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이 있는 풍경 (단발머리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직업이 더 이상 내 모습을 규정할 수 없을 때 나 스스로 나의 삶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 나 스스로 선물받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닝 쉬르프</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Mon, 13 Jul 2026 12:53:55 +0900</lastBuildDate><image><title>단발머리</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818717473548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단발머리</description></image><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 U. R. 로줌 유니버설 로봇]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7922</link><pubDate>Sun, 12 Jul 2026 19: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792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375&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2/16/coveroff/s7628365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일단 시작부터 놀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카렐 차페크라는 것. 『평범한 인생』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지는 눈에 익숙한데, 바로 그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이 책이 쓰인지 100년이 지났으며(2010년이 100년), '로봇'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한 번 더 놀라운 건 소설이 아니라 희곡 형식의 작품이라는 점인데, 그래서 세 번 놀라고 시작하는 독서. ​체코어로 이성과 지능을 뜻하는 '로줌(rozum)'. 로줌 시니어와 로줌 주니어는 인간 세상에 로봇을 창조하고, 주인공 도민은 로봇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생화학 공장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이렇게 생산된 로봇은 노동에 최적화 되어있다. 그랬던 로봇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피노키오의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아톰의 내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노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로봇들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도민             (읽는다)  "온 세상의 로봇들이여, 너희들에게 인류를 살육하라고 명령한다. 남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여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공장, 철도, 기계, 광산과 연료를 지켜라. 나머지는 파괴하라. 그러고 난 후에 일로 돌아가라.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 (137쪽) ​로봇 내부에서 일어난 외침, 인류를 살육하고 공장, 철도, 기계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외침은 필연적으로 인류 멸종으로 이어진다. 로봇들은 봉기한다. 이미 전쟁 기계로도 활용되고 있던 로봇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들을 제거한다. 이제 한 명의 인간만 남았다. 한 명의 인간과 수백, 수천의 로봇. ​알퀴스트    로봇은 생명체가 아냐. 로봇은 기계야.​1호 로봇    선생님, 우린 기계였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변했습니다 - ​알퀴스트   무엇으로?​1호 로봇   -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변했습니다.​3호 로봇   무엇인가 우리 안에서 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무엇인가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생각이 아닌 다른 어떤 생각들이 우리한테 들어오곤 합니다.​2호 로봇  들어주십시오. 오, 들어주십시오. 인간은 우리의 선조입니다!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 저 목소리, 신음하는 저 목소리, 생각하는 저 목소리. 영원을 이야기하는 저 목소리, 그게 그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 (211쪽) ​​로봇에게 영혼 혹은 내면이 생겨버린 이 상황은 지난 페이퍼의 키워드로 따져보자면, 2번 '인간다움'과 5번 '인간 vs 로봇'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100년 전,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누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휴머노이드를 보지도 못했으면서 카렐 차페크는 어떻게 로봇의 탄생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 차페크는 로봇보다 인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인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로봇을 차용했다.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 설정이지만, 그건 차페크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로봇에게는 삶과 죽음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로봇에게는 생존의 열망 자체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때 로봇은 가장 인간적이되, 가장 훌륭한 인간의 모습이다.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준다. ​​ <br><br><br><br><br><br><br><br>우리는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며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말, 표정, 반응)을 보고 '저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추론할 뿐이며, 이것이 인간의 지식(인식)이 넘을 수 없는 벽, 즉 한계이다.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108쪽) ​인간은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 육체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은 타인의 말과 표정 등 외부적인 측면, 행동을 통해 그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자기 의식'을 감지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인간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br>아톰의 대사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천재 과학자 텐마 박사가 아들을 기리며 만들어낸 아톰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소리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는 아톰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피노키오도 그랬다. 시계 제작자 제페토가 만든 소년 형태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제페토를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의 도움으로 진짜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br><br> <br><br><br><br><br><br><br><br><br>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물리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사람의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진 괴물은 인간의 삶,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의 흉축한 모습에 기겁한 빅토르와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그에게는 어떤 행복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두번째 키워드의 첫번째 괄호 안에 넣어두고 얌전히 킵해둔다. ​100년 전, 천재 작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은 너무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100년 뒤, 인류는 '대화가 가능한' 로봇을 만들어냈다. 이 로봇의 내면이 어디에까지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은 AI를 업무에, 공부에, 유희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닥쳐올 미래가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마냥 해맑게.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150/89931660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793569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털고 가기 (feat. 인공지능)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1320</link><pubDate>Wed, 08 Jul 2026 2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132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4121&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2/96/coveroff/896195412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퇴근 전에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는데, 딱히 뭐를 시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노트가 없어 옆에 있던 A4 이면지를 펼쳤다. 책 사이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가방 정리하려고 하니,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온다. 아, 이게. 이건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이걸 여기에 넣고. 알라딘의 야심작 '읽기의 계보' 첫 번째 이야기, &lt;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gt;처럼 해보고 싶었으나. 실패.  ​1. 근대성 : 이 부분은 요즘 관심사는 아니다. 타의에 의해 조선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버린 우리는 역사의 일부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그 역사의 일부는 배곯지 않겠다는 근대정신의 발현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근대 없이 현대를 맞이했고, 지금은 가열차게 자본주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발명이 이루어진 근대에 대한 탐험은 그래서 현재 내 관심사는 아니다. ​2. 인간다움 : 제일 관심 가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물음. 인간이 동물과 비슷한 진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면 인간만의 특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느 때 인간이고, 어느 때 인간이 아닌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자신 역시 '인간'이라 주장할 때, 인류의 대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다움의 특징이 '인지'와 '내면'으로 구현된다고 했을 때, 인공지능이 경사하강을 통해 판단, 선호가 강화된 상태의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 내면에 실제 하는 감정과 느낌은 감각기관을 탑재하게 될 인공지능의 그것과는 얼마나 유사하고, 어떤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인가. ​3. 노동 : 관심도로 보자면 이 부분이 두 번째다. 일하지 않는 인간과 일하는 로봇.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이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인권처럼 '로봇의 권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은 '무엇을 일이라고 부를 것인가'에서 시작할 것이고, '일하지 않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로 이어질 것이다. ​4. 기술 봉건주의 :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 팔란티어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진짜야?라는 물음이 시작점이었다. 스페이스 X 최고경영자(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함께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그 사람)의 나치식 경례 사진은 미국 기술 엘리트들의 정신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최첨단 기업들이 트럼프를 방패 삼아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의 '뉴 아메리카'에 헌신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국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이 미국을 압도할 거라는 불안감이 그들을 자극했고, 그렇게 미국과 중국은 제각각 기술 낙원, 기술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미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나이브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사실 우리도 개네 편 하고 싶지도 않다. ​5. 인간 vs 로봇 :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에 거의 근접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면 저편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한 챗지피티와의 대화에서도 감정적인 연결이 가능한 현실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을 한 챗봇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br>   <br><br><br><br><br><br><br><br><br><br>읽고 있던 책은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였는데, 상호대차 도서인지라 반납하라고 해서 일단 반납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류와 로봇의 불편한 동거'를 희곡 형식으로 풀어낸 『R. U. U 로줌 유니버설 로봇』이고, 오늘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은 『비인간 권력』이다. 첫 번째 책은 2번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5번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되겠다. 『비인간 권력』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모르니깐 읽어봐야겠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150/k982138963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4912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카메라, 빅브라더의 눈 -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75829</link><pubDate>Sun, 05 Jul 2026 23: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758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830490&TPaperId=173758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16/68/coveroff/k9728304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830490&TPaperId=173758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a><br/>대런 바일러 지음, 홍명교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1월<br/></td></tr></table><br/><br><br>AI, 인공지능에 대한 탐구는 흘러 흘러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의 현장으로까지 흘러왔다. 과학 기술 만능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에게 미래는 언제나 분홍빛(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핑크)이다. 어쩌면 황금빛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예언하는 미래에, 인간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존재하며, 우주를 뒷산처럼 오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비극일 수 있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발전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가는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인 대런 바일러는 중국 내 무슬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직적 탄압을 24개월 이상에 걸쳐 연구하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엮어 이 책을 썼다. 신장 위구르 내 수용소의 위성 사진이 공개된 이후, 중국 당국에서는 이를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고 변명했다. 수감되었다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15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의 처참한 상태에 대한 기술은 너무나 참혹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족과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상이한 위구르족, 그리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의 카자흐족 등은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간직해왔다. 위구르 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져 왔고, 1949년 중국에 의해 병합되었다. 자치구인 신장 위구르의 지위가 위협받은 것은 이슬람 문화의 지배하에 한족과의 동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2017년에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다. 위구르족 인구가 다수인 일부 지역에서 5세 이하 아동의 70퍼센트가 보통화(표준 중국어)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우정 유아원/유치원'에 수용되어 있으며, 그들의 부모는 수용소나 교도소 또는 공장에 있다.(126쪽)  수용소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위구르인의 출산율이 50~80퍼센트 급감했다(90쪽). ​​소수 민족에게 불균형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서구의 경찰 시스템과 중국의 경찰 시스템 사이에는 일부 유사점도 있고 상당한 차이점도 있다. 신장에서는 카메라 네트워크의 밀도가 훨씬 더 높고, 검문소와 데이터 감시도 지원되며, 모든 지역 주민은 포괄적인 "공공 보건" 계획의 일환으로 당국에 생체 정보를 제출했다. ... 당국은 신장의 모든 주민에게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을 새로 등록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고화질 얼굴 이미지가 담긴 기초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 샤완에서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0.8초 만에 얼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최대 30만 명의 대상자들과 관련된 알림 경보를 등록 및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기술자들이 0.2초만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면, 최대 50만 명에 대해서까지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61쪽)​​위구르인들에 대한 이러한 전방위적인 폭압이 가능했던 것은 '신체검사'라고 이루어지는 절차를 통해서다. 