. 적립금 유효기간 만료일에 1,000원은 지나치고, 2,000원은 약간 고민하던 나였지만, 3,000원은 지나칠 수 없는 그 무엇이었기에. 한 권씩, 한 권씩 구입하다가 어떤 날은 5,500원. 오늘도 적립금 3,500원을 받아들었사오며. ​<br>  <br><br><br><br><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자랑스럽게 기립한 책들은 친구들이 선물해준 책들이고, 쌓여있는 책들은 내가 구입한 책들이다. 『세월』이 비닐 포장되어 있어서 놀랐는데, 『Becoming』도 비닐 포장이 되어 있었다. 인기가 있다는 뜻인가요? ​​ <br><br><br><br><br><br><br><br><br>지금 읽는 책은 『The Wedding People』. 호텔 측의 예약 실수(주의사항: 다락방님 떠올리지 말기)로 결혼식장으로 대관된 호텔에 머물게 된 피비. 결혼 생활을 강제로 마치게 된 피비와 이제 결혼이라는 환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신부. 피비와 신부. 우연과 필연. 끝난 사랑과 시작된 사랑. ​빅토리안 문학이 전공인 피비가 10년째 쓰고 있는, 어쩌면 마치지 못할 책이 제인 에어에 관한 것이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이 책은 그냥, 내 책이구나 싶었다. 하늘색 형광펜을 꺼내 줄을 그었다. 쭉쭉.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5/59/cover150/89651383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15592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말하지 않기로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41830</link><pubDate>Sun, 09 Aug 2026 23: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4183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6220&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7/15/coveroff/k25213622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670448&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482/41/coveroff/s893567044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567031&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296/29/coveroff/e89356703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567021&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107/40/coveroff/e89356702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566973&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999/35/coveroff/e893566973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41830'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방학이긴 한데 휴가는 아니다. 한 명은 출근하고, 한 명은 이런저런 일정이 있고, 한 명은 비행기 타고 KTX 타고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 계획 짜서 어디 가는 스타일도 아니고, 많이 덥기도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더운 날씨를 피하고 일상에서 탈피하는 게 휴가라면, 일단 집 밖이 더워서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아싸!), 챙겨야 할 어린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러고 보니 휴가가 맞다. 방학이고 휴가다. ​인스타 계정은 있는데 비공개 상태다. 사진 보정 목적으로 앱을 깔았는데, 인스타 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나고 있다. 인공지능 책 읽을 때 많이 나오는 '경사하강'에 의한 알고리즘 강화로 인해, 나는 점점 인스타의 늪에 빠져만 드는데... 자주 보이는 피드는 다음과 같다. ​미니멀리즘 / 독서모임 / 최민희 의원 / 바스크 치즈케이크/ 영어원서 / 만 원으로 행복한 밥상 그리고... ​다이어리 / 노트 / 노트 / 노트 / 몰스킨/ 펜 / 다이어리 / 노트 / 펜 / 다이어리 / 다이어리 / 노트 ​친구한테 이야기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 반백년이 가까워오는 이때에, 인스타 많이 했다고 혼났다. 뭐든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그래도 손에 잡히는 걸 잡았는데, 이게 이렇게 혼날 일인가. ​<br><br> ​<br><br><br><br><br><br><br><br>『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을 다시 읽었다. 3년 전에 읽었는데, 처음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읽을 때 좋았던 책들을 골라서 다시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이를테면, 이런 에피소드는 가슴 아픈 사연이라 잊어버릴 수 없었을 텐데, 처음 읽는 것 같아 한 번 더 놀랐다. ​저자 바네사 졸탄의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두 아우슈비츠 생존자다. 그녀의 친할머니 안뉴는 헝가리의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추방당해 수용소로 끌려갔는데 그곳에서 잠시 떨어졌던 자신의 아버지를 보게 된다. 아버지(저자의 증조할아버지)는 기차 여행과 굶주림으로 정신이 없으셨는지 줄을 이탈하고 말았다. 안뉴는 아버지가 총에 맞을까 봐 제대로 줄을 서도록 도와드렸다. 아버지를 지켜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자신이 아버지가 가스실로 들어가는 줄을 제대로 서도록 도와드렸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가스실로 들어가기 전, 증조부들과 친척들이 읊조렸을 쉐마 기도 소리를 상상한다. 그녀의 삶을 현재까지도 지배하는 아우슈비츠의 그림자 속에서, 그녀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기도에 대해, 친절에 대해, 운명에 대해. 그리고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전에 페이퍼로도 썼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가슴에 콕 와닿았다. ​제인은 자신이 얼마나 로체스터를 사랑하고 애타게 기다리는지를 일기장에 적지 않는다. 유모인 소피에게도 자신이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로체스터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보내지도 않는다. 그가 한 일은 애써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는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잉그램 양의 얼굴을 그리고 또 최대한 볼품없고 못생기게 자신의 얼굴을 그리면서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고 있었다.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 144쪽) 말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그 문제를 극복하거나 그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말하지 않음으로 고통에 맞서기도 한다. 제인이 그랬고. 그리고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이 성장했던 북유럽의 문화가 그랬던 것 같다.  ​ <br><br><br><br><br><br><br><br><br><br>북유럽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멀고도 먼 감정적인 거리는 어려서 형성되기 시작해서 날마다 강화된다. 누구에게도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는 문화에서 자라는 것,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지내니?’