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하임 가는 길 - KBS 'FM 실황음악' 진행자 정준호가 이야기하는 음악과 예술
정준호 지음 / 삼우반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저자의 또다른 저서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를 통해 신선한 충격을 받아 ,

새로운 음악과 문학세계에 입문한 기쁨이 충만하던 나에게  "이젠하임 가는 길"은 그 기쁨을 다각적으로 넓게 배가시킨 책이다.

단연코 평범한 음악책이기를 거부하고 폭넓은 문학과 음악의 교차점을 두루 보여준 책이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였다.

 그 속편 격인 '이젠하임 가는 길'에서는 심도가 더욱 깊어지고 관심의 영역이 더욱 넓어졌다.  

미술과 문학, 성서와 신화, 역사와 혁명 등을 씨줄로, 음악을 그 사이사이의 날줄로, 섬세하면서도 광범위하게 직조하여 너무나 아름답고 중후한 한 장의 타피스트리가 탄생되었다.

 그러나 이 멋진 타피스트리는 처음부터 쉽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서양회화 작품들이 많이 나와 미술책같다 하며 읽었는데  몇 번 책을 앞뒤로 넘겨가며 보다보니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그 창작의 속 내면까지 촘촘하게 엮은 뒷이야기들이 너무 재미있어서 페이지는 비교적 쉽게 넘어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마치 감자나 고구마 덩굴을 캐는 기분을 느꼈다.
하나를 잡고 올리면 계속해서 연달아 따라 올라오는 감자를 캐듯이 서로 연관되어 언급되는 역사, 미술, 문학, 신화 등을 통해 음악이란 큰 수확에 다다르게 되었다.

한 챞타씩 읽을 때마다 귀중한 보물을 하나씩 얻는 기분이었다.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보물은 30여개가 넘는 방대한 양이다.

그 많은 보물 중 몇 개만 언급해볼까.




  독일 르네상스의 최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마티아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르네상스 최고의 명화라고 일컬어지는 “이젠하임의 제단화”를 중심으로 그에 연관된 신화, 성서, 문학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며 이들이 어떻게 오페라나 관현악곡으로 함께 용해되는지를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3명의 성안토니우스 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어서 몇 번씩 읽어보았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리의 소름끼치는 명연기에 반한 적이 있는 나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관계에 대한 소상한 설명을 통해 살리에리가 어떻게 면죄부를 받는지 알게 되면서 또 한번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베토벤의 “장엄미사”’에 대한 설명은 정말 압권이다.

각 악장에 대한 열정적이고 깊이 있는 감상은 당장 ‘“장엄미사”’를 들어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절실함이 있다. 그래서 “장엄미사”는 ‘언제나 오늘인 음악’이라는 저자의 말에 저절로 동의하게 되었다.

라흐마니노프에 대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되었다. 풍성하고 유려한 피아노협주곡들로 인해 그에겐 다소 감정과잉과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실제의 그는 소심하고 다소 무뚝뚝하기까지 했다니! 그의 걸출한 작품인 “저녁기도”와 “종”이라는  합창교향곡을 듣고서 느끼게 될 그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이 밖에 하이든과 헨델, 힌데미트, 야나체크 등의 작품들에 대한 소상한 설명을 통해 그들에 대한 재인식을 하게 되면서 나의 음악의 지평이 점점 눈에 띄게 넓어지는 느낌을 얻게 된 것은 참 즐거운 경험이었다. 

 CD나 DVD에 대한 설명들은 더욱 특별하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의 힘을 정말 잘도 표현해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당장 그 모든 음악들을 들어보고 싶다는 유혹을 참는 일이 상당히 힘들었다.

이 책에 언급된 음악들을 들을 때면  틈틈이 꺼내어 다시 읽어야할 것 같다.
멋진 한 장의 타피스트리같은 이 책은 내게 옆에 항상 두어야할 보물섬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