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박사님"이란 말에 아이가 무척 호기심을 갖고 단숨에 다 읽어버렸어요.
할아버지께서 직접 들려주시는 구수한 옛날이야기처럼
구어체로 되어 있어 술술 읽히고
무엇보다 내용이 아이가 좋아하는 곤충이야기인데다가
할아버지께서 직접 겪으신 자서전적 이야기라서 무척 재미가 있답니다.
평생을 '벌거지'가 좋아서 남녘과 북녘을 모두 다니시며 곤충연구에 일생을 바치신 분...
나비 박사 이승모 할아버지...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좋아하는 일에 열정을 불태운 그 일생이 너무나 아름다워 눈물이 나더군요.
어렷을 때부터 "공부나 해! 왜 벌거지만 쫒아다녀?"하는 꾸지람을 많이 들으셨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이해 못해주고
'공부,공부!' 하며 닥달했던 것이 미안하고 부끄러워졌어요.
이승모 할아버지께서 나비를 발견한 순간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는데요...
"나는 나비가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단다.
정말 새색시보다 더 예뻐 보여서 나도 모르게 숨을 멈추고,
살금살금 다가가 나비를 잡았어.
아, 그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를거야."
' 아, 이 정도로 좋아하셨구나' 하며 가슴이 뭉클해졌어요.
그 때 그 나비가 바로 홍점알락나비였답니다.
할아버지의 나비 사랑이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 때 이렇게 시작되어
한평생 나비와 함께 일생을 보내셨지요.
돌아가시기 전까지 함평곤충연구소와 함께 일하시며
'함평나비축제'가 대표적인 지역축제로 성공하는데, 큰 도움을 주셨지요.
그리고 평생을 바쳐 수집해 온 희귀자료나 표본을 선뜻 내어줌으로써
동료 연구자들과 후배들에게 큰 도움을 주셨다는 이야기를 읽고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어요.
할아버지가 쓰신 나비의 족보인 <한국접지>라는 책은
곤충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에게 큰도움이 되어, 일본이나 중국에서 더 유명하대요.
얼마나 자랑스러운지요?
할아버지의 슬픈 추억 가운데 베짱이를 키우던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베짱이를 잡아다 풀과 함께 주었는데
베짱이가 풀을 안먹고 며칠 뒤 그만 죽어버렸대요.
나중에 알고봤더니 베짱이는 육식곤충이었던 거에요.
저도 처음 안 사실이네요....
그 일이 있고부터 벌거지들을 그냥 보지 않고 '관찰'을 하시게 되었다고 해요.
슬프지만 좋은 계기가 되었던 일이란 생각이 드네요...
나비박사님 이야기를 읽으며 울아이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해요.
아마도 박사님의 순수한 열정과 헌신이 아이의 마음 속에도
길이길이 남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 책을 읽고 이승모 박사님을 너무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답니다.
울아이도 곤충을 좋아해서 여름이면 잠자리채를 들고
곤충채집에 열중하거든요.
얼마전 과학박람회에선 직접 표본을 만들어 보기도 하였답니다.
왕딱정벌레 표본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모습...
그 모습이 진정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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