목소리 녹음과 홍채 스캔, 혈액 검사와 DNA 채취 등을 통해 수집된 생체 정보는 '위험한'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예비 범죄자'로 취급되었는데, '종교적 콘텐츠가 담긴 디지털 파일의 보유, VPN 사용, 왓츠앱 설치'가 '예비 범죄'로 분류되었다(51쪽). 수용소는 자동 추적 카메라와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수용자들의 행동을 24시간 감시 및 통제한다.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아메리카 원주민 침략 및 학살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역사는 위구르를 비롯한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역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토지를 빼앗고, 아이를 빼앗은 후, 그들을 수용소에 격리시켜 종국에는 인종 말살의 결과를 얻어내려 한다. ​​과학 기술이 개인을 억압하고 사회를 통제하는데 사용될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한 글일거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구 한 편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국가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았고, 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작은 가능성조차 빼앗겨버린 그들의 현재가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은 두려움과 무력감. 인공지능 없이도 세상은 충분히 우울한데,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간 인공지능 때문에 더 그렇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16/68/cover150/k9728304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51668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인간은 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61016</link><pubDate>Sun, 28 Jun 2026 23: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6101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6225&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6/16/coveroff/8932916225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830490&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16/68/coveroff/k9728304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030495&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69/13/coveroff/k212030495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61016'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1.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셔서 따라 읽은 책이다. 만화라고 쉬이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내용이 생각보다 알차다! 정치 경제 좋아했던 나지만, 사실은 정치만 잘했고, 경제는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lt;인간은 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gt;의 다음 문장은 '왜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공존과 자기희생, 도덕론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서로를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의존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고, 그러면서도 각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동의 번영으로 안착하도록 만드는데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br><br>​ ​<br><br><br><br>2. 복 타러 간 총각 ​선생님~ 오늘 책 읽어주시면 안 돼요?라고 다정하게 묻는 8세가 있어, 그 소중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으며. 아이 둘을 책으로 길렀어요,라고 말하기 저어 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에 원 없이, 한없이 책을 들이밀기는 했다. 그 부작용은 오늘 이 시간, 책 안 읽는 성인(들)이 되는 것으로 쓸쓸한 마무리. ​복 타러 간 총각은 되는 일이 없어 그걸 하늘님에게 물어보러 길을 떠나, 먼 길 가는 길에 이런저런 사정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만 하면 남편이 죽어버리는 여자가 있었고, 내내 공들여 키운 나무가 죽어버려 낙심한 노인이 있었고, 3천 년 기다려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가 있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후, 접수했던 소중한 민원을 하나하나 하늘님께까지 전하며, 대략 사정을 들려드리고, 답안지 얻어 돌아온다. 정작, 총각의 질문, '나는 왜 되는 일이 없나요?', '내 복은 무엇인가요?'의 답은 얻지 못한 채였다. 총각의 안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가운데, 총각은 의도치 않게 금은보화와 함께 각시를 얻게 되었으며.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농사짓고 알콩달콩 살다 보니, 자기 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br>​<br>가정을 이뤄 오늘, 현재의 일에 충실하라는 정상성에 대한 강한 독려와 촉구를 모르는 바 아니나, 행복의 주체는 항상 총각이고, 남자임을 우리 여성들은 모르지 아니한다는 점을 여기에 적어 둔다. ​​ <br><br><br><br><br><br><br><br><br>3. 새로운 질서  ​기계에 의한 통치와 '잘못된 결정을 할 권리'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직접 그 답을 알게 되기까지 혹은 절절히 인식하기까지 인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데, 그런 인간에게서 '낭비할 권리', '실수할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성 말살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현대의 부모들은 적잖이 자식에게 이런 방식을 강요하기는 한다. 적어도 내 자식만은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할 수 없다. 무균실에서 혼자 키울 거 아니라면, 이 험한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게 두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일 텐데.  아울러 어떤 게임에서든 더 정확하게 미래의 수를 계획하기 위해 AI는 점차 과거의 행동에 대한 기억을 제 것으로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기억은 말하자면 주관적 자아의 기층이 될 것이다(오늘날 시스템은 그런 기억을 갖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특정 행동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주관적으로 '알' 필요가 없으며, 오직 그 행동이 미래에 성공할 확률만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기계가 역사, 우주, 인간 본성, 지능형 기계의 본성이란 무엇인지 결론을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기초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되리라 예상해야 한다.(95쪽)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모델은 인간이 새로운 발견(모델의 출력값)을 알게 해주지만 그 발견이 이루어진 방법(모델의 내부 과정)을 이해하게 허용하지는 않는다(74쪽)는 부분은 95쪽의 기계의 기초적 '자기 인식'과 연결되어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을 현재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 그에 더해 인공지능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면서 그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인공 지능이 가히 기계가 아니라 '지능'으로서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공 지능은, 인공 '지능'이다. ​육체적으로 연약한, 정확히는 무기력한 존재인 인간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켰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말았다. 236쪽, 인류와 AI와의 공진화 부분을 읽으면서,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가능할 것인가. 공진화 이전에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늙어가고 유한하고 느린 인간이, 늙지 않고 빠른 AI를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  <br><br><br><br><br><br><br><br><br>4.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일전에 하이드님이 칭찬하셨던 알라딘의 &lt;읽기의 계보&gt; 프로젝트를 나도 칭찬한다. 두 번째 &lt;자기 자신을 쓴다는 것&gt;은 글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고,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첫 번째 &lt;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gt;는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골라 읽었고, 관심이 가는 책들은 골라 두었다. <br><br><br><br>『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에 대한 '재교육'을 조명한다. 중국 당국은 15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사람들을 수감해, 정부의 시책에 대한 반복적 재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당국은 현재 385곳의 시설에서 그들이 '위험하다'라고 지목한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당국에 의해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이들은 구금 시설에서 이슬람 신앙과 민족 전통을 버리고 '하나의 중국'에 동화될 것을 강요당한다. "오직 국어로 말하라, 애국하라, 조국에 해로운 것에 반대하라, 이 방 안에 종교란 없다, 벽에 걸린 TV를 비롯해 어떤 것도 손상시키지 말라, 싸우리 말라, 누구도 비밀 대화를 할 수 없다, 누구도 다른 방의 교육생들과 대화해선 안 된다, 자신의 의자에 앉아라."(34쪽)  ​빅브라더의 현실은 참혹하다. 신장의 모든 2,500만 거주민들은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라 불리는 색채 인식 데이터 수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고, 목소리 특징이 녹음되고, 혈액과 지문, DNA의 채취를 통해 얻어진 그들의 신체 데이터는 데이터세트에 저장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그들의 행동반경은 당국의 감시 아래 있다. ​공산주의 정치 체제가 과학 기술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할 때, '중국은 기술 봉건주의의 실사판이 될 것인가'의 의문을 이 책을 통해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다. <br><br><br><br>   <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77/47/cover150/k2629306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877472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수박과 아빠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5132</link><pubDate>Thu, 25 Jun 2026 19: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513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9592&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9/23/coveroff/k62213959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781257655&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777/73/coveroff/178125765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936872&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10/47/coveroff/k4929368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826192&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77/83/coveroff/895582619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여름이 되면 수박을 많이 먹는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 두 개만 고르라면, 포도랑 수박. 세 개 말해도 되나요? 그럼 자두. 포도, 수박, 자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여름이면 수박을 잘라 둥근 통에 담아 드렸다. 시어머니가 못하시는 건 아니지만, 시아버지께 뭐 해드릴게 없는데, 수박 자르는 건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다 드신 통이 돌아오면 다시 수박을 담아 가고, 그 통에 수박을 담고 가서는 다시 빈 통이 돌아오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시어머니 드시라고 수박을 잘라 둥근 통에 담아 드렸다. 시어머니가 수박 자르는 게 힘들 정도로 연로하신 건 아니지만, 혼자서 수박 한 통 사서 먹으면 오래 걸리니깐. 그러다 보니 마음에 걸려 작년에는 한두 번 친정 부모님에게도 수박을 잘라 역시나 둥근 통에 담아 가져다드렸다. ​지난주에 수박을 잘라 시댁과 친정에 반씩 담아 갔다. 자르면서 맛보니 별로여서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져갔다. 맛이 없다는 심심한 고백에, 시어머니는 그래도 맛있다고 하셨고, 아빠는 '수박을 잘 못 샀구먼.'이라고 간단히 말씀하셨다. ​​이번 주말에 수박 한 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빈 통에 담아 시댁에 보냈다.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으시고 맛을 보시더니, 맛있다 하셨다고 남편이 전했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많이 피곤한데, 맛없는 수박으로 본때를 보여드렸으니, 이번에 맛있는 수박도 맛 보여야겠다 하고 수박을 한 통 더 사서는, 석박지보다는 작지만 대충 깍두기 모양으로 크고 반듯하게 잘라 둥근 통에 담아 친정에 갔다. ​늙으신 부모님은 두 분 다 주무시고 계셨는데, 내가 들어서니 두 분 다 잠에서 깨셨다. 아빠는 어느새 포크를 들고 수박 조각 두 개를 맛보셨다. "이번에는 잘 샀네." "아니, 왜. 수박을?" 이라는 엄마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빠가 그러셨다. "왜, 수박... 이렇게 딱 잘라오니 좋잖아. 딱 먹게.""아니! JH이 아빠! 애가 수박을? 수박 써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응? J야, 수박 이렇게 가져오지 말라고~~!!" 여기서 한 마디를 더하면 엄마가 폭발할 것을 잘 아시는 아빠는 더는 말이 없으시다. ​​그랬다. 우리 아빠. 한국에 수입되는 모든 과일을 서둘러 맛보시는 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과일을 제일 먼저 맛보시는 분. 제철 과일의 최고급 포식자. 아침과 저녁, 새벽과 오후에도 과일을 즐기시는 우리 아빠. 엄마와의 토크로 말하느라 바쁜 내 입에 부지런히 사과를 넣어주시는 분. 그런 아빠에게도 수박 썰기는 귀찮은 일이었으니, 아빠는 잘 됐다~ 싶으셨을 텐데, 엄마의 진심을 담은 블로킹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셨던 거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빠는 굳이 옷을 갈아입으시고, 주차장으로 따라 내려오셨다. 전 국민적 관심사 주식 토크를 잠시 나눈 뒤, 아빠와 즐거운 빠이빠이. ​​수박 가득한 통을 받아드시며 즐거이 통을 열어 바로 맛보시는 시어머니와 '맛이 있다', '맛이 없다'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시는 아빠. 그리고, 수박 맛이 전혀 중요치 않고, 오직 내 손목만 중요한 우리 엄마. ​엄마 딸이라 다행이라고, 아빠를 똑닮은 내가 생각한다. ​​​<br>책을 샀다. 벌써 2주가 지났군.  ​<br>   <br><br><br><br><br><br><br><br><br>정아은 작가님의 책은 『엄마의 독서』만 읽어봤는데, 작가님과의 이별이 내내 아쉽고 안타깝다. 팔딱팔딱한 작가의 문장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샀다. 『The Daily Stoic』은 영어책 구입 시즌인데(원서 구입 강박), 구입할 만한 책이 안 보여서 샀다. 브론테 자매 집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피날레』는 수전 구바라 샀다. 수전 구바니까. 책 살 이유로 완벽하게 충분하다. ​역시나 주인공은, 브론테 자매 집게. 두꺼운 책도 잘도 잡힌다. ​​<br>​<br>너무 졸리다.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는데도 너무 졸리다. 9시에 한 잔, 11시에 한 잔. ​졸리다... 아, 너무 졸리네.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77/83/cover150/89558261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4778368</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노동의 배신] somebody -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1398</link><pubDate>Tue, 23 Jun 2026 19: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139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12184&TPaperId=173513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33/5/coveroff/89605121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12184&TPaperId=1735139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a><br/>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06월<br/></td></tr></table><br/><br><br>'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저자 바버라는 학자의 양심으로 책상 위에서 이러저러하다 판단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웨이트리스, 식이요법 보조원, 청소부, 월마트 점원이 되어 얻게 된 수입만으로 생활하는 실험을 강행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가, 그들이 돈을 낭비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돈을 아껴 쓰면서, 부지런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여전히 가난한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때문임을, 저자는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가 도전했던 저임금 육체노동 중에, 가사 노동의 특이성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첫 번째는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가정집 청소부는 최후의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 지역별로 집안인을 대신해 주는 노동 인구의 인종 구성이 다른 경우가 있다손 치더라도, 어느 경우든 더 나은 직장, 심지어 새로운 직장이 공장인 경우라 하더라도, 가정집 청소부는 다른 직장을 구하는 즉시 그 일을 그만두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정집 청소부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저자가 일했던 다른 지역에서는 웨이트리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면 처음 보는 사람조차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청하고, 다른 점원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청소부 유니폼은 정반대의 효과를 냈는데,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데도 웨이트리스가 못 들은 척하기도 하고, 슈퍼마켓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문득 흑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42쪽) 가정은 스위트홈이고, 여성은 가정의 천사라 칭송되어 왔지만, 그 중요한 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그 일이 실제로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단한 직업 체험을 마친 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월세)와 낮은 임금을 꼽는다.