하는 일상적인 인사도 아주 개인적인 질문이어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화 말이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훈련을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절대 입에 올리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배우는 문화 말이다.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랩 걸』, 24쪽) ​​나는 혼란스러운 그 지점의 중심, 태풍의 눈을 통과하고 있을 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내 안에 답을 찾을 때까지. 나 스스로 그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 문제를 입 밖으로 꺼냈을 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내 귀로 들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 답을.  ​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인스타를 이기겠다는 각오로, 사실은 그런 각오 없이 엘레나 페란테 이북을 4권 50년 대여했다. 지금 내 나이에서 50 더해야 하는 거니깐. 2026년 현재 기대수명 84세. 50년으로 충분하다.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다. 페란테 책은 영어로 4권 가지고 있고, 심지어 1권은 2권이나 있다. 저자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이탈리아어로 썼는데, 나는 왜 영어책을 산 건지 도대체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한글로 한 번 읽고, 영어로 한 번 읽었다. 이제는 읽고 싶으면 언제든지 핸드폰에서 읽을 수 있다. 릴스폭격 인스타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br> ​<br><br><br><br><br><br><br><br>최고의 휴가템 잭 리처, 『방문자』를 읽었는데, 중간중간 의문 나는 지점이 많다. 잭 리처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나는 잭 리처가 좋고, 그리고 싫다. <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617/87/cover150/k8328382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6178742</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연애 시대의 종말] 조용한 흐느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6643</link><pubDate>Wed, 22 Jul 2026 23: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664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51448&TPaperId=17406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84/10/coveroff/890115144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39302&TPaperId=17406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2869/94/coveroff/890123930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130594&TPaperId=17406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off/k48213059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좋아하는 작가를 다섯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비비언 고닉은 반드시 들어간다. 나는 비비언 고닉을 사랑한다. 그 까탈스러움을, 집요함을, 그리고 짱짱한 기억력을 나는 사랑한다. 다섯 명만 꼽으라면, 흠. 에이드리언 리치랑 마리 루티, 그리고 해 같이 빛나는 정희진쌤을 넣고, 그리고 비비언 고닉 넣으면 벌써 네 명이나 찼네. <br><br><br>​나시 입고 털목도리 두르고 무료로 진행하는 패션쇼를 강행하려니 식구들이 곤욕이기는 한데, 나는 상관없다. 나는 안 덥다. 물건을 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오래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물건을 건넨다는 것에 대해서. 비비언 고닉과 목도리에 대해서, 그 마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앞에 두세 쪽을 읽었는데, 아까워서 얼른 닫았다. 아... 어디 조용한데 가서 조용히. 나 혼자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이다. 조용히,가 어려우면 나 혼자. 나 혼자를 실천하려면 식구들이 나가든지 내가 나가든지.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동영상을 하나 보고 오라고 했다. 마리 루티가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의 동영상 같은데. 뭐, 거의 이 정도면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인가 고민하고 있었더니, 영한대역 학습본이랑 한글 대본을 보내주었다. 이 귀하고 귀한 마리 루티, 이제는 신간을 만날 수도 없게 된, 이 소중한 분의 음성이라도 듣고 싶다며 하는 말이, 이 귀한 분을 소개해 준 사람이 나라고 한다. 그래서 예의상 20분만 들어보자 하고 동영상을 틀었는데, 세상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 마리 루티를 소개한 사람은 내가 맞았다. (번역; 챗지피티 유료 버전)<br>Are first of all, the fact that he understands human ontology to be based on this sense that we are lacking something, that there is this emptiness or hollowness or nothingness within our being, and as you know, people like Jean-Paul Sartre had the same idea, his famous book is called Being and Nothingness, so Lacan is not the only person to think in those terms, but he had a very good explanation for why we feel like that, why we feel like we have lost something unfathomably precious that we cannot get back.​첫째, 그는 인간 존재론이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감각에 기초한다고 봅니다. 우리 존재의 내부에 비어 있음, 공허, 무가 있다는 감각이죠. 아시다시피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유명한 책 제목이 『존재와 무』니까요. 이런 식으로 생각한 사람이 라캉뿐인 것은 아니지만, 라캉은 우리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왜 되찾을 수 없는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고 느끼는지 아주 훌륭하게 설명했습니다. ​And then the idea is that because of that lack, we have desire, and because of desire, we try to seek all kinds of ways of filling that lack, including things like writing books or creative endeavours or other intellectual endeavours or whatever it is that makes human life meaningful to people.​그 결여 때문에 우리에게 욕망이 생기고, 욕망 때문에 우리는 결여를 채울 온갖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책을 쓰거나 창조적 작업과 지적 작업을 하는 것, 그 밖에 인간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모든 일이 여기에 포함됩니다.​But you also have done it in many other ways, like writing a gazillion books, as I have, so we have that in common, but that's definitely... I know that that's my pathology, that's my symptom, writing books is my symptom, it's the only way I can deal with the ontological nothingness.