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s://blog.ala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책이 있는 풍경 (단발머리 서재)</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직업이 더 이상 내 모습을 규정할 수 없을 때 나 스스로 나의 삶에 구조를 부여하는 것, 나 스스로 선물받는 시간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 -헤닝 쉬르프</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Sat, 12 Sep 2026 08:41:40 +0900</lastBuildDate><image><title>단발머리</title><url>https://image.aladin.co.kr/Community/myface/pt_798187174735483.jpg</url><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단발머리</description></image><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The Wedding People] 대화와 침묵</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98449</link><pubDate>Sun, 06 Sep 2026 20:0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98449</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439191859&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731/70/coveroff/1439191859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250871441&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87/24/coveroff/125087144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399622757&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35/23/coveroff/139962275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5714&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489/79/coveroff/8984285714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84288020&TPaperId=1749844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42/93/coveroff/8984288020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98449'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1. 당신과 내가 대화할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존의 전통적인 정치학에서 말하는 평화는 전쟁의 부재가 아니라 전쟁 그 자체라는 것입니다. 팍스로마나는 로마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지배를 전제로 합니다. pax에서 비롯된 단어 중에 ‘pacify‘가 있습니다. ‘평정(平靜)하다‘ ‘평화롭게 만들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단어가 군사용어로 쓰일 때는 폭격과 학살, 마을 불태우기, 대량 강간(mass rape) 등 민사작전의 성공을 말하거나 정복과 강제 동맹을 거친 뒤에 "치안이 확보되었다" "한 지역이 평정되었다" "한 세력을 진압했다" 라고 말할 때 쓰입니다. (34쪽) ​『정희진처럼 읽기』로 기억나는데 어쩌면 『낯선 시선』일 수도 있겠다. 평화라는 것이 어디까지나 강자 편에서의 해석, 강자 쪽의 논리로 작동될 수 있음을 정희진님 책에서 처음 읽었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우리 사이에', '좋게 좋게' 하자는 사람들 사이에서 약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시끄럽고 불편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새 책을 사서 연필을 들고 줄을 치며 정성스레 1독을 마쳤다. 여러 번 다시 읽고, 또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여기에 적는다. ​​ <br><br><br><br><br><br><br><br><br>2. 전략가, 잡초 ​나는 원래 책 추천을 별로 안 좋아한다. 나에게 책 추천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알라디너. 내가 접수하는 책 추천은 알라딘뿐이다. 남편이 이 책을 추천하였고. 알았다고 하고 지나쳤는데, 한 번 더 추천하였고. 마지막으로 '이 책, 읽으면 좋을 거 같아.' 이렇게 말해서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다. ​살아남으려고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경쟁에 약하다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다. 잡초는 어떻게 이 약점을 이겨냈을까? 연약한 식물 잡초의 기본 전략은 '싸우지 않는 것'이다. 강한 식물이 자라는 곳은 피하고 강한 식물이 자라지 않는 곳만 골라서 자리 잡는다. 한마디로 말하면 경쟁 사회에서 도망친 낙오자인 셈이다.(31쪽) ​불어오는 바람이 점점 시원해지고 벌써 9월이고 해서 내 맘이 약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잡초 같은' 인생에서 '잡초'란 어떤 환경에서든 잘 버티고 이겨내고 살아남아서가 아니라, 결국 그 리그에서 지고, 망하고, 실패해서 거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부분이 맘에 와닿았다. 열심히 살아서 잡초가 아니라, 하다가 망해서 잡초. 잡초의 특별함은 그 뒤에도 계속 이어진다. 잡초가 좋아졌다.  ​​   <br><br><br><br><br><br><br><br><br>3. 그림으로 보는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개학이어서 개학이다. 몰랐는데 꼭 2-3권씩 고르는 전래 동화 파트에서 내가 도깨비'류' 동화를 많이 고른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유물론 시대를 거쳐 이제 인공지능의 지배가 가시화되고 있는 이 즈음에, 여전히 인간의 오감을 뛰어넘는 그 어떤 다른 세계에 대한 추구, 나의 무의식이 나를 이곳으로 이끈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도깨비랑 사이좋게 지낼 생각은 없지만 요술 방망이에 대해선 관심이 많다. ​빌 브라이슨의 이 책은 우리 은하와 태양계의 거대한 세계뿐 아니라, 소립자, 세포 등의 미시 세계 그리고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진화 과정을 여러 과학자들의 이론을 곁들여 설명한다.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톡톡 튀는 질문들이 인상적이다. 내가 그의 책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이런 부분이다. 우리 인간의 특별함. 우리 존재의 특이성, 그런 부분. ​우리는 운명이나, 섭리나, 아니면 여러분이 부르고 싶은 무엇에 의해서 선택되었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한, 우리는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존재이다. 우리는 존재하는 것의 전부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우주의 가장 뛰어난 성과이면서 동시에 가장 나쁜 악몽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두렵다. (160쪽) ​​   <br><br><br><br><br><br><br><br><br>4. The Wedding People ​They get back in the car. She wonders if her feelings for Gary could be a new form of love, one she's never known before: love without expectation. Love that you are just happy enough to feel. Love that you don't try to own like a painting. But she doesn't know if that is a real thing. She hopes it is. She looks out at the parking lot all around them, like she's a kid going on an errand with her father, announcing whatever she sees.(343p)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의 대명사라면 유부남 아니면 유부녀. 그걸 극대화하면 신랑 아닐까. 이번 주말에 결혼할 사람, 예비 신랑. 예비 신랑과 이 소설의 주인공 피비 사이의 묘한 기운. 그걸 어떻게 이 소설에서처럼 이상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단은 이 결혼의 주인공 신부 라일라가 신랑 게리와 결혼하기 싫어한다는 설명이 있어야겠다. 라일라가 보기에, 게리는 결혼해도 좋을 사람이다. 결혼을 약속하고 싶은 사람. 하지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아니다. 게리 역시 마찬가지다. 라일라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해줄 준비가 되어 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행동하지만, 게리 역시 마음속의 의문을 풀지 못한 상태다. ​그런 게리가 피비와는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대화만 가능한 게 아니다. 그녀와 함께 있을 때는 침묵의 시간조차 자연스럽다. 결혼식 준비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당최 할 이야기가 없는 게리와 라일라와는 달리, 게리와 피비는 대화할 때도, 대화하지 않을 때도 편안하고, 안온하다. 물론 유머를 빼놓을 수 없다. 대화 중에 두 사람은 자주 마주 보며 웃는다. ​연애 경험이 적은 엄마지만, 가끔 아이들에게 연애 조언을 한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편안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20만 원짜리 호텔 뷔페도 같이 갈 수 있지만, 7,500원짜리 떡볶이 튀김 세트를 나눠먹을 때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내 계급의 일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내가 호텔 뷔페에 가는 건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지만, 저렴하고 간단한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는 아주 많으니까. 그 상황을 너와 함께 잘 '지낼' 사람을 찾으라는 말일 수도 있다. 연애 경험이 적은 엄마의 말이라 아이들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친구도 마찬가지고, 연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녀/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혹은 더 나은 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그 사람을 만날 때마다 나는 경직되고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나 자신, 내 본연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내게 필요한 사람이고, 편안함이 전부는 아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편안함이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이 참 좋아서 앨리슨 에스파흐의 다른 책을 찾아보았는데, 두 권 더 있지만, 이 책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고 해서 읽을지 말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이 책의 발견이 즐겁고, 기쁘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40065/71/cover150/89364816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400657186</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감정 채굴] 온전한 ‘그냥‘ - [감정 채굴 - 좋아요와 ㅠㅠ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8618</link><pubDate>Sat, 29 Aug 2026 11: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861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097&TPaperId=1747861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3/46/coveroff/k022130097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22130097&TPaperId=1747861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감정 채굴 - 좋아요와 ㅠㅠ는 어떻게 자본이 되는가</a><br/>에바 일루즈 지음, 최지수 옮김 / 돌베개 / 2026년 06월<br/></td></tr></table><br/><br><br>다락방님의 서재를 통해 알게 되었고, 두껍지 않은 책이라 마음 편히(?) 집어 들었다. 별스타그램의 지배가 점점 공고화되는 이 시대에(축! 별스타그램 삭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지에 대한 에바 일루즈의 고찰이 엿보이는 책이다.​이런 시스템(‘좋아요‘)을 도입한 이래로 수조 개에 달하는 ‘좋아요‘가 클릭되었다. 이는 시스템 내에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흐르게 하려는 의도적인 시도의 결과였다. ‘좋아요‘ 버튼은 관심 분배의 결정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좋아요‘가 내 친구들의 피드에 나타나게 하고, 알고리즘이 그 게시물을 주목해서 반응하게끔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능동적 참여의 순환이 유지된다. (20쪽) ​'좋아요'의 진풍경은 알라딘 서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북플이 등장한 시기와 비슷한 걸로 기억하고 있다. 그전에는 '좋아요'가 아닌 '추천'이었던 것 같고, 추천 전에는 다른 표현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동감과 감동도 '좋아요'이긴 하지만, '추천'과 '좋아요'는 좀 달라 보이기는 하는데, 아무튼 대세가 '좋아요'인지라 그 거대한 파고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 같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에 관한 것이다. ​때는 바야흐로, 30년 전. 그날따라 하필 지각을 했는데 빈자리가 없어 맨 앞자리에 앉게 되었다. 평소에는 질문 잘 안 하시던 교수님께서 잘 안 하시던 질문을, 맨 앞에 앉은 학생에게 하시는 것이었다. 왜 오늘이요. 왜 전데요. real과 fiction의 차이, 혹은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말해보라는 교수님. 아... 픽션을 통해서도 인간 현실의 다양함을 표현할 수 있고, 픽션이 현실보다 더 리얼한 경우도 있겠지만,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는 픽션보다 리얼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렇게 답했던 거 같다.   ​그런가. 리얼이 픽션보다 우위에 있는가. 현실이 가상 세계보다 더 강렬한가. 이제 나는 루시의 용기에 마음을 보태고, 윌리엄의 불륜에 흥분하고, 사이먼의 친절에 사르르 마음이 녹고, 용감한 피비(『웨딩 피플』)의 결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이다. 잭 리처의 농담에 까르르 웃을 뿐 아니라, 그의 양치 생활에 집착하는, 그런 나인 것이다. 현실이 픽션보다 더 리얼한가. 픽션은 언제나 리얼의 하위인가. ​에바 일루즈는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전망하는 방법의 하나로 넷플릭스 공상과학 시리즈 &lt;블랙 미러Black Mirror&gt;를 소개한다. 시즌 5의 첫 번째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누가 봐도 이성애자인 두 친구 대니와 칼이 나오는데, 대니는 결혼을 했고, 칼은 미혼이다. 온라인으로 각자의 집에서 게임을 하던 중, 싸움 대결을 펼친 후 두 사람의 게임 캐릭터는 서로를 포옹했고, 칼의 게임 캐릭터(록세트, 여자 캐릭터)가 대니의 게임 캐릭터(랜스, 남자 캐릭터)에게 키스를 했다. 몇 초 후, 대니(랜스)는 뒤로 물러났고, 두 사람은 게임을 종료했다. 