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처럼 대한민국을 바꾼 경제거인 시리즈 1
박시온 지음 / FKI미디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서산 간척지에 갔던 일이 있다. 어린 나이라서 ‘정주영’이라는 이름조차 몰랐었다. 그런데도 부모님께서 “여기에 정주영 회장이 배를 빠뜨려서 땅을 만든 거야.”라고 말하셨던 게 아직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왜 배를 물에 넣어?”라고 질문했던 것 같은데, 센 물살을 막기 위해서라는 대답을 들었어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하다고 말할 나이였지만, 왜 물에 띄워야 하는 배를 물에 넣었는지 의아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것이 항해할 수 없는 배, 고철로 판매할 예정이 있던 배였다는 걸 알고 정주영이 참 똑똑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막상 그 상황에 닥치면 배를 물에 잠기게 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생각했듯, 배는 물에 띄워야하는 것이니까.

 

이밖에도 정주영이 일구어낸 업적은 실로 대단했다. 그저 배를 지을 땅만 확보한 상태로 영국에 가서 차관을 받기도 하고, 조선소와 배를 동시에 만들기도 하고, 건설과 조선 사업에 이어 현대자동차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태국에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도 하고, 88올림픽 유치에 힘썼으며 금강산 관광 사업도 정주영의 힘으로 문을 열게 되었다.

 

물론 모든 과정을 정주영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다. 정주영의 뜻을 따라 열심히,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현대의 성장도, 우리나라의 성장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주영과 같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그 시대에 없었다면 아마 우리나라의 성장은 더 늦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라고 하면 군대식 질서가 떠오른다. ‘밤송이를 까라면 까는 거야.’ 식(?)의 불도저 정신도 떠오른다. 실제로 정주영은 작업에 있어서는 호랑이 같았다고 한다. 일의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호통을 쳤다고 전한다. 그렇지만 일 외적인 부분에서는 권위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의 아들 정몽준이 말하듯, 정주영은 스스로를 ‘뇌동자(노동자의 사투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노동자이지만 단지 조금 부유할 뿐이라고 했다고 한다. 일화를 통해 보면 정주영은 자신을 맞이하기 위해 카펫을 깔았다는 이유로 화를 내기도 했고 임원 엘리베이터를 금지했다고도 한다.

 

대기업의 초대 회장들의 일화를 읽다보면, ‘첫 마음’의 중요성에 대해 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처음 기업들을 세웠던 회장들의 가치관,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업가들에 대한 위인전 식으로 쓰인 책이기 때문에 기업인에 대한 미담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초대 회장들이 내세웠던 가치관은 남다른 면이 많다. 현재의 기업들이 초대 회장들의 가치를 잘 이어가려고 노력한다면 우리 사회에 깔려있는 반기업적 정서도 조금은 수그러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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