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나만 따라와

왜 자꾸 나만 따라와 - 십대와 반려동물 서로의 다정과 온기를 나누다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8
최영희 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왜 자꾸 나만 따라와』는 일곱 작가의 단편을 모은 작품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는 청소년문학으로 2020년 3월의 신간이다. 십대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반려동물이라고 한다. 일곱 작가들은 아이들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기도 하고, 다양한 설정을 통해 만남을 만들어 간다. 반려동물과 친구가 되어 나누는 교감의 기쁨 뒤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애완이 아닌 가족으로서 어떻게 동물을 대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최영희 「누덕누덕 유니콘」

유전자를 조작해 평생 아이의 옆을 지키는 반려동물을 만들어 입양하는 미래의 이야기다. 이 반려동물은 '공생동물'이라 부르며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공생동물은 '유니콘'이다. 주인공 재하는 엄마가 죽기전에 '퍼슬'이라는 공생동물이 지정되어 유니콘을 갖지 못해 불만이다. 재하는 유니콘을 갖기 위해 퍼슬을 죽음으로 내몰아야 하는 상황에서 퍼슬을 지켜내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한다.

이희영 「피라온」

주인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는 강아지 '송이'는 미르네 가족이 된다. 사실 미르도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인간 '피라온'이다. 미르는 자신이 인간이 아닌 피라온 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미르의 엄마는 단 한순간도 이 아이를 기계라 생각하지 않고 변함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자신이 부모님에게 사랑받는 존재라는 것을 느끼는 미르는 송이에게 그 사랑을 전한다. 미르를 사랑하는 부모님과 송이를 가족으로 받아 들이는 이야기를 통해 책임감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이송현 「스위치, ON」

캐나다로 이사온 주인공 다온이의 별명은 'ON'이다. 아시아인으로 이민국에서 살기가 만만치 않다. 경기도중 부상을 당하고 잠시 쉬어야 하는 다온. 다온이는 답답한 마음을 이끌고 바닷가로 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앞발이 기형인 아기 거북이를 만난다. 이민자로서 다온이가 겪어야 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은 아기 거북이를 돌보면서 차츰 회복되어 간다. 작고 장애를 가진 거북이가 바다로 나아가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다온이는 다시 경기를 힘차게 시작할 수 있는 마음을 다진다.

최양선 「냄새로 만나」

주인공 서진이는 혼자 자취를하는 학생이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새 엄마와 살아가는 것이 자신 없었던 서진이. 혼자 살아도 괜찮다고 자신했지만 외롭다. 어느 날 이웃집 누나는 서진에게 '만나'라는 강아지를 하루만 맡아 달라고 부탁을 한다. 서진이는 만나와 하루 동안 함께 지내면서 마음의 변화를 겪는다. 서먹했던 아빠에 대한 감정도 서서히 풀리고 예전과는 다른 내가 되겠다고 다짐하는 서진이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김학찬 「고양이를 찾」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집앞에 고양이 한마리가 가지 않고 있다. 나는 그 회색 고양이를 며칠 두고 보다가 자신이 돌봐주기로 마음 먹고 집에 들인다. 고양이를 가까이에서 처음 본 나에게 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고양이에 대해 배우면서 돌보는 과정을 통해 고양이에 대한 주인공의 심정을 잘 표현했다.

김선희 「시벨」

찬구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다. 집안 형편도 어려워 모든 것이 힘들다. 늘 혼자인게 더 익숙한 찬구는 어느 날 고양이 한마리를 만난다. 찬구는 고양이를 만난 이후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이 그동안 깨닫지 못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찬구는 고양이와 함께 새로운 삶을 기분 좋게 꿈꾼다.

한정영 「돌아온 우리의 친구」

유전자 배합으로 만들어지는 '캐양이'에 대한 미래 시대의 이야기다. 인간의 취향에 따라 캐냥이는 만들어지고 실증이 나면 쉽게 버려진다. 요즘을 반려동물의 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너무나도 많은 유기 동물들이 또 다른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작품은 캐냥이가 겪는 상황들을 통해 요즘 시대의 모습을 비판하는 듯 보인다. 반려동물에 대한 첫번 째 의식은 역시 '책임'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어 서평단에 신청했다. 이 책은 고양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우리 아이들 보다 고양이라면 질색을 하던 내게 오히려 더 의미있는 책이 되었다. 한달 전 우리집은 고양이 두 마리를 분양 했다. 두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허락한 분양이었지만 내키지 않았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포함되어 있는 집에 가족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고양이의 입장에서도 내키지 않았을 것 같다. 「누덕누덕 유니콘」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우리집 고양이들도 내가 불편했겠구나. 고양이를 키우는 한달 동안 고양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했다.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단지 사람에게 즐거움만을 주지 않는다. 반드시 책임감이 동시에 주어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즐거움이 귀찮음과 힘듦으로 바뀌면 버려지는 걸까?

우리나라에는 버려지는 유기견과 유기묘들을 너무 많다고 들었다. 사회적 문제가 되어 뉴스에 나올 정도니. 평소에는 그런 문제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나와 상관 없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상관이 깊다. 우리집에 반려동물이 두 마리나 있다. 반려동물이 가족이 되어 평생을 같이 한다는 것은 단지 동물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하나의 고귀한 생명체로서 그들을 대해야 한다. 인간과 교감을 하는 존재로서 존중해 줘야 한다. 아직 이런 의미들이 어떤건지 미성숙한 십대 아이들은 책임감까지 생각하면서 가족으로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분양을 고려하고 있는 아이들은 더욱 그렇다. 이 작품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반려동물과의 다양한 만남을 통해 간접적으로 느끼고 배울 수 있다. 동물들과의 만남은 호기심으로 시작할 수 있지만 호기심은 특별한 인연이 되고 그 인연은 가족이 되어 평생을 함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책이다.

"제가 다시 입양할 거예요. 아빠한텐 아직 유니콘 입양 신청 미납금이 남았으니까, 유니콘을 고르지도 않았으니까 이 녀석을 다시 입양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병원에 좀 데려다주세요."
-누덕누덕 유니콘- - P37

그래,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었다. 동물이 아니었다. 귀엽다며 잠시 가지고 노는 애완동물이 아니었다. 이 녀석은 송이고 우리의 새 식구다.
-피라온- - P79

나는 꼬부기를 처음 만났던 해변을 향해 밤길을 달렸다. 달리는 동안, 꼬부기가 기형이라는 그 작은 앞발로 내 심장을 토닥토닥 매만졌다. 우리는 함께 뛰고 있는 셈이었다.
-스위치, ON- - P105

세상은 고요했다. 바람 한 줄기가 한쪽 볼을 훑고 지나갔다. 만나의 혀처럼 축축한 바람이었다. 만나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만나의 온기 속에 숨어 있는 체취, 그 냄새로 만나와 나는 이어져 있는 듯했다. 세상에 우리 둘뿐인 것처럼.
-냄새로 만나- - P145

시간이 지나면 서로 적응한다고 합니다. 같이 자고 같이 일어 난다고, 고양이가 사람보다 훨씬 많이 자니까 무한한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해결된다고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고양이와 함께 살고 싶으면 참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고양이를 찾- - P177

우리는 이제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어쩐지 설레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제야 삶을 알 것 같다. 지금, 여기 시벨과 함께 있는 이 시간. 이것이 내 삶이고 내 진실이다.
-시벨- - P217

"캐양이들은 강아지와 또 일부 다른 동물들의 유전자 배합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라, 때로는 아주 엉뚱한 행동을 해요. 그게 녀석들의 매력이기도 하죠!" - P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