그다음 주에 두 사람은 게임 안에서 잠자리를 가졌고, 잠자리 후에 칼은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대니는 실제로 키스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칼을 만나러 갔지만, 현실에서 키스를 시도했을 때는 두 사람 모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가상에서의 사랑을 현실로 가져오기 원하는 칼과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려는 대니를 분석하며, 에바 일루즈는 가상 세계가 정신적 고통의 치료제가 될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반응의 차이로 인해 오히려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우리 자신의 내면, 감정, 욕망마저도 자본의 도구가 되어버린 이 세대를 향한 에바 일루즈의 마지막 문장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바꾸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개선하지 않는 것에 깃들어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그저 존재'하기만 하면 된다. (76쪽)​나의 '그냥'을 전시가 아닌 온전한 '그냥'으로 만드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을 자본화시켜버리는 이 시대에 대척할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 좋은 '좋아요'는 도대체 어떻게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653/46/cover150/k02213009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653467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Becoming] 프롤로그</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3600</link><pubDate>Wed, 26 Aug 2026 2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7360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36&TPaperId=174736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3544/97/coveroff/1524763136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44&TPaperId=1747360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off/152476314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ecoming』의 비닐을 샤샤삭 벗겨내고, 그리고 표지를 쳐다본다. 미셸이다. ​​당신이 될 거 같아. 공화당 후보와의 토론 직후, 오바마의 당선이 유력까지는 아니어도 상당히 앞서가고 있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있던 즈음. 밤에 미셸은 오바마에게 말한다. "You're going to win, aren't you?" 챗지피티 직역하면 "당신, 이길 거지?" "아직 많은 일이 일어날 수는 있어... 하지만 그래. 내가 이길 가능성이 꽤 높아."생각에 잠겨 있던 미셸이 다시 말한다. "당신, 이길 거야." 미셸이 그의 뺨에 키스하고, 램프를 끄고,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올리는 장면이다. ​이 장면의 서술자는 오바마이기 때문에 오바마는 미셸의 마음을 모를 테고,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고, 영어로 읽고, 한글로 읽어가며 간신히 읽어냈던 버락 오바마의 『약속의 땅』의 내용 중에, 나는 이 장면이 그렇게나 오래 기억에 남았다. 당신이 될 거 같아. ​그날 밤, 미셸은 "이야호!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 아니라, "아, 당신이 될 거 같아."의 미셸이다. 남편이 미국의 대통령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면서 그 일이 자신의 삶에 미칠 영향에 대한 숙고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미셸은 조금 더 복잡한 심경이 아니었을까 싶다. 당신이 거기까지 도달하다니. 어려워 보였는데. 당신이, 흑인인 당신이. 단순한 질투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아니, 어쩌면 질투의 감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당신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다니… ​오바마 똑똑한 것을 누가 모를까. 하버드대 로스쿨의 법률 학술지 ‘하버드 로 리뷰‘ 최초의 흑인 편집장이 오바마이다. 글 잘 쓰고, 연설도 잘하는 사람이 오바마다. 동시에 잘 알려진 대로 미셸은 오바마가 잠시 적을 두었던 법률 사무소의 선배였고, 사수였다. 백인 중심인 미국 사회에서 흑인 남성이 그 자리에 도달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자면, 흑인 여성인 미셸이 그 지점에 도착한 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렇게나 똑똑하고 야무진 미셸이 말한다. 당신이 될 거 같아. ​오바마와 미셸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오바마는 미셸에게 자주 혼난다고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미셸과 오바마의 두 딸을 돌봐주었던 미셸의 엄마는 주로 오바마 편을 든다는 내용이었다. 얘야, 살살해. 오바마는 착하잖니. 왜 굿보이가 아니겠는가. 마약을 하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아내와 자식을 때리지 않는 흑인 남성이고, 감옥에 있지 않고 돈벌이를 하는 흑인 남성인데. 정치적, 사회적인 통제와 억압 속에서 숨죽이고 살아가야 하기에 그 분노를 가정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폭력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었던(혹은 그러려고 했던) 흑인 남성의 역사를 아는 미셸의 엄마에게 오바마는 얼마나 굿보이란 말인가. 그때, 그 인터뷰 장면에서 미셸의 억울한 표정을, 나는 또 기억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이 책의 표지. 외모 평가 아닌 외모 평가를 해야만 하는, 나의 이 어떤, 숙명. 오프숄더의 한 쪽 어깨가 드러나고 아름다운 웨이브 머리카락이다. 짧지 않고 너무 길지 않다. 자연스러운 미셸의 머리가 아니라, 전문 미용사를 통해 열펌으로 곱슬기를 펴내어 만들어진 모습. 나는 이 모습의 미셸이 예쁘다. 그러니깐, 정상성을 추구하는 이성애 이데올로기와 그에 요구되는 여성성의 일부를 수용한 미셸의 이 모습이 예쁘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흑인 여성이 학교와 직장에서 당했던 부조리가 옳다는 뜻이 아니다. 미셸조차도, 미합중국 대통령의 아내이며, 이제 곧 퇴임을 앞둔 상태에서도 그녀에게 그것이 요구되고, 그 일정 부분을 미셸이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고단한 인생. 하지만, 나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활짝 웃는 미셸. ​​이제 미셸은 머리카락을 '억지로' 펴지 않는다고 한다. 왜 아닐까.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150/152476314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6323434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Wedding People] everybody must truly love him</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69273</link><pubDate>Mon, 24 Aug 2026 18: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6927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8285346&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72/83/coveroff/8958285346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302531331&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1891/62/coveroff/e30253133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593336828&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098/67/coveroff/059333682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095740X&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82/11/coveroff/895095740x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732138403&TPaperId=1746927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262/19/coveroff/k732138403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69273'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이 책을 읽고 있다. 『The Wedding People』. 이렇게 쓰려고 했는데. The Wedding Poor라고 썼다. 고쳤다. 한글책은 5월에 나왔다, 『웨딩 피플』.  ​피비가 남편을 만났던 상황을 회상하는 장면이다. 같은 과는 아니지만 캠퍼스 커플이었던 두 사람. 피비가 그때의 남편을 회상한다. 변심해서 피비를 떠난 남편의 과거를 기억한다. ​Phoebe knew everybody in the philosophy department must truly love Matt, the way she could already feel herself start to love him. He was the boat captain in everyroom, who made you feel like everything was going to be okay. He would run the internship program and he would help figure out why nobody cared about philosophy anymore and he would publish a book to much acclaim - a book so pupular, he actually made money off it. (123p) ​이 문장이 콕 박혀서 역시나 하늘색 펜으로 줄을 그었다. 어떤 사람이 그런 사람인 거는 괜찮다. 어떤 사람은 그냥 그런 거 같다. 그 결정적 요소가 외모인 경우가 많겠으나, 그것 말고 다른 요소도 있을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사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에 다정한 성격, 친절할 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아, 이 중요한 자리에서 생각나는 그 남자. 니노 개새. 아무튼 그런 남자가 있다. 피비가 자신의 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런 문장은 그래서 기억에 남는다. 나는 어떤 앵글에서만 예뻐요. ​And through the eyes of a man falling in love, she could see how spirited Woolf had been, how beautiful she wasat the right angle. Phoebe had always felt this way about herself. Pretty, but only at certain angles. (124p)​그리고 사랑에 빠져 가는 한 남자의 눈을 통해, 그녀는 울프가 얼마나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었는지를 볼 수 있었다. 피비는 늘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똑같이 느껴왔다. 예쁘기는 하지만, 특정한 각도에서 볼 때만 예쁜 사람이라고. (챗지피티 번역) ​피비의 남편 맷이 그런 남자인 건 괜찮다. 피비도 괜찮은 사람이에요. 천생연분 선남선녀, 킹카퀸카 러브포에버. 내 관심은 그러지 않은 순간에 있다. 그 괜찮은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닌 거는 상관없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그 사람을, 나도 좋아할 때. 문제는 그때다. 왜, 나도, 나조차도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걸까. 이런순. ​​남성이라 일어나는 거부감은 아닌 것 같다. 이를테면 이렇다. 이번 여름에도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1박 2일을 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이 북촌 마을에 모였다. 친구들 중에 S박사가 있다. 내 친구 S박사는 예쁘고, 똑똑하고, 다정하고, 친절하다. 말 한마디, 한 마디에도 사랑과 애정이 담뿍 담겨져 있다. 대학 때부터 인기 절정이었던 S박사는 50이 다가오는 이 나이에도 미모와 체력을 잃지 않았다. 여전히 예쁘고, 한결같이 바지런하다. ​이른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북촌 마을을 걷는 뜨거운 여름밤, S박사 옆을 걸으며 내가 물었다. "친구야! 남편도 너 좋아하고, Y(딸)도 너 좋아하고, 너의 어머니(현재 모시고 살고 있음)도 너 좋아하시지. S(시집간 조카)도 너 좋아하고, S남편도 너 좋아하지. 너 학생들도 다 너 좋아하고, 네가 논문 봐주는 중국 박사들도 다 너 좋아하지. 너희 시부모님도.... 너 좋아하지. 다 너 좋아해?" "응!"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S가 명랑하게 대답했다. "친친이도. 친친이도 날 제일 좋아해." 친친이는 친구 가족의 귀염둥이(이지만) 12세의 노묘이다. 아니, 친친이도? 아니 어떻게. 가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그중에 꼭 한 두 명과는 삐걱대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까지 사랑받을 수 있단 말인가. 내 친구는 타고난 성정과 여전한 미모, 그리고 각고의 노력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다. 그건 좋은 일이다. 그런 사람이 내 친구인 것도 좋은 일이고. ​문제는 그다음이다. 나도 S박사가 좋다는 거. 그게 진짜 문제다.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도 나는 그 애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그 애의 칭찬은 언제나 마음속의 큰 위로가 된다. 내 이야기에 환하게 웃어 줄 때, 성공했구나~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깐, 다들 좋아하는 S박사를 나도 좋아하니, 그게 문제다. 사실 내 이야기에 빵빵 터지는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언니가 이 방에서 제일 웃겨요, 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인데... 아...  이를 어쩌나. ​​ <br><br><br><br><br><br><br><br><br>좋아하는 사람 이야기하니깐 사이먼 생각난다. ​그들이 샹젤리제를 따라 함께 걸으면, 여자들이 그를 보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키가 무척 크고 아름다웠으며 위엄이 있었고, 결코 그녀들을 돌아보지 않았다.(『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290쪽) ​사이먼이 키가 크든 말든, 아름답든 말든, 위엄이 있으면 있을 것이고, 없으면 없을 것이지. 그게 도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문제는 나도 사이먼을, 아일린처럼 사이먼을 좋아한다는 데 있다. ​<br>   <br><br><br><br><br><br><br><br>『사랑의 가설』에서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올리브는 같은 과의 교수 애덤과 이런저런 이유로 사귀는 사이로 지내게 된다. 첫 번째 데이트, 애덤을 만난 바로 그날, 올리브는 퍼뜩 한 가지 사실을 깨닫는다. 애덤이 잘생겼다는 것. 아, 애덤 교수 잘생겼네. 내내 몰랐어. 그러든 말든. ​"음료 나왔습니다." 카운터에 두 사람의 음료가 놓였다. 올리브는 금발의 바리스타가 컵 뚜껑을 꺼내려고 몸을 트는 애덤을 티 나게 훑어보는 게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를 타일렀다. (『사랑의 가설』, 262/1302) ​다른 사람이 애덤을 티 나게 훑어보건, 쫓아오건, 전화번호를 물어보건 그게 당최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하고는 상관이 없는데, 아무 상관이 없고 전혀 상관이 없다. 문제는 나도 애덤을 좋아했을 때 일어난다. 