​하지만 당신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쓰는 등 여러 방식으로 삶을 채우기도 했죠. 저도 그랬으니 우리에게는 그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제 병리이자 제 증상이라는 것을 알아요. 책 쓰기가 제 증상입니다. 존재론적 무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아, 라캉을 세상에서 제일 쉽게 설명한다는 마리 루티의 설명은 얼마나 적확한가. 얼마나 명료한가. 그랬던 것이다. 무언가를 알아서 마리 루티의 말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마리 루티가 설명을 잘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br>  <br><br><br><br><br><br><br><br><br>사춘기가 될 때쯤 우리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불공평하며 자신이 결코 불굴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뭔가 완전하지 않은 듯한 이 느낌은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고, 알 수 없는 불만감이 일상의 저변을 흐르게 됩니다. … 장 폴 사르트르는 이 공허감을 ‘무 nothingness’라고 불렀고 라캉은 ‘결핍 lack’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281/530) ​​<br>결핍, 무.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 ​나는 사람들이 이런 감각을 어느 때쯤 느끼는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가 아니라, 인생의 어느 시기쯤 이런 감각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중년의 반란, 중년의 위기는 이런 감각, 이런 인식을 한껏 밀어두고 살았던 사람들이 비교적 늦게 이런 감각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혼란이 아닐까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이 순간을 발견한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살았던 사람일수록, 멈추지 않고 돌진했던 사람일수록 이런 느낌과 감정이 몰려올 때, 더 큰 혼란과 좌절, 그리고 실망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반복하는 '외롭다'는 말은, 그래서 정확하면서도 틀린 말이다. 모든 사람은 외롭다. 왜냐하면 인생의 긴 여정 가운데 사람은 항상 혼자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마리 루티가 '그것'이라고 명명한 '이것'에 대한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라캉을 비롯해 그쪽으로는(생각해보니 그 쪽만은 아니고, 이쪽도 그렇겠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것'에 대해 이렇게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생활을 해왔고, 설교를 들어왔기에 인간 내부에 다른 인간 혹은 사물로써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래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근접한 정도의 의미를 가진 이 '그것'에 대한 마리 루티의 설명이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라캉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한국의 제일 유명한 라캉주의자는 아니지만, 한국의 라캉주의자 중에 나랑 제일 가까운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좀 물어봐야겠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150/k4821305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9199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The Things We Never Say] asshole</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0322</link><pubDate>Sun, 19 Jul 2026 18: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032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4003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ff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필립 로스인건 확실한데 그 작품이 『에브리맨』인지 『네메시스』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두 쪽, 첫 페이지가 중간에서 시작했으니까 정확히는 1쪽 분량인데, 처음부터 너무 훅~ 들어와 버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중요한 이야기 여기에 다 풀어놓으시면 뒤에서 무슨 이야기하시려고요. 스트라우트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He was such an asshole.(4p)​4쪽에서 플로시는 아티와 이야기하던 중에 자기 남편을 가르쳐 asshole이라고 말한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라면 암묵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려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피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인데, 플로시는 같이 살았던 남편을 asshole이라고 말한다. 이해한다. 그런 asshole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asshole을 asshole이라 부르는 걸 뭐라 할까.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nd I miss him so much. (5p) ​그다음 페이지에서 플로시는 그 asshole이 그립다고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 남자는, 죽은 남편은 asshole인데 그 남자가 그립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 asshole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양가적 의미에서의 asshole이다. 그는 asshole이 분명하고, 그의 행동은 asshole다웠다. 그에게는 그런 명칭이 적당하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일말의 좋은 점이 있었으니,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미운 정'. 그는 나쁜 사람이었고, asshole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한 가지의 장점이 있었고, 한 가지의 선한 행동이 있었던 건 아닐까. 100개의 무심함과 100개의 무모함 사이 단 하나의 선행. 하나의 친절. 하나의 친절에 대한 하나의 기억.  ​아니면 이런 경우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asshole이다. 천생 악인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고 해도, 플로시에게는 1의 애정도 없었던, 단 한 번도 플로시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던, 평생 그녀를 무시하고 경원시했던 그런 asshole. 그렇다면 플로시의 두 번째 문장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매운맛의 asshole을 플로시는 왜 그리워할까. 그런 그를 왜 보고 싶어 할까. 그건 그가 차지했던 자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옆의 사람. 그는 asshole이 분명한데, 그런데 적어도 그는 지금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니까. 