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종 실패기 - 죽을 운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은 지독한 인간들의 생존 세계사
유진 지음 / 빅피시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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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평소 사극이나 영화를 접할 때 우리는 무의식중에 자신을 왕이나 귀족, 혹은 시대를 풍미한 위인들과 동일시하며 흐름을 따라가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전 세계 수십억 인구 중 그런 대단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우리가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왕이나 장군보다는 이름 없는 소시민이나 농민, 혹은 노비였을 확률이 훨씬 높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역사의 영웅들에 가려진 진짜 주인공들, 즉 평범한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를 보여준다. 왜 진작 이런 시각으로 역사를 볼 생각을 못 했을까 싶을 만큼 저자의 통찰이 영리하게 느껴진다.

우선 씻는 문제부터가 그렇다. 산업혁명 이후의 런던조차 온 가족이 대야 하나에 담긴 물로 돌아가며 목욕을 했다는 대목은 충격적이다. 물을 길어오는 일은 주로 여성과 아이들의 몫이었는데, 인력으로 길러온 물이 얼마나 넉넉했겠는가. 지금처럼 수도꼭지만 틀면 온수가 나오는 시스템이 없던 시절이니, 물을 데우고 옮기는 중노동을 담당할 하인을 부릴 정도의 부자가 아니면 제대로 씻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청결이 곧 부의 상징이었다는 말이 생경하면서도 납득이 간다. 영화에서 보던 화려한 드레스의 귀족들도 사실은 지독한 체취를 감추려 향수를 뿌려댔을 뿐, 실제 위생 상태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형편없었을 것이다.

먹거리 문제는 더 심각하다. 냉장·냉동 시설이 없다 보니 왕이 아닌 이상 귀족이라 해도 상한 음식을 먹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식탁 위 고기가 변색되어 있고 와인 잔에 벌레 사체가 떠다녀도 아무렇지 않게 먹어야 했던 시절, 식재료의 부패는 질병과 감염의 위험으로 이어졌다. 특히 당시 도시 사람들의 생존을 좌우했던 빵 이야기는 참 안타깝다. 비싼 밀가루를 덜 쓰기 위해 분필의 재료인 탄산칼슘이나 명반, 석고 등을 섞어 양을 부풀리는 눈속임이 허다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순수한 밀가루 빵을 접해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기에, 시큼하고 이상한 맛이 재료의 문제라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건강을 위협하는 가짜 빵이 일상이었으니, 1840년대 영국인의 평균 수명이 40대 초반에 머물렀던 이유가 비단 낙후된 의술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사생활도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중세의 성은 얇은 벽 사이로 온갖 소음이 들리고, 유리가 귀해 천이나 나무 덧문으로 막았던 창문 틈으로 바람과 먼지, 소음이 그대로 들이치는 열악한 공간이었다. 여기에 마취제 없는 수술대, 어린 광부들의 중노동, 불편한 의복까지 더해지면 우리가 흔히 문명이라고 부르는 시대의 이면이 얼마나 척박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시대물의 화려한 영상미에만 집중하느라 정작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실제 고단함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어떤 상황에서 울고 웃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과정은 역사를 바라보는 폭을 넓혀준다.

책의 제목인 ‘멸종 실패기’는 참으로 기발하다. 인류의 역사는 화려한 성공의 기록이라기보다, 이토록 불결하고 고통스러운 환경 속에서도 끝내 버텨온 생존의 기록이었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깨끗한 물 한 잔, 안전한 집, 그리고 마취제가 당연히 있는 수술대가 사실은 인류가 오랜 시간 겪어온 시행착오와 희생의 결과물임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과거를 정확히 인식할 때 지금의 일상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고, 나아가 미래를 내다보는 눈도 더 깊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참 흥미롭고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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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과학 1 - 서양 고대~중세 편 만화로 보는 3분 교양 시리즈
닥터베르(이대양) 지음 / 카시오페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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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는 만화 과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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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과학 1 - 서양 고대~중세 편 만화로 보는 3분 교양 시리즈
닥터베르(이대양) 지음 / 카시오페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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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서울대 공학 박사 출신의 저자는 어릴 적 건전지를 넣으면 움직이는 장난감을 좋아하면서부터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느덧 아빠가 된 저자는 “모터에 건전지를 연결하면 왜 돌아가요?”라는 어린 아들의 질문 앞에서, 그 긴 과학 이론을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만화 형식의 과학책을 쓰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복잡한 이론을 나열하기보다, 과학이 어떻게 시작되고 발전해 왔는지를 쉽고 흥미롭게 보여 주고 싶었던 마음에서 말이다.

