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팔 독립선언
강세영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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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왜 이것도 못해." "너 혼자 못할 거면 이런 거 시작하지 마." 구리다. 오래될 만큼 오래된 우리 사이처럼 아무리 연결해보려 해도 모든 나사가 헛돌았다. 아무리 칠해봤자 겉만 번지르르 할 뿐 낡은 싱크대는 낡았다. 우린 마지막 문짝을 해결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두달을 그냥 두었다." _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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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민족'에서 마케터로 일하는 스물여덟의 저자, 그의 첫번 째 '독립' 그 독립의 '기록'.

스무살엔 대입, 스물 대 여섯쯤엔 졸업과 취업, 스물 일고여덟쯤엔 직장 적응과 독립. (그리고 그 후로는 결혼, 아이 등등등이 이어질) 이것이 대략의 표준이라면 표준인 세상...

한 스물여덟의 직장인이 독립의 결심과 이사로 시작된 독립, 그리고 마음과 정신의 독립까지를 기록했다.

직장의 이사로 멀어진 일터, 그리고 그것이 독립의 시작이었다.

집을 구하고 이사를 하고, 오래되고 잠시 하는 용도의 집을 고치려다 남자친구와 헤어지기도 하고.


사람들이 아홉수 아홉수 하는데, 여덟들이 실제로는 문제가 많은 것 같아 (십팔, 이십팔 특히).

과격하고 과격해야만 한다고 하는 나이.

불안함을 앞두고 있어서 불안한 그 때.

부서지고 무너져 내리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게 마치 보통인냥 자기 나이를 읊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독립의 한 해가 한 권의 될 정도로 구구절절했다.

어느 날은 혼자 사는 것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다가도, 어느 날은 혼자 즐겁고 가족과 함께는 못했던 것들을 기뻐한다.

작은 것에 움츠러들고, 곱씹기도 하다가, 또 문득 다 괜찮아진다.

부서지는 것들 중에는 오래된 연인과의 관계가 있었고, 그래도 괜찮았던 것은 나 하나는 품고 홀로 안아주는 우리 집, 아니 엄마 아빠는 없는 그러니까 나의 집.


나의 첫 번째 독립의 그때를 생각했다.

학생이었던, 단 한칸의 방이 온전한 나의 지붕이 되고 바람막이가 되는, 첫 안심의 공간.

처음은 설렜고 두려웠고 불안했고 쓸쓸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너무 괜찮았다.

조용함과 고요가 위로이던 때가 나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첫 번째 혼자가 있었을 것이다, 혹은 그렇게 되어가고 있거나 그렇게 될 것이다.


누군가의 고독의 씁쓸에 행복을 살짝 찍어 맛보는 느낌, 이 책이 그랬다.


"아마 가족들과 있었다면 거실에서 공중파 드라마를 함께 봤을 시간에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책을 읽는다. 엄마와 CBS 라디오를 들을 시간에 내 덕심을 자극하는 노래를 스피커가 터지도록 틀어둔다. 욕설이 난무하는, 아빠가 들었다면 당장 꺼버렸을 그 노래를. 그리고 누군가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할 시간에 내면의 나와 대화한다." _252쪽​


사족이라면 사족.'우유로 안부를 물어요'라는 제목을 단 글 조각이 눈에 거슬렸다.

독거노인분을 후원하는 캠페인인 '우유 안부 캠페인'을 소개하며 '독거 젊은이(?)'인 자신도 고독사를 상상한다며 농담처럼 진담인듯 '독거인에게 '안부'가 이렇게 중요하니, 우유 안부 캠페인에 동참해주시라.'는데... 3년전에 끓여둔 라면을 먹지도 못하고 그렇게 쓰러져 떠난 사촌오빠을 삼일째에 발견했던 나는 이 한조각 글에 실은 굉장히 상처받았고, 한동안 읽지 못했다. 어떤 말들은 죽지 않는다는 말, 이 책의 (어린) 저자가 나중에 시간이 더 흘러서라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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