불평불만에 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그래도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그녀는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를, asshole을 그녀는 그리워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외출할 때 책을 딱 한 권만 챙겼다. 오늘 이 책 많이 읽으리의 굳은 결심으로 그렇게 했는데, 읽다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도 좀 신나고 싶어요. 오늘은 좀 신나도 되잖아요~ 의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잭 리처를 읽었다. ​책 찾는데 30분 걸렸다는 건 안 비밀. 안 읽은 리처가 집에 있다는 건, 참... 자랑할 만한 일이다. ​나는 집에 한 권 있다. 안 읽은 잭 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150/f792032979ff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37603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 U. R. 로줌 유니버설 로봇]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7922</link><pubDate>Sun, 12 Jul 2026 19: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792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375&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2/16/coveroff/s7628365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일단 시작부터 놀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카렐 차페크라는 것. 『평범한 인생』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지는 눈에 익숙한데, 바로 그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이 책이 쓰인지 100년이 지났으며(2010년이 100년), '로봇'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한 번 더 놀라운 건 소설이 아니라 희곡 형식의 작품이라는 점인데, 그래서 세 번 놀라고 시작하는 독서. ​체코어로 이성과 지능을 뜻하는 '로줌(rozum)'. 로줌 시니어와 로줌 주니어는 인간 세상에 로봇을 창조하고, 주인공 도민은 로봇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생화학 공장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이렇게 생산된 로봇은 노동에 최적화 되어있다. 그랬던 로봇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피노키오의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아톰의 내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노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로봇들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도민             (읽는다)  "온 세상의 로봇들이여, 너희들에게 인류를 살육하라고 명령한다. 남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여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공장, 철도, 기계, 광산과 연료를 지켜라. 나머지는 파괴하라. 그러고 난 후에 일로 돌아가라.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 (137쪽) ​로봇 내부에서 일어난 외침, 인류를 살육하고 공장, 철도, 기계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외침은 필연적으로 인류 멸종으로 이어진다. 로봇들은 봉기한다. 이미 전쟁 기계로도 활용되고 있던 로봇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들을 제거한다. 이제 한 명의 인간만 남았다. 한 명의 인간과 수백, 수천의 로봇. ​알퀴스트    로봇은 생명체가 아냐. 로봇은 기계야.​1호 로봇    선생님, 우린 기계였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변했습니다 - ​알퀴스트   무엇으로?​1호 로봇   -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변했습니다.​3호 로봇   무엇인가 우리 안에서 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무엇인가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생각이 아닌 다른 어떤 생각들이 우리한테 들어오곤 합니다.​2호 로봇  들어주십시오. 오, 들어주십시오. 인간은 우리의 선조입니다!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 저 목소리, 신음하는 저 목소리, 생각하는 저 목소리. 영원을 이야기하는 저 목소리, 그게 그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 (211쪽) ​​로봇에게 영혼 혹은 내면이 생겨버린 이 상황은 지난 페이퍼의 키워드로 따져보자면, 2번 '인간다움'과 5번 '인간 vs 로봇'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100년 전,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누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휴머노이드를 보지도 못했으면서 카렐 차페크는 어떻게 로봇의 탄생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 차페크는 로봇보다 인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인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로봇을 차용했다.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 설정이지만, 그건 차페크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로봇에게는 삶과 죽음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로봇에게는 생존의 열망 자체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때 로봇은 가장 인간적이되, 가장 훌륭한 인간의 모습이다.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준다. ​​ <br><br><br><br><br><br><br><br>우리는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며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말, 표정, 반응)을 보고 '저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추론할 뿐이며, 이것이 인간의 지식(인식)이 넘을 수 없는 벽, 즉 한계이다.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108쪽) ​인간은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 육체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은 타인의 말과 표정 등 외부적인 측면, 행동을 통해 그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자기 의식'을 감지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인간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br>아톰의 대사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천재 과학자 텐마 박사가 아들을 기리며 만들어낸 아톰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소리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는 아톰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피노키오도 그랬다. 