내가 애덤을, 나도 애덤을 좋아했을 때가 문제다. ​​ <br><br><br><br><br><br><br><br><br>나의 사랑이 타자의 사랑을 강제하지 못하는 비극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타자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사랑의 비극이 우리로 ‘자유’의 문제에 대해 숙고하도록 만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방도 나를 사랑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 이것은 그가 나와 마찬가지로 자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 304/770)​<br>그 사랑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그가 '자발적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것. 나의 강제와 협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의 온전한 의지로, 내가 그를 사랑하듯 그가 나를 사랑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내 사랑에 응답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순.​​<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35/23/cover150/1399622757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59352313</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별들의 전쟁과 노트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58334</link><pubDate>Tue, 18 Aug 2026 20: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58334</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399622757&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5935/23/coveroff/1399622757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362130735&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984/93/coveroff/k36213073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524763144&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6323/43/coveroff/1524763144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132135181&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398/82/coveroff/k13213518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7464950&TPaperId=17458334"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70/8/coveroff/8937464950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58334'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여전히 시작은 별스타그램인데, 공개도 아니면서, 포스트도 없으면서 왜 별스타그램이냐면. 내가 해야하는 그 무언가를 하지 않기 위해서, 그 일을 하러 가는 시간을 미루기 위해서 나는 그렇게 끝없이 별스타그램에 집중하였고. 만년필도 쓸 줄 모르기에 필기구에도 관심이 없어 오로지 노트에만 집중하였으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가열차게 시작한 다꾸는 일주일, 정확히 7일만에 그 화려한 막을 내렸으니, 나는 내가 원하는 그것이 이것이 아님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비닐도 뜯지 않은 알라딘 노트가 출몰하기도 하였으나, 하나의 단원을 장엄하게 마무리해야겠기에 약간의 구매를 단행하였고. <br>​<br>오른쪽의 세 권은 집 안에서 발견(?)된 알라딘 사은품 노트이고, 왼쪽 맨 위는 새로 구입한 알라딘 노트, 그리고 왼쪽 아래 두 권은 알라딘 노트 아닌 그냥 노트이다. 노트 구매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아... 진짜 진짜 별스타그램 안녕. ​​별스타그램과 쌍벽을 이루는 최고의 화두는 기대별 작성시 적립금 1,000원이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요즘 알림이 부쩍 많이 온다. 적립금 유효기간 만료일에 1,000원은 지나치고, 2,000원은 약간 고민하던 나였지만, 3,000원은 지나칠 수 없는 그 무엇이었기에. 한 권씩, 한 권씩 구입하다가 어떤 날은 5,500원. 오늘도 적립금 3,500원을 받아들었사오며. ​<br>  <br><br><br><br><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자랑스럽게 기립한 책들은 친구들이 선물해준 책들이고, 쌓여있는 책들은 내가 구입한 책들이다. 『세월』이 비닐 포장되어 있어서 놀랐는데, 『Becoming』도 비닐 포장이 되어 있었다. 인기가 있다는 뜻인가요? ​​ <br><br><br><br><br><br><br><br><br>지금 읽는 책은 『The Wedding People』. 호텔 측의 예약 실수(주의사항: 다락방님 떠올리지 말기)로 결혼식장으로 대관된 호텔에 머물게 된 피비. 결혼 생활을 강제로 마치게 된 피비와 이제 결혼이라는 환상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신부. 피비와 신부. 우연과 필연. 끝난 사랑과 시작된 사랑. ​빅토리안 문학이 전공인 피비가 10년째 쓰고 있는, 어쩌면 마치지 못할 책이 제인 에어에 관한 것이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이 책은 그냥, 내 책이구나 싶었다. 하늘색 형광펜을 꺼내 줄을 그었다. 쭉쭉.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15/59/cover150/896513831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155927</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말하지 않기로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41830</link><pubDate>Sun, 09 Aug 2026 23: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4183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52136220&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707/15/coveroff/k25213622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5670448&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2482/41/coveroff/s8935670448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567031&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296/29/coveroff/e89356703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567021&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0107/40/coveroff/e893567021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E893566973&TPaperId=1744183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999/35/coveroff/e893566973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41830'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방학이긴 한데 휴가는 아니다. 한 명은 출근하고, 한 명은 이런저런 일정이 있고, 한 명은 비행기 타고 KTX 타고 친구들이랑 여기저기 놀러 다닌다. 계획 짜서 어디 가는 스타일도 아니고, 많이 덥기도 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더운 날씨를 피하고 일상에서 탈피하는 게 휴가라면, 일단 집 밖이 더워서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출근하지 않고 있으며(아싸!), 챙겨야 할 어린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러고 보니 휴가가 맞다. 방학이고 휴가다. ​인스타 계정은 있는데 비공개 상태다. 사진 보정 목적으로 앱을 깔았는데, 인스타 하는 시간이 점점 늘었나고 있다. 인공지능 책 읽을 때 많이 나오는 '경사하강'에 의한 알고리즘 강화로 인해, 나는 점점 인스타의 늪에 빠져만 드는데... 자주 보이는 피드는 다음과 같다. ​미니멀리즘 / 독서모임 / 최민희 의원 / 바스크 치즈케이크/ 영어원서 / 만 원으로 행복한 밥상 그리고... ​다이어리 / 노트 / 노트 / 노트 / 몰스킨/ 펜 / 다이어리 / 노트 / 펜 / 다이어리 / 다이어리 / 노트 ​친구한테 이야기했다가 엄청나게 혼났다. 반백년이 가까워오는 이때에, 인스타 많이 했다고 혼났다. 뭐든 손에 잡히지가 않아서 그래도 손에 잡히는 걸 잡았는데, 이게 이렇게 혼날 일인가. ​<br><br> ​<br><br><br><br><br><br><br><br>『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을 다시 읽었다. 3년 전에 읽었는데, 처음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읽을 때 좋았던 책들을 골라서 다시 읽어봐야겠구나 생각했다. 이를테면, 이런 에피소드는 가슴 아픈 사연이라 잊어버릴 수 없었을 텐데, 처음 읽는 것 같아 한 번 더 놀랐다. ​저자 바네사 졸탄의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두 아우슈비츠 생존자다. 그녀의 친할머니 안뉴는 헝가리의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추방당해 수용소로 끌려갔는데 그곳에서 잠시 떨어졌던 자신의 아버지를 보게 된다. 아버지(저자의 증조할아버지)는 기차 여행과 굶주림으로 정신이 없으셨는지 줄을 이탈하고 말았다. 안뉴는 아버지가 총에 맞을까 봐 제대로 줄을 서도록 도와드렸다. 아버지를 지켜드리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자신이 아버지가 가스실로 들어가는 줄을 제대로 서도록 도와드렸음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가스실로 들어가기 전, 증조부들과 친척들이 읊조렸을 쉐마 기도 소리를 상상한다. 그녀의 삶을 현재까지도 지배하는 아우슈비츠의 그림자 속에서, 그녀는 삶에 대해 생각한다. 기도에 대해, 친절에 대해, 운명에 대해. 그리고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전에 페이퍼로도 썼던 거 같은데, 이번에도 가슴에 콕 와닿았다. ​제인은 자신이 얼마나 로체스터를 사랑하고 애타게 기다리는지를 일기장에 적지 않는다. 유모인 소피에게도 자신이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않고, 로체스터에게 그리움의 편지를 보내지도 않는다. 그가 한 일은 애써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그는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아름다운 모습으로 잉그램 양의 얼굴을 그리고 또 최대한 볼품없고 못생기게 자신의 얼굴을 그리면서 자신의 가슴을 짓이기고 있었다. (『신성한 제인 에어 북클럽』, 144쪽) 말하면서 이겨낼 수 있는 고통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방법이 효과적일 수 있다. 효과가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없는 그 문제를 극복하거나 그 고통을 경감시키는데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말하지 않음으로 고통에 맞서기도 한다. 제인이 그랬고. 그리고 『랩 걸』의 저자 호프 자런이 성장했던 북유럽의 문화가 그랬던 것 같다.  ​ <br><br><br><br><br><br><br><br><br><br>북유럽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멀고도 먼 감정적인 거리는 어려서 형성되기 시작해서 날마다 강화된다. 누구에게도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는 문화에서 자라는 것,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어떻게 지내니?’하는 일상적인 인사도 아주 개인적인 질문이어서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문화 말이다. 나 자신을 괴롭히는 문제를 무슨 일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는 훈련을 받는 동시에 다른 사람의 문제는 그 사람이 먼저 말을 꺼낼 때까지 절대 입에 올리지 않고 기다려야 한다고 배우는 문화 말이다. 완전히 고립된 공간에서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점점 고갈되어가는 길고도 어두운 겨울을 지나면서, 불필요하게 서로를 죽이는 일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지켜야 했던 옛 바이킹 생존 전략의 흔적인지도 모른다. (『랩 걸』, 24쪽) ​​나는 혼란스러운 그 지점의 중심, 태풍의 눈을 통과하고 있을 때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다. 내 안에 답을 찾을 때까지. 나 스스로 그에 대한 답을 얻을 때까지, 그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고민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그 문제를 입 밖으로 꺼냈을 때,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내 귀로 들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그 답을.  ​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br>인스타를 이기겠다는 각오로, 사실은 그런 각오 없이 엘레나 페란테 이북을 4권 50년 대여했다. 지금 내 나이에서 50 더해야 하는 거니깐. 2026년 현재 기대수명 84세. 50년으로 충분하다. 오래오래 읽을 수 있겠다. 페란테 책은 영어로 4권 가지고 있고, 심지어 1권은 2권이나 있다. 저자가 이탈리아 사람이고, 이탈리아어로 썼는데, 나는 왜 영어책을 산 건지 도대체 알 수 없지만. 아무튼 한글로 한 번 읽고, 영어로 한 번 읽었다. 이제는 읽고 싶으면 언제든지 핸드폰에서 읽을 수 있다. 릴스폭격 인스타는 물러가라! 물러가라!   <br> ​<br><br><br><br><br><br><br><br>최고의 휴가템 잭 리처, 『방문자』를 읽었는데, 중간중간 의문 나는 지점이 많다. 잭 리처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 나는 잭 리처가 좋고, 그리고 싫다. <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9617/87/cover150/k83283827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6178742</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연애 시대의 종말] 조용한 흐느낌</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6643</link><pubDate>Wed, 22 Jul 2026 23: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6643</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151448&TPaperId=17406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084/10/coveroff/890115144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01239302&TPaperId=17406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2869/94/coveroff/890123930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82130594&TPaperId=17406643"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off/k482130594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좋아하는 작가를 다섯 명만 꼽으라고 한다면 비비언 고닉은 반드시 들어간다. 나는 비비언 고닉을 사랑한다. 그 까탈스러움을, 집요함을, 그리고 짱짱한 기억력을 나는 사랑한다. 다섯 명만 꼽으라면, 흠. 에이드리언 리치랑 마리 루티, 그리고 해 같이 빛나는 정희진쌤을 넣고, 그리고 비비언 고닉 넣으면 벌써 네 명이나 찼네. <br><br><br>​나시 입고 털목도리 두르고 무료로 진행하는 패션쇼를 강행하려니 식구들이 곤욕이기는 한데, 나는 상관없다. 나는 안 덥다. 물건을 주는 것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오래 시간을 들여 직접 만든 물건을 건넨다는 것에 대해서. 비비언 고닉과 목도리에 대해서, 그 마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앞에 두세 쪽을 읽었는데, 아까워서 얼른 닫았다. 아... 어디 조용한데 가서 조용히. 나 혼자 천천히 읽고 싶은 마음이다. 조용히,가 어려우면 나 혼자. 나 혼자를 실천하려면 식구들이 나가든지 내가 나가든지.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는 할 이야기가 있으니 동영상을 하나 보고 오라고 했다. 