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3/25


















유전자와 재능과 노력만으로는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무위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내가 성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내 친구들이 다들 실패해야 한다는 거지. 혹은, 내가 똥을 싸면 남들이 죄다 맞을 정도로 높은 곳까지 올라가고 싶다는 거지.(91p)

“원시 사회 사람들에게 여론 조사를 했다면, 행복이란 불을 좀더 쉽게 피우는 거라는 답이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생각의 지평을 넓혔습니다. 이제 그런 종류의 행복에 집중해서는 안 됩니다. 지식을 넓히는 것, 의식의 그물을 더 넓게 던지는 것이 인생의 목적입니다.”
그는 살고 싶다기보다는 죽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는 내게 지구에서 가장 슬픈 사람처럼 보인다.
나는 그에게 완벽하게 공감한다.(102p)

정원에는 큼지막한 바위가 하나 있다. 당신이 그것을 위에서 응시하든 다른 어떤 각도에서 응시하든, 그것을 치워버릴 방법은 없다. 그리고 모든 바위는 똑같이 중요하고 똑같이 무의미하다. “당신과 당신의 사람들이 아무리 최면에 걸려 있다 한들, 당신도 그들의 전쟁에서, 우리의 전쟁에서 똑같이 죽을 것이다. 그 무슨 새로운 지혜를 무덤으로 가져가서 벌레들에게 해독시키겠는가?”(122p)

그녀와 그녀가 만난 모든 사람은 서로를 오해하며, 애들러는 그 오해를 칠흑같이 캄캄한 인식론적 어둠으로 묘사한다. 세 번째 부분은 그 어둠이 사회와 문명 전체에서도 역력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인간의 모든 상호 작용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153~154p)

내가 머지않아 죽을 거라는 사실이 한 가지 좋은 점은 무엇에든 가짜로 흥미 있는 척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예요. 이봐, 나는 죽어가고 있다고! 조지프 헬러의 회고록 <때때로 Now and Then>를 보면, 마리오 푸조가 조지프의 병실에 찾아와서 부러움을 드러내면서 ‘자네는 남은 평생 그 진단을 사회적 변명으로 내세울 수 있겠군’하고 말하는 장면이 나와요.(205p)

ㅡ 데이비드 실즈,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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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3/28



















“자네가 뉴욕에서 일주일에 15달러를 받는 일을 얻었다고 생각해보게. 여기서 우리와 함께 20주를 보냈으니 다 합치면 300달러를 잃은 셈이 되는군. 하지만 여기서는 하숙비도 없었으니 일주일에 7달러 정도를 아꼈다고 치면 총 140달러를 번 셈이야. 결국 자네는 고작 160달러만 손해 본 거네. 게다가 이를 모두 뽑는 비용으로 최소한 200달러가 든다는 것을 생각하면 실은 40달러가 남는 장사지. 아, 또 있군. 내가 자네한테 새것은 20달러나 하고 지금 상태로도 최소한 15달러가 나가는 의치를 공짜로 주었다는 것을 잊지 말게. 이렇게 따지면 자네 이익은 55달러가 돼. 이 정도면 자네 나이에 20주를 날렸다 해도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닐 걸세.”(66p)

비참할 때는 동행이 있으면 나은 법이다.(131p)

ㅡ 너새네이얼 웨스트, <거금 100만 달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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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2

















나이가 들면 아버지처럼 정원에서 신문이나․․․주간지를 읽을 거라 상상했지요. 뭐 재수가 없지 뭐! 미래나 앞날을 상상하면 항상 풍요로울 거라 생각하죠? 그런데 그저 다른 것들이 있을 뿐이죠. 그것도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 말입니다. 내 자신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뿐 아니라 50년 후면 내 세대에 대한 기록조차 없을 겁니다. 박물관에 있는 쓸데없는 것들이 돼버리겠죠. 할 수 없지, 뭐. 가는 데까지 가보는 수 밖에요.(69p)

ㅡ 대니얼 클로즈, <윌슨>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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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3
















갈보 집은 우울해요. 뭔가를 집어넣으러 가는 곳은 다 그렇죠. 은행, 우편함, 무덤, 자동판매기.(33p)

호머는 파리들의 편이었다. 이따금씩 허공에서 맴돌던 파리 한 마리가 너무 멀리 돌아 선인장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호머는 마음속으로 그 파리가 그대로 날아가거나 되돌아가기를 빌었다. 파리가 선인장에 내려앉으면 도마뱀이 살금살금 다가갔고, 호머는 녀석이 파리를 잡아먹을 때까지 숨을 멈춘 채 지켜보면서 제발 무슨 일이 일어나서 파리가 위험을 알아차리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렇게 파리가 무사히 도망치기를 바라면서도 자기가 개입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도마뱀은 이따금씩 거리 조절에 실패했고 그때마다 호머는 즐거운 웃음을 터뜨렸다.(71~72p)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일부만을 욕망에 바친다. 머리나 가슴만 훨훨 타오르는데 그나마도 완전히 몰두하는 건 아니다. 더욱더 운이 좋은 사람들은 백열등의 필라멘트와 같아서 맹렬히 타오르지만 조금도 닳지 않는다.(95~96p)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사람들만이 눈물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울고 나면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그러나 호머처럼 아무런 희망도 없는 사람들, 그저 영구불변의 번민이 전부인 사람들은 울어 봤자 아무 소용도 없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고 울지 않을 수도 없다.(98p)

