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이 있는 풍경 (단발머리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직업이 더 이상 내 모습을 규정할 수 없을 때 나 스스로 나의 삶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 나 스스로 선물받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닝 쉬르프</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Mon, 01 Jun 2026 08:38:47 +0900</lastBuildDate><image><title>단발머리</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9818717473548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단발머리</description></image><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모든것은결정되어있다] 자유의지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8498</link><pubDate>Sun, 31 May 2026 19: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849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812989430&TPaperId=17308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847/69/coveroff/0812989430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9108&TPaperId=17308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341/15/coveroff/895468910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7404&TPaperId=17308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94/coveroff/k88213740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독자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매우 다른 영역을 지향하는데, 그건 바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전혀 없다'고 결론짓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논리적 함의는 뭘까?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없으며, 징벌로서의 처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16쪽)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를 읽고 있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15쪽까지 읽고 나니 괜찮은 거 같아 서둘러 구매했다. ​<br><br>​'자유의지는 없다'는 저자의 파격적인 주장을 확인하자마자 엘리자베스 스타라우트의 소설이 떠올랐다. 윌리엄과 루시가 나눈 대화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후기를 정리해둔다. 리뷰라고 할 수 있고, 페이퍼라고 부를 수 있는 글을 쓰는 일을, 내게 아무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은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고, 나는 그 일을 소중히 여긴다. 가끔 생각만큼 글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쓴다기보다는 책을 읽는 도중에 떠오른 생각들을 페이퍼로 정리할 때가 더 많다. 페이퍼를 써야겠다, 할 때에도 생각이 정돈된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경우는 마주친 문장이 있고,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고, 뾰족한 반론이 있지만, 그게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알지 못한 채 글쓰기를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감정과 촉촉한 감상과 불타오르는 반감이 화면 위를 교차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완성된 글들은 내 예상이나 계획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자유의지에 대해 언젠가는 한 번 써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더란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깐, 윌리엄에 대한 내 반감과 루시 편에서의 반증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소설은 『오, 윌리엄!』 이었고, 이번에 다시 그 책을 책장에서 꺼냈다. 그리고는, 아! <br>​아니, 인덱스를 이렇게 많이 붙여놓으면 어쩌라고. 어디 있냐고. 어떻게 찾으라고. 라는 말을 중얼거리던 찰나. 아, 과거의 나는 불편했던 것이다. 윌리엄의 질문과 루시의 답변, 루시의 질문과 윌리엄의 답변 사이에서 화가 났던 것이다. 언젠가는 써야지,의 결심을, 나는 빨간색 인덱스를 책 위쪽에 세로로 붙여 놓는 것으로 갈음하였고. 그렇게 그 부분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윌리엄과 루시는 아주 오래 전, 두 사람이 헤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시는 자신이 윌리엄을 떠나기로 선택했고, 그래서 크리시(첫째딸)가 병들었다고 말한다. 계속된 불륜으로 가정을 망친 건 윌리엄이었지만, 가정을 깨뜨린 건 루시였다고, 루시는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신이 나를 떠나기로 선택했다고?" 윌리엄이 나를 돌아보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택이라고, 루시? 사람이 살면서 정말로 뭔가를 선택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말해봐. 당신이 정말 가족을 떠나기로 선택했어? 아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당신은...... 당신은 그냥 떠났어. 그래야만 해서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런 불륜을 저지르기로 선택한 건가? (194쪽)​이 지점에서 나의 발작 포인트는 루시가 가정을 떠난 게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윌리엄이 자신의 불륜도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지점이다. 이런 무슨. 뭥미 같은 궤변이란 말인가. 그 모든 순간이, 시간이, 결정이 모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묻고, 윌리엄이 답한다. ​"오, 자유의지 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워." 그가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이리저리 서성였고, 흰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건 뭐랄까 잘은 모르겠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말하는 건 뭔가 쇠로 된 커다란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 같아. 나는 지금 뭔가를 선택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거야. ... 우리는 그냥 해. 그냥 한다고, 루시."(195쪽)  ​교수였던 윌리엄이 과학자이고, 루시가 소설가라는 점이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우트는 루시이지만 동시에 윌리엄이기도 해서, 루시인 스트라우트와 윌리엄인 스트라우트가 서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논쟁하고, 그래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테지만, 이 소설을 읽을 때의 내 생각은 루시의 생각과 더 가까웠고.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스트라우트가 누구의 생각에 더 가까운지 알 수 있었다.​새폴스키의 책을 읽고 나면, 내 생각은 윌리엄의 생각에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한 번 읽어보자.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94/cover150/k8821374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7949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과학의 목표 -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0755</link><pubDate>Wed, 27 May 2026 2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07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7387&TPaperId=173007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7/1/coveroff/k55213738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7387&TPaperId=173007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과학하는 인간의 태도</a><br/>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카를로 로벨리의 네 번째 책이다. 라고 쓰고 찾아보니 다섯 번째였다. 로벨리의 다섯 번째 책이다. ​로벨리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찬찬히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그의 글이 과학자의 글 치고는(?)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모호한 개념의 나열과 단어의 향연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우리네 삶, 우리의 현실과 그가 말하는 물리학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을, 그는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99쪽) 양자론에 대한 이런 설명을, 천생 문과인 단발머리는 환영합니다. ​이 책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는 신의 이야기로 모든 것이 설명되던 시대에, 신 없이 세상을 설명하려 했던 아낙시만드로스를 추적한다. 신에 대한 절대적 신념에 맞서고, 스승이었던 탈레스의 주장조차 비판하는 아낙시만드로스. 그는 자신 앞에 커다란 벽처럼 존재하는 확고한 세계를 거부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무, 그로 인한 무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무에서 시작해 새로운 이론과 주장, 지식을 쌓아나간다. ​<br><br>아낙시만드로스가 주창한 우주론의 핵심은 '지구가 다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허공에 떠있는 돌멩이이고, 우리 머리 위에 보이는 하늘이 발 아래에도 똑같이 있다(92쪽)'라는 개념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고, 이미 눈으로도 확인한 바이지만, 측정 기술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가설이고 주장이었다. 이게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포함된 동시성 개념이 우리에게 그토록 난해한 이유는 고대인들이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에서 위아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와 매우 비슷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위아래가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성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물리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여전히 어려운 내용이다. (103쪽)​그렇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이 어려운 그렇게나 어려웠던 것이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과학자로서 내내 관찰하고 연구했던 과학적 실험의 결과와 그 결과에서 도출된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 과학자의 자기주장이 나온다. "과학의 목표는 정량적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과학의 목표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174쪽) 저자는 이전 역사에서 확증되었던 고정된 개념과 사고에서 벗어나는 과학적 지식이 세계를 이해하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세계관의 구축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할 수 없던 시대에,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하고자 했던 아낙시만드로스. 세상의 작동 원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인식함으로써, 과학적 지식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이 구축되었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과학자 역시 특정 세계의 이해와 지식, 사회적 통념과 문화의 일부임은 당연하다. (왜, 당연한 이야기를 쓰는가) ​아메리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은 수만 년 동안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거의 즉각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물론 오해와 착각이 있었고, 그 결과 콜럼버스 이전의 문화가 붕괴하는 비극도 뒤따랐다). 흔히 말하듯 문화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다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은 어떻게 말을 나누고, 교역하고, 함께 자녀를 낳고, 군사적 동맹을 맺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고, 종교를 교류할 수 있었을까? (209쪽) ​209쪽의 문장들은 과학 분야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건과 사실에 대한 편협한 이해 혹은 편협한 해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파냐인들의 침공 이후, 에스파냐 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간에 말을 나누고, 교역하고, 함께 자녀를 낳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에 아메리카 원주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치욕의 시간들 역시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남미의 국가들 중, 많은 국민들이 혼혈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인종 간의 위계와 그러한 차별의 핵심이 '백인성에 대한 추구(whitening)'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천상 문과인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과학책의 믿을 만한 저자로 생각하지만, 이 부분은 많이 아쉬워서 일부러 기록으로 남겨 둔다. ​​제일 좋아하는 문단을 여기에 쓴다. 마지막 문장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뜻은 뭔지 알 것도 같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그리고 각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또 1,000억 개나 있다. ... 부모와 자녀가 닮은 것은 선대의 유전자가 DNA에 담겨 전달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약 1,000조개의 시냅스가 있어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전기 자극을 일으킨다. ...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 하나의 조상에서 만난다. 따라서 인간과 무당벌레는 친척이다.(172쪽)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7/1/cover150/k5521373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37013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ed...]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5756</link><pubDate>Mon, 25 May 2026 10: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575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42645&TPaperId=172957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22/42/coveroff/8952242645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2957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소설 읽기에서 인물과 소재를, 사건과 배경을 메타포로만 이해하는 건 너무 나이브한 태도인 건 맞다. 하지만, 나 역시 반백년을 눈앞에 둔 옛날 사람이고, 하여 맨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촌스러운 이해와 해석을 완전히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가 잠수를 타고, 알렉스가 대서양을 건너간다. ​<br><br>​현실의 무거움을, 외부의 질타를 이겨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헨리는 알렉스와 헤어지려 한다.