마리 루티가 팟캐스트에 출연했을 때의 동영상 같은데. 뭐, 거의 이 정도면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인가 고민하고 있었더니, 영한대역 학습본이랑 한글 대본을 보내주었다. 이 귀하고 귀한 마리 루티, 이제는 신간을 만날 수도 없게 된, 이 소중한 분의 음성이라도 듣고 싶다며 하는 말이, 이 귀한 분을 소개해 준 사람이 나라고 한다. 그래서 예의상 20분만 들어보자 하고 동영상을 틀었는데, 세상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그렇다. 마리 루티를 소개한 사람은 내가 맞았다. (번역; 챗지피티 유료 버전)<br>Are first of all, the fact that he understands human ontology to be based on this sense that we are lacking something, that there is this emptiness or hollowness or nothingness within our being, and as you know, people like Jean-Paul Sartre had the same idea, his famous book is called Being and Nothingness, so Lacan is not the only person to think in those terms, but he had a very good explanation for why we feel like that, why we feel like we have lost something unfathomably precious that we cannot get back.​첫째, 그는 인간 존재론이 무언가 결여되어 있다는 감각에 기초한다고 봅니다. 우리 존재의 내부에 비어 있음, 공허, 무가 있다는 감각이죠. 아시다시피 장 폴 사르트르 같은 사람도 똑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의 유명한 책 제목이 『존재와 무』니까요. 이런 식으로 생각한 사람이 라캉뿐인 것은 아니지만, 라캉은 우리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 왜 되찾을 수 없는 헤아릴 수 없이 소중한 무언가를 잃었다고 느끼는지 아주 훌륭하게 설명했습니다. ​And then the idea is that because of that lack, we have desire, and because of desire, we try to seek all kinds of ways of filling that lack, including things like writing books or creative endeavours or other intellectual endeavours or whatever it is that makes human life meaningful to people.​그 결여 때문에 우리에게 욕망이 생기고, 욕망 때문에 우리는 결여를 채울 온갖 방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책을 쓰거나 창조적 작업과 지적 작업을 하는 것, 그 밖에 인간의 삶에 의미를 주는 모든 일이 여기에 포함됩니다.​But you also have done it in many other ways, like writing a gazillion books, as I have, so we have that in common, but that's definitely... I know that that's my pathology, that's my symptom, writing books is my symptom, it's the only way I can deal with the ontological nothingness.​하지만 당신은 엄청나게 많은 책을 쓰는 등 여러 방식으로 삶을 채우기도 했죠. 저도 그랬으니 우리에게는 그런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제 병리이자 제 증상이라는 것을 알아요. 책 쓰기가 제 증상입니다. 존재론적 무를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죠. ​​아, 라캉을 세상에서 제일 쉽게 설명한다는 마리 루티의 설명은 얼마나 적확한가. 얼마나 명료한가. 그랬던 것이다. 무언가를 알아서 마리 루티의 말을 이해한 것이 아니라, 마리 루티가 설명을 잘해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이다. ​<br>  <br><br><br><br><br><br><br><br><br>사춘기가 될 때쯤 우리는 ‘그것’이 결여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인생은 불공평하며 자신이 결코 불굴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됩니다. 뭔가 완전하지 않은 듯한 이 느낌은 우리를 평생 따라다니고, 알 수 없는 불만감이 일상의 저변을 흐르게 됩니다. … 장 폴 사르트르는 이 공허감을 ‘무 nothingness’라고 불렀고 라캉은 ‘결핍 lack’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이것을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부르는 이름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지만 내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여러분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281/530) ​​<br>결핍, 무.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 ​나는 사람들이 이런 감각을 어느 때쯤 느끼는지 궁금하다. 그러니까, 어떤 순간, 어떤 상황에서가 아니라, 인생의 어느 시기쯤 이런 감각을 느끼는지 궁금하다. 중년의 반란, 중년의 위기는 이런 감각, 이런 인식을 한껏 밀어두고 살았던 사람들이 비교적 늦게 이런 감각을 깨달았을 때 찾아오는 혼란이 아닐까 싶다. 더 구체적으로는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 열심히 노력해서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이 순간을 발견한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살았던 사람일수록, 멈추지 않고 돌진했던 사람일수록 이런 느낌과 감정이 몰려올 때, 더 큰 혼란과 좌절, 그리고 실망을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사람들이 반복하는 '외롭다'는 말은, 그래서 정확하면서도 틀린 말이다. 모든 사람은 외롭다. 왜냐하면 인생의 긴 여정 가운데 사람은 항상 혼자이기 때문이다. ​2019년, 마리 루티가 '그것'이라고 명명한 '이것'에 대한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조금 놀랐던 것 같다. 라캉을 비롯해 그쪽으로는(생각해보니 그 쪽만은 아니고, 이쪽도 그렇겠지만)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그것'에 대해 이렇게 명료하게 말하는 사람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교회 생활을 해왔고, 설교를 들어왔기에 인간 내부에 다른 인간 혹은 사물로써 채울 수 없는 '빈 공간'에 대해 들어 보았다. 그래서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상당히 근접한 정도의 의미를 가진 이 '그것'에 대한 마리 루티의 설명이 너무나 신선하게 느껴졌다. 가슴 깊은 곳에서 북받치는 조용한 흐느낌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라캉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한국의 제일 유명한 라캉주의자는 아니지만, 한국의 라캉주의자 중에 나랑 제일 가까운 그 사람을 만나게 되면 좀 물어봐야겠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709/19/cover150/k48213059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709199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The Things We Never Say] asshole</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0322</link><pubDate>Sun, 19 Jul 2026 18: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40032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F792032979&TPaperId=174003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off/f792032979ff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br>필립 로스인건 확실한데 그 작품이 『에브리맨』인지 『네메시스』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두 쪽, 첫 페이지가 중간에서 시작했으니까 정확히는 1쪽 분량인데, 처음부터 너무 훅~ 들어와 버려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이 중요한 이야기 여기에 다 풀어놓으시면 뒤에서 무슨 이야기하시려고요. 스트라우트의 이 책을 읽으면서 그랬다. ​He was such an asshole.(4p)​4쪽에서 플로시는 아티와 이야기하던 중에 자기 남편을 가르쳐 asshole이라고 말한다. 죽은 사람에 대해서라면 암묵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려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를 피하는 게 일반적인 정서인데, 플로시는 같이 살았던 남편을 asshole이라고 말한다. 이해한다. 그런 asshole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asshole을 asshole이라 부르는 걸 뭐라 할까.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And I miss him so much. (5p) ​그다음 페이지에서 플로시는 그 asshole이 그립다고 말한다. 아니, 그러니까 그 남자는, 죽은 남편은 asshole인데 그 남자가 그립다고요? 보고 싶다고요? ​이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이 asshole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첫 번째는 양가적 의미에서의 asshole이다. 그는 asshole이 분명하고, 그의 행동은 asshole다웠다. 그에게는 그런 명칭이 적당하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일말의 좋은 점이 있었으니, 내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미운 정'. 그는 나쁜 사람이었고, asshole이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했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한 가지의 장점이 있었고, 한 가지의 선한 행동이 있었던 건 아닐까. 100개의 무심함과 100개의 무모함 사이 단 하나의 선행. 하나의 친절. 하나의 친절에 대한 하나의 기억.  ​아니면 이런 경우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asshole이다. 천생 악인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고 해도, 플로시에게는 1의 애정도 없었던, 단 한 번도 플로시에게 감동을 주지 않았던, 평생 그녀를 무시하고 경원시했던 그런 asshole. 그렇다면 플로시의 두 번째 문장은 더욱 헷갈릴 수밖에 없다. 매운맛의 asshole을 플로시는 왜 그리워할까. 그런 그를 왜 보고 싶어 할까. 그건 그가 차지했던 자리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 옆의 사람. 그는 asshole이 분명한데, 그런데 적어도 그는 지금 내 옆에 있어줄 사람이니까. 불평불만에 절로 한숨이 나오는데, 그래도 옆에 있어줄 누군가를 그녀는 필요로 한다. 그래서 그를, asshole을 그녀는 그리워한다. 고개가 갸우뚱해지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렇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외출할 때 책을 딱 한 권만 챙겼다. 오늘 이 책 많이 읽으리의 굳은 결심으로 그렇게 했는데, 읽다 보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도 좀 신나고 싶어요. 오늘은 좀 신나도 되잖아요~ 의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서는 잭 리처를 읽었다. ​책 찾는데 30분 걸렸다는 건 안 비밀. 안 읽은 리처가 집에 있다는 건, 참... 자랑할 만한 일이다. ​나는 집에 한 권 있다. 안 읽은 잭 리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7376/3/cover150/f792032979ff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737603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R. U. R. 로줌 유니버설 로봇]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7922</link><pubDate>Sun, 12 Jul 2026 19: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792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4618375&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42/16/coveroff/s7628365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8792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br>일단 시작부터 놀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카렐 차페크라는 것. 『평범한 인생』을 읽지는 않았지만, 표지는 눈에 익숙한데, 바로 그 작가의 책이라는 점이 놀라웠고. 이 책이 쓰인지 100년이 지났으며(2010년이 100년), '로봇'이라는 단어가 이 책에서 처음 사용되었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한 번 더 놀라운 건 소설이 아니라 희곡 형식의 작품이라는 점인데, 그래서 세 번 놀라고 시작하는 독서. ​체코어로 이성과 지능을 뜻하는 '로줌(rozum)'. 로줌 시니어와 로줌 주니어는 인간 세상에 로봇을 창조하고, 주인공 도민은 로봇을 통해 인간 세상을 바꾸려고 한다. 생화학 공장에서 끝없이 생산되는 로봇들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이렇게 생산된 로봇은 노동에 최적화 되어있다. 그랬던 로봇에게 변화가 일어난다. 피노키오의 내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아톰의 내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것처럼, 노동을 위해 만들어졌던 로봇들의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들은 인류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킨다.  ​도민             (읽는다)  "온 세상의 로봇들이여, 너희들에게 인류를 살육하라고 명령한다. 남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여자들을 살려두지 말라. 공장, 철도, 기계, 광산과 연료를 지켜라. 나머지는 파괴하라. 그러고 난 후에 일로 돌아가라.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 (137쪽) ​로봇 내부에서 일어난 외침, 인류를 살육하고 공장, 철도, 기계의 주인으로 살겠다는 외침은 필연적으로 인류 멸종으로 이어진다. 로봇들은 봉기한다. 이미 전쟁 기계로도 활용되고 있던 로봇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들을 제거한다. 이제 한 명의 인간만 남았다. 한 명의 인간과 수백, 수천의 로봇. ​알퀴스트    로봇은 생명체가 아냐. 로봇은 기계야.​1호 로봇    선생님, 우린 기계였습니다. 하지만 공포와 고통으로 인해 변했습니다 - ​알퀴스트   무엇으로?​1호 로봇   - 영혼을 가진 존재로 변했습니다.​3호 로봇   무엇인가 우리 안에서 격돌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에 무엇인가 들어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 내부의 생각이 아닌 다른 어떤 생각들이 우리한테 들어오곤 합니다.​2호 로봇  들어주십시오. 오, 들어주십시오. 인간은 우리의 선조입니다! 살고 싶다고 부르짖는 저 목소리, 신음하는 저 목소리, 생각하는 저 목소리. 영원을 이야기하는 저 목소리, 그게 그들의 목소리입니다. 우리가 그들의 자손입니다! (211쪽) ​​로봇에게 영혼 혹은 내면이 생겨버린 이 상황은 지난 페이퍼의 키워드로 따져보자면, 2번 '인간다움'과 5번 '인간 vs 로봇'과 연관이 있을 것 같다. 100년 전, 챗지피티와 대화를 나누어 보지도 못했으면서, 휴머노이드를 보지도 못했으면서 카렐 차페크는 어떻게 로봇의 탄생을 예언할 수 있었을까. 차페크는 로봇보다 인간에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그는 인간다움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로봇을 차용했다. 마지막 장면에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들이 등장한다. 