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성이 간다 - 신주쿠 구호센터의 슈퍼히어로
사사 료코 지음, 장은선 옮김 / 다반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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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과연 현수성이란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호기심때문이었다. 일본에서 현수성이란 인물에 대해 많이 다뤘다는데 왜 나는 한번도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을까? 과연 그는 어떤 일을 했고 어떤 삶을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현수성이란 사람을 어디 한번 보자!! 라는 마음으로 평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마음은 책을 읽으면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현수성이 간다는 현수성이랑 인물을 미화하거나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책이 아니다. 그저 최악의 환경에 놓여있단 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강해져야 했는지를 과장없이 담담하게 보여준다. 현수성이 살아온 과정을 살펴보면 그가 처했던 환경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쩜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런짓까지 할 수 있을까 싶은 대목도 있다. 하지만 현수성은 담담히 얘기한다. 자신은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시간에 대해 후회하거나 죄책감을 가지진 않는다고.

 

현수성이 간다를 현수성의 삶의 연대기 형식으로 서술했다면 아마 과거의 삶을 읽다가 거부감에 책장을 덮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작가인 사사 료코는 현재 신주쿠 구호센터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현수성 소장의 에피소드와 그의 과거를 잘 엮어 현수성이란 인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언뜻 보면 냉정하고 이해할 수 없는 구호방식도 있지만 이는 현수성 소장의 삶의 경험에서 나온 효과적인 구호방법이다. 소위 말하는 밑바닥 인생을 살아본 사람으로서 나오는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해결방법인 것이다. 현수성은 5살 때 자신은 스스로 보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닳은 이후로 현실과 타인을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신주쿠 구호센터를 열기 전까지 만났던 다양한 사람들을 파악했던 그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구호센터를 찾아온 사람들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신주쿠 구호센터를 찾아오는 다양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은 법의 도움을 구할 수 없는 사람들이거나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다. 9년 동안 현수성 소장만의 방법으로 약하고 힘없고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 남을 돕는 것이란 무언인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혹시 누군가를 동정한다면 평생 돌봐 줄 각오로 해. 구해 주고 싶다면 평생 같이 있어주고. 못 하겠지? 못 하겠다면 그런 어중간한 동정은 하지마. 그게 얼마나 잔인한 짓인지 잘 생각해 보라고."(p52)


 

자신을 그리 좋은 사람이라 말하지 않는 현수성 소장이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를 참 좋은 사람이라 말한다. 과거 인부회사를 운영했을 때도 현수성은 자신의 좋지 않은 모습만 말하지만, 주변인들은 그는 좋은 점이 훨씬 더 많은 사람이라 말한다. 어찌보면 현수성은 법으로 보호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의 좋은 점은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책은 신주쿠 구호센터를 세워 많은 사람을 돕고 있는 현수성 소장을 알리는 책만은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남을 돕는다는 것, 봉사, 나아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해 주는 책이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면 소중한 누군가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 현수성이 간다가 바로 그 책 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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