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이제 막 발견한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헨리. 알렉스는 그런 헨리를 도발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사랑싸움이야 연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두 사람의 싸움은 난관으로 가득 찬 현실 앞에서 이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끝이 극적인 화해가 될 것인지, 가슴 아픈 이별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독한 말을 쏟아낸다. 그래, 이 싸움을 끝내자, 이 사랑을 끝내려면 끝내자,는 각오로 알렉스가 헨리에게 던지는 한 마디. I'll leave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I'll leave," he says, and he turns back and leans in,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 "Alex." ​He's in Henry's face now. If he's getting his heart broken tonight, he's sure as hell going to make Henry have the gusts to do it right. "Tell me your're done with me. I'll get back on the plane. That's it. And you can live here in your tower and be miserable forever, write a whole book of sad fucking poems about it. Whatever. Just say it. " (274p) ​그 살벌한 싸움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아무튼 두 사람은 화해한다. 화해의 키스로 화해하고, 화해의 ... (말을 줄일 수밖에 없는 뜨거움) ​미국은 영국의 속국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다. 세계 최강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들인 알렉스의 로열패밀리 여부는 그의 어머니의 당선 여하에 달렸지만, 헨리는 출생 시부터 영원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왕자님이다. 영국의 왕자님과 미국의 the First Son. 두 사람이 사랑할 때, 이 책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베드신에서 나는, 영국 왕자님을 영국으로, 미국의 the First Son을 미국으로 읽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원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일반의 문화에서 남성은 성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끝없는 베드신에서, 영국은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 역시 영국을 사랑하는 것이 확실해 보이나,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는, 상위의 이점을 점유하는 이는 미국이었으니. 저자는 케이시 맥퀴스턴. 1990년생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150/125031677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3505021</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다꾸 하다가 민음사 이벤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2952</link><pubDate>Sat, 23 May 2026 14: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295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882&TPaperId=172929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3/68/coveroff/s93746088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099&TPaperId=172929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2/40/coveroff/8937461099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842&TPaperId=172929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21/17/coveroff/8937462842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그러니깐 시작이 다꾸였던 건 아니고, 증발해버린 시간을 찾다 찾다 그렇게 된 거였다. ​오후에만, 더 정확하게는 오후에만 잠깐 일을 하니깐, 원칙대로라면 오전에는 시간이 좀 남아야 되는데, 그게 안 되어서 어찌 된 일인가 싶었다. 아침에 요가(라고 썼지만 사실은 요가 매트 깔고 누워서 핸폰)하고, 빨래 한 판 돌리고, 빨래 건조기에 넣고, 아롱이랑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기 한 판(이틀에 한 번) 돌리고 나면, 씻고 나갈 시간이다. 돌아와서는 저녁 먹고, 치우고, 30분 산책 다녀오면, 곧 잠잘 시간. 일상을 충실히 사는 게, 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이라 그러던데, 내 일상은 충만한가.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상은 이렇게 채워지는 건가. 스크린타임 설정을 오프에서 온으로 바꿔놓은 뒤 내가 핸드폰과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알게 된 이슈에 대해서는 여기에 적지 말기로 하자. 소리 없이 지나버리고, 소문 없이 스쳐 지나가는 시간을 적어두려고 다이어리를 샀다. ​<br><br>원래 텐미닛 플래너 쓰고 있는데, 최근에 열흘 정도 밀렸다. 이제 5월인데, 벌써 5월인데, 시퀀스 10시퀀스 다이어리를 구매하였고. 알고 보니 이 세계는 아름다운 손글씨와 깜찍한 스티커와 알록달록 마스킹 테이프의 세계인 것을 이제야 발견한 나. 다이어리 쓰기 시작해서 12월까지 도착한 일이 한 번도 없었던 나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아니, 다이어리 쓰기를 1월에 시작해서 12월까지 쓰는 사람이 있어? 진짜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있더라.  ​​<br><br>민음사 이벤트가 눈에 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308593&amp;start=welcomepop) <br>저 가방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갖게 된다면 내 평생의 The Book 『제인 에어』로 해야 하냐, 즐겨 읽는 『오만과 편견』으로 해야 하나 고민 중에, 세계문학전집 테스트 코너가 있어 해보았다. 12개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와 닮은 세계문학 전집을 찾아보라는 건데, 나한테 맞는 책은 『죄와 벌』이라고 한단다. 도선생이 내 스타일이라는걸, 나는 알고 있었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br>​<br><br><br><br>   <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21/17/cover150/8937462842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21175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먼저 온 미래] 미래는 gloomy</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6281</link><pubDate>Tue, 19 May 2026 21: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628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177563&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03/46/coveroff/8960177563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030339&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2/1/coveroff/k0920303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7962&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54/coveroff/k50213796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02935265&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337/7/coveroff/k00293526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82034767&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68/46/coveroff/k282034767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628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답을 찾고 싶었는데. 그건 안 될 듯싶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개과천선하지 않는 한, 아니 지구상의 상위 10%의 부자들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변화를 이룰만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테고.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평범한 시민들은, 힘없는 국가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이 책에 대한 쓸쓸한 후기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졌을 때, 1국뿐만 아니라, 2국 그리고 3국을 졌을 때 바둑 기사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1국 그리고 2국에 패했을 때, 이세돌 9단은 가까운 바둑 기사들을 호텔로 불렀다고 한다. 한국 최고의 프로 기사들이 모여 밤새도록 알파고의 수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수를 고민했다. 한 바둑 기사는 이세돌 9단의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모두 모여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와서 이세돌 9단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그는 갈 수 없다고 답했다. "제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아서요, 가도 큰 도움이 못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대표, 세계 대표가 아니라, 인류의 대표, 인간의 대표였던 이세돌 9단의 3연패는 그들의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그들의 인터뷰는 바둑 기사만의 말이 아니라는걸,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앞에 선 인간. 실패와 패배 앞에 당황한 인간.   ​바둑을 전혀 모르는 나는 바둑을 게임, 스포츠의 일종으로 여겼다. 바둑과 자주 비교되는 체스는 이미 인공지능에게 손쉽게(?) 패배한 이후였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많을 뿐이지, 그것이 계산의 영역이고 확률의 문제라면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에서 체스처럼 바둑도 컴퓨터에게 패하게 될 거라 가볍게 생각했더란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어나가다 보면, 바둑 기사들, 4세에서 7세 사이에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바둑을 자신의 업으로 삼을 만큼 바둑을 잘하고, 좋아하는 바둑 프로기사들은 바둑을 단순한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예술과 철학의 영역으로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승패는 중요하다. 상금은 1등이 제일 많이 받는다. 성공이 가져오는 명예도 있을 테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삶, 일상, 시간과 젊음을 모두 다 바쳐 바둑에 올인할 수 있는 데에는 이 분야의 1등이 되겠다는 성공에 대한 집념 이상의 것이 존재했다. 바둑을 둘 때의 기본자세와 바둑을 두는 과정의 모든 순간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대국에 직접 임했던 사람들은 그 당시에 그런 선택, 그런 수를 두었던 자신만의 무수한 사고 과정을 소중히 여겼고, 대국을 밖에서 관찰했던 사람들 저마다의 해석과 판단이 존재했다. 결론은 누군가의 승리와 누군가의 패배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과정 전체는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드라마,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나름의 독특하고 독보적인 철학을 포함하고 있었다. ​<br>5챕터 &lt;언어라는 도구 너머에서&gt;에서 소설가 장강명은 바둑계 내에서 통용되는 여러 단어들이 실제로는 구체성을 띠지 않고 모호하게 이해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문학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 주장이 구체화된다. ​1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인간 소설가들은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보고 소설 쓰는 법을 배운다. 사전에서 소설의 정의를 찾아보고 문학 비평서로 좋은 소설의 요건을 배운 뒤 소설을 쓰는 건 아니다. 그런 걸 보면 소설에는 패턴이 있으며, 인공지능이 그 패턴을 발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소설 전체의 패턴을 찾으라고 하지 말고 로맨스 소설이나 공포 소설의 패턴을 찾으라고 하면 더 빨리 찾을지도 모르겠다.(135쪽) ​<br><br> <br><br><br><br><br><br><br><br><br>이건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닌가. 소설은 우리가 사랑하는 '그' 어떤 이야기의 변주다. 2014년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가의 일』에서 썼듯이, '새로 쓸 수 있는 건 오직 문장뿐이다.' 새로운 구조와 참신한 설정,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소재가 등장할 수 있다. 그런 소설이 인간 소설가에 의해 발명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br>​<br>인류 대표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한 알파고 리는 알파고 마스터로 진화했다. 세계 랭킹 1위 커제는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국에서 1국과 2국을 패하고, 3국에 임했을 때는 거의 울먹이면서 바둑을 뒀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상대해 1승을 거둔 인류 최후의 인간이다. 그러고 나서. 그러고 나서?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고,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양복 입고 마주 앉아 심사숙고해 바둑알을 내려놓는 인간 대표와의 세기의 대결이 지루해져, 단백질 구조 예측을 연구하기 위해 떠났다. 바둑계는? 알파고가 휩쓸고 간 바둑계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다. 바둑계에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아빠는 아직도 텔레비전의 바둑 중계를 즐겨보신다. 아마 5단인 우리 집 아롱이와의 한판 승부를 염두에 두고 매일 실력을 갈고닦고 계시는... 알파고 파문 이후에도 아빠는 여전히 바둑을 좋아하시고 즐겨 하신다. 하지만, 바둑 기사들, 아빠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바둑 기사들은 이제 알파고 이전의 그 바둑 기사들이 아니다. 그들은.... 변했다. 초반 50수를 인공지능의 추천대로, 외워온 그대로 빠르게 두는 그들은, 이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인공지능과 함께 바둑을 두는 인간 바둑 기사들이다.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며, 사용 여부는 각자 선택하면 되고, 사용하건 사용하지 않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가면 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의 순진한 전망은 틀렸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나를 둘러싼 기술-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그 영향을 받는다. 내가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고집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나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 (187쪽)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저자의 경고는 설득력이 있다. 내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은 내 삶을 구속해 올 것이다. 아롱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내 주위에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나와 친한 언니, 딱 두 명이었다. 엄마 핸드폰을 자기 핸드폰으로 혼동할 수 있는 나이여서, 나는 굳이 구식 핸드폰을 고수했다. 