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를 기르는 법 1
김정연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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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를 기르는 법』의 주인공 이름은 '이시다'. '~이시다'도 될 수 있지만 이'시다'도 될 수 있는 이름. 주인공 '이시다'의 삶은 후자의 의미와 조금 더 가까운 듯하다. 

내 삶도 후자의 삶과 가깝지 않을까, 나는 '이시다'의 삶과 비슷한 정도에도 못 미치고 있지 않나 생각하며 - 이런 표현이나 쓰고 있다니 한심하지만 - 책자를 넘겼다. 짧고 재미있어 금방 읽어버렸지만 여운은 길었다. 공감되는 지점들이 많았기 때문이겠지.



집안의 우울과 불화는 늘 있어왔던 것이지만, 다시 살얼음판을 걷는 요즘에 읽어서 그런지 더욱 공감이 됐다. 나를 생각한다는 그 말들에 치이다 보면 아주 가벼운 관심조차 버겁게 된다. '지금 어디냐'라는 질문에 숨이 막히던 순간들이 떠올라 공감했다. 뒤따르는 죄책감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지는 공감이었지만.



'이시다'가 햄스터(쥐윤발)을 키우게 되는 과정도 담겨 있는데, 특히나 공감되고 재미있어서 윤발이를 기다리다가 나오면 또 반가워하고 그랬다. 결국은 '똥 치우는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엄청 공감하며 웃기도 했다.



순돌이와 호박이랑 살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울 때는 역시 '얘가 뭔 생각이 있겠지' 싶은 순간들이다. 내가 단순히 살아 있는 것 이상의 존재를 기르고 있구나, 책임지고 있구나 싶어서 이상하고 묘한 기분이 든다.



사실 취준생이라 그런지 출퇴근에서 비롯되는 피로도 부럽다. '아르바이트 가는 길이야.', 라는 말 대신 '나 출근하는 중이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직장이 있고 나름대로 독립에도 성공한 시다의 모습은 조금 부러웠다.


"나의 힘듦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엔… 특별한 드라마가 있는 것도 아녀서 위로받기도 힘들 거야. 그러니까… 투정은 나에게만…"


요즘 자주 생각하는 것. 다른 사람이 힘든 것에 비해 내가 힘든 건 너무 보잘 것 없는 것 같고, 모두 비슷한 무게의 힘듦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로그는 그래도 보다 더 내밀한 채널이라고 생각해서 블로그에는 종종 토로하지만, 자꾸만 다른 SNS에서도 힘들다고 말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계정을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내 불행과 나의 힘듦은 어디에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것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투정은 나에게만, 설령 내 문제에 대해 말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웃으며 말하기,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기…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그런지 시다의 표정을 바라보며 괜히 짠해졌다.

시다의 삶에는 이 시대의 젊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은 것 같다. 읽는 사람들 모두 크고 작은 부분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히 크고 작은 위로들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 

나에게는, 억지스러운 따듯한 말들, 힘내라는 수많은 표현들보다도 훨씬 강력하게 위로가 되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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