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은 어디에나 트리플 20
임선우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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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킬로미터 내에도 물이 없을 때, 물의 그림자 조차 보이거나 느껴지지 않을 때 낙타가 무엇을 하는지 아세요? 유미 씨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똑같이 걷는 겁니다. 한 걸음씩. (43p)

이 년 전부터 나는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인 미용실을 혼 자서 운영해왔다. 미용실의 이름은 바다. 언젠가 영하가 나에게 했던 말 때문이었다. 없는 것 하나 없는 서울에 바다가 없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나는 서울에서도 바다가 보고 싶어. (58p)

어느 순간 지하철 안으로는 초저녁 햇빛이 쏟아졌다. 고개를 들자 창밖을 스쳐 지나가는, 유리창이 금빛으로 물든 다정한 건물들. 이상하지, 이럴 때면 도시는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는 농담 같았다. (115p)

◠ 세개의 단편 모두가 특색있고 아름다워요🌿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고, 어딘가 연결된 조각들이 보일 때도 흥미롭고.

책 읽는 것이 취미지만 읽는 모든 책이 내 취향이고 다 재밌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니까. 하지만 임선우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책을 여전히 찾고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구나 깨달았어요. 이런 책을 만나려고 나는 계속 읽는구나. 세 단편에는 이별이라는 파랑이 녹아있지만 또 삶이라는 따뜻한 노랑도 섞여있어요. 그래서 읽을 때마다 정말 초록빛의 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트리플 시리즈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손꼽게 마음에 들었어요.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는 반짝이는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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