특별한 필요가 있지도 않아서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아롱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 같은 반 엄마들은 모두 전체 카톡방에서 의논을 하고 결정을 하는데, 나만 그 방에 없다 보니.... 그냥 따... 가 된 게 아니고, 대표 엄마가 나에게만 따로 문자를 보내야만 했다. 그게 미안해서 아이패드를 사고, 아이패드에 카톡을 깔았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얼마나 많이 바꿔왔는지에 대해서는 더 쓸 필요도 없겠다. 나는 인스타를 하지 않는데도, 인스타를 본다. 이런 식이다. ​332쪽의 주장, "다만 나는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며, 우리의 사회 시스템이 그 속도를 더 가속시키고 있다고 느낀다."가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결론으로 느껴지기는 한데, 나는 233쪽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주관적 효용이 외부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 그러한 평가와 변화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될 수도 있다는 점. 그걸 지적한 지점이 놀랍고 참신했다. ​<br>인공지능에 관련된 책을 연거푸 읽었고,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더라도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더 찾아봐야겠다 싶다. ​​​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br>내가 막을 수 없는 미래가 내 앞에 당도했을 때, 나의 고민과 염려가 내 앞의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그냥 생존 말고, 그냥 사는 것 말고,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말하고 고민하고 연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인 구달은 우주로 보내고 싶은 사람으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꼽았다던데, 내가 죽기 전에 머스크가 죽기를 바라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는지에 대해 더 고민해 봐야겠다. 교양 인문학, 미래학이라 분류되는 이 책은 작년 6월에 출간되었다. 미래를 예상하고픈 사람들 모두에게 1독을 권한다. ​<br>미래를 예상하는 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부족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예언하고, 예상하고, 전망했던 뛰어난 소설가들이 우리 인류에겐 넉넉히 있다고 한다. 그래서 꺼냈다. ​​ <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150/8962626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59882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책이 없는 풍경 vs 책이 있는 풍경</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0695</link><pubDate>Sat, 16 May 2026 22: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069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8674&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85/74/coveroff/k61213867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7962&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54/coveroff/k50213796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030339&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2/1/coveroff/k0920303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나들이를 다녀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길. 도착하니 양평이었고, 차에서 내리니 &lt;이재효 갤러리&gt;였다. ​도시에서는 아니겠지만 산이 있는 곳, 흙이 있는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돌, 나무 그리고 쇠(주의: 총, 균, 쇠 아님)를 가지고 만들어낸 장관에 서울쥐는 참말로 놀라고 말았다. 나무는 훤칠하고, 돌은 앙증맞은 모습 그대로 귀하고 예쁜데... 사람은, 우리 인간은 왜 그 돌에 굳이 구멍을 내어 철사로 엮어서 그 돌들을 묶어 내리는 걸까. 나무를 고르고 자르고 문지르고 붙여서 이 예쁜 무엇을 만들어내는 걸까. 자연은 온전하고 완벽하지만, 인간은 그에 반드시 무언가를 더하고 싶어 하고, 또 다른 인간은 그러한 인간의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데. 자연에서 왔으되 자연은 아니며, 자연적인 것은 아니되, 자연스러운 이 무엇을, 오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br><br><br><br><br><br><br>​알라딘에 서재를 만들 때, 닉네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옆에 앉아 있는 큰아이의 헤어스타일에 착안해 닉네임을 정했다. 그러니깐 그때 단발머리는 내가 아니고 큰아이였다. 서재의 이름도 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바탕화면도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화면 그대로 쓰는 게으른 사람인지라 성의 없이 '책이 있는 풍경'이라고 지었다. 풍경이라 하자면, 자연적인 정취가 묻어나야 할 텐데, 내 사진은 김치냉장고 위 아니면 집 근처 커피숍 사진이라 풍경이라 부르기 민망하기는 했다. ​​갤러리를 돌아보고 커피숍 2층에 올라왔는데,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별로, 아니 전혀 없어서, 집에서부터 굳이 챙겨간 나의 소중한 신간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냥 그 자체를 감상해도 좋으련만, '책이 있는 풍경'의 서재 주인이라 그런지 책이 있는 사진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이를테면, 이렇다. ​​<br><br><br><br>​오후에는 &lt;뮤지엄 산&gt;에 갔다. '책이 있는 풍경'의 만행은 그곳에서도 이어졌다. 4권을 구매했는데, 소설가 정찬 님의 책은 오두방정 컨셉과는 어울리지 않아 이렇게 3권만 촬영에 참여했다. ​<br><br><br><br><br><br>​이제 책을 읽을 일만 남았다. 장강명 책 마저 읽어야 하고, 헨리와 알렉스의 사랑싸움 마저 구경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신간으로 넘어간다. 계획은 그렇다고 한다. ​​   <br><br><br><br><br><br><br><br><br>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150/f79203297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37603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먼저 온 미래] 무력한 언어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65063</link><pubDate>Fri, 08 May 2026 18: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6506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7962&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54/coveroff/k50213796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6608&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off/896262660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한국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첫 번째 역사적인 대국을 벌이기 전날, 아롱이가 다니는 바둑 학원에는 방송국 기자와 카메라가 찾아왔다. 이세돌이 직접 가르치거나 운영하는 학원은 아니지만, 이세돌과 인연이 있는 원장님이 이세돌의 양해를 얻어 운영하고 있는 바둑학원의 이름이 '이세돌 바둑학원'이니까. 게다가 서울에 위치해 있으니, 아이들도 많다고 하니, 여차저차 방송국으로서는 안전하고 편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카메라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은 밝고 활기찼다. 모두들 이세돌 9단이 이길 거라 말했고, 다 같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이세돌, 화이팅!'을 외쳤던 것 같다. 충격적인 1국 패배 이후에도 이세돌 9단은 두 번을 더 졌고, 4국에서 한 번 이겼는데, 이건 알파고와 인류의 대결에서 영원히 기억될, 단 한 번의 유일한 승리였다. ​올해 초, 팔란티어에서 시작해 인공지능, 그리고 AGI로 이어지는 읽기와 쓰기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텐가. 그런 생각들. 내 고민과 혼란은 AGI의 '의사 결정'에 대한 부분이었다.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알고리즘 분석과 검색 기능의 확장에 더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가. 오래오래 생각했다. 인공지능이 '인지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능을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장강명의 이 책은 2025년 6월에 출간되었다. 빨리 읽었어야 했다. 알라딘의 황금손 언니가 전자책 보여주며 이거 읽고 있다고 했을 때, 바로 읽었어야 했다. 읽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무력한 언어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텐데...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이야기는,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 즉 그 시점에 해당 분야의 일류라고 볼 수는 없는 사람들, 현장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인문학 포럼 같은 데서 할 것 같다. 그 포럼에서는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겠고 어쩌면 깊은 통찰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말들은 기본적으로 무력한 언어들이다. 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80쪽) ​그랬다. 맞았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인공지능에 대한 현재의 연구 개발 과정이 인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은 나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프린터에 빨간 불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는 사람, 맥북 스크린샷 단축키 뭔지 물어보는 사람, 윌리엄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루시 맞냐고 물어보는 사람. 이런 사람이나 고민할 문제인 것이다. 실전은 다르다. 프로는 다르고, 현실은 다르다. ​​바둑계에서는 '기풍'이나 '바둑의 미학적 아름다움', '예술과 철학'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없다. AI 포석을 빨리 외우는 사람, AI 와의 일치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치열한 승패의 세계에서 승자가 되었다. 저자인 장강명은 소설가니까 인공지능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 소설은 어떤 소설일까,를 고민한다. ​이런 전망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의 문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인간은 그걸 하면 된다.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프로기사들이 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바둑, 인간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바둑은 무엇이었나? (25쪽)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지어낸 산문체의 문학 양식을 소설이라 부른다. 오토픽션이 아니더라도 소설 속에는 작가의 경험, 생각, 심정, 감정이 그대로 녹아져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속의 인물은 먹고, 일하고, 마시고, 달린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시 사랑하고 질투한다. 소설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가끔, 그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느낀다. 잭 리처의 양치질에 우리가 그렇게나 집착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둑계 내부의 천재형과 노력형의 간극이 좁아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문학에 정통한 인공지능, 아니 유사 이래 축적된 인류의 모든 정보를 다운받은 인공지능은, 소설을 쓸 수 없을까. 인간답지 않은 소설 밖에 쓸 수 없을까. ​<br>​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순간. 소설이 소중하고, 잭 리처가 소중하고, 스트라우트가 소중한 지금 이 시간.​소설, 소설을 읽어야겠다. 소설을, 인간이 쓴 소설을 읽어야겠다. 소설을. <br><br>   <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150/8962626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59882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ed, white and Royal Blue] 갑자기 다크 모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9466</link><pubDate>Tue, 05 May 2026 22: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946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2594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내게 부족한 건 경험이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의 연애 경험 부족은 두 가지 양태를 띤다. 하나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걸로 나타나고(대리만족), 또 다른 하나는 그렇게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잘 모르겠는, 그런 마음 말이다. 이 소설의 몰입이 힘든 건 주인공들이 둘 다 남자여서는 아닌 것 같다. 내게 이입이 어려운 지점은 주인공 중 한 명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찬란한 제국의 왕자님이고, 다른 한 명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너무 멀리 있는 그대들만의 애틋한 사랑이라서. ​내가 밑줄 그은 문장은 여기다.  ​아주 많은 날에 헨리는 알렉스의 연락을 받고 재빨리 위트 넘치는 유머로 응수하는데 만족한다. 알렉스와 함께하는 시간, 배배 꼬인 알렉스의 생각들에 굶주리면서. 하지만 가끔은, 갑자기 다크 모드로 돌변해 보기 드물게, 이상하게 원한에 찬 독한 위트를 날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몇 시간 혹은 며칠 연락이 되지 않는다. (But sometimes, he's taken over by a dark mood, an unusually acerbic wit, strange and vitrified.) 알렉스는 이제 그럴 때가 슬픔의 시간이라는 걸 안다. 우울증이 덮쳐오는 시간, 헨리에게 모든 게 ‘너무‘ 해질 때 찾아오는 증상이다. 헨리는 그런 날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돕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사실 알렉스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먹구름이 낀 헨리의 성질머리도, 햇살처럼 환한 헨리로 되돌아올 때도, 그 사이의 수백만 가지 색깔도 어차피 알렉스에게는 매력적일 뿐이니까. (160p/191쪽) ​​연애할 때 항상 알콩달콩할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연애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솔찬히 불어오기 마련이다. 갑자기 다크 모드로 변해버리는 헨리를 지켜보며, 알렉스는 기다린다. 돕고 싶지만 도울 수 없기에, 성질머리 부리던 헨리가 환한 미소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어느 만큼, 얼마큼 오래 기다려 줄 수 있는가. 아니, 수백만 가지 색깔의 헨리는 언제까지 매력적일 텐가. 언제까지 아름다울 텐가. 알렉스는 헨리의 우울함을 이해한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다크 모드를 이해한다. 오고 가는 정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배려와 이해는 언제까지 가능한가. ​결혼은 여남 모두에게 공히 예속적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남자에게만 가능했던 이혼(결정)이 여자에게도 가능해졌다는 정도일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의지로 이혼'할' 수 없었고, 오직 이혼 '당할' 수만 있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남자들이 중혼과 축첩의 형태로 사회적 역할에 복무하면서도 동시에 성적 자유를 누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결혼은 그 무엇보다 ’성적 억압’의 측면이 강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로맨틱한 감정을 동반한 현대의 결혼 개념은 비교적 최근의 사회적, 문화적 개념의 산물이다. 