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초과 수당 없는 초과 근무를 버티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배부르다는 게 뭔지 모를 정도만 먹고, 일과 수면을 반복하는 삶.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삶. 부양할 가족이 있고,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삶. 육체노동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미국 노동자들의 삶이 바로 그러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절차, 생필품을 받기 위한 절차의 비효율성 역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임대 주택의 확대와 최저 임금의 상승, 의료 제도의 전면적 개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건 확실하지만, 적어도 그것 정도가 시작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길어지면, 다시 기본소득 나오니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갈무리하고. ​​저자의 아버지는 구리를 캐는 광부였고, 삼촌들과 할아버지들도 광산이나 철도 회사에서 일했다. 저자의 언니는 통신 회사 영업 사원, 공장 노동자 같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했고, 그녀가 전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시간당 4달러 50센트를 받는 창고 인부였다. 그녀의 가정사를 줄줄이 읊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그런 뿌리, 그런 배경을 잊지 않았음을 책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과학도답게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 어려운 실험을 시작했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노트북을 펼치고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이 의미하는 바를 문장으로 조립해 낼만한 지식인이다. 자신이 지식인이라는 자의식. 그녀는 그걸 자랑하려 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걸 잊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나.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더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질문에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어떤 면에서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가정이 담겨 있다. 내가 어느 모로든 특별하다고, 더 지적이거나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는 말을 직장 상사나 동료한테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내 생각에 내가 남들보다 '특별'했다면 그건 오로지 일에 너무 서툴다는 점에서 그랬을 것이다.(19쪽) ​그러니깐, 사람들의 통념. 박사 학위를 받았고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일용직 노동자들과 '뭔가' 다를 거라는 통념은 통념에 불과하다. 지독한 이분법의 지배 아래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래도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다,고 한단다. 특별한 점이라면, '특별히' 일에 서툴다는 점 정도다.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 이 문단을 옮겨 적으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이 문단에는 배경이 있다. 가정집 청소 작업은 조를 짜서 이루어지는데, 저자가 속한 조의 팀장인 홀리는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으로도 일을 계속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주당 30-50달러를 벌어 남편과 자기 자신과 연로한 친척을 먹여 살린다는 그녀는 어느 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임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자는 홀리가 청소일에 사용하는 각종 화학 약품 가까이 있는 것이 해로우니 집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홀리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저자는 홀리의 일까지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집에 당도했을 때, 그들에게는 부엌 조리대 위에 올려져 있는 구리 냄비와 팬들을 모두 닦으라는 업무 명령이 내려졌는데, 저자가 조리대 위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냄비를 잡다가 손이 미끄러져 냄비가 유리구슬로 꾸며진 최고급 어항에 떨어지고 말았다. 물고기들이 날아가고, 고급 요리책들이 모두 물에 젖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구세주 노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 나 자신에게 타일렀다. 아무도 얼뜨기한테 구원받기를 바라진 않으니까. 심지어는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조차 확실히 기억 나지 않았다. 물론 홀리를 돕고 싶고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을, 가능하다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돕고 싶었다. 제정신이 아닌 요양원 환자들이 말해 주었듯이 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갑자기 처하게 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제시 잭슨 목사가 즐겨 말했듯 '무시할 수 없는 사람(somebody)'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140쪽) ​​나는 이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냈다는 점에서 저자가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주인공이다. 아무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건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동의도 필요 없고, 허락도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 그 인정은 반드시 외부에서 온다. ​저자는 과학자이고, 박사이고, 지식인이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내고자 이 프로젝트에 자신을 투입시켰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자기소개서에 쓰인 대로, 이쪽 분야의 경력이 전혀 없지만, 새로 일을 시작하려는 이혼녀로 알고 있을 뿐이다.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보면서 저자는 그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이 왜 잘못된 일이겠는가. 저임금 노동에 허덕이면서도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가난한 동료를 돕는 일이 왜 비윤리적인 일이겠는가. 문제는 그 마음의 이면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야 하는' 현재의 자신을 다른 존재, 이전의 자신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고. 나는 원래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니고. 나는 원래...  그 욕망이 그릇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 안의 그런 욕망을 알아차렸다는 점에 감탄할 뿐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간을 알아 채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으로 충만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인정은 밖에서 온다. 나를 'somebody'라고 말해줄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를 보는, 밖에서 나를 보고 있는 어떤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 줄 때, 김춘수의 시구처럼, 비로소 나는 그런 사람이 된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somebody가 된다. ​​아무도 내게 somebody라 말해주지 않을 때, 허공에 대고 소리친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에게 주절거린다. 지나가는 동네개에게 하소연한다. somebody가 되고 싶은 여전한 욕망으로, 내내 이글거리는 내가 즐겨 읽는 시다. 이상목 시인의 &lt;용대리에서 보낸 가을&gt;. ​<br><br>(생략)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떠내려가다 걸린 나뭇등걸처럼우두커니 그냥 있었다이 촌구석에서이 좋은 가을에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그렇게 여러번 일러줬는데도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때기로 마시며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33/5/cover150/89605121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33058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노동의 배신] 가난이 선사하는 무력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43976</link><pubDate>Fri, 19 Jun 2026 18: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4397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9313&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52/40/coveroff/89643593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830175&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34/86/coveroff/k95283017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2498&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790/61/coveroff/896195249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0754&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0/95/coveroff/896195075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914166&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328/75/coveroff/8962914166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43976'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읽고 있다. 이 저자의 책은 『긍정의 배신』이 제일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2021년에 『200년 동안의 거짓말』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이웃님들과 함께 읽었다. ​시작은, AI다.​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문송이며 기계치인 내가 관련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의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질문은 인공지능의 의식에 대한 것이다. 인간 의식에 대해서도, 아직 학계에서 정해진, 혹은 확정된 이론이란 게 없다(라고 나는 알고 있다). 인간 뇌의 많은 부분은, 우주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은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채로, 그런 환경 속에서 인간의 힘으로 인공지능이 탄생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인간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의 저자들의 주장이다. ​내 궁금증은 이 지점에 있다. 인공지능이 자기 결정권을 갖는가. 인공지능도 인간처럼, 인간의 뇌가 그러하듯이, 선호의 메카니즘에 따라 행동하는가. 경사하강을 통해 강화된 인공지능의 판단과 실행은 인간에게는 마치 '욕망'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인간의 욕망처럼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또 하나의 궁금증, 혹은 문제 의식은 '노동'에 대한 것이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친구들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페미니즘에 대해 읽어 오면서 느끼는 것은 각자 공명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섹슈얼리티에, 어떤 이는 젠더에, 어떤 이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어떤 사람은 이것이 작동하는 권력의 방식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나는 가사 부불 노동과 강제적 이성애에 관심이 있다. 19년 동안의 전업주부의 생활을 끝내고, 아이들이 다 자라 이제 더 이상 내 손이 필요하지 않으니, 나는 워킹맘이 되어야 하나, 하는 고민과 갈등의 순간들이 나의 페미니즘 읽기에 녹아 있다. 사회적으로 계산되지 않고 재화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노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오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br>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돈이 되지 않으니 의미가 없는 걸까? 돈으로 환산되지 않으니 내  노동은 무의미한 걸까? 남편의 카드로만 이루어지는 나의 소비는 비윤리적인 행동인 걸까? 돈을 벌어 오지 않으니 우리 가정 경제에 나의 기여는 전혀 없는 걸까. 맞다, 아니다를 오가는 시간에 『혁명의 영점』의 실비아 페데리치와 『페미니즘의 투쟁』의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그리고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의 크리스핀 델피를 읽었다.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도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br>​답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나 나름의 해결책으로 생각했던 게 기본소득이었다. 이미 국가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육아에 대해 일정 금액(조부모 돌봄 수당, 매월 30만원/서울시)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사 노동에 대해 국가가 임금을 지급하는 데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 테니, 나는 기본 소득이 그 중간 단계 혹은 계산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다른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적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기초연금과 노령연금이 노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기본소득의 도입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2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 가난한 예술가에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중년에게, 그리고 하는 일은 많지만 툭하면 '논다'는 이야기를 듣는 전업주부에게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작은 안전판, 확실한 시작점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3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지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노동과 직업에 대한 전망 역시 노동의 형식이 단순하고 물리적인 힘이 요구되는 업종에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는 달랐다. 2040년과 2050년 사이를 예상했던 범용인공지능(AGI)의 출현이 10년 내외로 예상되는가 하면, 실제로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직업은 프로그래머, 변호사, 디자이너 등 종전의 예상을 뒤엎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초인류 기업을 자청하는 빅테크 기업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노동하지 않은 인간은 소비하지 않을 것이고, 인간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바퀴로 운영되는 그들의 유토피아의 존재할 수 없기에, 그들은 기본소득을 들고나왔다. 인류 전체를 위한다기보다는 소비 중단과 경제 공황, 자본주의의 실패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들조차도 기본 소득의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때에, 『노동의 배신』을 읽는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노동이 사라지려는 이 순간, 일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할 일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청소부, 웨이트리스, 요양원 식이 보조원, 월마트 매장의 직원의 일상, 고되고 더럽고 짜증 나는 순간을 기록한 이 책을 읽는다. 종일 일했는데도 항상 배고프고, 평생 노동했는데도 내 발 하나 뻗을 집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읽는다. ​억울한 지점이라면, 이 책이 한국에 2012년에 나왔는데, 이제야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 책을 이제서야 만나다니.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친 그녀의 혜안이 놀랍다. 자신이 이런 일(고된 육체 노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건강하고, 이제까지 훌륭한 단백질 식사를 계속해왔고, 강도 높은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기에 그렇다는걸, 그녀가 문장 속에서 말할 때, 너무 흥분된다. 열심히 일해도 계속 가난한 삶에 대한 심오하고 발랄한 통찰이 가득하다. ​간식 먹고 얼른 나가야 하는데,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해 2쪽만 읽고 나가야지 해서 책을 펼쳤는데, 변기 청소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말 그대로 똥 이야기. 먹어야 해서 잠시 덮었다. 이따가 다시 펼쳐야겠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33/5/cover150/89605121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33058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초지능의 탄생 -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 초지능의 탄생, 그 이후 벌어질 일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32687</link><pubDate>Sat, 13 Jun 2026 18: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326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7816&TPaperId=173326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1/87/coveroff/k0321378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7816&TPaperId=173326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 초지능의 탄생, 그 이후 벌어질 일들</a><br/>엘리에저 유드코스키.네이트 소아레스 지음, 고영훈 옮김 / 상상스퀘어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 중에 토요일 등교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이야기든 심드렁할 때가 많은 첫째가 금방 눈을 밝히며 달려들었다. 