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 마지막 문장까지 읽고 나서 바로 리뷰창으로 왔습니다. 100자평이나 쓰면 드물게 부지런한 날인건데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첫 리뷰까지 작성하고 있네요. 잘 짜여진 떡밥과 탄탄한 묘사로 찰진 분위기를 조성하는 작가님 솜씨에 감탄했습니다. 묘하게 느슨했다가도 다시 팽팽해지는 완급조절 덕에 몰입하면서도 지치진 않으며 읽었어요. 좋았던 장면들이 많지만 특히 마지막 장면은 입을 틀어막고 봤습니다. 시각적인 요소를 잘 살려 눈에 보이듯 영화처럼 흘러가는 이야기 사이로 소설에서만 느낄 수 있는 섬세한 감정 묘사가 섞여있어 만족스러운 포만감이 듭니다. 공과 수의 캐릭터와 관계성이 메이저의 프레임 안에 속하면서도 흔치 않은 설정을 넣어서 신선했어요. 사랑에만 죽고 사는 무조건적인 단순함 없이 현실과 가치관, 자존감 사이에서 고뇌하고 타협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들입니다. 그래서 더 절절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게 와닿았어요. 장르소설에서 기대하게 되는 설정이 충분해서, 캐릭터들이 살아숨쉬는 것 같으면서도 온전히 현실적이진 않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프라우스 피아의 세계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에요. 공수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의 대부분이 자존감이 높아서 개인적으로 감정선을 따라가기 수월했습니다. 정신건강이 안타까울 지경인 캐릭터들의 집착어린 사랑이야기가 주류라, 그 나름의 재미를 느끼면서도 질려가던 시기였는데 가뭄 속 단비에 황홀함을 느끼고 왔습니다. 공수 텐션이 처음부터 끝까지 좋고, 붙어있을 때 합도 좋고, 키워드에서 기대하게 되는 장면과 전개가 모두 제 취향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활용됩니다. 제 장르소설 책장에 인생작이란 단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바로 인생작인가 싶습니다. 작가님 다른 작품도 구매할 예정이고 차기작도 기다리려고요. 부디 장편 길을 걸어주시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