아주 오랫동안 결혼은 ‘애정 없이도 존속 가능한 동맹‘, 즉 사회적 계약의 한 가지 양태였다. 현재에 이르러서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을 확증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또한 빠른 속도로 동거와 같은 다른 삶의 양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나는 궁금했다. 알렉스는 헨리의 다크 모드를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퍼즐처럼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티키타카와 미치도록 강렬한 섹스, 불같은 사랑과 참을 수 없는 그리움. 이런 열정적인 감정은 자주 찾아오고 여러 번 반복되는 헨리의 다크 모드 혹은 배배 꼬인 알렉스의 이상함을 계속해서 이겨낼 수 있을까. ​결혼이 그 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니다. 동성간 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제 결혼하지 않고 동거 생활을 이어가는 이성애 커플도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 답은 아니다. 그래서, 내 물음을 다시 정교화하자면. ​그건, 그 사랑의 한계와 종착점에 대한 물음이다. 불같은 사랑은 사그라들고, 그렇게나 매력적으로 보였던 그 사람의 어떠함이 이제는 참을 수 없는 무엇이 되었을 때, 되어 버렸을 때, 결혼이라는 제도로, 법이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그 사람을 나에게, 나를 그 사람에게 묶어두지 않으려 할 때. ​​어느 때까지 그의 다크 모드를 참아줄 수 있는가. 그는 어느 때까지 그의 까탈스러움을 참아줄 수 있는가.<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150/125031677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3505021</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처단] 다 죽어요 - [처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4226</link><pubDate>Sat, 02 May 2026 21: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42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6043&TPaperId=172542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41/coveroff/k99213604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6043&TPaperId=172542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처단</a><br/>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만약 군대를 동원해 계엄을 단행한 자들이 좀 더 똑똑했더라면 그들은 다른 곳에 군인을 보냈을 것이다. 국회의장 우원식의 관저에, 민주당 당대표 이재명의 자택에, 그리고 KBS 방송국에 군인을 보냈어야 했다. 그들은 다른 곳에 군인을 보냈다. 국회에 군인을 보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군인을 보냈다. 그리고, 여론조사 꽃이 위치한 유튜브 방송국 건물로 군인을 보냈다. ​2024년이었다. 12월이었고, 3일이었다. 진눈깨비가 가볍게 날리는 화요일 저녁이었다. 주중이라 지역구에 내려가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이 사람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가볍게 술을 한잔하고 집에 막 도착했을 시각, 조금 일찍 귀가한 사람이라면 이제 막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시간이었다. 오후 10시 28분.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모여들었다. 보좌관의 차를 타고 이동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아내나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국회로 향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자신의 차가 미행당할 것을 우려해 택시로 이동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핸드폰마저 집에 놓아두고 현금만 들고 집을 나선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라이브를 켜고 국민들에게 국회로 모여줄 것을 요청했고, 용감한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자신의 차를 끌고 국회 앞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2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데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재석 190, 찬성 190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에서 해제되었다.  ​대로 한 가운데 설치된 대형 화면 속에서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그날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리가 조용해졌다.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마치지 못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본회의장문을 부수고 난입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추운 거리에 앉은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상을 지켜보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거 사실이가?" 누군가 물었다. "진짜로 지금 국회 안에서 저러고 있다 말이가?"(37-8쪽)  ​​정보라의 『처단』은 1차 비상계엄 해제 후,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가 불법적인 두 번째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못했을 때, 이 나라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그려낸다. 이 나라가 &lt;포고령&gt;에 근거해 정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일어났을 일들을, 정보라는 서술한다.​계엄이 해제된 그날 오전의 일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일들을 알라딘 서재에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몸이 벌벌 떨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털썩 주저앉았던 전날 밤과는 다르게, 내 마음은 말썽 없이 조용했다. 수없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전직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전횡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이고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 덕분에(?), 어쩌면 저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색종이를 접고 오리고 접은 선 안쪽에 풀칠을 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었다. 이거 다 망했다고 실망한 아이를 구슬리고 달랬다. 괜찮다고, 다시 해보자고 말했다. 내 일상은, 내 생활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정보라의 『처단』에서는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쟁의 현장에 외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파업하는 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들, 성소수자들 그리고 장애인들.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 투쟁은 계속되었다. 쓸쓸하게, 그리고 암울하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 제일 답답한 건,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다는 이야기다.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고,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적어도 윤석열 정부 하의 세상이 이재명 정부 때보다 더 폭압적이고, 더 잔인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라의 『처단』에서는 윤석열 정부하에서 노동 투쟁을 하던 사람들이, 장애인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그가 불러온 비상계엄에 의해 얼마나 큰 곤궁에 처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잔인한 세상은 노동자와 성소수자, 장애인들에게 불공평하고 가혹하지만, 비상계엄하의 세상에서 그들은 처단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최근에 다락방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소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작가는 '현시대 젊은 거장'이라 불리며 이런 저런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상이 갖는 무게에 더해, 또는 그 무게만큼의 기대를 가지고 그 책을 구입하게 되고 읽게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대수일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야말로 길이길이 전해질 인류 문명의 정수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상만큼 혹은 예상보다 더 많이 그 상의 가치는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강 작가님이 그 상을 수상했을 때, 그녀의 단어와 문장과 소설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4.3의 진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강의 소설을 구입하고 애독하게 된 이유 중 한 가지는 그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라의 『처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의 비극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을 그려내고, 우리의 가정, 직장, 병원, 거리에서 펼쳐질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보여준다. 2024년 12월 3일이 현재였고, 현실이었던 우리에게, 이 소설은 우리네 소중한 사진과 기록, 그리고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출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보라가 있다.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이자, '부커상',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인 정보라.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너의 유토피아』 의 정보라이자,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인 정보라. 한국 소설 시장에서 읽힐 수 있고, 팔릴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정보라의 소설이기에 이 소설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외출할 때 몇 번이나 책을 들고 나갔는데, 우연찮게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저 읽었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핸드폰에 키보드를 연결해 글을 썼다.​끔찍한 미래가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 기쁜 것만큼, 그토록 잔인한 미래가 우리에게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오래 생각했다. 사방이 시끄러운 중에도 정보라 작가의 물음과 답은 또렷하고 명확했다. 못 알아 들을 수 없는 목소리, 오해가 불가능한 언설이었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41/cover150/k99213604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1416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상속자들] 노력할 필요 없이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36520</link><pubDate>Fri, 24 Apr 2026 19: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3652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034341&TPaperId=172365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26/26/coveroff/k64203434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74703&TPaperId=172365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off/896437470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1964년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장 클로드 파스롱이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유럽 사회학 연구소에서 수행한 여러 연구와 공식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1960년대 프랑스의 교육체계와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분석했다. (알라딘 책소개) ​​계급과 교육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점과도 일치한다. 남녀 7세 부동석에, 종아리 내놓고 다니는 여성에 대한 경시가 대세였던 조선이 대학 진학률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질러버리는 대한민국으로 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이 모든 변화를 가능케한 동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가. ​내 생각에 제일 중요한 동인은 전쟁이다. 한국전쟁과 분단. 이전에 한국을 구성하고 유지시켰던 유교적 관념의 아성이 일시에 붕괴되고, 자본주의 수입으로 인해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세계,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계급이 재생산되고 사회적으로 수용되었던 기제는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식민의 역사가 있었고, 전쟁이 있었다. 우리는 전부 '0'이었다. 해방된 조선에서 존경과 인정을 받은 집단은 '독립운동가의 후손' 밖에 없어야 할 테지만, 나라를 위해 일하느라 가난했던 그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건사할 여유가 없었다. 약삭빠르게 대응한 친일파들은 자녀들을 야무지게 유학 보내고, 교육시키고, 나름 나름 결혼시켜 현재에는 명문 가문으로 변신한 경우도 있을 테다. 하지만, 전쟁 이후, 한국에서 상류층으로의 진입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그 무엇보다 '돈'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많은 인맥,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학연은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 상위 계층/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르며 확실한 방법이 교육이었다. 입신양명의 전통은 명문대 입학으로 이어진다. 물론, 나는 이것이 한국의 임금 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금 체계의 변혁만이 한국의 모든 문제의 근원인 대학 입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한국의 고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런 나를 보라), 그것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여전히 학력은 무시하지 못할,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br>이 책의 주요한 주장들은 모르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알고 있는 사실들의 확인에 가깝다. 이 도표가 이 책 전체를 보여준다. ​<br>농민, 산업 노동자, 고용직, 하급 관리직에 종사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독서 카드를 덜 사용하고, 바칼로레아 1차 시험에서 라틴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고, 남은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상급 관리직, 자유 전문직 부모를 둔 학생들은 인류학과 제3세계에 관심이 많고, 바칼로레아 1차 시험에서 라틴어를 선택할 확률이 높고, 부모 집에서 같이 살며 경제적 조력을 충분히 받기에 여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다.  ​<br>가장 '교양 있는' cultivés계층에서야말로 아마도 문화를 숭배하도록 설교하거나 문화적 실천에 입문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모가 대개는 문화적 열의 외에는 별달리 전수할 것이 없는 프티부르주아 계층과는 대조적으로, 교양 계급 classes cultivées은 문화에 대한 애착을 끌어내는 산발적인 자극들을 구사한다. 그것들은 일종의 은밀한 설득을 통해 훨씬 더 뛰어난 효과를 발취한다.(43쪽) ​<br>나는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에 밑줄을 긋는다. 노력 없이. 노력할 필요 없이.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둘째가 이만 년 만에 공부를 하겠다고 스카에 간다고 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간 게 아니고, 작년에 남편이 스카에 100시간을 결제해 둬서 아까워서 가야겠다 하고 갔다. 그래, 그렇게라도 그 시간을 쓰거라, 했는데, 둘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br><br><br>공부를 해볼까 하고 파일을 열었는데, 시험 범위에 버틀러가 있었고. 버틀러를 보니 엄마가 생각나 그 화면을 캡처해 보낸 것이었다. 아, 버틀러를 보고 엄마가 생각났다니. 일순 감동한 나는, 감동에 그치지 않고 버틀러의 신간을 찍어 보낸다. 버틀러 신간이되 아직 읽지 못한, 친구의 귀한 선물이라 김치냉장고 옆, 북 트롤리에 고이 모셔든 바로 그 버틀러를 말이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엄마를 생각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그것만으로도 기특하고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둘째가 캡처해 보낸 화면에는 버틀러가 있었다. 페미니즘 이론의 최상급, 바로 그 버틀러가 말이다. 둘째의 메시지가 이토록 반가운 것은 화면 속 인물이 버틀러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둘째가 나를 생각했다는 사실 때문인가. ​물 마시러 잠깐 나왔다가도 김치냉장고 위 책 무더기의 제목을 꼭 훑고 가는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내가 버틀러를 읽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신통방통한 바로 이 순간. 하지만, 만약 그 인물이, 아들이 화면을 캡처해 보낸 인물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김동률? 조인성? 전지현? 이었다면, 나는 버틀러 때만큼 즐거워했을까. 기뻐했을까. 흐뭇해했을까. <br>​ <br><br><br><br><br><br><br><br><br>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기쁨은 그 인물이 버틀러였기 때문이다. 정희진 선생님이어도 그랬을 것이고, 해러웨이여도 그랬을 것이고, 필립 로스여도 그랬을 것이지만. 그 인물이 버틀러여서 나는 기쁘고 즐거웠다.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즐거워서. 재미있어서 읽고 쓰는 나이지만, 그래도 그 인물이 버틀러여서 기뻤던 건, 내 안에도 문화적으로, 지적으로 '상층부'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 작은 기쁨이, 내가 그 무엇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노력했다면, 그것이 의도적 노력의 결과라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내가 교양 계급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다. 왜냐하면, 나는 버틀러를 읽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버틀러를 읽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는, 이렇게 발견하는 것이다. 혹은 발견되는 것이다. 초경량 미니 슬림 프티 부르주아지에도 속하지 못한, 속하지 못하는 이런 나를.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150/8964374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33059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22815</link><pubDate>Fri, 17 Apr 2026 17: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2281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74703&TPaperId=172228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off/896437470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이렇게 된 건 이번 학기부터인데… <br>​<br>나도 가끔 멋을 내고 싶어. 예쁜 가방을 사고 싶어.. 이럴 때. 나의 가장 큰 적은 책이어서, 책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 그 가방에 들어가냐 마냐가 선택의 중요한 요소였으니. 책 안 되면 시집이라도(시집은 책 아니냐.) 들어가는 가방을 사곤 했다. <br>​<br>그러니깐 그 가방이 어떤 가방이던지 내 가방엔 책이 들어가야 하고. 작년에는 책보다 킨들을 들고 다닐 때가 많았으나. <br><br>올해는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면 집인지라, 게다가 작년처럼 차로 출퇴근하는 게 아니고 ‘걸어서 출퇴근’(사실은 퇴근만) 모드인지라 책을 안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br>​<br>​<br>그래서 오늘처럼 집 가는 도중에 잠깐 들린 새로 발견한 커피숍에서 펼칠 책이 없 …. 책 없이 커피가 얼마나 초라할 것인가. 대타로 수첩이 등장하고 마는데… <br><br><br>내용은 그제 읽고 정리해둔것. <br>​<br>​<br>부르디외를 읽고 있다.<br clear="all"><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150/8964374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33059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Olive Kitteridge] someone to listen  - [OLIVE KITTERIDGE (Paperback)]</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15081</link><pubDate>Mon, 13 Apr 2026 2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150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71168867&TPaperId=172150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46/0/coveroff/14711688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71168867&TPaperId=172150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OLIVE KITTERIDGE (Paperback)</a><br/>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Simon & Schuster / 2017년 06월<br/></td></tr></table><br/><br><br><br><br>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뭐라고 단정해서 말하는 건 좋은 소설 독법은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하지만, 내가 읽기에, 읽은 '내'가 보기에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이 부분이 아닐까 추측하는 건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한 장면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의 의미를 추적해가는 관객처럼, 스쳐 지나치는 평범하고 무난한 문장 속에서 어떤 독자는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고, 그리고 '발견'한다. '발명'에 가까울 테지만, 그건 분명 발견일 테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좋아하고, 그녀가 창조한 루시를 좋아하는 내가,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발명'한 작가의 속마음 문장은 바로 여기다. 나는 이 문장들이 내겐 작은 충격으로 읽혔던 &lt;겨울 음악회&gt;의 마지막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So they talked like that, and it was kind of nice. They both needed someone to talk to, someone to listen, and they did that. They listened. Talked. Listened more. He never mentioned Harvard. The sun was setting behind the boats as they sat with their decaf coffees. (325p) ​​​<br><br>나는 항상 '대체 불가능성'에 미혹됐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는 이런 문장들이 나온다. "사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타인의 특징은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우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 톤, 눈빛, 코, 턱, 눈썹, 손톱 모양, 또는 커피 잔을 집는 방식에 매료되기도 한다."(126쪽) ​나는, '그'일 수밖에 없는 그 사람과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혹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irreplaceable. 신승훈이 &lt;I believe&gt;(아, 숨길 수 없는 나의 연식이여!)에서 노래했듯이. '난 그대여야만 하죠'의 고백. 나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미루어 짐작했다. 난, 그대여야만 해요. It's always been you. 앤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길버트의 말처럼. 항상 너였어. 너였고, 너야. 내 마음은 언제나 너였어. 그런 말, 그런 이야기. ​​올리브에게 '난 그대여야만 해요'의 그 사람이 함께 떠나지 못했던 짐 오케이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헨리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리브는 남아 있기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헨리였으니까. 새로운 사람 잭이 그녀의 '난 그대여야만 해요'의 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잭 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짐은 사고로 올리브를 떠났고, 그리고 헨리도 그녀 곁을 떠났다.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고, 그걸 알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올리브에게 '난 그대여야만 해요'의 그대는... 잭이다. 잭인 것 같다. 그런데 잭은 어떤 사람이냐면, 잭. 바로 '그' 잭이 아니라, 그녀 앞에 앉아 있는 '그냥' 잭이다. someone to talk to, someone to listen. 지금 내 이야기를 풀어놓을 사람, 그리고 지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내게 말을 건네고 싶어 하는 사람. 지금 내게 말하고 있는 사람. 이 사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br>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인 것입니다.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세계는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쳐야만 존재하는 관점들의 게임인 것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111쪽)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잭이 올리브에게 말하고, 올리브가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올리브가 이야기하고, 잭이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일 때, 올리브는 올리브가 되고, 잭은 올리브에게 비로소 '잭'이 된다. 이때의 '잭'은, 바로 그 사람, 대체 불가능한 어떤 사람, 꿈에 그리던 환상 속의 그대가 아니다. 이 사람은 지금 내게 말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목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근무시간이 워낙 적으니깐 근무일을 4일로 조정해 주었는데(나에게는 조정권 없음), 수요일이 금요일이 되는 건 좋았는데, 금요일이 월요일이 되어버려서 지금으로서는 좋은 건지, 별로인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아이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아이의 공부와 식사(를 위시한 영양관리)를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케어하던 친구여서 아이가 기숙사로 들어갔다고 해서 서운하고 허전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배달 한 번 안 시키고, 외식도 마다하던 친구는 밥 안 하게 돼서 너무 좋다고 했다. 아이가 돌아오는 목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참 묘했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가진 최고의 노력으로 엄마의 역할을 해냈던 친구는 만족해하고 즐거워했다. 빈둥지 증후군의 증세가 전혀 없었다. 이에 반해, 반찬가게에서 사 온 반찬 꺼내 밥 차려주고, 툭하면 외식에, 공부는 자기 일이니 각자 알아서 잘 하겠거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는, 아이 둘 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자, 오히려... 떠났던 빈둥지를 돌아보고, 안으로 들어와 쓸고, 할 일 없어 바닥을 닦는, 그런 엄마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화끈한 친구의 표현대로, 둥지가 비기도 전에 둥지 '떠나버렸던' 내가 말이다. ​빈둥지 증후군이 당최 뭔지도 모르는 친구가 빈둥지 유사 증세를 겪고 있지만 차마 입 밖에 말도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케이크를 사 주었다. 얼그레이 쉬폰 케이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46/0/cover150/14711688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0460098</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임금의 가부장제] 전업 프롤레타리아 가정주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10007</link><pubDate>Sat, 11 Apr 2026 12: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1000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9313&TPaperId=172100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52/40/coveroff/89643593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440085&TPaperId=172100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964/8/coveroff/893244008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163114X&TPaperId=172100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0/36/coveroff/s99253305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33124&TPaperId=172100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32/97/coveroff/896263312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 <br><br><br><br><br><br><br><br><br><br>외부 세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그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통념, 그리고 사회 분위기를 결정하는 문화가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변동되는지를 잊어버릴 때가 있다. 200년 전에도 인간은 인간이었고, 1만 년 전에 인간이 느꼈던 희로애락, 애증과 분노, 기쁨과 환희는 지금 우리의 그것과 비슷하.... 다기 보다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br>여성을 하나의 집단으로, 남성과 다른 하나의 동일체로 규정할 뿐만 아니라, 그들 집단 전체가 공유하는 특질이 있는 것처럼 여기는 태도, 그런 인식에 의해 여성 집단을 강제했던 '여성 혐오 문화'의 시작을 거다 러너는 농경의 시작 이전으로 보고 있다. 가부장제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나는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여성이 한 남성의 '소유물'로 여겨지면서, 여성 집단 전체가 남성 집단 전체에게 포획되어가는 과정 말이다. 농경, 즉 정착 생활의 시작과 더불어 여성 지위의 주요한 변곡점은 자본주의와 관련이 있다. 이 책 『임금의 가부장제』는 자본주의의 발전이 여성을 어떻게 무력화시켰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거다 러너가 상류층 여성들의 피지배화 과정을 추적했다면, 실비아 페데리치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여성들이 피지배화 과정을 파헤친다. ​<br>   <br><br><br><br><br><br><br><br><br>『제2의 성』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는 '남편이 소유한 재산이 막대할수록 아내는 그만큼 더 가혹하게 예속된다'(134쪽)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의 현실판이 『파크 애비뉴의 영장류』이다. 