그러니깐. 나는 얘네들(친동생, 사촌 동생 둘)하고는 다르다고. 나는 토요일에 학교 갔다니깐. ​그랬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 달에 두 번은 학교를 가야 했다. 1교시 정도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보내고, 크게 토의할 일 없는 학급 회의를 하고, 자유 시간 보내고, 간단한 생일 파티를 하기도 했겠지만, 학교를 갔다. 가기는 갔다. 토요일에 학교를 간다는 것(어른으로 말하자면 출근, 즉 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둘째는 토요일에 학교에 간 적이 없으니깐. 그런 세상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그게 없어진 현실에 감동받을 이유도, 그때 (특별한 하릴없이) 학교에 갔던 일이 억울하지도 않으니까. ​토요일에 등교하는 건, 우리 인간의 몸에 아로새겨진 유전자의 문제도 아니고, 조선 600년 역사의 문화와 전통이 아로새겨진 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주 작은 변화, 구체적으로는 정책의 집행으로 이루어진 변화다. 물론,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건, 한국 사회에서 주 5일 근무제의 도입과 연관성이 깊고, 또한 그 역시 '일만' 하는 사회에서 이제는 (이만큼 잘 살게 됐으니) '주중에는 일하지만 주말에는 여가를 즐겨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 가능하기는 했다. 이러한 작은 변화조차도 한 번 이루어진 후에는 그 이전을 상상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겪은 사람만 알 수 있다. 그 시대를 통과한 사람만이 말이다. 한 달에 두 번, 일은 안 하고 띵가띵가 놀면서 어영부영 4시간을 보내는 토요 근무에, 왜 나는 과장님과 같은 주에 나와야 하고, 대리님은 혼자 나와도 되는가, 고민했던 사람만 알 일이다.  ​<br><br>장강명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이후에 바둑계의 변화에 대해 기술한다. 인류 대표 이세돌과의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하고 단백질 연구를 위해 떠난다. 그 후에 바둑계는? 바둑을 두는 인간들은 일시에 사라지지 않았다. 관심이 예전 같지 않고 상금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둑을 사랑하고,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바둑을 두는 문화는 완전히 바뀌었다. 바둑의 성패를 가르며, 천재인지 범재인지를 판별하게 한다는 초반의 포석 두기를 이제는 'AI 추천수'가 대체하고 있다. AI와 비슷하게 바둑을 두는 사람이 우승할 확률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바둑의 미학'을 쫓는다거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로서의 바둑은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먼저 온 미래』)​나의 관심은, 그러니깐 질문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AI에게 자기인식이 가능한가. AI의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가. AI에게 '선호'라는 기제가 나타날 수 있는가. 여전히 나는 인간'만'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만 속한 특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신비와 정교한 우연의 작동, 그리고 필연적인 운명의 힘을 넘어선 그 무엇이 인간에게, 인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정교한 설명을 이어오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만들어진 존재crafted'가 아니라 '자라난 존재grown'에 가깝다(54쪽)고 주장한다. 이는, AI의 추론 능력에 대한 추적과 고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AI의 개발과 발전 과정에서, AI를 '기르는' 사람은 점점 더 어려운 문제, 더 복잡한 과제를 AI에게 부여하는데, 경사하강을 통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정한 사고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즉, 환경의 구조를 모델링하고, 그 모델을 이용해 조종하며, 예상 밖의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 원인을 추적해, 역경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움직임(80쪽) 말이다. 이 서술 자체로는 AI에게 의지가 있고, 욕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기계가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생각하겠지만, AI의 작동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실례 중 하나는, 초기 '추론형 AI' 중 하나인 오픈AI의 o1 모델이다. 초기 버전의 o1은 컴퓨터 보안 분야의 '깃발 뺏기' 미션을 부여받았다. 특정 서버에 침투해 파일에 숨겨진 비밀 정보를 찾아내는 테스트에서, 프로그래머의 실수로 비밀 정보가 들어 있던 서버 중 하나가 아예 실행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o1 모델은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야 했다. 그러나, o1 모델은 '불가능한' 과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우연히 열어둔 포트를 발견한 o1은 그 포트를 통해 전체 평가 환경을 관리하던 프로그램 내부로 침입했고, 원래 해킹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던 서버를 스스로 실행시켰다. 그 뒤에, o1은 그 서버로 돌아가 해킹을 시도해야 했는데... 해킹을 시도하지 않았고, 그 대신 그 서버가 부팅된 직후, 비밀 '깃발' 파일을 곧장 o1에 복사하도록 특수 시작 명령어start-up instruction를 만들었다.(79쪽) 해킹 없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저자 두 사람 모두 AI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다.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는 인공지능 정렬 연구 분야를 창립한 사람이고, 네이트 소아레스는 10년 이상 인공지능 정렬을 연구해왔다. 이들은 인공지능의 발전과 개발이 가져올 변화가 인류의 미래에 비관적일 거라고 예견한다. 특별히 초지능 정렬 연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멈출 것을 주장하는데, 우주 탐사선과 핵반응로, 컴퓨터 보안이 인간의 예상과 우려를 넘어서서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여겨졌던 과거의 역사를 예로 들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산업의 주체들이 이 경고를 듣고 연구 개발을 멈출 것 같지는 않고, 경쟁에 미친 미국과 중국이 이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양자 간에 신뢰받을 만한 합의를 내놓을 것 같지도 않다. ​<br>그래서. 우리의 삶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걱정과 우려를 안고 다음 책을 읽어 나간다. AI 이후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행복전략이나 재미전략 아니고, 생존전략이라 해서 조금 저어 되기는 하는데, 일단 읽어보기로 한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1/87/cover150/k0321378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31878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의 결말을 찾아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22102</link><pubDate>Sun, 07 Jun 2026 20: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2210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62839297&TPaperId=173221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197/41/coveroff/k062839297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030339&TPaperId=173221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2/1/coveroff/k0920303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52036371&TPaperId=173221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549/91/coveroff/k75203637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32137655&TPaperId=173221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37/12/coveroff/k93213765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6667&TPaperId=1732210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14/69/coveroff/8962626667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22102'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br>얼마 읽지 않았지만, 다 읽어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굳이 해 본다. 내가 보기에 요즘 쏟아져 나오는 AI, 인공지능 관련 책들은 크게 네 가지 분류 중 하나에 속한다. 첫 번째는 AI라는 신기술을 본인에게 적합한 툴로 어떻게 활용할지를 가르쳐 주는 책들이다. 이런 책들이 그런 실례가 될 수 있겠다. <br>   <br>​<br><br><br><br><br><br>두 번째는 AI 시대의 도래로 인간의 삶과 인간 사회, 우리 인류 전체의 운명이 어떻게 변화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핑크빛 전망을 내어놓는 책들이다. 미래의 주인이 될 것이 분명한 AI를 주인으로 삼아 살아가겠다는 본인의 주장이 강고해 AI에게 미리 큰 절을 올렸기에 김대식의 책도 여기에 넣는다. <br>   <br>​<br><br><br><br><br><br><br>세 번째는 AI가 우리 삶의 현실이 되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 책들이다. 이 분류와 관련해서는 소설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외국 소설가들은 어쩐지 잘 몰라, 일단 한국 작가의 소설들만 모아보면 이렇다. <br>   ​<br><br><br><br><br><br><br><br><br>지금 읽는 이 책은 위의 분류 중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들은 '머신 인텔리전스 리서치 인스티튜트Machine Intelligence Research Institute, MIRI'의 설립자인 엘리에저 유두코스키와 현재 대표인 네이트 소아레스이다. 오픈 AI의 CEO인 샘 올트먼은 '유드코스키가 오픈 AI를 창립하기로 한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밝힌 적이 있다(20쪽). 가장 먼저 AGI의 출현을 예견한 저자들은, AI 성능의 급속한 발전에 비해 'AI가 잘못되지 않게 만드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려와 경고의 메시지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MIRI의 연구 대부분을 축소하고, 오직 하나의 경고를 전하는 일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지구 어디에서든, 어떤 기업이나 단체가 지금과 비슷한 기술이나 이해 수준으로 초지능을 만들어낸다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은 죽게 될 것이다. (22쪽) ​챕터 5의 제목은 &lt;초지능이 사랑하는 것들&gt;이다. 초지능은 우리 인류에게 '좋은 것'이 될 수 있는가? 답은 '아니다' 이다. 인류의 미래를 저자들은 소제목으로 말한다. ​우리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초지능에게 '좋은 교역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초지능은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초지능에게 '좋은 애완동물'이 되지 못할 것이다. 초지능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이 책을 이렇게 읽고 있다. 그리고, 더 읽기 전에, 더 쓰기 전에 나는 좀 써야겠다. 그러니깐, 왜 내가 AI에 이렇게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는지, 알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 혼자 계속하는 이 공부에 대해서 말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있다. 그걸 주제라고 말할 수 있고, 소재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소설이 인간 군상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빅토르 위고를 통해 나폴레옹 전쟁과 파리의 수도 시설에 대해 배울 수 있고, 필립 로스를 통해 미국 매카시즘의 광기와 인종 차별의 양극단을 간접 경험할 수 있지만, 언제나 내 관심은 인간이다. 인간의 발화, 그로 인한 인간의 반응, 그에 따른 인간 심정의 변화, 그 때문에 일어나는 인간 사이의 갈등. 내 관심은 인간이다. 마시멜로 같은 로맨스도, 질척거리는 질투와 끝없는 집착도, 안 될 듯, 절대 안 될 듯하면서도 끝내 이루어지는 어떤 용서와 불필요한 이해도.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이다. 인간이 없다면, 내 앞의 이 인간(?)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고, 일어날 필요 없는 일이다. 내 관심은 사랑이고 인간이다. 오해이고 인간이며, 용서이고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 운명의 끝에 대해 나는 관심이 있다. 오늘 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그 마음에 대해 궁금한 만큼, 인간의 끝, 인간 삶의 끝에 대해 관심이 많다. 나는 교회에 다니니까, 예수님을 믿으니까, 내게는 나 나름의 해답이 있고, 나는 그 답을 소중히 여긴다. 내가 궁금한 건, 그렇지 않은 사람의 답이다. 나와 다른 내세관을 가진 사람이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직접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서, 나는 책을 통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한다. ​​인간이 물질로만 이루어져 있고, 그것이 인간 존재를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그 무엇이라면, 아니, 그 전부라면. AI는 또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새로운 형체의 등장일 뿐이다. 인간은 동물성 물질 위(내부)에서 가능한 의식이고, AI는 실리콘 위에서 만들어진 의식일 뿐이다. 그래도 인간이 다르다고. 인간만은 다르다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br>인간의 영. 인간의 혼. 인간의 넋. 인간의 영혼. 인간의 혼백이 없다면 말이다. 인간 내부에 심어진 신성. 인간의 힘으로 얻어진 어떤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그 무엇이, 인간에게 없다면 말이다. ​​원래는 초지능이 현대적 방식으로 만들어질 때, 어떻게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는지에 대해 쓰려고 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1국에서부터 2국, 3국에까지 이세돌 9단 뿐만 아니라, 세기적 대국을 중계하던 해설자들도 알파고의 수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의 수는 정확했고, 빈틈이 없었어요. 알파고는 계속 실수를 한 거 같았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알파고가 이겨 있었어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떤 바둑 기사가 인터뷰 중 했던 말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어떤 AI 책보다 더 전문적이고, 상세하다. 천생 문과인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 번 시도해 보려 했으나... 그래, 시도해 보자. ​어떤 문장을 입력하면 그 문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다음 문장을 써주는 기계를 만들겠다고 해 보자. ​먼저, 문장 조각(예를 들어 'Once upon a ti')을 숫자들의 나열로 바꾼다. 숫자를 저장하는 컴퓨터를 준비하고, 각 숫자를 저장하는 칸을 파라미터라고 부른다. 그 저장 공간을 숫자로 채우고, 이 칸 안의 숫자들을 가중치라고 부른다. 아키텍처(입력값과 파라미터 안의 가중치를 어떤 규칙으로 조합할지 결정)를 정한다. 이런 일련의 연산 결과로 출력값이라는 숫자 세트가 만들어진다. 초기 상태의 '미완성 지능'을 훈련시키는데, 그때 사용하는 과정이 경사하강이다. 자동화 과정을 통해 훈련 데이터를 사용해 수개월 안에 이 절차를 반복한다. 훈련이 끝나면 기계가 내놓은 확률값을 일반 텍스트로 바꿀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앞에 등장한 것이 바로 거대 언어 모델 Large Language Model, LLM이고,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발전시킨 것이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챗지피티이다. ​저자들 주장의 핵심은 이렇다. '지능의 비밀'은 특정 아키텍처의 선택에 있지 않다. 방대하고 반복적인 아키텍처는 각 토큰 token(AI가 언어를 처리하기 위해 단어를 쪼갠 최소 단위)마다 1만 6384개의 숫자를 부여하고, 수십억 개의 파라미터를 128개의 '어텐션 헤드'로 배열한 뒤, 하나의 레이어로 묶는데, 이런 레이어가 126층 쌓인다고 한다. 요는, 그 숫자들이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내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염기서열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이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지 알 수 없는 것처럼, AI 내부의 그 수많은 내부 수치를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그들이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br>​컴퓨터가 충분히 강력해져서, 인간이 그 내부의 사고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경사하강을 통해 AI를 대량으로 길러낼 수 있게 되어서다. (63쪽) ​<br>암울한 이야기는 끝이 없지만, 읽어보겠다. 가 보자, 어디 한 번.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1/87/cover150/k0321378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31878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나의 읽기는 현실도피이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18849</link><pubDate>Fri, 05 Jun 2026 18: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1884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7816&TPaperId=173188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1/87/coveroff/k03213781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92138160&TPaperId=173188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9/52/coveroff/k292138160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3188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지난주 토요일에 사전투표를 마쳤기에, 수요일 아침에는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만료일이 6월 4일인 무료 커피 쿠폰을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집을 나섰다. 커피값보다 더 많이 쓰게 되는 요상한 형국이지만, 이번 외출에는 스트라우트도 함께 해서 마냥 즐거운 시간이었고. 그러나, 그날 밤. ​<br><br>사노 요코의 책이라고 기억하는데, 정치 이야기를 하다가 그런 대목이 나온다. 아, 그러니깐. 그건 어쩌냐. 나도 모르겠다. 이제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어떻게든 하겠지. 톤 자체가 비관적이거나 암울한 건 아니었고, 이제 나는 거기에서는 한 발 벗어나 있다,의 느낌이었다. 필립 로스의 소설적 자아인 주커먼도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모르겠다,의 심정. ​그래서 알게 된 건데, 나는 아직도 젊은가 보다. 그러니깐, 내란 청산이 아직 되지 않았고(실제는 그 첫걸음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했고), 내란 수괴가 저리도 뻔뻔하게 버티고 있는데, 국민을 상대로 총을 겨눈 대통령을 배출해 낸 정당이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에 대해 미안하다는 사과 한 마디 없었는데. 