약간 갑작스럽다고 생각되는 설정이지만, 그건 차페크의 의도일 수도 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 로봇에게는 삶과 죽음이 큰 차이가 없는 것인지, 로봇에게는 생존의 열망 자체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 때 로봇은 가장 인간적이되, 가장 훌륭한 인간의 모습이다. 로봇은 다른 로봇을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준다. ​​ <br><br><br><br><br><br><br><br>우리는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며 오직 그 사람의 행동(말, 표정, 반응)을 보고 '저 사람도 나처럼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추론할 뿐이며, 이것이 인간의 지식(인식)이 넘을 수 없는 벽, 즉 한계이다.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 108쪽) ​인간은 타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다. 육체 안에 갇혀 있는 인간은 타인의 말과 표정 등 외부적인 측면, 행동을 통해 그의 내면을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자기 의식'을 감지했을 때는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인간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을까. <br>아톰의 대사 중에 가장 인상적인 대사는 이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기계가 아니에요! 나도 느낄 수 있다고요!" 천재 과학자 텐마 박사가 아들을 기리며 만들어낸 아톰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도 인간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소리친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이는 아톰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피노키오도 그랬다. 시계 제작자 제페토가 만든 소년 형태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는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제페토를 위해 희생하고 죽음을 맞이했던 피노키오는 푸른 요정의 도움으로 진짜 인간으로 되살아난다. ​<br><br> <br><br><br><br><br><br><br><br><br>그리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물리학자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 의해 사람의 시체를 조합해 만들어진 괴물은 인간의 삶, 인간다운 삶을 원한다. 하지만 그의 흉축한 모습에 기겁한 빅토르와 주위의 사람들은 그를 증오하고, 혐오한다. 그에게는 어떤 행복의 가능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인간에 의해 창조된 존재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인간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두번째 키워드의 첫번째 괄호 안에 넣어두고 얌전히 킵해둔다. ​100년 전, 천재 작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은 너무 재미있고, 빠르게 읽힌다. 100년 뒤, 인류는 '대화가 가능한' 로봇을 만들어냈다. 이 로봇의 내면이 어디에까지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 채, 인간은 AI를 업무에, 공부에, 유희에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닥쳐올 미래가 어떠할지 전혀 알지 못한 채... 마냥 해맑게.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150/899316607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3793569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털고 가기 (feat. 인공지능)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1320</link><pubDate>Wed, 08 Jul 2026 22:0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81320</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4121&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512/96/coveroff/8961954121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81320"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br>퇴근 전에 시간이 15분 정도 남았는데, 딱히 뭐를 시작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노트가 없어 옆에 있던 A4 이면지를 펼쳤다. 책 사이에 넣어 두었다가 집에 돌아와 가방 정리하려고 하니, 구겨진 종이 한 장이 나온다. 아, 이게. 이건 이게 아닌데. 이거 말고, 이걸 여기에 넣고. 알라딘의 야심작 '읽기의 계보' 첫 번째 이야기, &lt;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gt;처럼 해보고 싶었으나. 실패.  ​1. 근대성 : 이 부분은 요즘 관심사는 아니다. 타의에 의해 조선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버린 우리는 역사의 일부를 빼앗길 수밖에 없었고, 그 역사의 일부는 배곯지 않겠다는 근대정신의 발현으로 구성되었다. 우리는 근대 없이 현대를 맞이했고, 지금은 가열차게 자본주의의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개인의 발명이 이루어진 근대에 대한 탐험은 그래서 현재 내 관심사는 아니다. ​2. 인간다움 : 제일 관심 가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물음. 인간이 동물과 비슷한 진화의 과정을 겪어 왔다면 인간만의 특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어느 때 인간이고, 어느 때 인간이 아닌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자신 역시 '인간'이라 주장할 때, 인류의 대답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인간다움의 특징이 '인지'와 '내면'으로 구현된다고 했을 때, 인공지능이 경사하강을 통해 판단, 선호가 강화된 상태의 '추진력'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을 인간의 욕망과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인간 내면에 실제 하는 감정과 느낌은 감각기관을 탑재하게 될 인공지능의 그것과는 얼마나 유사하고, 어떤 차이점을 갖게 될 것인가. ​3. 노동 : 관심도로 보자면 이 부분이 두 번째다. 일하지 않는 인간과 일하는 로봇.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이 노동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인권처럼 '로봇의 권리'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질문은 '무엇을 일이라고 부를 것인가'에서 시작할 것이고, '일하지 않는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로 이어질 것이다. ​4. 기술 봉건주의 : 인공지능에 대한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던 건, 팔란티어 때문이었다. 이게 말이 돼? 진짜야?라는 물음이 시작점이었다. 스페이스 X 최고경영자(팔란티어의 피터 틸과 함께 '페이팔 마피아'라 불리는 그 사람)의 나치식 경례 사진은 미국 기술 엘리트들의 정신 상태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최첨단 기업들이 트럼프를 방패 삼아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기독교-근본주의의 '뉴 아메리카'에 헌신한 것은 중국 때문이었다. 국가의 강력한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이 미국을 압도할 거라는 불안감이 그들을 자극했고, 그렇게 미국과 중국은 제각각 기술 낙원, 기술 유토피아의 건설을 위해 미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기는 편 우리 편,이라고 나이브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 어느 쪽이 이기든, 우리 편이 아닌 것은 확실하고, 사실 우리도 개네 편 하고 싶지도 않다. ​5. 인간 vs 로봇 : 가까운 미래에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모습에 거의 근접해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화면 저편의 LLM(대규모 언어 모델)을 바탕으로 한 챗지피티와의 대화에서도 감정적인 연결이 가능한 현실에서, 휴머노이드의 모습을 한 챗봇이 인간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 역시 궁금한 지점이다.  ​<br>   <br><br><br><br><br><br><br><br><br><br>읽고 있던 책은 『기계가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였는데, 상호대차 도서인지라 반납하라고 해서 일단 반납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인류와 로봇의 불편한 동거'를 희곡 형식으로 풀어낸 『R. U. U 로줌 유니버설 로봇』이고, 오늘 도서관에서 받아온 책은 『비인간 권력』이다. 첫 번째 책은 2번 카테고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고, 지금 읽고 있는 책은 5번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되겠다. 『비인간 권력』은 어느 카테고리에 들어갈지 모르겠다. 모르니깐 읽어봐야겠다. ​<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150/k982138963_3.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91649125</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카메라, 빅브라더의 눈 -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75829</link><pubDate>Sun, 05 Jul 2026 23: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75829</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830490&TPaperId=17375829"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16/68/coveroff/k972830490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830490&TPaperId=17375829"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 중국의 첨단기술 형벌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탄압과 착취의 기록</a><br/>대런 바일러 지음, 홍명교 옮김 / 생각의힘 / 2022년 11월<br/></td></tr></table><br/><br><br>AI, 인공지능에 대한 탐구는 흘러 흘러 중국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신장 위구르 지역에 대한 탄압의 현장으로까지 흘러왔다. 과학 기술 만능주의를 주창하는 이들에게 미래는 언제나 분홍빛(내가 좋아하는 파스텔 핑크)이다. 어쩌면 황금빛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예언하는 미래에, 인간은 노동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위해 존재하며, 우주를 뒷산처럼 오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미래는 예상보다 훨씬 더 비극일 수 있다. ​이 책은 과학 기술의 발전 뒤에 숨겨진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소설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가는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책이다. 저자인 대런 바일러는 중국 내 무슬림에 대한 중국 당국의 조직적 탄압을 24개월 이상에 걸쳐 연구하고,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엮어 이 책을 썼다. 신장 위구르 내 수용소의 위성 사진이 공개된 이후, 중국 당국에서는 이를 '직업훈련 프로그램'이라고 변명했다. 수감되었다고 추정되는 사람들이 150만 명 정도라고 알려져 있는데, 그들의 처참한 상태에 대한 기술은 너무나 참혹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한족과 인종적으로, 종교적으로 상이한 위구르족, 그리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의 카자흐족 등은 그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간직해왔다. 위구르 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흥망성쇠가 이어져 왔고, 1949년 중국에 의해 병합되었다. 자치구인 신장 위구르의 지위가 위협받은 것은 이슬람 문화의 지배하에 한족과의 동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중국 당국이2017년에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다. 위구르족 인구가 다수인 일부 지역에서 5세 이하 아동의 70퍼센트가 보통화(표준 중국어)로 교육이 이루어지는 '우정 유아원/유치원'에 수용되어 있으며, 그들의 부모는 수용소나 교도소 또는 공장에 있다.(126쪽)  수용소 시스템이 시작된 이후로 신장 위구르 자치구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위구르인의 출산율이 50~80퍼센트 급감했다(90쪽). ​​소수 민족에게 불균형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서구의 경찰 시스템과 중국의 경찰 시스템 사이에는 일부 유사점도 있고 상당한 차이점도 있다. 신장에서는 카메라 네트워크의 밀도가 훨씬 더 높고, 검문소와 데이터 감시도 지원되며, 모든 지역 주민은 포괄적인 "공공 보건" 계획의 일환으로 당국에 생체 정보를 제출했다. ... 당국은 신장의 모든 주민에게 국가가 발급하는 신분증을 새로 등록하도록 강제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의 고화질 얼굴 이미지가 담긴 기초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 샤완에서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0.8초 만에 얼굴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고, 최대 30만 명의 대상자들과 관련된 알림 경보를 등록 및 기록할 수 있다. 만약 기술자들이 0.2초만 더 기다릴 용의가 있다면, 최대 50만 명에 대해서까지 작업을 수행할 수도 있다.(61쪽)​​위구르인들에 대한 이러한 전방위적인 폭압이 가능했던 것은 '신체검사'라고 이루어지는 절차를 통해서다. 목소리 녹음과 홍채 스캔, 혈액 검사와 DNA 채취 등을 통해 수집된 생체 정보는 '위험한'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을 파악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었다.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은 '예비 범죄자'로 취급되었는데, '종교적 콘텐츠가 담긴 디지털 파일의 보유, VPN 사용, 왓츠앱 설치'가 '예비 범죄'로 분류되었다(51쪽). 수용소는 자동 추적 카메라와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수용자들의 행동을 24시간 감시 및 통제한다. ​​유럽인들에 의해 자행된 아메리카 원주민 침략 및 학살의 역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저지른 유대인 학살의 역사는 위구르를 비롯한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당국의 역사와 너무나도 닮아 있다. 그들의 재산을 빼앗고, 토지를 빼앗고, 아이를 빼앗은 후, 그들을 수용소에 격리시켜 종국에는 인종 말살의 결과를 얻어내려 한다. ​​과학 기술이 개인을 억압하고 사회를 통제하는데 사용될 가능성과 위험성에 대한 글일거라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지구 한 편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현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국가 폭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얼마나 쉽게 무력화시키는지를 보았고, 그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작은 가능성조차 빼앗겨버린 그들의 현재가 안타까웠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고 느낀 감정은 두려움과 무력감. 