최초의 과학적 ‘왜’라는 의문을 본격적으로 품기 시작한 시기가 고대 그리스라고 한다. 그 이전에도 사람들은 자연 현상을 관찰했지만, 언제나 원인은 신에게서 찾았다. 번개는 신의 분노, 계절의 변화는 신의 이동이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점차 신에게서 벗어나 자연 자체에서 원인과 규칙을 찾기 시작했다.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왜 별들은 움직이는지, 자연에는 일정한 질서가 있는지 질문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논리와 근거, 수학이 발전하며 위대한 천재들의 시대가 열렸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내 속에서 살짝 꼬여 있는 듯한 질문이 일었다. 그렇다면 그 자연의 규칙 자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겨울엔 눈이 오고 여름엔 더운 이런 질서는 언제부터 존재했던 것일까. 우주는 언제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과학은 많은 것을 밝혀냈다고 하지만, 인류는 딱 어느 시점부터에서만 질문을 하기로 약속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을 배우는 이유가 단순히 세상을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세상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싶어서라는 저자의 말은 왠지 따듯한 느낌과 함께 깊은 공감이 된다.

책은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 보며 세계를 신화가 아닌 자연으로 설명하려 했던 탈레스부터, 수와 비례로 세상의 질서를 설명하려 한 피타고라스, 질병을 신과 주술의 영역에서 이성의 학문으로 끌어낸 히포크라테스, 태양 중심의 우주관을 제시한 코페르니쿠스, 별의 위치를 좌표로 정리하며 천문학의 기초를 닦은 히파르코스 등 열세 명의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위대한 인물들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무엇을 바꾸었는지를 풀어내며 과학의 흐름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특히 피타고라스가 음악의 화음이 수의 비율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밝혔고, 자연 속에 수학적 아름다움이 내재해 있다고 보았다는 부분은 처음 알게 된 내용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피타고라스의 정리 뒤에 이런 철학적 사유가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가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엄친아로 자라났다는 내용도 재미있으면서도 위대한 학자들을 한 인간으로서 더 가깝게 느끼게 하는 구성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암기할 부분은 줄이고 맥락과 흥미를 살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만화 형식과 함께 재벌집 2세 '김수저'라는 캐릭터를 통해 전문적인 지식을 유쾌하고 편안하게 풀어내어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재미있게 과학사를 접할 수 있고, 어른들에게는 이름만 알던 과학자들을 새롭게 만나는 교양서가 된다. 쉽지만 재미와 유익함을 함께 담고 있어 과학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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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근력
짐 머피 지음, 지여울 옮김 / 윌북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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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예전에 <뭉쳐야 찬다> 초기 시즌을 참 좋아해서 본방은 물론 넷플릭스로 재방까지 챙겨보곤 했던 적이 있다. 태권도 세계 1위 이대훈, 격투기 전설 김동현, 그리고 안정환 감독까지, 그야말로 별들의 향연이었다. 내가 그들을 흐뭇하게 바라본 건 단순한 팬심을 넘어선 존경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저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을까? 수많은 경쟁자 사이에서 어떻게 끝까지 자신을 지켜냈을까?’ 하는 대견함 섞인 존경심 말이다.

짐 머피의 저서 《내면 근력》은 바로 그 비결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스스로를 ‘두려움에 떨었던 실패한 야구 선수’였다고 고백한다. 이후 코치가 되어 수많은 후배를 지켜보며, 타고난 재능은 뛰어나지만 자신을 믿지 못해 무너지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처음엔 평범해 보였으나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성장해 끝내 큰 성과를 내는 선수들도 보았다고 한다.