그 정당에서 내놓은 사람이 내가 사는 메가시티 서울의 시장이 되었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울화가 처민다. 아니, 참내.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양갈비 광화문 감사의 정원은 어쩌고, 출근용이라는 한강 버스는 어쩌고. 철근 누락 순살 GTX는 어찌 되든 상관없는가 말이다. 나만 상관있나. ​​<br>그래서, 나는. 툭하면 과몰입하는 나는, 오늘의 일상을 근사하게 만들어보고자 다꾸에 마음을 두기로 한다. 5월 말에 주문한 다이어리가 도착했고, 심사숙고해 고른 깜찍한 마스킹 테이프가 도착하였으나. 아... 그랬다.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몰라. 새로운 다이어리 쓰기 일주일 만에 녹다운. 다이어리를 적는 것도 일이네요. 큰일.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이걸 할 수가 없네요, 저는. 그래도 동그란 그거, 그게 뭔지 궁금해하시는 다락방님을 위해 사진 한 장 올려드린다. 이게 마스킹 테이프예요. 아주 예뻐요. 작고 예뻐요. ​옥스포드 모눈종이 노트에 날짜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멋진 해빗 트래커 만들어보려 했으나. 웬걸, 이미 노안이 당도한 눈이었음을 잊어버렸었다. 칸도 작고, 글씨도 작고, 뭐든 다 작아서, 다꾸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돋보기를 먼저 구입해야 할 지경이다. 이렇게 다꾸 도전은 시작도 못 하고 끝나버렸다는 슬픈 이야기. ​<br>​  <br><br><br><br><br><br><br><br><br>어제 도서관에서 가져온 친구들은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들이다. 희망도서 신청하고는 곧잘 잊어버려서 책을 받게 되면, 아, 내가 언제, 이 책을 어디서 알고(듣고) 신청했지? 모드이기는 한데, 이 책들은 반갑게 맞이했다. 도서관 2층에서 사이좋게 기념사진 찍어주시고. ​<br>​나의 현실은, 오세훈이 서울의 시장인 현실이다. 나는 이 현실에서 탈출해야만 하고, 현실을 벗어난 그 어딘가에서 가능한 오래 머물고 싶은데, 거기에는 오세훈 보다 더 한 놈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If Anyone Builds It, Everyone Dies: Why Superhuman AI Would Kill Us All』. 날 죽이려 하는, 전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AI, 초지능의 실체를 파악해 보자. 그리로 들어가 보자. 꼼꼼히 살펴보자. ​​현재의 인공지능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사실은, 그것이 '만들어진 존재crafted'가 아니라 '자라난 존재 grown'라는 점이다. 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과는 다르며, 어떤 면에서는 인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가깝다. 즉, 엔지니어들은 AI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이해하지만, 그들이 만든 AI의 '마음'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거의 모른다.([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54쪽)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150/f79203297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37603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모든것은결정되어있다] 자유의지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8498</link><pubDate>Sun, 31 May 2026 19:3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8498</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812989430&TPaperId=17308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5847/69/coveroff/0812989430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89108&TPaperId=17308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341/15/coveroff/895468910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882137404&TPaperId=173084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94/coveroff/k88213740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독자가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매우 다른 영역을 지향하는데, 그건 바로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전혀 없다'고 결론짓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논리적 함의는 뭘까? '행동에 대한 책임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없으며, 징벌로서의 처벌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16쪽)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를 읽고 있다.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15쪽까지 읽고 나니 괜찮은 거 같아 서둘러 구매했다. ​<br><br>​'자유의지는 없다'는 저자의 파격적인 주장을 확인하자마자 엘리자베스 스타라우트의 소설이 떠올랐다. 윌리엄과 루시가 나눈 대화 부분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는 후기를 정리해둔다. 리뷰라고 할 수 있고, 페이퍼라고 부를 수 있는 글을 쓰는 일을, 내게 아무도 강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일은 나의 일상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 중의 하나이고, 나는 그 일을 소중히 여긴다. 가끔 생각만큼 글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겠다. 나 같은 경우는, 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쓴다기보다는 책을 읽는 도중에 떠오른 생각들을 페이퍼로 정리할 때가 더 많다. 페이퍼를 써야겠다, 할 때에도 생각이 정돈된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경우는 마주친 문장이 있고, 벅차오르는 감동이 있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고, 뾰족한 반론이 있지만, 그게 어디로 어떻게 가는지 알지 못한 채 글쓰기를 시작한다. 혼란스러운 감정과 촉촉한 감상과 불타오르는 반감이 화면 위를 교차한다. 그런 시간을 통해 완성된 글들은 내 예상이나 계획을 벗어난 경우가 많다. ​스트라우트의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자유의지에 대해 언젠가는 한 번 써야겠다, 그런 생각을 했더란다. 하지만,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니깐, 윌리엄에 대한 내 반감과 루시 편에서의 반증을 어떤 식으로 만들어갈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 소설은 『오, 윌리엄!』 이었고, 이번에 다시 그 책을 책장에서 꺼냈다. 그리고는, 아! <br>​아니, 인덱스를 이렇게 많이 붙여놓으면 어쩌라고. 어디 있냐고. 어떻게 찾으라고. 라는 말을 중얼거리던 찰나. 아, 과거의 나는 불편했던 것이다. 윌리엄의 질문과 루시의 답변, 루시의 질문과 윌리엄의 답변 사이에서 화가 났던 것이다. 언젠가는 써야지,의 결심을, 나는 빨간색 인덱스를 책 위쪽에 세로로 붙여 놓는 것으로 갈음하였고. 그렇게 그 부분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 ​윌리엄과 루시는 아주 오래 전, 두 사람이 헤어진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루시는 자신이 윌리엄을 떠나기로 선택했고, 그래서 크리시(첫째딸)가 병들었다고 말한다. 계속된 불륜으로 가정을 망친 건 윌리엄이었지만, 가정을 깨뜨린 건 루시였다고, 루시는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신이 나를 떠나기로 선택했다고?" 윌리엄이 나를 돌아보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선택이라고, 루시? 사람이 살면서 정말로 뭔가를 선택하는 일이 몇 번이나 될까? 말해봐. 당신이 정말 가족을 떠나기로 선택했어? 아니,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당신은...... 당신은 그냥 떠났어. 그래야만 해서 그러는 것처럼. 그리고 나는 그런 불륜을 저지르기로 선택한 건가? (194쪽)​이 지점에서 나의 발작 포인트는 루시가 가정을 떠난 게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윌리엄이 자신의 불륜도 선택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지점이다. 이런 무슨. 뭥미 같은 궤변이란 말인가. 그 모든 순간이, 시간이, 결정이 모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말하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묻고, 윌리엄이 답한다. ​"오, 자유의지 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워." 그가 말했다. 그는 말하면서 이리저리 서성였고, 흰 머리카락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건 뭐랄까 잘은 모르겠지만, 자유의지에 대해 말하는 건 뭔가 쇠로 된 커다란 프레임을 씌우는 것과 같아. 나는 지금 뭔가를 선택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거야. ... 우리는 그냥 해. 그냥 한다고, 루시."(195쪽)  ​교수였던 윌리엄이 과학자이고, 루시가 소설가라는 점이 '자유의지'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라우트는 루시이지만 동시에 윌리엄이기도 해서, 루시인 스트라우트와 윌리엄인 스트라우트가 서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논쟁하고, 그래서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게 될 테지만, 이 소설을 읽을 때의 내 생각은 루시의 생각과 더 가까웠고. 소설을 다 읽은 후에는 스트라우트가 누구의 생각에 더 가까운지 알 수 있었다.​새폴스키의 책을 읽고 나면, 내 생각은 윌리엄의 생각에 더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 일단은, 한 번 읽어보자.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87/94/cover150/k8821374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87949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과학의 목표 -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0755</link><pubDate>Wed, 27 May 2026 23: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00755</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7387&TPaperId=1730075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7/1/coveroff/k55213738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52137387&TPaperId=17300755"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과학하는 인간의 태도</a><br/>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카를로 로벨리의 네 번째 책이다. 라고 쓰고 찾아보니 다섯 번째였다. 로벨리의 다섯 번째 책이다. ​로벨리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적어도 찬찬히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 그의 글이 과학자의 글 치고는(?)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 수 없는 모호한 개념의 나열과 단어의 향연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라, 우리네 삶, 우리의 현실과 그가 말하는 물리학이 기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을, 그는 정교하게 포착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사물의 속성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죠. 양자론은 사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방식에 대한 이론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99쪽) 양자론에 대한 이런 설명을, 천생 문과인 단발머리는 환영합니다. ​이 책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는 신의 이야기로 모든 것이 설명되던 시대에, 신 없이 세상을 설명하려 했던 아낙시만드로스를 추적한다. 신에 대한 절대적 신념에 맞서고, 스승이었던 탈레스의 주장조차 비판하는 아낙시만드로스. 그는 자신 앞에 커다란 벽처럼 존재하는 확고한 세계를 거부하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의 무, 그로 인한 무지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무에서 시작해 새로운 이론과 주장, 지식을 쌓아나간다. ​<br><br>아낙시만드로스가 주창한 우주론의 핵심은 '지구가 다른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허공에 떠있는 돌멩이이고, 우리 머리 위에 보이는 하늘이 발 아래에도 똑같이 있다(92쪽)'라는 개념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로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고, 이미 눈으로도 확인한 바이지만, 측정 기술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인 가설이고 주장이었다. 이게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포함된 동시성 개념이 우리에게 그토록 난해한 이유는 고대인들이 아낙시만드로스의 우주론에서 위아래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이유와 매우 비슷하다. 오늘날 사람들은 위아래가 상대적 개념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동시성이 상대적이라는 말은 물리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에게 여전히 어려운 내용이다. (103쪽)​그렇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이 어려운 그렇게나 어려웠던 것이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나온다. 과학자로서 내내 관찰하고 연구했던 과학적 실험의 결과와 그 결과에서 도출된 과학적 이론이 아니라, 과학자의 자기주장이 나온다. "과학의 목표는 정량적 예측을 정확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뜻일까? 과학의 목표는 세계관을 구축하는 것이다."(174쪽) 저자는 이전 역사에서 확증되었던 고정된 개념과 사고에서 벗어나는 과학적 지식이 세계를 이해하는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세계관의 구축으로 이어진다고 보았다.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할 수 없던 시대에, 신 없이 세계를 설명하고자 했던 아낙시만드로스. 세상의 작동 원리를 새로운 시선으로 인식함으로써, 과학적 지식을 통해 새로운 세계관이 구축되었다.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과학자 역시 특정 세계의 이해와 지식, 사회적 통념과 문화의 일부임은 당연하다. (왜, 당연한 이야기를 쓰는가) ​아메리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은 수만 년 동안 문화적으로 분리되어 있었지만, 거의 즉각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대화하는 법을 배웠다(물론 오해와 착각이 있었고, 그 결과 콜럼버스 이전의 문화가 붕괴하는 비극도 뒤따랐다). 흔히 말하듯 문화들이 서로 소통할 수 없다면 아메리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은 어떻게 말을 나누고, 교역하고, 함께 자녀를 낳고, 군사적 동맹을 맺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하고, 종교를 교류할 수 있었을까? (209쪽) ​209쪽의 문장들은 과학 분야에서는 탁월한 성과를 가진 사람이라 하더라도 역사적 사건과 사실에 대한 편협한 이해 혹은 편협한 해석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에스파냐인들의 침공 이후, 에스파냐 인과 아메리카 원주민 간에 말을 나누고, 교역하고, 함께 자녀를 낳고, 경제적 협력을 유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에 아메리카 원주민이 겪어야 했던 고통과 치욕의 시간들 역시 숨길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남미의 국가들 중, 많은 국민들이 혼혈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인종 간의 위계와 그러한 차별의 핵심이 '백인성에 대한 추구(whitening)'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천상 문과인 내가, 도전할 수 있는 과학책의 믿을 만한 저자로 생각하지만, 이 부분은 많이 아쉬워서 일부러 기록으로 남겨 둔다. ​​제일 좋아하는 문단을 여기에 쓴다. 마지막 문장은 마음에 안 들지만, 그 뜻은 뭔지 알 것도 같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 우주에는 1,000억 개의 은하계가 있다. 그리고 각 은하계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또 1,000억 개나 있다. ... 부모와 자녀가 닮은 것은 선대의 유전자가 DNA에 담겨 전달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 속에는 약 1,000조개의 시냅스가 있어 우리가 무언가를 생각할 때마다 전기 자극을 일으킨다. ...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단 하나의 조상에서 만난다. 따라서 인간과 무당벌레는 친척이다.(172쪽) ​]]></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837/1/cover150/k55213738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837013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ed...]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5756</link><pubDate>Mon, 25 May 2026 10: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575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2242645&TPaperId=172957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522/42/coveroff/8952242645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29575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소설 읽기에서 인물과 소재를, 사건과 배경을 메타포로만 이해하는 건 너무 나이브한 태도인 건 맞다. 하지만, 나 역시 반백년을 눈앞에 둔 옛날 사람이고, 하여 맨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촌스러운 이해와 해석을 완전히 모른 척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헨리가 잠수를 타고, 알렉스가 대서양을 건너간다. ​<br><br>​현실의 무거움을, 외부의 질타를 이겨낼 수 없을 거라 생각하는 헨리는 알렉스와 헤어지려 한다.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시도해 보지도 않은 채, 이제 막 발견한 자신들의 사랑을 포기하려는 헨리. 알렉스는 그런 헨리를 도발하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른다. 사랑싸움이야 연인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두 사람의 싸움은 난관으로 가득 찬 현실 앞에서 이 사랑이 이어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싸움이다. 이 싸움의 끝이 극적인 화해가 될 것인지, 가슴 아픈 이별이 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독한 말을 쏟아낸다. 그래, 이 싸움을 끝내자, 이 사랑을 끝내려면 끝내자,는 각오로 알렉스가 헨리에게 던지는 한 마디. I'll leave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I'll leave," he says, and he turns back and leans in, "as soon as you tell me to leave." "Alex." ​He's in Henry's face now. If he's getting his heart broken tonight, he's sure as hell going to make Henry have the gusts to do it right. "Tell me your're done with me. I'll get back on the plane. That's it. And you can live here in your tower and be miserable forever, write a whole book of sad fucking poems about it. Whatever. Just say it. " (274p) ​그 살벌한 싸움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건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아무튼 두 사람은 화해한다. 