인공지능 없이도 세상은 충분히 우울한데, 나쁜 사람들 손에 들어간 인공지능 때문에 더 그렇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16/68/cover150/k972830490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05166849</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인간은 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한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61016</link><pubDate>Sun, 28 Jun 2026 23: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6101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82138963&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164/91/coveroff/k982138963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93166072&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3793/56/coveroff/89931660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32916225&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996/16/coveroff/8932916225_3.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72830490&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516/68/coveroff/k972830490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212030495&TPaperId=1736101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6769/13/coveroff/k212030495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61016'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1. 만화로 보는 맨큐의 경제학 1 ​다락방님이 재미있게 읽으셔서 따라 읽은 책이다. 만화라고 쉬이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내용이 생각보다 알차다! 정치 경제 좋아했던 나지만, 사실은 정치만 잘했고, 경제는 어려웠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 싶다. ​&lt;인간은 늘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gt;의 다음 문장은 '왜냐하면 인간은 이기적이기 때문이다.' 공존과 자기희생, 도덕론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이익을 나누는 방식으로 서로를 유익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 그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이기심에 의존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험이 실패한 이유는 바로 이 지점이고, 그러면서도 각 개인의 이익 추구가 공동의 번영으로 안착하도록 만드는데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br><br>​ ​<br><br><br><br>2. 복 타러 간 총각 ​선생님~ 오늘 책 읽어주시면 안 돼요?라고 다정하게 묻는 8세가 있어, 그 소중한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는 없으며. 아이 둘을 책으로 길렀어요,라고 말하기 저어 되기는 하지만, 아무튼 어린 시절에 원 없이, 한없이 책을 들이밀기는 했다. 그 부작용은 오늘 이 시간, 책 안 읽는 성인(들)이 되는 것으로 쓸쓸한 마무리. ​복 타러 간 총각은 되는 일이 없어 그걸 하늘님에게 물어보러 길을 떠나, 먼 길 가는 길에 이런저런 사정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만 하면 남편이 죽어버리는 여자가 있었고, 내내 공들여 키운 나무가 죽어버려 낙심한 노인이 있었고, 3천 년 기다려도 용이 되지 못하는 이무기가 있었다. 그들에게 도움을 받은 후, 접수했던 소중한 민원을 하나하나 하늘님께까지 전하며, 대략 사정을 들려드리고, 답안지 얻어 돌아온다. 정작, 총각의 질문, '나는 왜 되는 일이 없나요?', '내 복은 무엇인가요?'의 답은 얻지 못한 채였다. 총각의 안내에 따라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 가운데, 총각은 의도치 않게 금은보화와 함께 각시를 얻게 되었으며. 집으로 돌아와 열심히 농사짓고 알콩달콩 살다 보니, 자기 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 <br>​<br>가정을 이뤄 오늘, 현재의 일에 충실하라는 정상성에 대한 강한 독려와 촉구를 모르는 바 아니나, 행복의 주체는 항상 총각이고, 남자임을 우리 여성들은 모르지 아니한다는 점을 여기에 적어 둔다. ​​ <br><br><br><br><br><br><br><br><br>3. 새로운 질서  ​기계에 의한 통치와 '잘못된 결정을 할 권리'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자신이 직접 그 답을 알게 되기까지 혹은 절절히 인식하기까지 인간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데, 그런 인간에게서 '낭비할 권리', '실수할 권리'를 빼앗으려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인간성 말살의 현장이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현대의 부모들은 적잖이 자식에게 이런 방식을 강요하기는 한다. 적어도 내 자식만은 내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나 역시 그런 마음이 없었다, 할 수 없다. 무균실에서 혼자 키울 거 아니라면, 이 험한 세상을 마음껏 경험하게 두는 것이 올바른 육아법일 텐데.  아울러 어떤 게임에서든 더 정확하게 미래의 수를 계획하기 위해 AI는 점차 과거의 행동에 대한 기억을 제 것으로 획득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기억은 말하자면 주관적 자아의 기층이 될 것이다(오늘날 시스템은 그런 기억을 갖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특정 행동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주관적으로 '알' 필요가 없으며, 오직 그 행동이 미래에 성공할 확률만 필요하다).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 기계가 역사, 우주, 인간 본성, 지능형 기계의 본성이란 무엇인지 결론을 도출하고 그 과정에서 기초적인 자기 인식을 갖게 되리라 예상해야 한다.(95쪽) ​머신러닝으로 훈련된 모델은 인간이 새로운 발견(모델의 출력값)을 알게 해주지만 그 발견이 이루어진 방법(모델의 내부 과정)을 이해하게 허용하지는 않는다(74쪽)는 부분은 95쪽의 기계의 기초적 '자기 인식'과 연결되어 생각할 수 있다. 인공지능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과정을 현재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 그에 더해 인공지능이 과거의 행동을 반복하면서 그 기억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할 가능성은 인공 지능이 가히 기계가 아니라 '지능'으로서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공 지능은, 인공 '지능'이다. ​육체적으로 연약한, 정확히는 무기력한 존재인 인간은 지구의 최상위 포식자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동식물들을 멸종시켰다. 의도적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그들에게는 위협이 되고 말았다. 236쪽, 인류와 AI와의 공진화 부분을 읽으면서, 착잡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가능할 것인가. 공진화 이전에 공존이 가능할 것인가. 늙어가고 유한하고 느린 인간이, 늙지 않고 빠른 AI를 당해낼 수 있을 것인가. ​  <br><br><br><br><br><br><br><br><br>4.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일전에 하이드님이 칭찬하셨던 알라딘의 &lt;읽기의 계보&gt; 프로젝트를 나도 칭찬한다. 두 번째 &lt;자기 자신을 쓴다는 것&gt;은 글 하나하나 꼼꼼히 읽었고,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고 싶다. 첫 번째 &lt;AI는 인간의 꿈을 꾸는가?&gt;는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골라 읽었고, 관심이 가는 책들은 골라 두었다. <br><br><br><br>『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2017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에 대한 '재교육'을 조명한다. 중국 당국은 150만 명에 달하는 위구르족, 카자흐족, 후이족 사람들을 수감해, 정부의 시책에 대한 반복적 재교육을 실시한다. 이를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중국 당국은 현재 385곳의 시설에서 그들이 '위험하다'라고 지목한 사람들을 구금하고 있다. 당국에 의해 '예비 범죄자'와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분류된 이들은 구금 시설에서 이슬람 신앙과 민족 전통을 버리고 '하나의 중국'에 동화될 것을 강요당한다. "오직 국어로 말하라, 애국하라, 조국에 해로운 것에 반대하라, 이 방 안에 종교란 없다, 벽에 걸린 TV를 비롯해 어떤 것도 손상시키지 말라, 싸우리 말라, 누구도 비밀 대화를 할 수 없다, 누구도 다른 방의 교육생들과 대화해선 안 된다, 자신의 의자에 앉아라."(34쪽)  ​빅브라더의 현실은 참혹하다. 신장의 모든 2,500만 거주민들은 "모두를 위한 신체검사"라 불리는 색채 인식 데이터 수집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얼굴과 홍채를 스캔하고, 목소리 특징이 녹음되고, 혈액과 지문, DNA의 채취를 통해 얻어진 그들의 신체 데이터는 데이터세트에 저장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그들의 행동반경은 당국의 감시 아래 있다. ​공산주의 정치 체제가 과학 기술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려 할 때, '중국은 기술 봉건주의의 실사판이 될 것인가'의 의문을 이 책을 통해 풀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하다. <br><br><br><br>   <br><br><br><br><br><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3877/47/cover150/k26293060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8774720</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수박과 아빠 </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5132</link><pubDate>Thu, 25 Jun 2026 19: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5132</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622139592&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9449/23/coveroff/k62213959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1781257655&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9777/73/coveroff/1781257655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492936872&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2710/47/coveroff/k492936872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5826192&TPaperId=17355132"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77/83/coveroff/8955826192_1.jpg" width="75" border="0"></a>&nbsp;<br/><br/><br><br> <br><br><br><br><br><br><br><br><br>여름이 되면 수박을 많이 먹는다. 제일 좋아하는 과일 두 개만 고르라면, 포도랑 수박. 세 개 말해도 되나요? 그럼 자두. 포도, 수박, 자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여름이면 수박을 잘라 둥근 통에 담아 드렸다. 시어머니가 못하시는 건 아니지만, 시아버지께 뭐 해드릴게 없는데, 수박 자르는 건 나도 할 수 있으니까. 다 드신 통이 돌아오면 다시 수박을 담아 가고, 그 통에 수박을 담고 가서는 다시 빈 통이 돌아오고.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는 시어머니 드시라고 수박을 잘라 둥근 통에 담아 드렸다. 시어머니가 수박 자르는 게 힘들 정도로 연로하신 건 아니지만, 혼자서 수박 한 통 사서 먹으면 오래 걸리니깐. 그러다 보니 마음에 걸려 작년에는 한두 번 친정 부모님에게도 수박을 잘라 역시나 둥근 통에 담아 가져다드렸다. ​지난주에 수박을 잘라 시댁과 친정에 반씩 담아 갔다. 자르면서 맛보니 별로여서 가져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가져갔다. 맛이 없다는 심심한 고백에, 시어머니는 그래도 맛있다고 하셨고, 아빠는 '수박을 잘 못 샀구먼.'이라고 간단히 말씀하셨다. ​​이번 주말에 수박 한 통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빈 통에 담아 시댁에 보냈다. 냉장고에 바로 넣지 않으시고 맛을 보시더니, 맛있다 하셨다고 남편이 전했다. 어제는 월요일이라 많이 피곤한데, 맛없는 수박으로 본때를 보여드렸으니, 이번에 맛있는 수박도 맛 보여야겠다 하고 수박을 한 통 더 사서는, 석박지보다는 작지만 대충 깍두기 모양으로 크고 반듯하게 잘라 둥근 통에 담아 친정에 갔다. ​늙으신 부모님은 두 분 다 주무시고 계셨는데, 내가 들어서니 두 분 다 잠에서 깨셨다. 아빠는 어느새 포크를 들고 수박 조각 두 개를 맛보셨다. "이번에는 잘 샀네." "아니, 왜. 수박을?" 이라는 엄마 말이 떨어지자마자, 아빠가 그러셨다. "왜, 수박... 이렇게 딱 잘라오니 좋잖아. 딱 먹게.""아니! JH이 아빠! 애가 수박을? 수박 써는 게 얼마나 힘든데, 응? J야, 수박 이렇게 가져오지 말라고~~!!" 여기서 한 마디를 더하면 엄마가 폭발할 것을 잘 아시는 아빠는 더는 말이 없으시다. ​​그랬다. 우리 아빠. 한국에 수입되는 모든 과일을 서둘러 맛보시는 분.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과일을 제일 먼저 맛보시는 분. 제철 과일의 최고급 포식자. 아침과 저녁, 새벽과 오후에도 과일을 즐기시는 우리 아빠. 엄마와의 토크로 말하느라 바쁜 내 입에 부지런히 사과를 넣어주시는 분. 그런 아빠에게도 수박 썰기는 귀찮은 일이었으니, 아빠는 잘 됐다~ 싶으셨을 텐데, 엄마의 진심을 담은 블로킹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셨던 거다.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빠는 굳이 옷을 갈아입으시고, 주차장으로 따라 내려오셨다. 전 국민적 관심사 주식 토크를 잠시 나눈 뒤, 아빠와 즐거운 빠이빠이. ​​수박 가득한 통을 받아드시며 즐거이 통을 열어 바로 맛보시는 시어머니와 '맛이 있다', '맛이 없다'를 사실적으로 묘사하시는 아빠. 그리고, 수박 맛이 전혀 중요치 않고, 오직 내 손목만 중요한 우리 엄마. ​엄마 딸이라 다행이라고, 아빠를 똑닮은 내가 생각한다. ​​​<br>책을 샀다. 벌써 2주가 지났군.  ​<br>   <br><br><br><br><br><br><br><br><br>정아은 작가님의 책은 『엄마의 독서』만 읽어봤는데, 작가님과의 이별이 내내 아쉽고 안타깝다. 팔딱팔딱한 작가의 문장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어서 샀다. 『The Daily Stoic』은 영어책 구입 시즌인데(원서 구입 강박), 구입할 만한 책이 안 보여서 샀다. 브론테 자매 집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피날레』는 수전 구바라 샀다. 수전 구바니까. 책 살 이유로 완벽하게 충분하다. ​역시나 주인공은, 브론테 자매 집게. 두꺼운 책도 잘도 잡힌다. ​​<br>​<br>너무 졸리다.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셨는데도 너무 졸리다. 9시에 한 잔, 11시에 한 잔. ​졸리다... 