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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에서 극우로 - 공화당의 추락과 미국 정치의 위기
김평호 지음 / 삼인 / 2022년 8월
평점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서평 리뷰를 위한 서적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음
미국정치의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죠~
아마 뉴스에서 나오는 중요한 단어들은 많은 분들이 잘 아시겠지만, 조금만 들어가봐도 생소한 단체나 인물, 법안들이 많아서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는 데는 제도정치 밖의 팟캐스트, 목사 등이 영향력을 크게 발휘했고, 여기에 더해 정치 전면에는 나서지 않지만 영향력이 큰 기업인, 언론인들이 있고, 여기에 이익단체, 상원의원 등 행위자까지 생각하면.. 분명히 이런 걸 누가 쉽게 정리해줬으면~ 하는 느낌이 들죠?
그런 미국정치 입문자 분들께서 진입장벽을 넘어 미국 보수주의와 MAGA를 이해하는 데 이 책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앞서 말했듯이 너무나 많은 행위자들과 역사적 맥락이 있어서, 그걸 영역별로 이해하려면 방대한 정보를 간략하고 압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서적이 필요한데 이 책이 딱 그렇구요. 미어샤이머나 월트나 앤서니 테일러같은 석학들의 각주 주렁주렁 달린 책들을 읽기 전에 이 책으로 기초적인 정리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필체도 간결하고, 챕터 별로 메시지도 명확합니다.
이 책에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보수'와 '극우'는 분명히 다른 것인데, 도대체 무엇이 다른 것일까요? 분명히 같은 뿌리 같은데..
저는 이 둘이 연속적이지만, 결정적인 분기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문화적인 공감대라 생각합니다. 정치선택을 하는 개인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정보에 열려 있고 합리적 선택을 하는 행위자가 결코 아니라는 것은 여러분께서 익히 아실 듯합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감성이 대단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인데요. 이 배경 위에서 미국 우파의 기독교주의나 인종주의가 최근 힘을 얻은 배경이 중요해지는 것입니다. 이권을 원하는 경제학적 행위자로서의 개인 및 집단은, 항상 정치적으로는 정당화를 필요로 합니다. 그것이 '보수'가 도덕이나 국제질서를 명목으로 미국의 전쟁행위를 정당화하는 방식이고, '극우'가 나아가 그 전쟁행위의 비판자들을 악마화하는 기제입니다. 여기서는 그 도덕 빙자적 정당화가 어떻게 제도적, 정치적으로 미국에 고착화되어왔는지, 그리고 그 고착화된 토양 위에 극우 뉴미디어와 새로운 트럼프식 '화끈한' 표현법이 폭발적으로 번성했는지 계보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결국 보수와 극우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보수라는 이데올로기와 그 행위수단/제도가 현대 극우(극우는 예전에도 존재했고 그 역사학을 이 책은 잘 밝히고 있으므로; kkk나 매카시즘, 레이건 시대의 우익 역사의 맥락을 미리 짚어줍니다.)라는 새로운 양상을 육성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유전적인 과정이 확실히 드러나 있구요.
보수와 극우를 나누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가 문화적 성격에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 문화적 흐름을 최초에 유도하는 것은 항상 자본과 언론입니다. 그런 이권 및 거대 세력의 공론장 조직화도 충실히 설명되어 있구요. 이코노미스트나 조금 깊이 있는 외신 보실 때 이 책 미리 좀 읽으셨으면 미국의 주요 우파 정치세력에 대해 쉽게 이해 가능하실 듯합니다.
여하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역사적, 경제사적 맥락 위에서, 다양한 우파 행위자들의 성격과 목표를 분석하고, 그것이 어떻게 응집되었으며 어떻게 통제불능하게 폭발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이지만 단일한 내러티브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교양 일반인을 위한 입문 개론 레벨로는 딱 적당한 필체와 정보밀도구요. 무엇보다 결론에서 미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진보 시민사회가 조직된 적이 없다는 지적이 의미있게 느껴졌습니다. 한국은 직선제에 운동권이 원내에 다수 진입하여, 어찌 되었든 민주적 의지가 제도정치에 강하게 입력되는 게 중도진보-진보의 성격인데, 미국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남부 노예제 옹호의 전력도 있고, 여전히 과두적인 성격이 존재하여 실질적으로 민생이나 민주적 의제에 있어 나이브한 대응만을 보였던 게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샌더스계, 혹은 AOJ나 맘다니의 부상으로 조금 다른 동향이 보입니다만) 그렇다고 히피나 반전운동 세력, 노동자들이 원내나 행정부에 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제도화된 것도 아니었구요. 개별 이슈에 있어 파업이나 집회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하지만 장기적 아젠다와 연속성이라는 점에서 미국 진보세력이 시공간적 점조직화 된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보수-극우는 그런 민주세력과 달리 오랫동안 조직화, 계보화하는 것에 성공했고, 그것은 즉 이 책의 요소들을 알아야 미국 민주당이나 중도좌익 세력이 어떻게 극우에 대해 건전한 대응을 할 것인지 고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생각되네요
전반적으로 간략하게 필요한 것들을 잘 챙긴 책이라 생각되구요. 이 책을 기반으로 많은 분들이 MAGA나 미국 엘리트 보수 생태계 역학이나 구조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이 책을 읽으신 후 미국 석학들이 저술한 조금 더 국지적이고 깊이 있는 저술을 읽으시면 훨씬 이해도가 올라가실 것이구요. 외신 논조를 이해하기도 좋아지실 겁니다.
추천~~(책 공짜로 안받았어도 추천드릴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