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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조예은 작가님 글은 처음 읽어봐요. 처음에는 이 페이지의 샘플 문체가 너무 취향이라 샀어요. 근데 한 편 두 편 읽다가, 새해엔 쿠스쿠스를 봤어요. 너무 우울했는데 그냥 읽는것만으로도 위로가 됐어요. 그 어떤 위로의 말이 아닌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이런게 가능할 줄은 몰랐어요...
모든 챕터의 주인공들이 하나하나 기억에 콱 박혀요. 분명 눈에 띄게 화려하거나 잘난,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도 기억 한편에 남아서 아른대는....조예은님이 서술한 주인공들에게서 저의 어떤 부분를 본거같기도 합니다. 되는 게 도저히 없는 한 해였는데....새해 처음 읽은 책이 이 책이고, 조예은님 글 중 처음 읽은 글이 이 책이에요. 다른 책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작가님이 어떤 글을 앞으로 펴내실 지 너무 기대되고 즐거워요. 책 소개란의 '아껴먹는 글'이라는 말이 정말 와닿습니다. 가독성이 좋아서인지, 재밌어서인지 후르츠 에이드 마시듯 눈 감았다 뜨니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반이 넘게 읽었더라구요.
전 원래 책은 후기를 잘 안남겨요. 일일이 남기기엔 너무 많은 것도 있지만, 애초에 알라딘에 써본 후기라곤, 별 3개짜리 불호후기 하나가 다였는데......이번에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별 5개 후기 남기려고 로그인했습니다. 새해 처음 읽은 책이 이 책이라서 영광이에요. 잔잔하게 기억에 스며드는 맛이 있는 문체와 내용의 책이에요.
모든 편이 인상깊지만, 오늘따라 큰 위안을 준 '새해엔 쿠스쿠스'가 특히나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젠가 작가님이 400페이지짜리 백지를 낸다해도 저는 그걸 살거에요. 작가님은 사건의 나열만으로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최초의 작가님이세요. 화려하려고 한 글이 아닌데도, 화려한 문체의 글보다도 더 깊게 마음에 파고들었습니다. 책 모서리가 닳을 때까지 계속 들여다 보고 싶어요. 왜 사람 머리엔 USB슬롯이나 스캔 기능이 없을까요? 그게 있었으면 더 편하게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 볼 수 있을 텐데.....ㅠㅜ
작가님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적게일하고 많이버는, 어쩌다 크게 성공하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