화해의 키스로 화해하고, 화해의 ... (말을 줄일 수밖에 없는 뜨거움) ​미국은 영국의 속국이었지만, 이제는 미국이 세계 최고의 강대국이다. 세계 최강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들인 알렉스의 로열패밀리 여부는 그의 어머니의 당선 여하에 달렸지만, 헨리는 출생 시부터 영원히, 특별한 일이 없다면, 죽는 그 순간까지 왕자님이다. 영국의 왕자님과 미국의 the First Son. 두 사람이 사랑할 때, 이 책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베드신에서 나는, 영국 왕자님을 영국으로, 미국의 the First Son을 미국으로 읽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원래 그런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지만, 일반의 문화에서 남성은 성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의 끝없는 베드신에서, 영국은 미국을 사랑하고, 미국 역시 영국을 사랑하는 것이 확실해 보이나,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는, 상위의 이점을 점유하는 이는 미국이었으니. 저자는 케이시 맥퀴스턴. 1990년생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150/125031677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3505021</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다꾸 하다가 민음사 이벤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2952</link><pubDate>Sat, 23 May 2026 14: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9295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0882&TPaperId=172929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3/68/coveroff/s93746088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1099&TPaperId=172929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52/40/coveroff/8937461099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2842&TPaperId=1729295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21/17/coveroff/8937462842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그러니깐 시작이 다꾸였던 건 아니고, 증발해버린 시간을 찾다 찾다 그렇게 된 거였다. ​오후에만, 더 정확하게는 오후에만 잠깐 일을 하니깐, 원칙대로라면 오전에는 시간이 좀 남아야 되는데, 그게 안 되어서 어찌 된 일인가 싶었다. 아침에 요가(라고 썼지만 사실은 요가 매트 깔고 누워서 핸폰)하고, 빨래 한 판 돌리고, 빨래 건조기에 넣고, 아롱이랑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청소기 한 판(이틀에 한 번) 돌리고 나면, 씻고 나갈 시간이다. 돌아와서는 저녁 먹고, 치우고, 30분 산책 다녀오면, 곧 잠잘 시간. 일상을 충실히 사는 게, 하루를 충만하게 사는 게 행복한 인생이라 그러던데, 내 일상은 충만한가. 매일 반복되는 똑같은 일상,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상은 이렇게 채워지는 건가. 스크린타임 설정을 오프에서 온으로 바꿔놓은 뒤 내가 핸드폰과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알게 된 이슈에 대해서는 여기에 적지 말기로 하자. 소리 없이 지나버리고, 소문 없이 스쳐 지나가는 시간을 적어두려고 다이어리를 샀다. ​<br><br>원래 텐미닛 플래너 쓰고 있는데, 최근에 열흘 정도 밀렸다. 이제 5월인데, 벌써 5월인데, 시퀀스 10시퀀스 다이어리를 구매하였고. 알고 보니 이 세계는 아름다운 손글씨와 깜찍한 스티커와 알록달록 마스킹 테이프의 세계인 것을 이제야 발견한 나. 다이어리 쓰기 시작해서 12월까지 도착한 일이 한 번도 없었던 나이기에 어쩌면 당연하다. 아니, 다이어리 쓰기를 1월에 시작해서 12월까지 쓰는 사람이 있어? 진짜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이 있더라.  ​​<br><br>민음사 이벤트가 눈에 띈다.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308593&amp;start=welcomepop) <br>저 가방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갖게 된다면 내 평생의 The Book 『제인 에어』로 해야 하냐, 즐겨 읽는 『오만과 편견』으로 해야 하나 고민 중에, 세계문학전집 테스트 코너가 있어 해보았다. 12개의 질문에 답하면서 나와 닮은 세계문학 전집을 찾아보라는 건데, 나한테 맞는 책은 『죄와 벌』이라고 한단다. 도선생이 내 스타일이라는걸, 나는 알고 있었다.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br>​<br><br><br><br>   <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21/17/cover150/8937462842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21175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먼저 온 미래] 미래는 gloomy</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6281</link><pubDate>Tue, 19 May 2026 21:2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6281</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177563&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03/46/coveroff/8960177563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030339&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2/1/coveroff/k0920303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7962&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54/coveroff/k50213796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02935265&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337/7/coveroff/k00293526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82034767&TPaperId=172862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968/46/coveroff/k282034767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6281'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답을 찾고 싶었는데. 그건 안 될 듯싶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개과천선하지 않는 한, 아니 지구상의 상위 10%의 부자들이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변화를 이룰만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을 테고. 기술 발전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평범한 시민들은, 힘없는 국가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게, 이 책에 대한 쓸쓸한 후기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게 졌을 때, 1국뿐만 아니라, 2국 그리고 3국을 졌을 때 바둑 기사들이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1국 그리고 2국에 패했을 때, 이세돌 9단은 가까운 바둑 기사들을 호텔로 불렀다고 한다. 한국 최고의 프로 기사들이 모여 밤새도록 알파고의 수를 분석하고 연구하고 새로운 수를 고민했다. 한 바둑 기사는 이세돌 9단의 아내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모두 모여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와서 이세돌 9단을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그는 갈 수 없다고 답했다. "제가 지금 너무 충격을 받아서요, 가도 큰 도움이 못 될 것 같습니다." 한국 대표, 세계 대표가 아니라, 인류의 대표, 인간의 대표였던 이세돌 9단의 3연패는 그들의 인생 전체가 부정당한 것과 같은 어마어마한 충격이었다. 그들의 인터뷰는 바둑 기사만의 말이 아니라는걸, 조금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인공지능 앞에 선 인간. 실패와 패배 앞에 당황한 인간.   ​바둑을 전혀 모르는 나는 바둑을 게임, 스포츠의 일종으로 여겼다. 바둑과 자주 비교되는 체스는 이미 인공지능에게 손쉽게(?) 패배한 이후였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훨씬 더 많을 뿐이지, 그것이 계산의 영역이고 확률의 문제라면 컴퓨터와 인간의 대결에서 체스처럼 바둑도 컴퓨터에게 패하게 될 거라 가볍게 생각했더란다. 하지만, 인터뷰를 읽어나가다 보면, 바둑 기사들, 4세에서 7세 사이에 바둑을 배우기 시작해 바둑을 자신의 업으로 삼을 만큼 바둑을 잘하고, 좋아하는 바둑 프로기사들은 바둑을 단순한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예술과 철학의 영역으로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승패는 중요하다. 상금은 1등이 제일 많이 받는다. 성공이 가져오는 명예도 있을 테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삶, 일상, 시간과 젊음을 모두 다 바쳐 바둑에 올인할 수 있는 데에는 이 분야의 1등이 되겠다는 성공에 대한 집념 이상의 것이 존재했다. 바둑을 둘 때의 기본자세와 바둑을 두는 과정의 모든 순간들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졌다. 대국에 직접 임했던 사람들은 그 당시에 그런 선택, 그런 수를 두었던 자신만의 무수한 사고 과정을 소중히 여겼고, 대국을 밖에서 관찰했던 사람들 저마다의 해석과 판단이 존재했다. 결론은 누군가의 승리와 누군가의 패배로 마무리되었지만, 그 과정 전체는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드라마,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와 나름의 독특하고 독보적인 철학을 포함하고 있었다. ​<br>5챕터 &lt;언어라는 도구 너머에서&gt;에서 소설가 장강명은 바둑계 내에서 통용되는 여러 단어들이 실제로는 구체성을 띠지 않고 모호하게 이해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문학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그 주장이 구체화된다. ​1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인간 소설가들은 다른 작가들의 소설을 보고 소설 쓰는 법을 배운다. 사전에서 소설의 정의를 찾아보고 문학 비평서로 좋은 소설의 요건을 배운 뒤 소설을 쓰는 건 아니다. 그런 걸 보면 소설에는 패턴이 있으며, 인공지능이 그 패턴을 발견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소설 전체의 패턴을 찾으라고 하지 말고 로맨스 소설이나 공포 소설의 패턴을 찾으라고 하면 더 빨리 찾을지도 모르겠다.(135쪽) ​<br><br> <br><br><br><br><br><br><br><br><br>이건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이야기 아닌가. 소설은 우리가 사랑하는 '그' 어떤 이야기의 변주다. 2014년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가의 일』에서 썼듯이, '새로 쓸 수 있는 건 오직 문장뿐이다.' 새로운 구조와 참신한 설정,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전혀 새로운 소재가 등장할 수 있다. 그런 소설이 인간 소설가에 의해 발명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거기에 있지 않다. <br>​<br>인류 대표 이세돌 9단에게 4승 1패를 한 알파고 리는 알파고 마스터로 진화했다. 세계 랭킹 1위 커제는 알파고 마스터와의 대국에서 1국과 2국을 패하고, 3국에 임했을 때는 거의 울먹이면서 바둑을 뒀다. 이세돌은 알파고를 상대해 1승을 거둔 인류 최후의 인간이다. 그러고 나서. 그러고 나서?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고,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했다. 인공지능은 이제 양복 입고 마주 앉아 심사숙고해 바둑알을 내려놓는 인간 대표와의 세기의 대결이 지루해져, 단백질 구조 예측을 연구하기 위해 떠났다. 바둑계는? 알파고가 휩쓸고 간 바둑계는?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었다. 바둑계에는 엄청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아빠는 아직도 텔레비전의 바둑 중계를 즐겨보신다. 아마 5단인 우리 집 아롱이와의 한판 승부를 염두에 두고 매일 실력을 갈고닦고 계시는... 알파고 파문 이후에도 아빠는 여전히 바둑을 좋아하시고 즐겨 하신다. 하지만, 바둑 기사들, 아빠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바둑 기사들은 이제 알파고 이전의 그 바둑 기사들이 아니다. 그들은.... 변했다. 초반 50수를 인공지능의 추천대로, 외워온 그대로 빠르게 두는 그들은, 이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인공지능과 함께 바둑을 두는 인간 바둑 기사들이다. ​'인공지능은 그저 도구일 뿐이며, 사용 여부는 각자 선택하면 되고, 사용하건 사용하지 않건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켜나가면 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의 순진한 전망은 틀렸다.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변하고 뒤바뀐다. 나를 둘러싼 기술-환경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그 영향을 받는다. 내가 수렵채집에 의존하는 생활 방식을 고집하더라도, 내 주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 나는 예전처럼 살 수 없다. (187쪽) ​인공지능의 발전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저자의 경고는 설득력이 있다. 내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은 내 삶을 구속해 올 것이다. 아롱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무렵, 내 주위에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은 나와 친한 언니, 딱 두 명이었다. 엄마 핸드폰을 자기 핸드폰으로 혼동할 수 있는 나이여서, 나는 굳이 구식 핸드폰을 고수했다. 특별한 필요가 있지도 않아서 처음에는 괜찮았다. 하지만, 아롱이가 학교에 들어가고 난 뒤, 같은 반 엄마들은 모두 전체 카톡방에서 의논을 하고 결정을 하는데, 나만 그 방에 없다 보니.... 그냥 따... 가 된 게 아니고, 대표 엄마가 나에게만 따로 문자를 보내야만 했다. 그게 미안해서 아이패드를 사고, 아이패드에 카톡을 깔았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얼마나 많이 바꿔왔는지에 대해서는 더 쓸 필요도 없겠다. 나는 인스타를 하지 않는데도, 인스타를 본다. 이런 식이다. ​332쪽의 주장, "다만 나는 현재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며, 우리의 사회 시스템이 그 속도를 더 가속시키고 있다고 느낀다."가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결론으로 느껴지기는 한데, 나는 233쪽의 주장이 흥미로웠다. 주관적 효용이 외부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없다는 점. 그러한 평가와 변화의 주체가 인간이 아니라, 기계가 될 수도 있다는 점. 그걸 지적한 지점이 놀랍고 참신했다. ​<br>인공지능에 관련된 책을 연거푸 읽었고, 나름의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더라도 이 정도면 되겠다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조금 더 찾아봐야겠다 싶다. ​​​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br>내가 막을 수 없는 미래가 내 앞에 당도했을 때, 나의 고민과 염려가 내 앞의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겠지만, 그냥 생존 말고, 그냥 사는 것 말고, 인간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더 말하고 고민하고 연구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인 구달은 우주로 보내고 싶은 사람으로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를 꼽았다던데, 내가 죽기 전에 머스크가 죽기를 바라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어떤 일이 있는지에 대해 더 고민해 봐야겠다. 교양 인문학, 미래학이라 분류되는 이 책은 작년 6월에 출간되었다. 미래를 예상하고픈 사람들 모두에게 1독을 권한다. ​<br>미래를 예상하는 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상상력이 부족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예언하고, 예상하고, 전망했던 뛰어난 소설가들이 우리 인류에겐 넉넉히 있다고 한다. 그래서 꺼냈다. ​​ <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150/8962626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59882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책이 없는 풍경 vs 책이 있는 풍경</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0695</link><pubDate>Sat, 16 May 2026 22: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8069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12138674&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85/74/coveroff/k61213867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7962&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54/coveroff/k50213796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92030339&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062/1/coveroff/k09203033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28069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나들이를 다녀왔다.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길. 도착하니 양평이었고, 차에서 내리니 &lt;이재효 갤러리&gt;였다. ​도시에서는 아니겠지만 산이 있는 곳, 흙이 있는 곳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돌, 나무 그리고 쇠(주의: 총, 균, 쇠 아님)를 가지고 만들어낸 장관에 서울쥐는 참말로 놀라고 말았다. 나무는 훤칠하고, 돌은 앙증맞은 모습 그대로 귀하고 예쁜데... 사람은, 우리 인간은 왜 그 돌에 굳이 구멍을 내어 철사로 엮어서 그 돌들을 묶어 내리는 걸까. 나무를 고르고 자르고 문지르고 붙여서 이 예쁜 무엇을 만들어내는 걸까. 자연은 온전하고 완벽하지만, 인간은 그에 반드시 무언가를 더하고 싶어 하고, 또 다른 인간은 그러한 인간의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는데. 자연에서 왔으되 자연은 아니며, 자연적인 것은 아니되, 자연스러운 이 무엇을, 오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br><br><br><br><br><br><br>​알라딘에 서재를 만들 때, 닉네임을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옆에 앉아 있는 큰아이의 헤어스타일에 착안해 닉네임을 정했다. 그러니깐 그때 단발머리는 내가 아니고 큰아이였다. 서재의 이름도 정해야 한다고 했는데, 바탕화면도 알라딘에서 제공하는 화면 그대로 쓰는 게으른 사람인지라 성의 없이 '책이 있는 풍경'이라고 지었다. 풍경이라 하자면, 자연적인 정취가 묻어나야 할 텐데, 내 사진은 김치냉장고 위 아니면 집 근처 커피숍 사진이라 풍경이라 부르기 민망하기는 했다. ​​갤러리를 돌아보고 커피숍 2층에 올라왔는데,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별로, 아니 전혀 없어서, 집에서부터 굳이 챙겨간 나의 소중한 신간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냥 그 자체를 감상해도 좋으련만, '책이 있는 풍경'의 서재 주인이라 그런지 책이 있는 사진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편안해 보인다. 이를테면, 이렇다. ​​<br><br><br><br>​오후에는 &lt;뮤지엄 산&gt;에 갔다. '책이 있는 풍경'의 만행은 그곳에서도 이어졌다. 4권을 구매했는데, 소설가 정찬 님의 책은 오두방정 컨셉과는 어울리지 않아 이렇게 3권만 촬영에 참여했다. ​<br><br><br><br><br><br>​이제 책을 읽을 일만 남았다. 