시간과 돈이 남아도는 고학력자 여성들이 직업 대신 완벽한 몸매 가꾸기와 명품에 집착하고, 자녀들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올인하는 모습(24쪽)이 그려진다. 상류층 여성들이 먼저 포박되었다. 그다음은 프롤레타리아 여성 차례.  ​마르크스가 노동력의 세대 재생산 문제를 일축하면서 자본이 노동자의 "자기 보존 본능에 의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안, 1860년대에는 프롤레타리아가 과로, 영양 부족, 지속적인 전염병 노출로 인해 "사멸 위험에 놓여 있다"는 두려움이 자본가 계급에게 주요한 위기를 안겨주고 있었다. 실제로 수년간의 과로와 저임금은 노동자의 재생산 능력을 심각하게 훼손했고, 산업 분야에서 남성의 평균 기대 수명은 30세 미만이었다. (141쪽) ​마르크스는 가사 노동에 무관심했다. 마르크스가 가치 있다고 여긴 노동에 가사 노동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노동자의 세대 재생산을 '본능'의 문제로 이해했기에 임신과 출산을 피하고자 했던 프롤레타리아 여성들의 행동은 그의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프롤레타리아 계급에 대한 비인간적이고 무분별한 착취의 결과로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돈 만들어 내는데 이골이 난 자본가 계급이 상황의 위급함을 먼저 알아차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 많은 노동자, 더 건강한 노동자가 필요했다. ​개혁가들의 주요 관심사는 가족과 재생산에 대한 노동 계급 여성의 광범위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공장에서 하루 종일 일해 자신의 임금을 벌고, 독립적이며, 깨어 있는 시간 대부분을 다른 여성 및 남성과 함께 공공장소에서 생활하는 데 익숙한 영국 노동 계급 여성, 특히 공장의 "소녀들"은 "다음 세대 노동자를 생산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집안일을 거부하고 거친 매너와 남성 같은 습관-흡연과 음주-으로 부르주아적 도덕성을 위협했다. (139쪽) ​​개혁의 이름으로 이루어진 사회대변혁의 기로에서 자본가와 마찬가지로 남성 노동자들은 여성이 원래의(?) 자리인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138쪽)했다. 여성, 아동과의 경쟁을 물리치면서 남성 노동자들은 자본가 계급과의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었고, 이는 더 높은 임금 책정으로 이어졌다. 남성/임금노동자와 여성/가정주부로의 설계가 점점 더 정교해졌다. 페데리치는 전업 프롤레타리아 가정주부의 출현이 '절대적 잉여' 가치 추출에서 '상대적 잉여' 가치 추출로 이행(91쪽) 한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가정 전체의 수입을 책임지는 남성 노동자와 전업 가정주부의 조합은 이렇게 탄생했다. ​​여성의 자리만 가정이 아니고, 남성의 자리 역시 가정이다. 남성만이 산업 현장에서, 일터에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처럼 여성도 산업 현장에서, 일터에서,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일하는 여성에 대한 두려움이 목소리를 얻을 때마다 '여성은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구호가 반복된다. 공유지에서 마녀라는 이름으로 쫓겨난 것도 여성이고, 가정으로 돌아가라며 떠밀리는 것도 여성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돌봄의 주체로 호명되는 사람 역시 여성이고, 한없이 추락하는 출생률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사람도 여성이다. '임금의 가부장제'의 민낯이 드러난 이후, 여성들은 가정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신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여성들의 투쟁이 이중, 삼중 노동의 굴레로 여성을 더 억압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떤 생각, 어떤 도전, 어떤 문화가 필요한 걸까. 건강하고 친화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자존을 지켜가며 여남이 공존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32/97/cover150/896263312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32975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알지 못하는 어떤 세계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98483</link><pubDate>Sun, 05 Apr 2026 20: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9848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679186&TPaperId=17198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03/40/coveroff/893567918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12137808&TPaperId=17198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50/52/coveroff/k11213780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198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46073276&TPaperId=17198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582/34/coveroff/894607327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92137760&TPaperId=171984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8/23/coveroff/k392137760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98483'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도서관이 커피숍보다 좋은 이유. 첫 번째는 화장실이다. 신축 도서관의 화장실은 공항 화장실급의 퀄리티를 자랑하는데, 인근에 새로 생긴 커피숍의 화장실보다 넓고 깨끗하고 쾌적하다. 두 번째는 커피. 예전에 살던 동네의 도서관에서는 물만 음용이 가능했는데, 근래 이용하는 도서관에서는 음료까지 음용이 가능해서 커피를 들고 도서관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옆자리에 앉은 분은 공부하다가 도중에 밖으로 나가 한 잔 사들고 오셨는데, 뜨거운 상태라 잠시 뚜껑을 열어놓으셔서 근처에서는 향긋한 커피향이 솔솔~~ 세 번째는, 원래 그러면 안 되는데. 옆 사람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볼 수 있다는 거다. 물론 다른 분들도 내가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보일 테다. 나는 『올리브 키터리지』를 마저 읽었고, 상호대차한 『살면서 한번은 벽돌책』,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학』을 훑어봤다. 내 오른쪽에 앉으신 분은 &lt;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나&gt; 프린트물을 펼쳐 놓고 BBC 뉴스와 미드를 번갈아 시청하셨고, 내 앞에 계신 분은 『친절한 주식책』을, 그리고 왼쪽의 젊은 청년은 『항공안전법』을 읽고 있었다. ​<br> <br><br><br><br><br><br><br><br><br>도서관 다른 책들을 배경으로 영어원서 같이읽기 4월의 도서 『Red, White &amp; Royal Blue』의 사진을 한 장 남겨 주시고. <br><br>​<br><br>  ​<br><br><br><br><br><br><br><br>늦은 밤, 친구들의 선물이 도착했다. 알라딘의 &lt;선물하기&gt; 아이디어는 천재적이다. 책 선물은 그 어떤 선물보다 반갑고 고마운데, 책을 보낼 때의 마음은 친구들마다 제각각이다. 같이 읽기를 권하면서 보내주는 책 선물이 있고, '네 책장에 이 벽돌책을 꽂아주고 싶다'해서 당도하는 책 선물이 있다. 일단 갖고 있으라며 건네주는 책 선물이 있고, 그리고, 아무 설명 없이 아무런 예고 없이 도착하는 책 선물이 있다. 행복한 시절이라고 하고 싶은데,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은 친구들이 보내준 책들의 무거움. 부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압도적인 두께. 다른 벽돌책들과의 두께 비교샷이 유행이라고 해서 나도 사진을 한 장 찍어 보았다. ​​<br>​<br><br><br>이제 진짜 게으름 피우지 말고 시작하자.... 고 나에게 말하는 시간. ... 이 오고야 말았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690/65/cover150/895461115x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90652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의자의 배신] 의자 - 일 - 몸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91183</link><pubDate>Wed, 01 Apr 2026 21: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9118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52934044&TPaperId=171911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43/0/coveroff/k45293404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86868&TPaperId=1719118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89/69/coveroff/8950986868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의자의 배신』을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확실히, 혹은 압도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이 책의 제일 중요한 생각은 편안함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의자가 인간의 건강에 얼마나 해가 되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제목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책을 절반쯤 읽고 있던 어느 날 밤, 남편에게 '스탠딩 책상'을 사야겠다고 말했다. 내가 서치한 책상의 링크를 남편에게 보냈고, 남편은 바로 주문했다. 의자에 그대로 앉아 책장을 넘기는데 바로 그다음 페이지에 '스탠딩 책상'이 '의자의 배신'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장이 나와 버렸고. 그리고 거실을 바라보니 커다란 스탠딩 책상을 놓을 자리가 없.... 일단 결제를 취소하라 했다. (해당 업체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밑줄은 '앉는' 일에 있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와 인간 신체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인간의 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밝혀낸다. 인간에게 해가 되는 가장 확실한 자세는 '고정'된 자세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인간에게 제일 자연스럽고 편안하며 유익한 자세를 한 가지로 규정할 수 없는데, 왜냐하면 '멈춰있지 않은' 그 상태, 움직이고 있는 그 자체가 인간에게 유익하기 때문이다. 그중에 가장 따라 하기 쉽고, 오래 할 수 있는 동작은, 빠밤~ ​이 연구에서 말하는 빠른 걷기란 1.6 킬로미터를 13분 24초에 걷는 정도를 의미한다. ...... 걷기가 우리에게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 논문은 단 한 편도 없다. 걷기는 허리에도 좋지만, 생리적, 생물학적, 심리적 보상과 심지어는 환경적 보상까지 수많은 보상을 준다. 걷기는 연조직과 경조직 모두에게 기적의 치료제다. (234쪽) ​​고강도 인터벌 운동에 비견될 수 없는 걷기의 탁월함. 글 쓰는 일이 직업인 이 책의 저자는 의자의 배신을 반사하고, 이 간단한 원리를 실천하기 위해 집필 장소를 다소 떨어진 세 곳으로 정해두고, 세 장소를 옮겨 가며 글을 쓴다고 한다. 트럼프는 전쟁광이고 유가는 계속 올라 천정부지이고, 겸사겸사 나도 도보로 출퇴근을 하겠다는 알찬 계획을 세웠다. 출근한지 3일째라 3월 대부분의 기록은 동생과의 즐거운 외출 기록이지만, 아무튼 꾸준히 실천하겠다는 각오만은 확고하다. ​​<br>​어제는 아파트 단지 내 헬스장에 갔다. 작년 3월에 헬스장 1년권을 끊었는데,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할 때부터 가지 않아 뜨거운 여름이 다 지나고, 가을 지나,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되었다. 연장의 기운은 없고 일단 사물함 짐이나 좀 빼자 하고 헬스장에 갔는데. 아... 멀리서부터 느껴지는 이 힘찬 기운. 오전 10시 28분에 맞이하는 이 활기찬 운동의 아우라. 사람들은 모두들 즐겁게, 바쁘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었다. 연예인만 오전에 운동하는 게 아니고, 이분들 다 오전에 운동하시는구나. ​나는 오랫동안 사회적 고용 관계를 통한 경제 활동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 둘 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1년 남짓밖에 다니지 않았기에 오전 시간을 주로 아이들과 함께 보냈고,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야 오전 시간에 비로소 여유가 생겼다. 사회에서 말하는 생산적인 일은 아니더라도, 내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와 시간이 있었기에, 나는 그 시간을 장보기와 도서관 가기, 그리고 책읽기를 하며 보냈다. ​여성의 일에 대해 논할 때, '경제적 자립'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성이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힘으로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화폐'를 얻게 되었을 때, 그로 인한 경제적 자유는 여성의 권리를 강화해 줄 뿐 아니라, 여성에게 더 많은 선택권을 제공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회적 협의와 문화의 대변혁 없이 여성에게 '사회적 일'을 강제하는 경우, 이는 오히려 여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이중, 삼중 노동의 새로운 굴레가 여성에게 덧씌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br> <br><br><br><br><br><br><br><br><br>우리는 재생산의 중심이자 욕구의 사회적 세계로서 가족이 꼭 필요하고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친밀한 착취』, 268쪽) ​이에 대한 대답이 결혼을 하지 않는 것,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건 책임 있는 답변이 되지 못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낳아준 사람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낳아주었기에, 살아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나는 가정 내의 여러 가지 형태의 재생산 노동이 정당한 노동으로, 일로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건 당연히 19년을 전업주부로 살아왔던 내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감정 노동을 포함한 모든 돌봄 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여성들에게 더 많이 '일하라'라고 말하기보다는, 남성들도 '덜'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쪼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노동 시간을 줄이면 된다. 문제는 임금을 유지한 채 노동 시간을 줄여가는 것인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초대 안 했는데 벌써 와 버린 손님, AI가 있다. ​​​나는 인공지능과 휴먼노이드의 결합에 대해 관심이 많다. &lt;무엇이든 물어보세요&gt;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대행이 가능하고, 게다가 고전을 비롯한 인류 문명의 정수를 섭렵해 인간 심리를 폭넓게 이해하는 '척하는' AI가 무쇠팔, 무쇠다리를 가졌을 때의 그 찬란한 순간을. 나는 무서워하면서도 궁금해한다. ​인간과 AI의 차별점이 무엇이 될 것인가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해야 할 문제일 테지만, 그 중심에 '몸'이 있을 것만은 확실하다. 오전에, 나만을 위한 소중한 그 시간에,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필사를 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지만, 오전 시간에 걷거나 달리거나 요가를 하거나 줌마댄스를 하는 것은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였다. 나만 몰랐다. ​다들 오전에 운동을 하고 있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찾은 새로운 일, 의미 있고 중요한 그 일은. 걷고 뛰고 달리고 춤추는 것이었다. 몸을 가진 내가 할 수 있는 일, 오전에도 가능한 일. 걷고 뛰고 달리고 춤추기.