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종교개혁사 - 종교개혁의 정점, 웨스트민스터 총회 편
황희상 지음 / 흑곰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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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운전을 하다보면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필요할 때가 반드시 찾아옵니다. 길과 방향에 대한 감각이 많이 떨어지는 사람에게는 필수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다만, 네비게이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면 놓치는 부분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운전자를 목적지에는 데려다 줄 지언정 탑재된 시스템의 판단에 따라 다양한 경로 중에 하나를 택하면서 다른 길들을 접해볼 기회는 없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보니 네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하는 것에 더하여 목적지까지 오는 그 경로에서 아름답고 다양한 경관들을 접하게 되면 기분 좋은 여행을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 역사에서도 그렇겠지만, 특히 교회의 지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두는 사람들에게 종교개혁사는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됩니다. 하지만 다루어야 할 자료도, 또 그에 대한 해석도 너무 방대하여 모든 것을 일일이 다 들여다보는 것은 무리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보다는 집중할 수 있는 커다란 흐름을 하나 잡고 좋은 안내자를 따라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것이 현명하면서도 즐거운 여행길이 될 것입니다.


이런 면에 있어서 '특강 종교개혁사'는 좋은 네비게이션이자 안내자가 되어줍니다. 


종교개혁사의 많은 흐름 중에서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의 탄생이라는 목적지를 두고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잘못된 경로로 이탈하지 않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여행가운데 보아야 할, 질문해야 할, 그리고 고민해야 할 것들을 보여주되 때로는 확실하게 때로는 자연스럽게 권해주고 있습니다. 


책의 구성을 보면 이러한 장점들이 한 눈에 드러납니다.


먼저, 이 책을 읽어가노라면 16세기까지의 원인으로부터 17세기까지의 결과로 이어지는 역사적 흐름들을 다루게 되면서 웨스트민스터 회의와 표준문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회정치"와 "예배모범"으로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에 선별된 이벤트들을 교차시켜 하나의 튼튼한 다리를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 다리가 왜 중요한지, 그 중요한 다리의 기둥은 어떻게 세워졌는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책은 16세기 시작된 종교개혁의 흐름이 영국과 스코틀랜드로 전해지면서 어떠한 역사를 만들어냈는지, 그 역사에서 국왕들과 의회, 종교지도자들과 국민들은 각각 어떻게 반응하고 움직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사료에 근거하여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강점 중에 하나는 글 속에 다양한 질문들을 제기해 놓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지식취득 차원이 아닌 역사에 대한, 그리고 교회정치와 예배에 대한 고민들을 하도록 열심히 도와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도 좋은 네비게이션과 같이 질문에 대한 답이 엉뚱한 곳으로 빠지지 않도록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생각의 폭과 깊이를 줄이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별미를 꼽자면, 책의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방대한 양의 사진과 그림, 그리고 도표들입니다. 보통 참고자료 내지는 쉬어가는 페이지에 삽입되 있어야 할 자료들이 글의 진행 여기저기에서 등장하고, 이것들이 저자 특유의 몰입감 강한 문체와 어우러져 머리 속에 막연한 상이 아닌 뚜렷한 이미지를 인식시켜 줍니다. 마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들을 볼 때 매력적인 큐레이터의 설명이 가미되면 몇배, 몇십배의 감동을 얻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총회와 표준문서는 교회사에 있어서, 그리고 교회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 꼭 한 번은 다루어져야 내용입니다. 특히 한국 교회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가볍게 넘어가거나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강 종교개혁사'는 그러한 부족한 면들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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