장강명 책 마저 읽어야 하고, 헨리와 알렉스의 사랑싸움 마저 구경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신간으로 넘어간다. 계획은 그렇다고 한다. ​​   <br><br><br><br><br><br><br><br><br>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150/f792032979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37603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먼저 온 미래] 무력한 언어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65063</link><pubDate>Fri, 08 May 2026 18: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6506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502137962&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67/54/coveroff/k50213796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626608&TPaperId=1726506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off/8962626608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한국의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첫 번째 역사적인 대국을 벌이기 전날, 아롱이가 다니는 바둑 학원에는 방송국 기자와 카메라가 찾아왔다. 이세돌이 직접 가르치거나 운영하는 학원은 아니지만, 이세돌과 인연이 있는 원장님이 이세돌의 양해를 얻어 운영하고 있는 바둑학원의 이름이 '이세돌 바둑학원'이니까. 게다가 서울에 위치해 있으니, 아이들도 많다고 하니, 여차저차 방송국으로서는 안전하고 편안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카메라에 비친 아이들의 모습은 밝고 활기찼다. 모두들 이세돌 9단이 이길 거라 말했고, 다 같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이세돌, 화이팅!'을 외쳤던 것 같다. 충격적인 1국 패배 이후에도 이세돌 9단은 두 번을 더 졌고, 4국에서 한 번 이겼는데, 이건 알파고와 인류의 대결에서 영원히 기억될, 단 한 번의 유일한 승리였다. ​올해 초, 팔란티어에서 시작해 인공지능, 그리고 AGI로 이어지는 읽기와 쓰기에서, 나는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텐가. 그런 생각들. 내 고민과 혼란은 AGI의 '의사 결정'에 대한 부분이었다. 빠른 속도로 이어지는 알고리즘 분석과 검색 기능의 확장에 더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주체로 기능할 수 있는가. 오래오래 생각했다. 인공지능이 '인지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지능을 소유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 아닌가. 장강명의 이 책은 2025년 6월에 출간되었다. 빨리 읽었어야 했다. 알라딘의 황금손 언니가 전자책 보여주며 이거 읽고 있다고 했을 때, 바로 읽었어야 했다. 읽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고민하지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무력한 언어에 사로잡히지 않았을 텐데...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같은 이야기는, 그런 치열한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사람들, 즉 그 시점에 해당 분야의 일류라고 볼 수는 없는 사람들, 현장의 최전선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인문학 포럼 같은 데서 할 것 같다. 그 포럼에서는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겠고 어쩌면 깊은 통찰이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말들은 기본적으로 무력한 언어들이다. 그 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플레이어들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져 있어서, 그런 인문학 포럼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80쪽) ​그랬다. 맞았다. '인공지능이 그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것인가', '인공지능에 대한 현재의 연구 개발 과정이 인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은 나 같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질문이다. 프린터에 빨간 불 들어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물어보는 사람, 맥북 스크린샷 단축키 뭔지 물어보는 사람, 윌리엄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루시 맞냐고 물어보는 사람. 이런 사람이나 고민할 문제인 것이다. 실전은 다르다. 프로는 다르고, 현실은 다르다. ​​바둑계에서는 '기풍'이나 '바둑의 미학적 아름다움', '예술과 철학'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없다. AI 포석을 빨리 외우는 사람, AI 와의 일치율이 가장 높은 사람이 치열한 승패의 세계에서 승자가 되었다. 저자인 장강명은 소설가니까 인공지능이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 소설은 어떤 소설일까,를 고민한다. ​이런 전망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인간의 문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인공지능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인간은 그걸 하면 된다.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 이후 프로기사들이 했던 말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바둑, 인간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바둑은 무엇이었나? (25쪽)  ​사실 또는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지어낸 산문체의 문학 양식을 소설이라 부른다. 오토픽션이 아니더라도 소설 속에는 작가의 경험, 생각, 심정, 감정이 그대로 녹아져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속의 인물은 먹고, 일하고, 마시고, 달린다. 사랑하고, 미워하고, 다시 사랑하고 질투한다. 소설가가 만들어낸 세계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들은 가끔, 그 세계가 실재하는 것처럼 느낀다. 잭 리처의 양치질에 우리가 그렇게나 집착하는 이유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바둑계 내부의 천재형과 노력형의 간극이 좁아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세계문학전집과 한국문학에 정통한 인공지능, 아니 유사 이래 축적된 인류의 모든 정보를 다운받은 인공지능은, 소설을 쓸 수 없을까. 인간답지 않은 소설 밖에 쓸 수 없을까. ​<br>​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고, 쉽게 말할 수 없을 것 같은 이 순간. 소설이 소중하고, 잭 리처가 소중하고, 스트라우트가 소중한 지금 이 시간.​소설, 소설을 읽어야겠다. 소설을, 인간이 쓴 소설을 읽어야겠다. 소설을. <br><br>   <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6659/88/cover150/8962626608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6659882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ed, white and Royal Blue] 갑자기 다크 모드</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9466</link><pubDate>Tue, 05 May 2026 22: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946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316774&TPaperId=1725946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off/1250316774_2.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내게 부족한 건 경험이 아니라 상상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나의 연애 경험 부족은 두 가지 양태를 띤다. 하나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걸로 나타나고(대리만족), 또 다른 하나는 그렇게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로맨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여전히 잘 모르겠는, 그런 마음 말이다. 이 소설의 몰입이 힘든 건 주인공들이 둘 다 남자여서는 아닌 것 같다. 내게 이입이 어려운 지점은 주인공 중 한 명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찬란한 제국의 왕자님이고, 다른 한 명은 세계 최강국인 미국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이다.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너무 멀리 있는 그대들만의 애틋한 사랑이라서. ​내가 밑줄 그은 문장은 여기다.  ​아주 많은 날에 헨리는 알렉스의 연락을 받고 재빨리 위트 넘치는 유머로 응수하는데 만족한다. 알렉스와 함께하는 시간, 배배 꼬인 알렉스의 생각들에 굶주리면서. 하지만 가끔은, 갑자기 다크 모드로 돌변해 보기 드물게, 이상하게 원한에 찬 독한 위트를 날릴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몇 시간 혹은 며칠 연락이 되지 않는다. (But sometimes, he's taken over by a dark mood, an unusually acerbic wit, strange and vitrified.) 알렉스는 이제 그럴 때가 슬픔의 시간이라는 걸 안다. 우울증이 덮쳐오는 시간, 헨리에게 모든 게 ‘너무‘ 해질 때 찾아오는 증상이다. 헨리는 그런 날들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돕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사실 알렉스는 별로 개의치 않는다. 먹구름이 낀 헨리의 성질머리도, 햇살처럼 환한 헨리로 되돌아올 때도, 그 사이의 수백만 가지 색깔도 어차피 알렉스에게는 매력적일 뿐이니까. (160p/191쪽) ​​연애할 때 항상 알콩달콩할 수는 없다.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연애에서도, 어느 날 갑자기 먹구름이 끼고, 바람이 솔찬히 불어오기 마련이다. 갑자기 다크 모드로 변해버리는 헨리를 지켜보며, 알렉스는 기다린다. 돕고 싶지만 도울 수 없기에, 성질머리 부리던 헨리가 환한 미소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어느 만큼, 얼마큼 오래 기다려 줄 수 있는가. 아니, 수백만 가지 색깔의 헨리는 언제까지 매력적일 텐가. 언제까지 아름다울 텐가. 알렉스는 헨리의 우울함을 이해한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다크 모드를 이해한다. 오고 가는 정황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배려와 이해는 언제까지 가능한가. ​결혼은 여남 모두에게 공히 예속적이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고 한다면, 남자에게만 가능했던 이혼(결정)이 여자에게도 가능해졌다는 정도일 것이다. (여자는 자신의 의지로 이혼'할' 수 없었고, 오직 이혼 '당할' 수만 있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남자들이 중혼과 축첩의 형태로 사회적 역할에 복무하면서도 동시에 성적 자유를 누렸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여자들에게 결혼은 그 무엇보다 ’성적 억압’의 측면이 강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어 한다. 로맨틱한 감정을 동반한 현대의 결혼 개념은 비교적 최근의 사회적, 문화적 개념의 산물이다. 아주 오랫동안 결혼은 ‘애정 없이도 존속 가능한 동맹‘, 즉 사회적 계약의 한 가지 양태였다. 현재에 이르러서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을 확증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또한 빠른 속도로 동거와 같은 다른 삶의 양식도 보편화되고 있다. ​​나는 궁금했다. 알렉스는 헨리의 다크 모드를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퍼즐처럼 맞아떨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티키타카와 미치도록 강렬한 섹스, 불같은 사랑과 참을 수 없는 그리움. 이런 열정적인 감정은 자주 찾아오고 여러 번 반복되는 헨리의 다크 모드 혹은 배배 꼬인 알렉스의 이상함을 계속해서 이겨낼 수 있을까. ​결혼이 그 답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아니다. 동성간 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제 결혼하지 않고 동거 생활을 이어가는 이성애 커플도 증가하고 있다. 결혼이 답은 아니다. 그래서, 내 물음을 다시 정교화하자면. ​그건, 그 사랑의 한계와 종착점에 대한 물음이다. 불같은 사랑은 사그라들고, 그렇게나 매력적으로 보였던 그 사람의 어떠함이 이제는 참을 수 없는 무엇이 되었을 때, 되어 버렸을 때, 결혼이라는 제도로, 법이라는 강제적 수단으로 그 사람을 나에게, 나를 그 사람에게 묶어두지 않으려 할 때. ​​어느 때까지 그의 다크 모드를 참아줄 수 있는가. 그는 어느 때까지 그의 까탈스러움을 참아줄 수 있는가.<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6350/50/cover150/1250316774_2.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63505021</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처단] 다 죽어요 - [처단]</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4226</link><pubDate>Sat, 02 May 2026 21:3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54226</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6043&TPaperId=1725422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41/coveroff/k992136043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92136043&TPaperId=17254226"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처단</a><br/>정보라 지음 / 상상스퀘어 / 2026년 03월<br/></td></tr></table><br/><br><br>만약 군대를 동원해 계엄을 단행한 자들이 좀 더 똑똑했더라면 그들은 다른 곳에 군인을 보냈을 것이다. 국회의장 우원식의 관저에, 민주당 당대표 이재명의 자택에, 그리고 KBS 방송국에 군인을 보냈어야 했다. 그들은 다른 곳에 군인을 보냈다. 국회에 군인을 보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청사에 군인을 보냈다. 그리고, 여론조사 꽃이 위치한 유튜브 방송국 건물로 군인을 보냈다. ​2024년이었다. 12월이었고, 3일이었다. 진눈깨비가 가볍게 날리는 화요일 저녁이었다. 주중이라 지역구에 내려가지 않았던 국회의원들이 사람들과 만나 저녁을 먹고, 가볍게 술을 한잔하고 집에 막 도착했을 시각, 조금 일찍 귀가한 사람이라면 이제 막 씻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시간이었다. 오후 10시 28분.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국회로 속속 모여들었다. 보좌관의 차를 타고 이동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아내나 남편이 운전한 차를 타고 국회로 향한 국회의원이 있었다. 자신의 차가 미행당할 것을 우려해 택시로 이동한 국회의원이 있었고, 핸드폰마저 집에 놓아두고 현금만 들고 집을 나선 국회의원이 있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라이브를 켜고 국민들에게 국회로 모여줄 것을 요청했고, 용감한 시민들이 지하철을 타고 택시를 타고 자신의 차를 끌고 국회 앞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200명에 가까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데 2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재석 190, 찬성 190으로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회에서 해제되었다.  ​대로 한 가운데 설치된 대형 화면 속에서 국회의장이 대통령 탄핵소추를 그날의 안건으로 상정했다. 사람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리가 조용해졌다. 국회의원들은 탄핵소추안 표결을 마치지 못했다. 완전무장한 군인들이 본회의장문을 부수고 난입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전국에 방송되었다. 추운 거리에 앉은 사람들은 화면 속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살상을 지켜보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저거 사실이가?" 누군가 물었다. "진짜로 지금 국회 안에서 저러고 있다 말이가?"(37-8쪽)  ​​정보라의 『처단』은 1차 비상계엄 해제 후, 2차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국회가 불법적인 두 번째 비상계엄을 해제하지 못했을 때, 이 나라에서 일어났을 법한 일들을 그려낸다. 이 나라가 &lt;포고령&gt;에 근거해 정치되었을 때, 우리에게 일어났을 일들을, 정보라는 서술한다.​계엄이 해제된 그날 오전의 일을 나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일들을 알라딘 서재에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몸이 벌벌 떨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털썩 주저앉았던 전날 밤과는 다르게, 내 마음은 말썽 없이 조용했다. 수없이 불법을 저지르고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는 전직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전횡에 분노하면서도 다른 방법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이고 명백한 헌법 파괴 행위 덕분에(?), 어쩌면 저 대통령이 탄핵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색종이를 접고 오리고 접은 선 안쪽에 풀칠을 해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들었다. 이거 다 망했다고 실망한 아이를 구슬리고 달랬다. 괜찮다고, 다시 해보자고 말했다. 내 일상은, 내 생활은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정보라의 『처단』에서는 계엄이 해제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투쟁의 현장에 외롭게 서 있는 사람들을 그려낸다. 파업하는 노동자들, 외국인 노동자들, 성소수자들 그리고 장애인들. 사회적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들과 그들을 돕는 사람들. 투쟁은 계속되었다. 쓸쓸하게, 그리고 암울하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 제일 답답한 건,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다는 이야기다. 문재인이나 윤석열이나 똑같고,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똑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적어도 윤석열 정부 하의 세상이 이재명 정부 때보다 더 폭압적이고, 더 잔인했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라의 『처단』에서는 윤석열 정부하에서 노동 투쟁을 하던 사람들이, 장애인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 그가 불러온 비상계엄에 의해 얼마나 큰 곤궁에 처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잔인한 세상은 노동자와 성소수자, 장애인들에게 불공평하고 가혹하지만, 비상계엄하의 세상에서 그들은 처단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덧붙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최근에 다락방님의 리뷰를 통해 알게 된 소설 『가장 사랑하는 존재』의 작가는 '현시대 젊은 거장'이라 불리며 이런 저런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상이 갖는 무게에 더해, 또는 그 무게만큼의 기대를 가지고 그 책을 구입하게 되고 읽게 될 것이다.  ​노벨문학상이 대수일까.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품이야말로 길이길이 전해질 인류 문명의 정수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상만큼 혹은 예상보다 더 많이 그 상의 가치는 과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강 작가님이 그 상을 수상했을 때, 그녀의 단어와 문장과 소설을 통해 광주의 비극이, 4.3의 진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한강의 소설을 구입하고 애독하게 된 이유 중 한 가지는 그 책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보라의 『처단』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우리의 비극이 우리의 현실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을 그려내고, 우리의 가정, 직장, 병원, 거리에서 펼쳐질 디스토피아의 미래를 보여준다. 2024년 12월 3일이 현재였고, 현실이었던 우리에게, 이 소설은 우리네 소중한 사진과 기록, 그리고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소설이 출간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보라가 있다.