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같다는 환상 천재를 죽이지 않는 사회 - 천재 프로그래머 장관 오드리 탕, 일곱 시공의 궤적
아이리스 치우.정쭝란 지음, 윤인성 옮김 / 프리렉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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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오드리탕의 이야기를 보며, 과거에 저 또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생활을 반장, 회장을 연임하며 나름 친구가 많았지만, 그런 위치에 오르면 소외되는 주변 친구들을 챙겨야 한다고 항상 선생님께서는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직책에 따른 책임은 항상 제 곁에 붙어있었고, 당시에 심각해지고 있던 왕따문제 없는 반 만들기가 제 슬로건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왕따를 괴롭히는 아이들을 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마음 속으로는 괴롭힘 당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피해가 오면 어쩌나 걱정하며 누구 하나 앞장서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이해가지 않았고, 항상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물론 완전히 제 의지로 나섰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선생님께서 항상 반장으로써, 회장으로써 저에게 괴롭힘 당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라는 이야기를 매일같이 남아서 하셨기 때문입니다. 어찌되었든 제가 그렇게 나섬으로써 많은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한 친구가 기억이 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왔고 저보다 2살이나 많지만 같은 학년이었던 친구입니다.

그 친구는 양키라 불리며, 애들한테 괴롭힘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피구 경기했을 당시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크고, 힘도 셌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상대편 팀은 물론이고, 같은 팀도 그 친구에게 공을 던졌습니다. 그것도 마치 실수인양 연기하며 계속.

저는 도저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게임을 중단시켰고, 그 친구는 공을 계속 맞다 결국 화가 났는지 들어갔습니다. 그 후부터 저는 적극적으로 나섰고, 괴롭힘의 화살은 어느덧 저에게로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 친구는 몇 일 지나지 않아 학교에 오지 않았고, 저는 너무나도 허망했습니다. 결국 내가 실패했구나.

그동안 제가 면접에서 실패한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이게 지금까지 겪은 처음이자 마지막 실패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저는 그 후로 더욱 더 소수들을 위해 나서기 시작했고, 더욱 더 괴롭힘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런 측면에서 저는 오드리탕에게 유사점을 찾으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괴롭힘 받았던 이유 중 하나에 공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 괴롭힘의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것이든 그것을 원인으로 만듭니다. 이유가 있기에 대상을 선택하기보다, 대상을 고르고 이유를 만드는 게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반장이자, 매일 같이 축구를 하며, 공부도 잘해서 나름 친구가 많았던 제가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건 매우 빠른 시간만에 일어났습니다. 저는 그 전까지 제가 애들한테 잡혀서 밟히고 있을 것이란 건 상상도 하지못했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동경의 대상이었던 제가, 모두가 질투하는 대상이 될 지도 몰랐고요.)


"옆동네 대만에는 35살에 디지털 장관으로 취임한 오드리 탕이 있습니다.

중졸이지만 IQ180이고, 실리콘밸리 창업자이자 비트코인 부자인 천재 프로그래머입니다.

또한 오드리탕은 트랜스젠더이기도 합니다."


천재는 어렸을 적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과 마찰로 학교를 다니지 않으려 했고, 부모님과도 불화를 겪었습니다.

어느 날은 1등을 하지 못했다고 아버지에게 맞은 아이가 오드리 탕을 원망하면서 "너 같은 것은 죽었으면 좋겠다. 그럼 내가 1등을 할 수 있을 텐데."란 폭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에게 "모두가 저를 미워하고 수업이 끝나면 때리러와요. 너무 무서워요.라고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시험지를 보여달라고 하는 4~5명의 애들로부터 도망치다가 붙잡혀 발로 차여 배에 커다란 멍이 생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저도 너무 무서웠습니다. 학교 다니기가 너무 힘들었고 이전에 항상 앞장서서 리더 역할을 맡던 저는 모든 것에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누구도 도우려하지 않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선은 죽은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제가 지키고 하려 했던 정의가 결국 저를 죽이는 구나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경험은 저에게는 결국 노력의 발판이자, 성장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양웬구이 선생은 "아이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비슷한 친구들로부터 받아들여지는 것, 지식을 탐색하는 것,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 다르다는 것을 인정받고 배려받는 것"이라고 꿰뚫어 보았습니다.


토론 수업에서 3C 사고법을 배웠습니다.

1.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유를 생각합니다.


2. 배려적 사고(Care thinking)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합니다.


3. 창조적 사고(Creative thinking)

어떻게 해야 조금 더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자신다운 것을 만들어 냅니다."


비판적사고, 배려적사고, 창조적사고 이 3C가 마음에 들어 따로 기록해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을 앞설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이지 않을까 싶더군요.


"오랫동안 오드리 탕을 지켜보고 있는 후요우티안이 보기에, 그의 가장 희한한 특징은 "약자의 감정에 기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어릴 적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으로, 약자를 위해 힘쓰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14세의 오드리탕을 인터뷰했던 기사에서 기자가 "자신의 천재성을 어떻게 생각하나요?"라는 물음에


"천재로 간주되지 않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가진 빛이 있습니다. 또 천재는 보이는 많은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어둠이 있습니다. 둘 다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실재하는 것은 IQ가 아니라, 이러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천재들에게는 확실히 어둠이 있습니다. <어른이 된 천재들>이란 책에서는 과거 신동이었던 이들이 자란 후 어떻게 학문과 일, 인생의 도전에 마주하고 있는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어른이 된 천재들이란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장에는 "수감자의 20%는 원래는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다."라고 적혀있습니다.

가석방을 담당했던 한 교도관은 이런 말을 전했습니다. "범죄자가 되어버린 천재들은 지금까지의 인생 전부를, 세상과의 갈등 속에서 지낸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천재들이 가족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학교생활에 좌절하고, 인생에서 잘못된 선택을 되풀이하면서 사회에 실망해 등교하지 않거나, 범죄에 연루되거나, 궁지에 몰려 자살하는 모습들이 담겨있습니다.

(천재들 중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일을 해낸 사람들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놀라운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도 참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어쩌면 그 천재들을 망가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오드리탕에게 이 책을 읽는 것은 자신이 천재적인 삶을 조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이후에 오드리 탕은 다른 사람과 함께 이 책을 중국어로 번역해서, 결코 이런 비극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비로 삼았습니다.


천재들의 삶은 항상 복잡합니다.

천재는 아니지만 저도 오드리탕의 모습을 보며 공감가는 일이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비극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 천재가 아니더라도 마음에 새겨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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