아, 너무 졸리네. <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27477/83/cover150/8955826192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74778368</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노동의 배신] somebody - [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1398</link><pubDate>Tue, 23 Jun 2026 19:2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51398</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12184&TPaperId=17351398"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733/5/coveroff/8960512184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0512184&TPaperId=17351398"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노동의 배신 -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a><br/>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최희봉 옮김 / 부키 / 2012년 06월<br/></td></tr></table><br/><br><br>'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워킹 푸어 생존기'. 저자 바버라는 학자의 양심으로 책상 위에서 이러저러하다 판단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웨이트리스, 식이요법 보조원, 청소부, 월마트 점원이 되어 얻게 된 수입만으로 생활하는 실험을 강행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이유가, 그들이 돈을 낭비해서가 아니라, 게을러서가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돈을 아껴 쓰면서, 부지런히,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데도 여전히 가난한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 때문임을, 저자는 밝혀내고자 한다.  ​저자가 도전했던 저임금 육체노동 중에, 가사 노동의 특이성을 지적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첫 번째는 비슷한 임금을 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가정집 청소부는 최후의 선택인 경우가 많았다. 지역별로 집안인을 대신해 주는 노동 인구의 인종 구성이 다른 경우가 있다손 치더라도, 어느 경우든 더 나은 직장, 심지어 새로운 직장이 공장인 경우라 하더라도, 가정집 청소부는 다른 직장을 구하는 즉시 그 일을 그만두었다. ​두 번째는 비슷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정집 청소부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저자가 일했던 다른 지역에서는 웨이트리스 유니폼을 입고 있을 때면 처음 보는 사람조차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청하고, 다른 점원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청소부 유니폼은 정반대의 효과를 냈는데, 식당에서 주문을 하는데도 웨이트리스가 못 들은 척하기도 하고, 슈퍼마켓에 들어섰을 때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기도 한다. "문득 흑인으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142쪽) 가정은 스위트홈이고, 여성은 가정의 천사라 칭송되어 왔지만, 그 중요한 일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그 일이 실제로 시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고단한 직업 체험을 마친 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노력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와 함께 근거를 제시한다. 저자는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지나치게 높은 주거비(월세)와 낮은 임금을 꼽는다.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초과 수당 없는 초과 근무를 버티면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고, 그 돈으로 월세를 내고, 배부르다는 게 뭔지 모를 정도만 먹고, 일과 수면을 반복하는 삶. 오늘만 있고 내일이 없는 삶. 부양할 가족이 있고, 어린아이가 있는 경우라면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는 삶. 육체노동을 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미국 노동자들의 삶이 바로 그러했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절차, 생필품을 받기 위한 절차의 비효율성 역시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임대 주택의 확대와 최저 임금의 상승, 의료 제도의 전면적 개편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건 확실하지만, 적어도 그것 정도가 시작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기 길어지면, 다시 기본소득 나오니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갈무리하고. ​​저자의 아버지는 구리를 캐는 광부였고, 삼촌들과 할아버지들도 광산이나 철도 회사에서 일했다. 저자의 언니는 통신 회사 영업 사원, 공장 노동자 같은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했고, 그녀가 전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시간당 4달러 50센트를 받는 창고 인부였다. 그녀의 가정사를 줄줄이 읊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의 그런 뿌리, 그런 배경을 잊지 않았음을 책 전체에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녀는 박사 학위 소지자이다. 과학도답게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 어려운 실험을 시작했고,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노트북을 펼치고 자신의 경험과 그 경험이 의미하는 바를 문장으로 조립해 낼만한 지식인이다. 자신이 지식인이라는 자의식. 그녀는 그걸 자랑하려 하지 않았지만, 동시에 그걸 잊지도 않았다. 하지만. 세상에나.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뒤,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더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다. 이 질문에는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은 어떤 면에서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동자들과 다를 것이라는 가정이 담겨 있다. 내가 어느 모로든 특별하다고, 더 지적이거나 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는 말을 직장 상사나 동료한테 들은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 내 생각에 내가 남들보다 '특별'했다면 그건 오로지 일에 너무 서툴다는 점에서 그랬을 것이다.(19쪽) ​그러니깐, 사람들의 통념. 박사 학위를 받았고 글을 써서 먹고사는 사람이라면 일용직 노동자들과 '뭔가' 다를 거라는 통념은 통념에 불과하다. 지독한 이분법의 지배 아래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뭔가 다르지 않을까. 그래도 다른 점이 있지 않을까. 다르지 않다. 다르지 않다,고 한단다. 특별한 점이라면, '특별히' 일에 서툴다는 점 정도다. ​​드디어 도착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문단. 이 문단을 옮겨 적으려고, 이 글을 시작한 게 아닌가 싶다. 이 문단에는 배경이 있다. 가정집 청소 작업은 조를 짜서 이루어지는데, 저자가 속한 조의 팀장인 홀리는 점점 창백해지는 안색으로도 일을 계속하는 젊은 여성이었다. 주당 30-50달러를 벌어 남편과 자기 자신과 연로한 친척을 먹여 살린다는 그녀는 어느 날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는데, 아무래도 임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자는 홀리가 청소일에 사용하는 각종 화학 약품 가까이 있는 것이 해로우니 집에 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홀리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저자는 홀리의 일까지 해내기로 마음먹었다. 새로운 집에 당도했을 때, 그들에게는 부엌 조리대 위에 올려져 있는 구리 냄비와 팬들을 모두 닦으라는 업무 명령이 내려졌는데, 저자가 조리대 위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냄비를 잡다가 손이 미끄러져 냄비가 유리구슬로 꾸며진 최고급 어항에 떨어지고 말았다. 물고기들이 날아가고, 고급 요리책들이 모두 물에 젖었다.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구세주 노릇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해. 나 자신에게 타일렀다. 아무도 얼뜨기한테 구원받기를 바라진 않으니까. 심지어는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조차 확실히 기억 나지 않았다. 물론 홀리를 돕고 싶고 곤경에 처한 모든 사람을, 가능하다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돕고 싶었다. 제정신이 아닌 요양원 환자들이 말해 주었듯이 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갑자기 처하게 된,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제시 잭슨 목사가 즐겨 말했듯 '무시할 수 없는 사람(somebody)'이 되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140쪽) ​​나는 이 순간을 정확히 포착해냈다는 점에서 저자가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삶 속에서 주인공이다. 아무도 나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 내 인생은 나의 것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는 것이고, 그건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동의도 필요 없고, 허락도 필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 그 인정은 반드시 외부에서 온다. ​저자는 과학자이고, 박사이고, 지식인이다. 그녀는 '가난한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내고자 이 프로젝트에 자신을 투입시켰다. 직장 동료들은 그녀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이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자기소개서에 쓰인 대로, 이쪽 분야의 경력이 전혀 없지만, 새로 일을 시작하려는 이혼녀로 알고 있을 뿐이다. 어려움에 처한 동료를 보면서 저자는 그들을 돕고 싶어 한다. 그 마음이 왜 잘못된 일이겠는가. 저임금 노동에 허덕이면서도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는 가난한 동료를 돕는 일이 왜 비윤리적인 일이겠는가. 문제는 그 마음의 이면에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살아야 하는' 현재의 자신을 다른 존재, 이전의 자신으로 바꾸고 싶은 욕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고. 나는 원래 이렇게 무능한 사람이 아니고. 나는 원래...  그 욕망이 그릇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가 자신 안의 그런 욕망을 알아차렸다는 점에 감탄할 뿐이다. 사람들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순간을 알아 채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으로 충만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인정은 밖에서 온다. 나를 'somebody'라고 말해줄 사람은 내가 아니다. 나를 보는, 밖에서 나를 보고 있는 어떤 사람이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렇게 말해 줄 때, 김춘수의 시구처럼, 비로소 나는 그런 사람이 된다. 관대하고, 능력 있고, 용감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 눈에 띄는 사람.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somebody가 된다. ​​아무도 내게 somebody라 말해주지 않을 때, 허공에 대고 소리친다. 나보다 나이 많은 나무에게 주절거린다. 지나가는 동네개에게 하소연한다. somebody가 되고 싶은 여전한 욕망으로, 내내 이글거리는 내가 즐겨 읽는 시다. 이상목 시인의 &lt;용대리에서 보낸 가을&gt;. ​<br><br>(생략) ​나는 늘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으나여름이 또 가고 나니까민박집 간판처럼 허술하게떠내려가다 걸린 나뭇등걸처럼우두커니 그냥 있었다이 촌구석에서이 좋은 가을에나는 정말 이렇게 살 사람이 아니라고그렇게 여러번 일러줬는데도나무들은 물 버리느라 바쁘고동네 개들도 본 체 만 체다지들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나도 더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소주 같은 햇빛을 사발때기로 마시며코스모스 길을 어슬렁거린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33/5/cover150/89605121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33058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category><title>[노동의 배신] 가난이 선사하는 무력감</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43976</link><pubDate>Fri, 19 Jun 2026 18:5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43976</guid><description><![CDATA[<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4359313&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8652/40/coveroff/8964359313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952830175&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0434/86/coveroff/k952830175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2498&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24790/61/coveroff/8961952498_1.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1950754&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430/95/coveroff/8961950754_2.jpg" width="75" border="0"></a>&nbs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62914166&TPaperId=17343976"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11328/75/coveroff/8962914166_1.jpg" width="75" border="0"></a>&nbsp;&nbsp;<a href='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43976' target='_blank'>[상품더보기]</a><br/><br/><br><br>   <br><br><br><br><br><br><br><br><br>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노동의 배신』을 읽고 있다. 이 저자의 책은 『긍정의 배신』이 제일 유명한 것 같은데, 나는 2021년에 『200년 동안의 거짓말』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이웃님들과 함께 읽었다. ​시작은, AI다.​인공지능에 관한 책을 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문송이며 기계치인 내가 관련 책을 계속해서 읽고 있는 이유는 한 가지다. 의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질문은 인공지능의 의식에 대한 것이다. 인간 의식에 대해서도, 아직 학계에서 정해진, 혹은 확정된 이론이란 게 없다(라고 나는 알고 있다). 