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순정만화 - 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아무튼 시리즈 27
이마루 지음 / 코난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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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그 특별함을 알아채지 못했떤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
제목을 보자마자 주문했던 책. 어렸을 적 밍크를 정기구독하고 만화방에서 살았던 내가 고를수밖에 없던 책.
순정만화와의 인연은, 누군가 버리려고 내놓았던 만화잡지 묶음을 아빠가 주워오면서 직됐다. 안그래도 두꺼운 만화잡지가 열몇권씩 묶여있던 게 우리 집에 왔을때, 순정만화와의 만남이 시작됐다.
그때부터는 정말 겆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 내가 처음 본 밍크에 연재되던 만화가 낭길리마 였고, 밍크를 더이상 안 살 즈음에는... 뭐가 연재됐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적어도 몇년간은 용돈을 털어 잡지를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잡지를 더 이상 구매하지 않게 되었어도, 그 후로도 계속 단행본을 구해 읽었지.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는 웹툰 형식보다는 종이책 방식의 칸나누기와 말풍선이 더 익숙했다.
잡지로만 면 감질나니까, 그때부터 만화방도 드나들기 시작했지. 잡지에 연재되다가 끊긴 만화들, 잡지에 없지만 재밌어 보이는 만화들, 점점 순정만화에서 소년만화도 보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본 양으로만 치면 순정만화가 압도적으로 많을 거다.
오랜만에 그 향수를 떠올리게 해준 책이었다. 그 시절 순정만화를 즐겨있던 소녀들은 순정만화속에서 사랑과 연애, 우정, 성, 세상을 배우고 깨우쳤다는 말에 동감한다. 아쉽게도 나는 또래중에 순정만화를 즐겨보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만화방에 가거나 동생과 보거나 한게 전부였지만, 지금의 나를 이루는 것에 만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한때는 만화가가 꿈일 때도 있었다. 나의 재능의 한계를 직시하고(...)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꿈으로만 취미로만 남겨두긴 했지만, 그때부터 그림과 만화는 나에게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멀어져간게 아니었을까 싶다.
책에서는 순정만화에 관한 반짝반짝거리는 추억도 얘기하지만, 주류문화에서 사랴져갔던 그때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대여점이 사라지면서 , 만화가 청소년유해물로 인식되면서 대중의 인식이 바뀌게 되고, 작가들은 수익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치여 업계를 떠나고, 작가 혼자 작품을 온전히 책임지는 구조 탓에 건강이 나빠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나, 변화된 플랫폼에 적응하지 못하는 옛거장들의 이야기도 있다. 씁쓸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나도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는 대목... 순전만화에 대한 애정이 수집욕까지 발전하지 못한 탓에 단행본을 사모은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내가 작가들의 생계에 보탬이 된 거라고는 한달에 한번 잡지를 사는 것 뿐... 초딩에겐 큰맘먹은 지출이었지만 나의 애정에 비해 너무 작은 건 아니었을까.
만화, 순정만화는 어린시절 나의 추억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집에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만화방에서 온갖 만화를 읽었던 기억, 그걸론 모자라서 한가득 빌려온 만화를 주말 내내 읽던 기억, 좋아하는 장면들을 따라 그리거나, 컴퓨터가 생긴 후에는 스캔된 일러스트들을 저장하고 모으는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책의 말미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 처음 순정만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즐거운 수다 같은 작업이 될 줄 알았다. 아주 오랜 시간 아끼며 좋아한 부분들을 맘껏 떠들게 될 거라고. 그러나 기억을 더듬으며 알게 되었다. 성실하고 충실한 독자라 믿었던 나 또한 이 세계가 나와 멀어지는 걸 아주 무심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또 알게 되었다. 여성 창작자들이 만든, 다양하고 반짝이는 여성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10대 시절을 보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이었는지를,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를 넘나들 수 있었떤 게 얼마나 호사스러운 경험이었는지를.
동감한다. 당당하고 만짝이고 멋있는, 꼭 멋있지 않더라도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여성들으 이야기르 읽고 자란 것은 지금의 나를 완성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모든게 싫고 짜증나기만 했던 사춘기 소녀에게 돌파구가 되준 소중한 추억이기도 하다.

- 강인함보다는 무력함을 느끼는 나날이 더 많이 나를 찾아온다. 그러나 그래도, 그럼에도 믿는다. 내 안에는 세상을 향한 애정과 신뢰로 채워진 튼튼한 기둥 같은 게 서 있으며, 나를 이루고 있는 조각 중에는 꽤 근사한 파편들도 존재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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