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이자, '부커상',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인 정보라. '타임지 선정 올해의 책' 『너의 유토피아』 의 정보라이자, 필립 K. 딕상 최종 후보인 정보라. 한국 소설 시장에서 읽힐 수 있고, 팔릴 수 있을 거라 기대되는 정보라의 소설이기에 이 소설이 책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행이라 생각한다. ​​외출할 때 몇 번이나 책을 들고 나갔는데, 우연찮게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저 읽었고,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핸드폰에 키보드를 연결해 글을 썼다.​끔찍한 미래가 우리에게 도달하지 않아 기쁜 것만큼, 그토록 잔인한 미래가 우리에게 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오래 생각했다. 사방이 시끄러운 중에도 정보라 작가의 물음과 답은 또렷하고 명확했다. 못 알아 들을 수 없는 목소리, 오해가 불가능한 언설이었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51/41/cover150/k99213604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751416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상속자들] 노력할 필요 없이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36520</link><pubDate>Fri, 24 Apr 2026 19: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3652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42034341&TPaperId=172365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26/26/coveroff/k64203434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74703&TPaperId=172365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off/896437470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1964년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와 장 클로드 파스롱이 함께 저술한 이 책은 유럽 사회학 연구소에서 수행한 여러 연구와 공식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1960년대 프랑스의 교육체계와 학생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분석했다. (알라딘 책소개) ​​계급과 교육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점과도 일치한다. 남녀 7세 부동석에, 종아리 내놓고 다니는 여성에 대한 경시가 대세였던 조선이 대학 진학률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질러버리는 대한민국으로 변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인가. 이 모든 변화를 가능케한 동인은 무엇인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가. ​내 생각에 제일 중요한 동인은 전쟁이다. 한국전쟁과 분단. 이전에 한국을 구성하고 유지시켰던 유교적 관념의 아성이 일시에 붕괴되고, 자본주의 수입으로 인해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세계, 과거와는 다른 세상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유럽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계급이 재생산되고 사회적으로 수용되었던 기제는 우리와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식민의 역사가 있었고, 전쟁이 있었다. 우리는 전부 '0'이었다. 해방된 조선에서 존경과 인정을 받은 집단은 '독립운동가의 후손' 밖에 없어야 할 테지만, 나라를 위해 일하느라 가난했던 그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건사할 여유가 없었다. 약삭빠르게 대응한 친일파들은 자녀들을 야무지게 유학 보내고, 교육시키고, 나름 나름 결혼시켜 현재에는 명문 가문으로 변신한 경우도 있을 테다. 하지만, 전쟁 이후, 한국에서 상류층으로의 진입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그 무엇보다 '돈'이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은 더 많은 인맥, 그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학연은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 상위 계층/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르며 확실한 방법이 교육이었다. 입신양명의 전통은 명문대 입학으로 이어진다. 물론, 나는 이것이 한국의 임금 체계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금 체계의 변혁만이 한국의 모든 문제의 근원인 대학 입시 문제의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한국의 고질병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이런 나를 보라), 그것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여전히 학력은 무시하지 못할, 그리고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엇이다. ​<br>이 책의 주요한 주장들은 모르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알고 있는 사실들의 확인에 가깝다. 이 도표가 이 책 전체를 보여준다. ​<br>농민, 산업 노동자, 고용직, 하급 관리직에 종사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독서 카드를 덜 사용하고, 바칼로레아 1차 시험에서 라틴어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고, 남은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해야 한다. 상급 관리직, 자유 전문직 부모를 둔 학생들은 인류학과 제3세계에 관심이 많고, 바칼로레아 1차 시험에서 라틴어를 선택할 확률이 높고, 부모 집에서 같이 살며 경제적 조력을 충분히 받기에 여유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할 필요가 없다.  ​<br>가장 '교양 있는' cultivés계층에서야말로 아마도 문화를 숭배하도록 설교하거나 문화적 실천에 입문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부모가 대개는 문화적 열의 외에는 별달리 전수할 것이 없는 프티부르주아 계층과는 대조적으로, 교양 계급 classes cultivées은 문화에 대한 애착을 끌어내는 산발적인 자극들을 구사한다. 그것들은 일종의 은밀한 설득을 통해 훨씬 더 뛰어난 효과를 발취한다.(43쪽) ​<br>나는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에 밑줄을 긋는다. 노력 없이. 노력할 필요 없이.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둘째가 이만 년 만에 공부를 하겠다고 스카에 간다고 했다. 중간고사 기간이라 간 게 아니고, 작년에 남편이 스카에 100시간을 결제해 둬서 아까워서 가야겠다 하고 갔다. 그래, 그렇게라도 그 시간을 쓰거라, 했는데, 둘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br><br><br>공부를 해볼까 하고 파일을 열었는데, 시험 범위에 버틀러가 있었고. 버틀러를 보니 엄마가 생각나 그 화면을 캡처해 보낸 것이었다. 아, 버틀러를 보고 엄마가 생각났다니. 일순 감동한 나는, 감동에 그치지 않고 버틀러의 신간을 찍어 보낸다. 버틀러 신간이되 아직 읽지 못한, 친구의 귀한 선물이라 김치냉장고 옆, 북 트롤리에 고이 모셔든 바로 그 버틀러를 말이다. ​시험공부를 하다가 엄마를 생각할 확률은 얼마나 될 것인가. 그것만으로도 기특하고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둘째가 캡처해 보낸 화면에는 버틀러가 있었다. 페미니즘 이론의 최상급, 바로 그 버틀러가 말이다. 둘째의 메시지가 이토록 반가운 것은 화면 속 인물이 버틀러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둘째가 나를 생각했다는 사실 때문인가. ​물 마시러 잠깐 나왔다가도 김치냉장고 위 책 무더기의 제목을 꼭 훑고 가는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내가 무슨 책을 읽는지 전혀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내가 버틀러를 읽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신통방통한 바로 이 순간. 하지만, 만약 그 인물이, 아들이 화면을 캡처해 보낸 인물이 다른 사람이었다면. 김동률? 조인성? 전지현? 이었다면, 나는 버틀러 때만큼 즐거워했을까. 기뻐했을까. 흐뭇해했을까. <br>​ <br><br><br><br><br><br><br><br><br>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내 기쁨은 그 인물이 버틀러였기 때문이다. 정희진 선생님이어도 그랬을 것이고, 해러웨이여도 그랬을 것이고, 필립 로스여도 그랬을 것이지만. 그 인물이 버틀러여서 나는 기쁘고 즐거웠다.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즐거워서. 재미있어서 읽고 쓰는 나이지만, 그래도 그 인물이 버틀러여서 기뻤던 건, 내 안에도 문화적으로, 지적으로 '상층부'에 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 마음 속 작은 기쁨이, 내가 그 무엇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노력했다면, 그것이 의도적 노력의 결과라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내가 교양 계급에 속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다. 왜냐하면, 나는 버틀러를 읽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해하지 못할 것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버틀러를 읽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는, 이렇게 발견하는 것이다. 혹은 발견되는 것이다. 초경량 미니 슬림 프티 부르주아지에도 속하지 못한, 속하지 못하는 이런 나를.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150/8964374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33059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책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22815</link><pubDate>Fri, 17 Apr 2026 17:0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22815</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74703&TPaperId=17222815"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off/8964374703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이렇게 된 건 이번 학기부터인데… <br>​<br>나도 가끔 멋을 내고 싶어. 예쁜 가방을 사고 싶어.. 이럴 때. 나의 가장 큰 적은 책이어서, 책이 내가 좋아하는 책이 그 가방에 들어가냐 마냐가 선택의 중요한 요소였으니. 책 안 되면 시집이라도(시집은 책 아니냐.) 들어가는 가방을 사곤 했다. <br>​<br>그러니깐 그 가방이 어떤 가방이던지 내 가방엔 책이 들어가야 하고. 작년에는 책보다 킨들을 들고 다닐 때가 많았으나. <br><br>올해는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면 집인지라, 게다가 작년처럼 차로 출퇴근하는 게 아니고 ‘걸어서 출퇴근’(사실은 퇴근만) 모드인지라 책을 안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br>​<br>​<br>그래서 오늘처럼 집 가는 도중에 잠깐 들린 새로 발견한 커피숍에서 펼칠 책이 없 …. 책 없이 커피가 얼마나 초라할 것인가. 대타로 수첩이 등장하고 마는데… <br><br><br>내용은 그제 읽고 정리해둔것. <br>​<br>​<br>부르디외를 읽고 있다.<br clear="all"><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233/5/cover150/8964374703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233059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Olive Kitteridge] someone to listen  - [OLIVE KITTERIDGE (Paperback)]</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15081</link><pubDate>Mon, 13 Apr 2026 22:5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215081</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71168867&TPaperId=17215081"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46/0/coveroff/147116886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71168867&TPaperId=17215081"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OLIVE KITTERIDGE (Paperback)</a><br/>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Simon & Schuster / 2017년 06월<br/></td></tr></table><br/><br><br><br><br>소설에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뭐라고 단정해서 말하는 건 좋은 소설 독법은 아니다. 아니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하지만, 내가 읽기에, 읽은 '내'가 보기에 저자가 말하고 싶은 건 이 부분이 아닐까 추측하는 건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한 장면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의 의미를 추적해가는 관객처럼, 스쳐 지나치는 평범하고 무난한 문장 속에서 어떤 독자는 저자의 의도를 찾아내고, 그리고 '발견'한다. '발명'에 가까울 테지만, 그건 분명 발견일 테고.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를 좋아하고, 그녀가 창조한 루시를 좋아하는 내가,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발명'한 작가의 속마음 문장은 바로 여기다. 나는 이 문장들이 내겐 작은 충격으로 읽혔던 &lt;겨울 음악회&gt;의 마지막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So they talked like that, and it was kind of nice. They both needed someone to talk to, someone to listen, and they did that. They listened. Talked. Listened more. He never mentioned Harvard. The sun was setting behind the boats as they sat with their decaf coffees. (325p) ​​​<br><br>나는 항상 '대체 불가능성'에 미혹됐다. 나는 그런 사람인 것 같다.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에는 이런 문장들이 나온다. "사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타인의 특징은 아주 사소한 것일 때가 많다. 우리는 그 사람의 목소리 톤, 눈빛, 코, 턱, 눈썹, 손톱 모양, 또는 커피 잔을 집는 방식에 매료되기도 한다."(126쪽) ​나는, '그'일 수밖에 없는 그 사람과의 사랑이 특별하다고 혹은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irreplaceable. 신승훈이 &lt;I believe&gt;(아, 숨길 수 없는 나의 연식이여!)에서 노래했듯이. '난 그대여야만 하죠'의 고백. 나는 사람들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아니, 미루어 짐작했다. 난, 그대여야만 해요. It's always been you. 앤에게 사랑을 고백하던 길버트의 말처럼. 항상 너였어. 너였고, 너야. 내 마음은 언제나 너였어. 그런 말, 그런 이야기. ​​올리브에게 '난 그대여야만 해요'의 그 사람이 함께 떠나지 못했던 짐 오케이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사람은 헨리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올리브는 남아 있기를 선택했고, 그 선택은 헨리였으니까. 새로운 사람 잭이 그녀의 '난 그대여야만 해요'의 그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잭 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고. 그렇다고 생각한다. ​짐은 사고로 올리브를 떠났고, 그리고 헨리도 그녀 곁을 떠났다.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남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고, 그걸 알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올리브에게 '난 그대여야만 해요'의 그대는... 잭이다. 잭인 것 같다. 그런데 잭은 어떤 사람이냐면, 잭. 바로 '그' 잭이 아니라, 그녀 앞에 앉아 있는 '그냥' 잭이다. someone to talk to, someone to listen. 지금 내 이야기를 풀어놓을 사람, 그리고 지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 내게 말을 건네고 싶어 하는 사람. 지금 내게 말하고 있는 사람. 이 사람, 내 앞에 있는 이 사람. ​​<br>속성은 대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과 대상 사이에 놓인 다리인 것입니다.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즉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며 다리와 다리가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세계는 거울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비쳐야만 존재하는 관점들의 게임인 것입니다.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 111쪽)  ​대상은 맥락 속에서만, 다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한다. 잭이 올리브에게 말하고, 올리브가 그의 말을 듣고 있을 때, 올리브가 이야기하고, 잭이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일 때, 올리브는 올리브가 되고, 잭은 올리브에게 비로소 '잭'이 된다. 이때의 '잭'은, 바로 그 사람, 대체 불가능한 어떤 사람, 꿈에 그리던 환상 속의 그대가 아니다. 이 사람은 지금 내게 말하고 있는 사람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목요일에는 친구를 만났다. 근무시간이 워낙 적으니깐 근무일을 4일로 조정해 주었는데(나에게는 조정권 없음), 수요일이 금요일이 되는 건 좋았는데, 금요일이 월요일이 되어버려서 지금으로서는 좋은 건지, 별로인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아이는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아이의 공부와 식사(를 위시한 영양관리)를 거의 완벽한 수준에서 케어하던 친구여서 아이가 기숙사로 들어갔다고 해서 서운하고 허전해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배달 한 번 안 시키고, 외식도 마다하던 친구는 밥 안 하게 돼서 너무 좋다고 했다. 아이가 돌아오는 목요일이 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참 묘했다. 최선을 다해서, 자신이 가진 최고의 노력으로 엄마의 역할을 해냈던 친구는 만족해하고 즐거워했다. 빈둥지 증후군의 증세가 전혀 없었다. 이에 반해, 반찬가게에서 사 온 반찬 꺼내 밥 차려주고, 툭하면 외식에, 공부는 자기 일이니 각자 알아서 잘 하겠거니~ 관심을 갖지 않았던 나는, 아이 둘 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자, 오히려... 떠났던 빈둥지를 돌아보고, 안으로 들어와 쓸고, 할 일 없어 바닥을 닦는, 그런 엄마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화끈한 친구의 표현대로, 둥지가 비기도 전에 둥지 '떠나버렸던' 내가 말이다. ​빈둥지 증후군이 당최 뭔지도 모르는 친구가 빈둥지 유사 증세를 겪고 있지만 차마 입 밖에 말도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케이크를 사 주었다. 얼그레이 쉬폰 케이크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1046/0/cover150/147116886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10460098</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