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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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강렬한 색채와 거친 붓놀림으로 채웠어도 어딘지 모르게 따스함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고흐의 삶은 차가운 시선만이 가득했다. 몸과 마음이 망가질 정도로 치열하게 그림에만 매달렸지만, 살아생전 그 노력과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버린 그의 인생사를, 많은 이들은 여전히 안타까워한다.


하지만 이 편지들을 다 읽어갈 즈음엔, 고흐의 인생은 그가 아팠던 만큼 좋아하는 그림들로 가득 찼고, 사실은 그 어떤 이보다 사랑과 희망이 흘러넘쳤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책은 고흐가 화가의 길로 접어든 후부터 죽음에 이르기 전까지 보낸 편지들을 옮긴이가 시기별로 나눠서 8장으로 엮어낸 것이다. 각 장이 시작되는 페이지마다 당시 고흐의 상황과 의미 있는 사건들을 요약해 두어서, 그가 전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고흐라는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최고의 선택이다. 삶에 대한 개인적인 고뇌는 물론이고, 어떤 마음에서 그렸는지, 캔버스에 무얼 담고자 했는지 세심하게 써 내려간 편지들을 읽고 나면, 고흐의 깊은 통찰력에 그저 감탄만 나올 것이다.


고흐는,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내는 일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었다. 매일 땀 흘려 노동하는 사람, 귀가하는 길가에 핀 꽃 한 송이, 타오르는 저녁노을, 가족들과의 저녁 식사, 하루 끝에 찾아오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 누군가는 무심하게 지나칠 가장 일상적인 풍경이 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소재였고, 그 순간을 캔버스에 옮겨내는 과정은 곧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 속에 가을 저녁의 느낌, 신비롭고 소중한 분위기가 스며들기 전에는 떠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 순간의 인상이 오랫동안 지속되는 것이 아니어서, 강하고 흔들림 없는 붓질 몇 번으로 그 특징을 한 번에 집어넣으면서 재빨리 그려야 했다.

 


고흐는 화가이기 이전에 자연을 사랑하고, 또 존경하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보고 느낀 만큼 캔버스로 옮겨내서 자연이 가진 이 위대함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그는 모두가 위태로운 자신을 걱정했던 순간조차, 틈만 나면 또 다른 풍경을 담기 위해 자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것만이 모든 고통을 멎게 하고,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 믿었다. 그래서 자기 눈에 비친 눈부신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몇 시간이고 같은 자리에서 붓질을 반복했다.


그 거친 붓질 한 번에, 그의 시선이 머물렀던 시간과 고독한 투쟁의 흔적이 담겨 있다. 그런 붓질을 쌓고 쌓아 꽉 채운 캔버스는 어느새 찬란한 작품이 되어, 누군가의 시선을 받으며 긴 시간을 변함없이 사랑받아 왔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화가는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여, 평범한 사람들이 자연을 더 잘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는 사람이다.


 

이제는 안다. 그가 끝까지 붓을 놓지 못한 이유. 그는 화가이자 한 사람으로서 자기 사명을 다한 것이다. 그의 작품 속 뭉쳐진 물감 자국에 서려 있는 사랑이 넌지시 말을 걸어온다. 깜깜한 밤하늘에 펼쳐진 은은한 별빛이 이토록 아름다운 것임을 당신은 아느냐고.


빈센트 반 고흐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1889) 캔버스에 유화, 오르세 미술관

(사진 출처: https://brunch.co.kr/@payaso08/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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