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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 히카루가 죽은 여름 01 ㅣ 히카루가 죽은 여름 1
모쿠모쿠렌 지음, 송재희 옮김 / SL COMIC / 2023년 5월
평점 :
작년 이 맘때 즈음이었나요, 일본에서 꽤나 주목받았던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저도 원서로 구매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한국에도 정발이 되었군요.
기본적으로는 호러/스릴러 장르를 깔고 들어가지만, 인물들 사이에 미묘하게 흐르던 감정선이 히카루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난 것을 계기로 폭발하고 두 인물, 아니 사라지기 전의 히카루를 포함해 세 인물의 은밀한 욕망들은 BL로서의 정체성을 갖게 합니다.
작화는 시골 마을의 한적함과 고립된 세계를 잘 표현하고 있고, 서사는 작화와 함께 잔잔하지만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끔 이끌어갑니다. 둘의 조화가 작품의 몰입도를 배가시켜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손에서 놓을 수 없고, 읽고 나서도 꽤 오래 생각에 남습니다.
여름이라는 계절은 모든 것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계절을 상징하죠. 대개 여름이 죽음의 이미지를 가질 때는 그것이 한 단계 더 나아가는 성장을 의미하지만, 이는 잘 쓰이지 않는 표현법인데 상당히 과감한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BL이 호러/스릴러와 겹칠 때 주로 피폐함과 인간 관계의 집착에만 몰두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 특유의 기담과 같은 맥락을 갖고 간다는 것은요.
일본 원서도 꽤 힘들게 읽었지만 한국 번역에서도 사투리가 조금 익숙하지 않아서 머리 속으로 리듬을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번역 자체는 굉장히 정성스러워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어느 샌가 공포 장르는 할로윈의 영향으로 늦가을에 몰려 나오게 됐지만, 원래 공포는 여름입니다. BL과 공포 모두 좋아한다면 이 여름이 심심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그 때까지 빠르게 정발이 나온다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