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자유주의자가 되었나
복거일 엮음 / FKI미디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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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자유주의'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지금, 자유주의에 대해 조금은 감을 잡게 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자유주의자'는 '보수주의자'로 여겨지곤 합니다. 그러나 자유주의는 보수주의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경제자유를 옹호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자유주의는 최소한의, 가장 작은 형태의 정부를 지지합니다.

 

* 저는 집단주의에 대해서 짜증을 느낍니다. 집단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래?'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답답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화가 나기도 합니다.

예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대해서 '너무 가볍다, 왜 저렇게 웃으면서 해?'라고 하는 집단적인 목소리에 반감을 가졌던 것을 들 수 있겠습니다. 꼭 집단의 의견에 따라야 하나요? 모든 일에 진지해야 할까요?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 가볍고 즐거운 방식으로 타인을 위하는 일을 하면 안 되는 건가요?

다른 예로는 영화 '명량'을 들 수 있겠습니다. 그 영화, 꼭 그렇게 좋게 봐야 하나요? 좀 다르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학교에서는 국가, 가족, 공동체를 위하는 삶을 살라고 배웁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가족을 배려하는 삶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국가와 공동체를 개인보다 먼저 생각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개인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은 공동체는 바람직한 모습을 지닌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 학교에서 배우던 내용과는 확연히 다른 내용들이 이어지는 책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초반에는 조금 불편하기도 했어요. '이렇게까지 생각해도 되는 거야?' 싶기도 했죠. 후반부로 갈수록 이런 시각에 대해 알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제가 집단주의에 대해 가지고 있던 반감을 긁어주는 내용이 서술되어 속이 시원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 그렇지만 조금 과도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어요. 계속해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에게 느끼는 아쉬움이기도 한데요. 막상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겁니다. 이들이 쓴대로 된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도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고 기업과 국가도 성장하니까요. 하지만 현실은 단순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령 프랜차이즈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 책에 나온 한 경제학자는 그의 다른 저서에서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결국 가맹점주를 자기네 회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을 하며, 그렇기 때문에 가맹점주의 처우는 계속해서 나아진다. 프랜차이즈의 부당한 계약이란 있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썼는데요, 개인적인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에요. 생이 걸려 있는 문제니까요. 겨우 어렵게 마련한 자본으로 투자해서 마련한 가게인데, 본사가 횡포 부린다고 해서 다른 프랜차이즈로 옮길 수 없죠. 일단 돈도 없고요. 본사 입장에서도 가맹점 늘리는 것보다는 본사 직영 늘리는 게 이득인 업종이 있기도 하고, 가맹점주 하나 떠난다고 해서 아쉬워하지도 않습니다.

 

* 저는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편향되는 것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가장 어려운 일이겠지만, 중립을 유지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편향된 독서를 지양하려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이념 측정하는 검사를 해봤더니 '자유주의자'로 나오더라고요. 물론 중립에 가깝지만요. 그렇지만 스스로가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중간'이 되고 싶을 뿐이에요. 어쨌든 규제와 구속을 싫어하고 집단적 사고도 싫어하는 건 맞으니까, 그런 점에서는 자유주의자와 닮은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이 책의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저자가 너무 많다는 거예요. 21명이나 되니까 짧은 글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었겠죠? 그러다보니 저자들의 삶이 너무 단순하게 압축되었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차라리 몇 명 줄이고 보다 구체적이고 개인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나왔다면, 읽는 재미가 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습니다.

 

* 개인적으로는 신중섭 교수의 글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는 수긍하기는 했어도 공감하지는 못했는데, 신 교수의 글은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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