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퉁이를 돌면 큰곰자리 60
성현정 지음, 혜란 그림 / 책읽는곰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을 처음 꺼내 들었을 때, 나는 이 이야기는 조금 흔한 소재의 아동 동화라고 생각했다. 따뜻한 그림체에 소녀의 모습, 일상적인 배경이 녹아 있는 표지와 일러스트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 하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그러나 표제이기도 한 모퉁이를 돌면의 이야기 종장부에서는 조금 혼란을 느끼게 되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한 설명을 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입장에서 지금의 평은 '어린이를 위한 블랙미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의식적으로 서평쓰기에 참여하고 있지만 직업을 떠나 인간으로서 나의 취향은 SF나 과하게 폭력적이지 않은 스릴러, 미스터리에 가깝다. 그래서 CSI 시리즈의 오랜 팬이었고 최근에는 영국의 블랙미러를 인상적으로 보았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있을 법한 이야기들, 지금 쓰이는 기술들이 발전하고 조금은 극단적이 되면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사회, 기술과 인간성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어린이를 위한 블랙미러라고 표한 것은 그런 맥락 중 하나랄까.

 우리 부모님은 자상하고 좋은 분들이셨지만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았기에, 나는 줄곧 표제작에서 나오는 유령빌라같은 빌라에 살았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이유로 일부 친구들이 나를 꺼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표제작의 지상이처럼. 어른이 된 후에도 아이들을 관찰하다보면, 관여하기엔 애매하지만 아이들 사이에도 실과 같은 권력이 있다. 그리고 많은 것들이 그 실들을 밀거나 당기며 아이들은 예민하게 이것에 반응한다. 벌써 두 자릿수도 전의 이야기지만 나와 같은 아이가 지금도 없을까? 그러나 이야기는 지상이 아닌, 좀 더 평범하고 좀 더 남에게 휩쓸리는 연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그리고 예상과 다른 흐름으로 흘러간다.

 다른 이야기들도 조금은 흔한 SF나 판타지적 요소를 버무려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와 메세지를 던져준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은 아이들다운 시간이 필요하고 "순수하다"고 여겨지는 동화의 영역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만 지나도 어른의 세계를 어른보다 정확히 꿰뚫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이런 이야기는 충분히 가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을 법한 감정과 사건들을 소중하고 자세하게 다룬 것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