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 - 존 녹스에서 웨스트민스터 총회까지
김중락 지음 / 흑곰북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먼저 한 줄 평을 남겨보자면, “철저히 1, 2차 사료와 검증에 기반한 스코틀랜드 종교개혁 역사 이야기 해설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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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로, 이 책이 기존에 나와 있는 스코틀랜드 역사서 혹은 종교개혁사 서적들과 구별될 수 있는 가장 큰 강점은 이 책 한권에 엄청난 분량의 사료들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사료들의 목록이 각주 혹은 참고서적으로 많이 들어가 있을 경우, 다음과 같은 합리적인 비판을 자연스레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목록만 다 끌어온 거 아닌가요?’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닙니다. 그 많은 분량의 사료 목록들을 살펴보고, 각주를 비교해 본 결과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제대로 녹아들어 있는게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현재 이 분야로 학업을 진행중에 있기에 상당 부분 확인이 가능 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의 사료목록들을 보면, 최근의 연구자료들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존 녹스 권위자라고 할 수 있는 에든버러 대학의 Jane Dawson의 2015년 서적도 포함되어 있지요. 스코틀랜드 역사서 혹은 종교개혁사 관련 서적이 많지 않고, 최근 연구자료들이 업데이트된 서적은 찾기 힘든 상황에서 본 서적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봅니다. 

하여,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 관련 지식을 갖고자, 혹은 넓히고자 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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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이 책은 역사적 이벤트 검증에 주력한 역사서입니다. 이 역시 이 책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반 역사서들과는 조금 다르게 일부 기독교 역사서들 중에는 ‘실제로 어떠한 일이 일어났고, 그 평가는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가’보다는 ‘이 일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은혜스럽게(?) 보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작성한 흔적이 많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검증보다는 ‘은혜화 작업’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닙니다. 은혜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어떠한 이벤트를 더 은혜스럽게 보이기 위해서 작업을 한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대신 동시대 1차 사료들을 후대 1차, 2차 사료들로 검증하는 일에 주력한 흔적이 여기저기에서 발견됩니다. 심지어 2부에 나오는 종교개혁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제가 가지고 있는 다른 신앙/신학 서적과 비교해 보았을 때, 사료에 기반한 이야기들만을 주로 적으려 했다는 흔적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검증된 이야기들이 더 은혜스럽습니다. 

하여,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역사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리고 분석적으로 접근하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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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이 책은 역사 이야기 책입니다. ‘역사는 이야기’라는 것이 당연한 말인것 같지만, 실제로 역사를 이야기로 전달하는 것은 보통 내공(?)으로는 되지 않는 일입니다. 분명한 줄거리가 있어야 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구성을 잘 해야 하며, 이야기를 전달받는 사람을 고려해야 합니다. 단순한 역사적 이벤트의 나열을 자료집이라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이야기라고 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어떤 책이 ‘역사 학술서’라고 분류되는 순간 이야기보다는 자료들의 나열 혹은 정리에 더 관심을 쏟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아닙니다. 저자는 역사적 자료들을 가지고 연대기적 방법으로 서술했습니다. 다시 말해, 16-17세기 스코틀랜드에서 종교개혁이 어떤식으로 시작되었고, 진행되었으며, 후대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는지에 대해 시간적인 순서를 따라 차근차근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그러면서도 독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재미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요소요소에 잘 들어가 있습니다. 특별히 1부에서 다루어진 역사적 흐름들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2부에서는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주요 인물들을, 그 생애와 사건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많은 분량이 할애되어 있지는 않지만, 16-17세기 스코틀랜드가 갖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하여 당시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 당시의 국제 정세와 그 안에서 스코틀랜드의 종교개혁이 갖는 의미를 간략하게나마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여,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흐름과 장로교회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분이라면, 특별히 그것들을 너무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게 접하고 싶어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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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 책은 해설서 입니다. 학술서든 비학술서이든 간에 많은 책들이 어떠한 주제에 대해 자료를 소개하거나 그 자료를 바탕으로 논지를 펼칠 때에는 그에 대한 평가나 해설이 따라오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평가나 해설을 읽으면 더욱 이해하기가 어려워 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해하기에 평이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복잡한 해설이 자칫 독자를 미궁 속에 빠뜨리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닙니다. 분명히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역사와 장로교회의 뿌리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 이 책을 이끌어가고 있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주는 해설이지 또 다른 해설을 요구하는 난해한 해설이 아닙니다. 실제로 난해한 해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해설도, 최대한 평이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17세기 스코틀랜드의 정치, 종교, 외교에 대한 부분은 자칫 한 마디 해설을 잘못할 경우 사건과 사건들이 실제 일어났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상한 방향으로 꼬여 버리기 쉬울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부분에서 해설 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만을 적확하게 명시해주고 그 외의 기타 의견들에 대해서는 참고 자료들로 대체하고 있기에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기에 좋습니다. 

하여,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이 갖는 의의, 그리고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태동과 그 첫걸음에 대해 평이하면서도 비교적 객관적인 해설을 들으시기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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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사’는 여러모로 읽고 공부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교회사 전공서적으로 대해도 좋고, 일반 역사서적으로 대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신앙서적으로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책입니다. 

스코틀랜드(영국)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역시 비행기에 들고 타셔도 좋을 책입니다. 

특별히 관심을 갖고 이 주제와 분야에 대해 조금 깊이 공부를 하기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은 필히 읽으시고 소장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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