여기서 누군가를 체포해야 하는 경우에도 그들은 일단 범인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별일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다가 모퉁이를 돌아간 뒤에야 비로소 경찰봉으로 마구 두들겨 팼다. 범인을 점잖게 대하는 것은 군중 속에 있을 때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243p)

토드는 그 사람들이 군중에 합류하자마자 변모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줄을 서기 전까지만 해도 눈치를 살피듯 조심스러운 모습이었지만 군중의 일부가 되는 순간부터 뻔뻔스럽고 공격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그들이 순진한 호사가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그들이 순진한 호사가라는 생각은 착각에 불과했다. 그 사람들은 잔인하고 사나웠으며 특히 중년층이나 노년층은 더욱더 심했다.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는 권태와 실망 때문이었다.
그들은 책상이나 계산대, 밭이나 각양각색의 단조로운 기계 따위에 매달려 따분하고 힘겨운 노동과 함께 한평생을 보낸다. 그렇게 한 푼 두 푼 모으면서 언젠가 돈이 좀 넉넉해지면 여유를 얻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다가 드디어 그날이 온다. 주급 10달러 또는 15달러를 받게 되었다. 그럴 때 햇빛과 오렌지의 땅 캘리포니아가 아니면 또 어디로 가랴?
그러나 막상 이곳에 도착하면 햇빛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기 마련이다. 오렌지에도, 심지어 아보카도와 패션 푸르트에도 싫증이 난다. 재미있는 일도 없다.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할 길이 없다. 여가를 즐길 만한 정신적 여건을 갖추지도 못했고 자금력도 부족하고 신체적 여건도 쾌락을 추구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이따금씩 고작 아이오와로 소풍이나 가려고 그토록 오랫동안 노예처럼 일했나? 뭐 또 없을까? 그들은 베니스에 가서 밀려드는 파도를 구경한다. 대부분은 바다가 없는 곳에 살던 사람들이지만 파도는 하나만 보아도 모두 본 것과 다름없다. 글렌데일의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한 번씩 비행기가 추락하기라도 하면 신문의 표현처럼 <불구덩이 속에서> 몰살당하는 승객들을 구경할 수 있다. 그러나 비행기는 좀처럼 추락하지 않는다.
권태는 점점 더 심해진다. 그들은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원한을 불태운다. 날이면 날마다 신문을 읽고 영화를 보러간다. 이 두 가지는 그들에게 폭행, 살인, 성범죄, 폭발 사고, 충돌 사고, 밀회 사건, 화재 사건, 혁명, 전쟁 따위를 가르쳐준다. 날마다 그런 정보를 주식으로 먹으면서 그들은 점점 더 약아진다. 태양도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오렌지도 그들의 지친 입맛을 자극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그들의 느슨해진 몸과 마음을 팽팽하게 긴장시킬 수는 없다. 그들은 사기를 당하고 배신을 당했다. 죽도록 일하며 저금한 보람이 없다.(245~247p)

ㅡ 너새네이얼 웨스트, <메뚜기의 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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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20

















나는 더 이상 아버지가 그립지 않다. 보통은 그렇다. 나도 그리워하고 싶다. 그리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준다는 말은 진실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사실이며,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조심하지 않으면, 시간은 우리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가져가버리고, 그 자리에 이해만을 채워 넣는다. 시간은 기계이다. 시간은 고통을 경험으로 바꾸어놓는다. 순수한 정보를 가져다 편집하고, 보다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번역해놓는다. 우리 삶의 사건들은 기억이라고 불리는 다른 물질로 변형되며, 이 과정에서 손실되는 것들은 결코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다시는 편집되지 않은, 가공되기 전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로 인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선택권이 없다.(88p)

나는 잊고 있었다. 이것이 바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느낌이라는 것을. 앞으로 나아가는 일, 절벽에서 아래의 암흑 속으로 떨어져 내리는 일, 놀랍고 혼란스러운 상태로 갑자기 착륙하는 일. 그리고 이어지는 매 순간순간마다 그런 똑같은 일을 계속 반복하는 일. 매 순간마다 추락한 다음 다시 기어 올라와 똑같은 상황을 반복해서 겪는 일. 나는 이 윙윙대고 흐릿한 풍경, 잠망경을 통해 보는 것 같은 의식, 내 자신의 삶을 누리는 것의 마찰력과 견인력, 그 삶의 소모를 거의 그리워했었나보다. 나는 현재라는 이름의, 혼란스럽고 즉흥적이지만 과도하게 제작된 매 순간의 무대에 대해서, 만들어졌다 부서지는, 매번 스스로를 분해하는, 시간의 매 순간마다 부서진 후 다시 만들어지는 그 무대가 가져다주는 위험과 즐거움에 대해 거의 잊어버렸던 것 같다.(101~102p)

어쩌면 내가 원한 것이 바로 이런 상황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람을, 모든 존재를 나로부터 밀어내는 것. 나는 언제나 이런 일을 저질러버린다. 진짜로 선택을 할 만한 기회가 오는 경우는 너무도 드물다. 보통은 이 세계의 줄거리가 나를 앞으로 가도록 밀어낸다. 그러나 가끔 중요한 갈림길, 시간의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지점에서, 내가 자유의지를 행사할 수 있는 때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언제나 이런 결과가 나와버린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 내가 보호해야 할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나는 자기 타임머신을 망가뜨리는 고객들이나 돈을 구걸하는 지나가는 섹스봇 따위에게는 친절하지만,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일에서는 언제나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엄마, 필, 아버지에게도.(147p)

ㅡ 찰스 유,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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