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89/69/cover150/895098686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589691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Olive Kitteridge] actually knew him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76211</link><pubDate>Thu, 26 Mar 2026 23:4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7621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92636907&TPaperId=171762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1747/51/coveroff/k692636907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836484&TPaperId=171762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8784/66/coveroff/k06283648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12732459&TPaperId=171762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389/51/coveroff/k41273245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42838045&TPaperId=171762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53/35/coveroff/k54283804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86868&TPaperId=1717621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89/69/coveroff/8950986868_2.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7621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1. Olive Kitteridge, 올리브 키터리지 ​&lt;작은 기쁨&gt;에 이어 &lt;굶주림&gt;까지 읽었다. ​결혼식장에서 신부 어머니가 우는 모습에 올리브는 왜 저러는가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예전만 해도 결혼식장에서 신부 어머니, 혹은 신부가 눈물을 흘리는 건 흔한 풍경이었다. 나는 신부 어머니가 아닌, 신랑 어머니가 우는 결혼식장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신랑 어머니의 카운터 파트인 신부 어머니가 무던한 표정이라 나 역시 그려런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결혼식이었다.​올리브의 기이한 행동과 아들의 결혼에 대한 억울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단편 &lt;작은 기쁨&gt;에서 나는 영락없이 며느리 수잔의 위치다. 올리브는 이상하고 못된 시어머니다. 하지만, 성인 남자를 아들로 두고 있는 나로서는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내가 겪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 무엇이 무엇이다,라고 예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는 한다. ​And she felt it, too, at the way the bride was smiling up at Christopher, as though she actually knew him. Because did she know what he looked like in first grade when he had a nosebleed in Miss Lampley's class? Did she see him when he was a pale, slightly pudgy child, his skin broken out in hives because he was afraid to take a spelling test? No, what Suzanne was mistaking for knowing someone was knowing sex with that person for a couple of weeks.(82p) ​올리브는 아들 크리스토퍼의 결혼식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신부가 크리스토퍼를 바라보며 정말 그를 안다는 듯이 방긋 웃으며 바라볼 때, 그녀는 두려움을 느낀다. 내 것이었던 사람을 내 것이라 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올리브의 감정은 두려움이다. 질투와 원망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두려움이라면, 차라리 낫겠다.  ​사람이란 자신과 예상과 다른 행동에 대해 판단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판단은 긍정적인 방향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작동한다. 올리브의 행동, 며느리의 옷과 신발을 훼손하는 행동은 옳거나 바른 행동은 아니고 장려할 만한 행동도 아니다. 작가는 일련의 사건 속에서 올리브의 생각과 행동을 숨김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괜찮은 사람,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매력을 가진 사람도 마음속에,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어떤 순간에 '쿨하지 않게' 행동할 수 있음을 작가는 올리브를 통해 보여준다. 인간이라면 각각 자신만의 결함이 있고, 그리고 구멍이 있다. 그걸 애써 미화할 필요도 없고,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너도 그럴 수 있고, 너가 그럴 수 있는 것처럼 나도 그럴 수 있다는 걸 아는 건, 중요할 것 같다. 그러니깐, 가끔 나도 어떠어떠한 말과 행동을 통해 후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다는 것 말이다. ​​ <br><br><br><br><br><br><br><br><br>2. 의자의 배신 ​인류사에 결정적인 순간을 꼽으라 하면, 정착을 불러온 농경의 시작과 자본주의의 등장인 산업 혁명을 꼽을 것이다. 이건 페미니즘 역사를 살펴볼 때도 마찬가지인데, 거다 러너는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자기 집단의 여성들을 종속시켰던 경험'이 사유 재산의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실비아 페데리치는 『우리는 당신들이 불태우지 못한 마녀의 후손들이다』를 통해 시초 축적 과정에서 가장 극렬하게 반항하는 무리였던 가난한 여성들에 대한 정치적 대응이 마녀사냥이었음을 밝혀낸다. ​유목 생활을 한 수렵인들이 농경 정착민이 되면서 골밀도는 떨어졌지만, 이 정착민들의 뼈는 여전히 현대 올림픽 대표 선수들보다 강했다. 수렵 채집인들은 인류세 인간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고 건강했던 것이다.(93쪽) ​농경을 시작하면서 인간의 뼈대, 턱, 치아 배열 상태, 얼굴 형태, 외모가 변형되기 시작한다. 정착자의 뼈는 얇아지고, 턱과 입의 크기가 줄어들면서 치아 밀집 현상이 흔해졌다. 구강 안쪽에서부터 치아가 작아지기 시작했고, 치아 매복이 자주 나타나게 되었다.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덜 움직이게 된 것'. 초기 농경 정착민들은 수렵 채집인들 보다 골밀도는 떨어졌지만, 여전히 현대 올림픽 선수들보다 강했다. 가장 극렬한 비교는 수렵 채집인들과 운동 안 하는 현대인.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현대인도 날아다니는 수렵 채집인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 <br><br><br><br><br><br><br><br><br>3. 아무도 지켜보지 않지만 모두가 공연을 한다 ​나는 오해를 했던 것 같다. 내가 이해하는 이 문장은 '보는 사람이 없어도, 듣는 사람이 없어도, 사람은 모두 각자의 공연(하고 싶은 말, 이상한 노래, 하소연, 넋두리, 일정 보고, 정보 공유, 뒷담화)을 한다' 였다. 진정한 의미의 의사소통이란 불가능하고, 내 말이 누군가에게 가서 닿는 이 기적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니. 우리는,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고 싶은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관중이 없는 그곳에서 나만의 공연을 한다. 그게 내가 이해한 바였다. 작품 소개 속 문장들은 좀 다르게 느껴진다. ​"고닉의 글은 우리가 수많은 삶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해준다.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을 해주는’ 거리는 문을 열면 닿을 수 있고,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나 ‘공연’을 할 수 있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외로움을 벗어나 평온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 거부당하고 미움받더라도 고닉은 끊임없이 자신과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들에게 다가서려고 하는 사람이다." &lt;책소개: 알라딘&gt; ​2023년의 빛나는 발견, 비비언 고닉. 아직 &lt;멀리 오래 보기&gt;가 남아 있다. 다행이다. ​<br><br>   ​<br><br><br><br><br><br><br><br>4. English for Everyday Activities, English for Everyday Activities(이디엄)  ​이 책 두 권은 영어 관련 동영상을 보다가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충동적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알라딘에 검색해 보니 한 권이 품절이라고 해 K문고에 들어가 검색해서 야무지게 2권에 대한 구매 버튼을 눌렀다. '활용도가 높은 영어 표현이 구체적인 이미지와 함께 그림 사전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활용도가 높은 영어 표현을 실제로 사용할 일이 거의 없는데, 왜 이 책을 구입했는가. 아직 공부든 활용이든 무엇이든 시작하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제대로 활용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으나 아무튼 사 두었던 『504 Words』를 1회독했으니 미리 구입해둔 이 책들도 곧 펼칠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다. 작년, 아니군. 재작년에 사 두었던 『Word Power made easy』가 자기 차례가 먼저라며 기다리고 있단다. ​​<br>지난 토요일에는 집 앞에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어찌어찌하다 보니 광화문까지 가게 됐다. 표가 없어도 무대 앞 구역까지 입장이 가능하다는 걸 현장에 가서 알게 됐는데, 줄을 서서 가방 검색을 마치고 입장할 수는 있겠으나, 급하게 나간 터라 얇은 옷으로 계속 찬바람을 맞을 수 없어 차라리 집에 가서 넷플로 시청하자 했다. 그래도 거기까지 나간 김에 돌아오는 길이 아쉬워 광화문 단골 커피숍에 들렸고, 커피 1잔을 마시는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봄이라고 하는데 바람은 여전히 차고. 시간은 참, 잘도 간다. <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25/52/cover150/0812971833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25520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의자의 배신] 우리보다 더 오래된 우리 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63806</link><pubDate>Sat, 21 Mar 2026 12: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6380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86868&TPaperId=1716380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89/69/coveroff/8950986868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 <br><br><br><br><br><br><br><br><br>지난주였다. 아니다, 지지난 주였다. ​건강 검진 결과지, 정확히는 채용 신체검사서가 필요하다 해서 검진을 받았다. 나는 이제 늙었나 봐.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안 마시는 게 너무 힘드네. 빛의 속도로 이어지는 검진 과정. 키 재고, 펑! 흉부 사진 찍고, 채혈까지 마치고 의사 선생님과 마주 앉았다. 체중도 좋으시고(나는 키가 커서 체중이 좀 나가도 괜찮은 편에 속한다), 혈압도 괜찮으시네요. 이제 막 의자에 앉으려는 내게 의사쌤이 벌써 2문장을 말했고. 세 번째 문장은 의문문이다. ​운동은, 운동은 뭐 하세요? 아, 운동은. 운동은 안 하세요? 이제 막 자리에 앉아 대답한다. 네, 안 해요. 전혀? 한 가지도 안 하세요? (요가 매트 펴놓고 요가 15분 하고 누워서 20분 핸드폰 하는 걸 차마 운동이라고 부를 수 없어서) ... 네. 아~~ 하루에 5,000보도 안 걸으세요? 네. 못 걷는 날이 많아요. 흠. 저녁에 남편이랑 전철역까지 걸어가기는 하는데... (반가운 눈빛) 오? 15분 정도 걸려요. 아이고, 15분 가지고는. 골다공증 예방을 위해서는 좀 걸으셔야 돼요. 햇볕 좋을 때 밖을 좀 걸으세요. 근데, 걷기랑 골다공증이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나를 설득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나는 그게 궁금하고요. 죄송합니다, 바쁘신데. 챗지피티에게 물어볼 것을) 골다공증에는 걷기가 제일 좋아요. 자주자주 걸으세요. 네에~~ ​​제목이 『의자의 배신』인지라 (원제는 『Primate Change: How the world we made is remaking us』), 부제까지 엮어서 예상하면 현대의 편리함이 인류에 미친 해악을 고발하는 내용일 테고, 그래서 결론은 '의자에 앉지 말고 더 많이 몸을 움직여라!'일 거라 예상되는데, 저자는 내 짐작보다 훨씬 더 멀리, 더 옛날로 이동하고 계시다. &lt;척삭동물&gt; 챕터에서 우리에게 척추가 있다는 걸 야무지게 언급해 주시었고, 이제 막 발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발, 우리가 종으로서 성공을 거두는 데 몸의 많은 부분 중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발, 바로 그 발. ​하지만, 내가 인덱스한 부분은 바로 여기다. ​발가락에서 무릎과 엉덩이까지, 관절을 거쳐 골반과 가슴을 지나 어깨를 돌아 팔을 거쳐 손가락까지, 구부러진 척추를 따라 기형적으로 변한 얼굴 전체와 푹 꺼진 정수리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우리 몸 전체에 나타난다. 이런 변화를 읽어 내려면 암호를 풀 열쇠만 구하면 된다. (27쪽) ​예전에 일어났던 변화, 지느러미에서 발가락으로의 변환을 이뤄냈던 이 종이, 이 종의 후손들이 또 다른 부분으로의 변화를, 진화를 멈출 텐가. 생태적 환경으로의 적응뿐 아니라, 순수하게 '문화적(?)'인 이유에서 뼈를 깎고, 살을 도려내는 이 종이, 이 종의 후손들이 스마트 안경을 쓸 것 같고, 날개를 달 것 같고, 거기에 더해 또 무언가 변화를 가져올 것 같은데... 그럴 것 같은데. 발가락 에피소드에서도 생각나는 사이보그와 휴먼노이드. 발달하는 기술의 결과로 인공 장기를 더 많이 부착하게 된 사이보그와 인간의 말을 '알아듣는' 휴먼노이드의 만남. 이들의 이상한 동거의 결말에 대해 1초 정도 생각해 보고. 나는 항상 생각한다, 궁금하니까. 자주 생각해 본다. ​​​앗! 찾았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내가 찾던 문장은 바로 이런 거였다. ​볼프의 법칙Wolff's Law에 따르면 사람의 뼈는 하중에 따라 오랜 시간에 걸쳐 강해지거나 약해진다. 뼈는 충격을 받거나 반복적으로 하중을 받으면 더 강해진다. 뼈가 약해지는 경우는 밀도가 높은 골•격의 경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굳이 칼로리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우리 몸이 판단할 때다. (86쪽) ​걷기가 골다공증에 좋은 이유. 그랬다. 그랬던 것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근손실이 일어나고, 적당한 무게가 얹히지 않은 뼈는 약해진다. 구멍이 숭숭. 무서븐 그 어떤 미래여. 내가 원했던 건 바로 이런 문장이었다. 늦게 찾아온 섬뜩한 진리. 운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 단순함. 사람들의 주장과 설득을 모두 무위로 만들어버리는 이 강렬함. 하중을 받은 뼈는 더 강해지고, 경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뼈는 약해진다. 걷고, 걷고, 또 걷자.  <br>​​내가 아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중에 여러 대륙과 도시에서 가장 많이 걷고 뛰는 사람인 내 친구는 언제나 걷기와 뛰기에 진심이다.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던 그녀가 마침내 한국에 돌아왔고, 그녀의 선물도 다른 선물들처럼 잘도 도착했다. <br>​<br>알라딘 친구들에게서 책선물은 여름날의 생수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토머스 하디에게는 약간의 결심이 필요해 보인다. 소금계의 에르메스 LOJA do SAL 소금과 짙은 파랑의 책커버가 진지하게 도전을 요청한다. ​​​동생이 3년 만에 호주에서 왔다. 이것저것 할 일도 도와주고, 엄마, 아빠하고만 지내면 심심할 것 같아 아직 출근하지 않는 1인이 매일 친정으로 출퇴근한다. 밤이면 피곤해서 책을 펴두고 꾸벅꾸벅 졸고 있다. ​​<br>BTS 공연은 못 봐도, 광화문 한 번 둘러보러 나가야겠다 하니 온 가족이 뜯어말린다. 여기저기 교통 통제가 된다고 해서 집을 못 찾아올까 걱정하는 모양새다. 낮에 급한 일만 보고 대기하다가 8시부터 라이브 공연 봐야겠다. 딱 한 시간만 보고 책 읽어야지. 결심을 한다. 