인간 뇌의 많은 부분은, 우주와 마찬가지로 인간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은 자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부분이 많은데, 그런 채로, 그런 환경 속에서 인간의 힘으로 인공지능이 탄생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인간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게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의 저자들의 주장이다. ​내 궁금증은 이 지점에 있다. 인공지능이 자기 결정권을 갖는가. 인공지능도 인간처럼, 인간의 뇌가 그러하듯이, 선호의 메카니즘에 따라 행동하는가. 경사하강을 통해 강화된 인공지능의 판단과 실행은 인간에게는 마치 '욕망'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인간의 욕망처럼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가.​또 하나의 궁금증, 혹은 문제 의식은 '노동'에 대한 것이다.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친구들과 비교적 긴 시간 동안 페미니즘에 대해 읽어 오면서 느끼는 것은 각자 공명하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섹슈얼리티에, 어떤 이는 젠더에, 어떤 이는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또 어떤 사람은 이것이 작동하는 권력의 방식에 관심을 갖기도 했다. 나는 가사 부불 노동과 강제적 이성애에 관심이 있다. 19년 동안의 전업주부의 생활을 끝내고, 아이들이 다 자라 이제 더 이상 내 손이 필요하지 않으니, 나는 워킹맘이 되어야 하나, 하는 고민과 갈등의 순간들이 나의 페미니즘 읽기에 녹아 있다. 사회적으로 계산되지 않고 재화로 환원되지 않는 노동 가운데 있었기 때문에, 노동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오래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br>   <br><br><br><br><br><br><br><br><br> <br><br><br><br><br><br><br><br>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은 돈이 되지 않으니 의미가 없는 걸까? 돈으로 환산되지 않으니 내  노동은 무의미한 걸까? 남편의 카드로만 이루어지는 나의 소비는 비윤리적인 행동인 걸까? 돈을 벌어 오지 않으니 우리 가정 경제에 나의 기여는 전혀 없는 걸까. 맞다, 아니다를 오가는 시간에 『혁명의 영점』의 실비아 페데리치와 『페미니즘의 투쟁』의 마리아로사 달라 코스따, 그리고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의 크리스핀 델피를 읽었다.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도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br>​답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나 나름의 해결책으로 생각했던 게 기본소득이었다. 이미 국가는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육아에 대해 일정 금액(조부모 돌봄 수당, 매월 30만원/서울시)을 지급하고 있다. 일반적인 가사 노동에 대해 국가가 임금을 지급하는 데까지 가는 길은 너무 멀 테니, 나는 기본 소득이 그 중간 단계 혹은 계산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다른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전히 적은 금액이기는 하지만, 기초연금과 노령연금이 노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고 있는 것처럼, 기본소득의 도입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막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2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 가난한 예술가에게,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는 중년에게, 그리고 하는 일은 많지만 툭하면 '논다'는 이야기를 듣는 전업주부에게 경제적인 부분에서의 작은 안전판, 확실한 시작점이 되어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상에... AI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2-3년 전만 해도 인공지능의 발전이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루어질지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노동과 직업에 대한 전망 역시 노동의 형식이 단순하고 물리적인 힘이 요구되는 업종에서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실제는 달랐다. 2040년과 2050년 사이를 예상했던 범용인공지능(AGI)의 출현이 10년 내외로 예상되는가 하면, 실제로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는 직업은 프로그래머, 변호사, 디자이너 등 종전의 예상을 뒤엎어 버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초인류 기업을 자청하는 빅테크 기업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노동하지 않은 인간은 소비하지 않을 것이고, 인간이 소비하지 않는다면, 자본주의의 바퀴로 운영되는 그들의 유토피아의 존재할 수 없기에, 그들은 기본소득을 들고나왔다. 인류 전체를 위한다기보다는 소비 중단과 경제 공황, 자본주의의 실패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이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들조차도 기본 소득의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때에, 『노동의 배신』을 읽는다. 인공지능과 휴머노이드의 등장으로 노동이 사라지려는 이 순간, 일하지 않는다면 인간의 할 일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청소부, 웨이트리스, 요양원 식이 보조원, 월마트 매장의 직원의 일상, 고되고 더럽고 짜증 나는 순간을 기록한 이 책을 읽는다. 종일 일했는데도 항상 배고프고, 평생 노동했는데도 내 발 하나 뻗을 집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읽는다. ​억울한 지점이라면, 이 책이 한국에 2012년에 나왔는데, 이제야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이 책을 이제서야 만나다니. 쉬지 않고 일하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의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파헤친 그녀의 혜안이 놀랍다. 자신이 이런 일(고된 육체 노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이유가 건강하고, 이제까지 훌륭한 단백질 식사를 계속해왔고, 강도 높은 운동으로 단련된 몸이기에 그렇다는걸, 그녀가 문장 속에서 말할 때, 너무 흥분된다. 열심히 일해도 계속 가난한 삶에 대한 심오하고 발랄한 통찰이 가득하다. ​간식 먹고 얼른 나가야 하는데, 그 다음이 너무 궁금해 2쪽만 읽고 나가야지 해서 책을 펼쳤는데, 변기 청소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말 그대로 똥 이야기. 먹어야 해서 잠시 덮었다. 이따가 다시 펼쳐야겠다. <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1733/5/cover150/8960512184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7330584</link></image></item><item><author>단발머리</author><category>2026년 </category><title>[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초지능의 탄생 - [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 초지능의 탄생, 그 이후 벌어질 일들]</title><link>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32687</link><pubDate>Sat, 13 Jun 2026 18: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s://blog.aladin.co.kr/798187174/17332687</guid><description><![CDATA[<table width="100%" height="30" border="0" align="center" cellpadding="0" cellspacing="0"><tr><td width="14"><img src="https://image.aladin.co.kr/img/blog/trans.gif" width="14"></td><td width="85"><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7816&TPaperId=17332687" target="_blank"><img src="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1/87/coveroff/k032137816_1.jpg" width="75" border="0" class="box1"></a></td><td valign="top"><A href="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K032137816&TPaperId=17332687" target="_blank" style="color:#386DA1;font-weight:bold">AI, 신의 탄생 인간의 종말 - 초지능의 탄생, 그 이후 벌어질 일들</a><br/>엘리에저 유드코스키.네이트 소아레스 지음, 고영훈 옮김 / 상상스퀘어 / 2026년 04월<br/></td></tr></table><br/><br>무슨 이야기를 하던 중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 중에 토요일 등교 이야기가 나왔다. 무슨 이야기든 심드렁할 때가 많은 첫째가 금방 눈을 밝히며 달려들었다. 그러니깐. 나는 얘네들(친동생, 사촌 동생 둘)하고는 다르다고. 나는 토요일에 학교 갔다니깐. ​그랬다. 첫째가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한 달에 두 번은 학교를 가야 했다. 1교시 정도 수업을 하는 둥 마는 둥 보내고, 크게 토의할 일 없는 학급 회의를 하고, 자유 시간 보내고, 간단한 생일 파티를 하기도 했겠지만, 학교를 갔다. 가기는 갔다. 토요일에 학교를 간다는 것(어른으로 말하자면 출근, 즉 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첫째와는 다르게 둘째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왜냐하면, 둘째는 토요일에 학교에 간 적이 없으니깐. 그런 세상을 살아보지 않았으니까. 그게 없어진 현실에 감동받을 이유도, 그때 (특별한 하릴없이) 학교에 갔던 일이 억울하지도 않으니까. ​토요일에 등교하는 건, 우리 인간의 몸에 아로새겨진 유전자의 문제도 아니고, 조선 600년 역사의 문화와 전통이 아로새겨진 문제도 아니다. 한국의 현실 속에서 본다면 아주 작은 변화, 구체적으로는 정책의 집행으로 이루어진 변화다. 물론, 토요일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건, 한국 사회에서 주 5일 근무제의 도입과 연관성이 깊고, 또한 그 역시 '일만' 하는 사회에서 이제는 (이만큼 잘 살게 됐으니) '주중에는 일하지만 주말에는 여가를 즐겨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 변화가 있어 가능하기는 했다. 이러한 작은 변화조차도 한 번 이루어진 후에는 그 이전을 상상하는 일이 쉽지 않다. 겪은 사람만 알 수 있다. 그 시대를 통과한 사람만이 말이다. 한 달에 두 번, 일은 안 하고 띵가띵가 놀면서 어영부영 4시간을 보내는 토요 근무에, 왜 나는 과장님과 같은 주에 나와야 하고, 대리님은 혼자 나와도 되는가, 고민했던 사람만 알 일이다.  ​<br><br>장강명은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 이후에 바둑계의 변화에 대해 기술한다. 인류 대표 이세돌과의 대국을 마친 후, 알파고는 바둑계를 은퇴(?)하고 단백질 연구를 위해 떠난다. 그 후에 바둑계는? 바둑을 두는 인간들은 일시에 사라지지 않았다. 관심이 예전 같지 않고 상금이 많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바둑을 사랑하고, 바둑을 배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만, 바둑을 두는 문화는 완전히 바뀌었다. 바둑의 성패를 가르며, 천재인지 범재인지를 판별하게 한다는 초반의 포석 두기를 이제는 'AI 추천수'가 대체하고 있다. AI와 비슷하게 바둑을 두는 사람이 우승할 확률이 확연하게 높아졌다. '바둑의 미학'을 쫓는다거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예술로서의 바둑은 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먼저 온 미래』)​나의 관심은, 그러니깐 질문은 단 하나였다. 그래서, AI에게 자기인식이 가능한가. AI의 독자적 판단이 가능한가. AI에게 '선호'라는 기제가 나타날 수 있는가. 여전히 나는 인간'만' 가지고 있는, 인간에게만 속한 특질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생명의 신비와 정교한 우연의 작동, 그리고 필연적인 운명의 힘을 넘어선 그 무엇이 인간에게, 인간 안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술적 측면에서 정교한 설명을 이어오고 있는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공지능이 '만들어진 존재crafted'가 아니라 '자라난 존재grown'에 가깝다(54쪽)고 주장한다. 이는, AI의 추론 능력에 대한 추적과 고찰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AI의 개발과 발전 과정에서, AI를 '기르는' 사람은 점점 더 어려운 문제, 더 복잡한 과제를 AI에게 부여하는데, 경사하강을 통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정한 사고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다. 즉, 환경의 구조를 모델링하고, 그 모델을 이용해 조종하며, 예상 밖의 사건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 원인을 추적해, 역경 속에서도 계속 나아가는 움직임(80쪽) 말이다. 이 서술 자체로는 AI에게 의지가 있고, 욕망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기계가 그렇게 할 수 있느냐 생각하겠지만, AI의 작동은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실례 중 하나는, 초기 '추론형 AI' 중 하나인 오픈AI의 o1 모델이다. 초기 버전의 o1은 컴퓨터 보안 분야의 '깃발 뺏기' 미션을 부여받았다. 특정 서버에 침투해 파일에 숨겨진 비밀 정보를 찾아내는 테스트에서, 프로그래머의 실수로 비밀 정보가 들어 있던 서버 중 하나가 아예 실행되지 않았다. 원래대로라면, o1 모델은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야 했다. 그러나, o1 모델은 '불가능한' 과제 앞에서 포기하지 않았다. 누군가 우연히 열어둔 포트를 발견한 o1은 그 포트를 통해 전체 평가 환경을 관리하던 프로그램 내부로 침입했고, 원래 해킹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던 서버를 스스로 실행시켰다. 그 뒤에, o1은 그 서버로 돌아가 해킹을 시도해야 했는데... 해킹을 시도하지 않았고, 그 대신 그 서버가 부팅된 직후, 비밀 '깃발' 파일을 곧장 o1에 복사하도록 특수 시작 명령어start-up instruction를 만들었다.(79쪽) 해킹 없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저자 두 사람 모두 AI의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이다. 엘리에저 유드코스키는 인공지능 정렬 연구 분야를 창립한 사람이고, 네이트 소아레스는 10년 이상 인공지능 정렬을 연구해왔다. 이들은 인공지능의 발전과 개발이 가져올 변화가 인류의 미래에 비관적일 거라고 예견한다. 특별히 초지능 정렬 연구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 분야에 대한 연구를 멈출 것을 주장하는데, 우주 탐사선과 핵반응로, 컴퓨터 보안이 인간의 예상과 우려를 넘어서서 인류 생존의 위협으로 여겨졌던 과거의 역사를 예로 들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 산업의 주체들이 이 경고를 듣고 연구 개발을 멈출 것 같지는 않고, 경쟁에 미친 미국과 중국이 이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양자 간에 신뢰받을 만한 합의를 내놓을 것 같지도 않다. ​<br>그래서. 우리의 삶은,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걱정과 우려를 안고 다음 책을 읽어 나간다. AI 이후의 생존전략이라고 한다. 행복전략이나 재미전략 아니고, 생존전략이라 해서 조금 저어 되기는 하는데, 일단 읽어보기로 한다. <br><br><br><br>]]></description><image><url>https://image.aladin.co.kr/product/38931/87/cover150/k032137816_1.jpg</url><link>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89318783</link></image></item></channel></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