저자는 말한다. “탁월한 성취를 만드는 힘은 내면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두려움’이며, 그 두려움의 뿌리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끊임없이 의식하는 자기중심성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성과와 이미지에 집착할수록 시야는 좁아지고, 실패는 실제보다 크게 느껴지며, 결국 스스로 가능성의 문을 닫게 된다는 말이 깊이 와닿았다. 어쩌면 우리는 현실과 싸우기도 전에, 내 안의 불안과 비교심, 그리고 과도한 자의식과 먼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면 근력은 어떻게 길러질까. 예전 김연아 선수의 인터뷰 장면에서, 엄청난 훈련을 어떤 생각으로 버티느냐는 리포터의 질문에 “생각은 무슨? 그냥 하는 거죠”라고 답하는 그녀를 본 적 있다. 저자가 말하는 내면 근력의 정수가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결과와 나 사이를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쑥덕거리는 내면의 소음을 끄고, 담담하고 무심한 표정으로 오늘 할 분량을 그저 묵묵히 해내는 것. 저자는 이를 ‘결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재에 온전히 깨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하는데, 결국 그 ‘그냥’ 해나가는 일상의 시간들이 모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탁월함을 만드는 것이다.

《내면 근력》은 단순히 성공 기술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흔들리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마음의 근육을 키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실전 안내서에 가깝다. 외부 조건은 쉽게 바뀌지 않아도, 나를 다루는 힘은 훈련으로 자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든든한 책이었다. 삶에서 겪는 고통을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다시 나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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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일의 마음 트래킹 - 모순덩어리 한국인을 이해하는 심리 열쇠
김경일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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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저자의 한 유럽 동료가 한국에서의 1년이 유럽의 5년과 같다며, 저자의 50세 생일을 250세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조금은 웃프게 들리는 이 농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치열한 ‘고각성 사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국전쟁 이후 우간다와 같은 수준이었던 나라에서 불과 70여 년 만에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 되기까지, 그리고 현재 BTS와 K-문화의 세계적 돌풍까지, 자긍심이 하늘을 찌를 듯하면서도 우리는 속도와 경쟁을 생존 전략으로 삼아 달려왔기에 그 압축 성장의 자부심 뒤에는 잠시라도 방심하면 뒤처진다는 공포와 일상을 지배하는 피로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김경일의 『마음 트래킹』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조급함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진 결과로 나타난 ‘인내의 붕괴’라고 진단한다. 스마트폰의 짧은 영상조차 끝까지 보지 못하고 넘겨버리는 모습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는 도파민에 길들여져 기다림의 근력을 잃어버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즉각적인 보상에 익숙해질수록 깊이 생각하는 힘은 약해지고, 타인을 배려할 여유마저 줄어든다는 대목을 보니 스마트폰의 폐해가 생각보다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닿는다.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는 경각심이 든다.

특히 수면 부족이 정서 조절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저자는 수면이 전두엽 기능을 유지해 나다운 모습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얼마 전 서너 시간밖에 자지 못한 채 모임에 나갔다가, 평소답지 않게 날 선 언행을 하는 내 모습에 스스로 놀란 적이 있었다. 이 대목을 읽으며 그것이 결국 뇌의 에너지가 바닥났기 때문임을 알게 되자, 잠이 이렇게나 무섭고 중요한 것이었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잠을 조금 덜 자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는데, 이제는 충분히 자는 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기본이자 필수적인 일임을 절감한다.

책은 신체적인 조절을 넘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것인가라는 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나를 직업이나 나이 같은 고정된 이름표(명사) 안에 가두지 말고 내가 무엇을 하고, 어떤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사는지 그 과정(동사) 자체를 나로 정의하라고 조언한다. 이미 정해진 틀에 나를 맞추기보다, 내가 하는 행동들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 새롭게 정의해 나가는 태도야말로 변화가 빠른 시대에 나를 잃지 않는 핵심 역량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당장 눈앞의 기술보다 내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저 이해하라고 말한다. 잠이 모자라면 날 선 말이 튀어나오고, 스마트폰에 눈을 뺏기면 인내심이 바닥나는 원리를 아는 것만으로도 나를 자책하는 일은 줄어든다.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은 남이 정한 속도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리듬을 지켜낼 근력을 키우는 일이다. 이 책은 그저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잠시 멈춰 나를 들여다보는 법을 차분히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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