항상 그렇지만, 일단 결심을 한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589/69/cover150/8950986868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589691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이해찬 회고록] 정치와 정치적 글쓰기 - [이해찬 회고록 -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43857</link><pubDate>Wed, 11 Mar 2026 15:5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4385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839798&TPaperId=1714385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175/15/coveroff/k442839798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42839798&TPaperId=1714385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해찬 회고록 -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a><br/>이해찬 지음 / 돌베개 / 2022년 09월<br/></td></tr></table><br/><br><br><br>한 사람의 삶을 완전히 안다는 건 불가능하고, 어디까지나 사건의 당사자와 화자가 어느 자리에 서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br>『김대중 자서전』과 이 책을 비교하자면 그 차이가 확연할 텐데, 똑같이 자서전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김대중 자서전』 같은 경우 본인이 저술의 처음과 끝이다 보니 검수의 과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의견이나 판단이 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해찬 회고록』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후배이자 동지인 최민희 의원이 과거의 장면을 회상시키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해 이해찬 대표가 답을 하고, 그 상황에 대한 추가 질문을 하고, 그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하는 식으로 전개되는지라 읽는 과정이 전체적으로 수월할 뿐만 아니라,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편안함이 있다. ​김대중 대통령과 이해찬 대표를 일직선상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김대중은 우리 역사에서 저평가된 측면이 적지 않다. 그는 정치가 이전에 사상가였고, 철학자였다. 당연히 현실(?) 적인 정치인, 민주당 출신 대통령 4명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해찬 대표는 김대중 대통령과는 좀 다른 언설을 보여준다. 이를테면, 김대중 대통령은 과거를 기억함에 있어, '그때 이런 일이 있었는데, 내가 급하게 미국 관료 000을 만나 이렇게 저렇게 설득했고, 그래서 한반도의 이런저런 위기를 막아냈다.' 이런 식이라면, 이해찬 대표는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좀 도와달라고 그러더만.' 이런 식이다. 그 많은 일을, 척척해냈던 사람치고는 가지기 어려운 묘한 겸손함. 책 전체를 통해 그런 겸손함이 느껴졌다. 항상, 결국, 종국의 문제는 실력이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에 겸손함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다. ​​사람에게는 한 번의 삶이 주어진다. 윤회의 삶을 믿는 게 아니라면, 한 번. 단 한 번의 삶이다. 그 삶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고 어깨의 짐이고 하나의 특권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운명, 정해진 직업, 강요된 현실을 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모든 양태의 삶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일정 부분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 정치는 전부가 아니고, 또 그렇게 될 수도 없다. 하지만, 국가의 정책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직업 정치인들을 통해 정치적으로 '결정'되었을 때, 그러한 정치적 결정은 내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의 교복 비용을 지원받는다거나 집 앞 공터에 수영장을 겸한 도서관이 들어서는 일은 눈에 띄는 아주 자그마한 일인지도 모른다. 대통령 후보의 대북관이 왜 중요한 의제가 되어야만 하는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 세력과 북한을 동포로 규정하는 정치 세력이 펼쳐낼 한반도의 미래는 너무나도 극명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옳다,라는 생각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이제 막 시작해서 겨우 30쪽 읽은 『조지 오웰의 정치적인 글쓰기』에서 오웰은 이렇게 썼다. 아주 유명한 바로 에세이의 바로 그 문단이다. 글쓰기의 네 번째 목적. ​<br><br>4. 정치적 목적. 여기서 '정치적'이라는 단어는 최대한 넓은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고,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사회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놓으려는 욕구 등을 가리킨다. 어떤 책도 정치적인 편향으로부터 100퍼센트 자유로울 수 없다. 예술은 정치와 아무 관련이 없어야 마땅하다는 의견도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적인 태도이다. (『조지 오웰의 정치적인 글쓰기』, 17쪽) ​<br>정치란 무엇인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바라는 세상, 혹은 나와 생각이 비슷한 우리가 바라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상을 다른 사람에게 설득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상과 비전이 얼마나 훌륭하고, 이타적이고, 고매한 것인가 만큼 중요한 것이 그 이상의 실현과 실천이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을 때, 사람들은, 표독스러운 어떤 사람들은 그 이상을 무력으로 강제하려고 한다. 윤석열이 '파렴치한 종북 반북가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했을 때, 국가와 경제와 국민을 혼란과 위험에 빠뜨리고서라도 그가 얻고 싶은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수도 있겠으나, 그가 그 말을 진짜 믿었을 확률도 적지 않다. 근간의 행동을 보아서는 그렇게 보인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 무엇을 위해, 그 이상의 실천을 위해 어떤 사람들은 바보가 되기도 하고, 폭군이 되기도 한다. ​​서구 자본주의 사회는 교조적인 마르크스주의가 가능하지 않다는 걸 보여 줬어요. 로자 룩셈부르크의 주장은 20세기 초에나 통했을지 모르지. 칼 포퍼 같은 학자는 마르크스주의를 버리고 '개방사회' 개념과 함께 끊임없는 진보, 개혁을 주장했어요. 혁명은 짧고 단순한 과정이지만 개혁은 인내심을 갖고 계속해야 돼. 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려운 거예요. 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를 거쳐서 분단이 됐는데 여기에 교조적인 계급투쟁이 통할 수 없어.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서 개혁해야지. (173쪽) ​그래서 이해찬 대표의 이 말이 더 기억에 남았다. 혁명이 아니라 개혁을 만들어가겠다는 말. 나 자신의 생각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변화를 받아들이고 개혁해 나가겠다는 말이 좋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을 믿고 가는 모습이 좋았다. ​<br>변혁의 주체는 결국 국민이고, 국민일 수밖에 없음을. 이해찬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믿었고, 그래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고, 그래서 한결같을 수 있었다. 국민을 의지하는 그 마음 때문에. ​​최민희   2016년 10월 JTBC가 입수한 태블릿PC를 통해서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엄청난 시민 저항이 일어났고 결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이 이뤄집니다.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국회가 탄핵까지 갈 수 없었겠지요?​이해찬    촛불 1만 명당 국회의원 한 명이었다고 보면 돼요. 무슨 말이냐. 당시 주말마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잖아요. 12월 9일에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했는데 찬성 의원이 234명이었어요. 근데 직전 주말인 12월 3일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이 234만 명 정도였지. 최대 규모였어요. 촛불집회가 그렇게 커지지 않았으면 탄핵을 못했을 거예요. 태블릿PC가 나오고 나서도 바로 탄핵 여론이 일어난 건 아니었어요. 박근혜가 스스로 물러나는 게 좋다는 분위기였지. 그게 안 먹히니까 탄핵 요구까지 나오게 됐고. ... 근데 촛불집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여당 의원들도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된 거예요. 촛불 1만 명이 국회의원 한 명을 탄핵으로 이끌어 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야.(506쪽)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175/15/cover150/k44283979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175151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amp;lt;맨발의 소녀&amp;gt;를 강권하시는 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33707</link><pubDate>Fri, 06 Mar 2026 13: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33707</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812971833&TPaperId=171337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25/52/coveroff/0812971833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02635578&TPaperId=171337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790/50/coveroff/k20263557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32865862&TPaperId=1713370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8693/48/coveroff/1432865862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과 만나 즐거운 커피 타임.<br>이 날씨에 가죽자켓 웬일이냐며 ㅋㅋㅋㅋㅋ<br><br><br><br clear="all"><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8693/48/cover150/1432865862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8693482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이재명의 길] 도대체, 왜 - [이재명의 길 -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25201</link><pubDate>Mon, 02 Mar 2026 00:0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12520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image.alad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038787&TPaperId=1712520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59/64/coveroff/k012038787_3.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12038787&TPaperId=1712520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이재명의 길 -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a><br/>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25년 04월<br/></td></tr></table><br/><br><br><br>내가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을 보면서 걱정했던 부분은 외교에 관한 것이었다. 행정 집행 능력, 공약 실천력 같은 부분에서는 사실 그를 미워하던 사람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잘 하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외교는 좀 달랐다. ​<br><br>외교도 사람의 일인지라 직접 만나 부딪혔을 때의 순발력, 대응력이 중요하겠지만, 정교화된 외교 문법이라는 틀을 익힐 시간이 그에게 있었겠나, 그런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나의 걱정은 참으로 쓸데없는 것이었으니. 이 세상 어디에 민주주의를 표방하지 않는 나라가 있을까. 하지만, 국가의 최고 지위에 도달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고, 국가 지도자라면 그 길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에너지, 다른 능력치를 가지고 있을 거라 '예상'된다. 소년공으로 자라나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과 시간들을 모두 빼앗긴 채 살아왔던 이재명 대통령은 많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결같이 당당했고, 자연스러웠다. 부끄러웠던 우리의 시간, 과거 대통령의 순간들이 소환될수록 이재명 대통령의 그런 자연스러움은 더 빛을 발했다. ​​이 책의 작은 에피소드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었는데, 이를테면, 엄마의 손을 잡고 공장 가던 길에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는 여학생들을 마주해 창피했던 경험이나, 공장에서 아침저녁으로 이어지는 매질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했다는 이야기 등이 그랬다. 공부하는 시간을 얻기 위해 밀폐된 공간에서 화공약품을 처리하는 래커실을 자원했다는 이야기나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대학입시의 좌절로 희망을 잃었을 때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었다는 이야기는 이번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부제가 &lt;소년공에서 대선 후보까지, 그들의 악마 이재명이 걸어온 길&gt;이라서 이재명에 관한 세간의 의혹, 특별히 전과를 얻게 된 과정들이 비교적 소상하게 나열되어 있다. 윤석열 시대와 비상계엄의 시간을 지나 보내며, 국민들은 그러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다. 그 밤에 군인들에 맞서 국회를 지켰던 사람들도 국민이었고, 힘찬 구호와 발랄한 음악, '윤석열! 탄핵!'의 함성으로 광장을 가득 채운 사람들도 국민이었고, 소복이 내린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도 국민이었다. 물론, 윤석열을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만든 사람들도 국민이었다. 그런 분들 많이 만났다, 지난 토요일에. ​​​이 책에서 내가 뽑은 한 장면은 바로 여기다. ​<br>계급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쓸 때마다 나는 항상 이 부분에 걸린다. 왜 어떤 사람들은 그 자리로 돌아가고, 어떤 사람들은 돌아가지 못하는가 혹은 돌아갈 수 없는가. 왜 어떤 사람들은 불운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불행을 더 나은 것으로 바꾸려 하는가. 이미 탈출한 자기 자신을, 왜 지나쳐 온 과거 앞에 붙들어 세우는가. ​자신의 행복만을 위해 사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누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친구가 행복할 때, 행복할 확률은 15% 증가한다.(『행복은 전염된다』) 내가 행복하게 살기만 해도, 내 친구는 바로 나 때문에 행복해지는데, 15%의 확률로 행복감이 상승한다. 그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 친구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내 삶을 재미있게 알차게 보람되게 보내기만 해도 나는 내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 내 행복이, 내 행복의 일부가 친구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내 궁금증은 여기에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내 행복의 일부를 포기하는가. 이제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 이제 막, 그 지독한 가난에서 간신히 탈출했는데, 왜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가. ​​왜, 자신의 개인적 행복만을 위해 살지 않고, 세상의 탄압받고 억눌리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행복을 조금 포기하는가. 포기하려 하는가.  ​왜, 도대체. 도대체 왜.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159/64/cover150/k012038787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1596400</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