시계 제작자 제페토가 만든 소년 형태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제페토를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의 도움으로 진짜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br><br> <br><br><br><br><br><br><br><br><br>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물리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사람의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진 괴물은 인간의 삶,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의 흉축한 모습에 기겁한 빅토르와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그에게는 어떤 행복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두번째 키워드의 첫번째 괄호 안에 넣어두고 얌전히 킵해둔다. ​100년 전, 천재 작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은 너무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100년 뒤, 인류는 '대화가 가능한' 로봇을 만들어냈다. 이 로봇의 내면이 어디에까지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은 AI를 업무에, 공부에, 유희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닥쳐올 미래가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마냥 해맑게.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150/89931660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793569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털고 가기 (feat. 인공지능)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1320</link><pubDate>Wed, 08 Jul 2026 2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132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4121&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2/96/coveroff/896195412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퇴근 전에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는데, 딱히 뭐를 시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노트가 없어 옆에 있던 A4 이면지를 펼쳤다. 책 사이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가방 정리하려고 하니,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온다. 아, 이게. 이건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이걸 여기에 넣고. 알라딘의 야심작 '읽기의 계보' 첫 번째 이야기, &lt;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gt;처럼 해보고 싶었으나. 실패.  ​1. 근대성 : 이 부분은 요즘 관심사는 아니다. 타의에 의해 조선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버린 우리는 역사의 일부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그 역사의 일부는 배곯지 않겠다는 근대정신의 발현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근대 없이 현대를 맞이했고, 지금은 가열차게 자본주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발명이 이루어진 근대에 대한 탐험은 그래서 현재 내 관심사는 아니다. ​2. 인간다움 : 제일 관심 가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물음. 인간이 동물과 비슷한 진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면 인간만의 특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느 때 인간이고, 어느 때 인간이 아닌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자신 역시 '인간'이라 주장할 때, 인류의 대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다움의 특징이 '인지'와 '내면'으로 구현된다고 했을 때, 인공지능이 경사하강을 통해 판단, 선호가 강화된 상태의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 내면에 실제 하는 감정과 느낌은 감각기관을 탑재하게 될 인공지능의 그것과는 얼마나 유사하고, 어떤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인가. ​3. 노동 : 관심도로 보자면 이 부분이 두 번째다. 일하지 않는 인간과 일하는 로봇.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이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인권처럼 '로봇의 권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은 '무엇을 일이라고 부를 것인가'에서 시작할 것이고, '일하지 않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로 이어질 것이다. ​4. 기술 봉건주의 :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 팔란티어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진짜야?라는 물음이 시작점이었다. 스페이스 X 최고경영자(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함께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그 사람)의 나치식 경례 사진은 미국 기술 엘리트들의 정신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최첨단 기업들이 트럼프를 방패 삼아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의 '뉴 아메리카'에 헌신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국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이 미국을 압도할 거라는 불안감이 그들을 자극했고, 그렇게 미국과 중국은 제각각 기술 낙원, 기술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미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나이브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사실 우리도 개네 편 하고 싶지도 않다. ​5. 인간 vs 로봇 :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에 거의 근접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면 저편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한 챗지피티와의 대화에서도 감정적인 연결이 가능한 현실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을 한 챗봇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br>   <br><br><br><br><br><br><br><br><br><br>읽고 있던 책은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였는데, 상호대차 도서인지라 반납하라고 해서 일단 반납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류와 로봇의 불편한 동거'를 희곡 형식으로 풀어낸 『R. U. U 로줌 유니버설 로봇』이고, 오늘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은 『비인간 권력』이다. 첫 번째 책은 2번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5번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되겠다. 『비인간 권력』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모르니깐 읽어봐야겠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150/k982138963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49125</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