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김운하 지음 / 월간토마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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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철학책이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 출렁이는 내면을 보여주는, 지식과 사유로 조각된 헤아릴 수 없는 내면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인생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더해주는. 특히, 저자 스스로 글쓰기 운명을 받아들이고 심취하고 중독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책을 다 읽었음에도 한마디 말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무의식 아니 저 깊은 미로, 타르타로스를 헤메듯,알 수 없고 두려운 심연에 빠져 허우적대다 겨우 풀려난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기 때문이다. 도대체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저자는 자살금지법으로 인산재단 창작기금을, 죽은 자의 회상으로 문학사상 등단을 한 이래, 실로 오랜만에 범상치 않은 소설을 내놓았다. 등단 때부터, 아름다움과 인간다움에 대한 독특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내놓은 저자는 이번 소설 역시 흔치 않은 형식과 서술로서 독자를 설레게 하였다.
저자는 작가로서 오직 다른 삶을 꾸리고 싶다고 절규하고 있다.

‘나는 같은 것을 쓰고 싶지 않다. 남과 같은 것을 쓰고 싶지 않다. 나만의 새로운 것을 쓰고 싶었다. 이제껏 써왔던 것들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을 내놓고 싶었다. 남과 다르게. 오직 그것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도전하는 삶. 변화를 추구하는 삶. 머무르지 않는 삶.’

이 소설은 2부 44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은 짧게는 단 몇줄, 길게는 10여 페이지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길이는 사유의 분방함만큼이나 자유로움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책속의 화자는 별안간 제주도로 가게 되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있지만, 제주도라는 공간은 그저 구실일 뿐이다. 책속에서 화자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로이 넘나든다.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미래로. 삶, 예술, 시간, 기억, 운명을 누에가 고치를 짓고 물레가 실을 풀어 베틀에서 베를 지어내듯 엮고 있다. 쓰고, 써야만 하는, 쓰고야 말겠다는 화자의 의지는 우연까지도 운명 삼아 마침내 저 깊은 내면에 새겨진 천형이나 되는 양 굳건하다. 전작인 ‘네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이 지독한 책읽기와 글쓰기를 노래했다면 이 책은 보다 더 전에 저자가 글을 쓰기로 쓸 수밖에 없는 운명을 마치 고단한 수고를 멈출 수 없는 물레마냥 고분고분 받아들여 따를 뿐이라 말하고 있다. 뽑아라, 뽑아라 물레야, 실을 뽑아 오늘은 어떤 무늬의 베를 걸어볼까, 환상한줌, 현실 한줌, 과거를 한 꼬집 그리고 우연을 수놓아 베를 펼쳐낸다. 시공을 넘나들며 삶과 예술을 그리고 고귀한 가치를 시연하여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이 책은 이쁜 우리말을 참으로 많이 싣고 있다.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감각적인 단어로 보여주고 느끼게라도 하듯 순수한 우리말들을 보석처럼 박아놓았다. 캄캄한 하늘에서 별을 찾듯, 하나하나 찾아 읊조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책을 여는 첫문단이다. 글을 쓰는 시간이 도래하였음을 마치 기다리던 연인을 멀리서 발견한 기쁨과 황홀함을 수줍음으로 좆는 연인의 몸짓으로 묘사한다.

‘거실에서 책을 읽는데 어느새 책의 새하얀 페이지에 그림자가 어리기 시작한다. 책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사위를 살펴본다. 투명하던 거실 바닥엔 창가 쪽 일부만 제외하곤 암청색 그림자가 물감이 번지듯 번지고 있다.’

어둠이 닥치자 마치 낮동안 잠들어 있던 손가락들이 그 생기를 되찾고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눈달린 손가락처럼 저절로 알기라도 하듯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끝없는 두드림은 끊이지 않는 문장을 만들고 이야기를 낳는다. 눈없는 손가락이 육체의 굴곡을 더듬어 아이를 잉태하듯 저자는 밤과의 사랑으로 글을 잉태하고 이야기를 키웠다. 작가의 손길은 그래서 관능적이다. 적막같은 어둠과 고독의 밤은 저자에게는 오히려 생산의 시간인 셈이다. 글자와의 향연, 산고의 고통을 온몸으로 받아 그는 한권의 책을 낳았다. 숱한 밤을 지새우며 한 장을 채 넘기지 못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렸으리라, 몽올몽올 아른거리며 잡히지 않는 오묘한 단어들, 퍼즐을 맞추듯 이들을 꿰어 형언할수없는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재미에 고통을 느끼지도 못했으리라. 하지만 밤은 날마다 찾아왔으므로 마침내 작가는 글을 완성하고 책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밤마다 달은 작가를 꿈꾸게 하였다. 제주도로 데려가 그 시절을 불러내고, 불려나온 기억은 울고 웃고 황홀하고 처절하게도 만들었다. 꿈인지 환영인지 모른 체 작가는 써내려갔다. 달을 채워 아이를 내놓듯 작가는 책을 세상에 태워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산문적 소설, 신변잡기도 아닌 에세이도 아닌 시도 아닌 소설. 운율과 운을 띄워주는 그의 글들은 마치 시이기도, 산문이기도, 에세이이기도 하여 마침내 모든 형식을 담고 있다.
이 글은 인생이다. 가차 없는 인생을 담고 있다. 변주, 허구, 허상, 덧없음. 불안, 고통, 사라짐. 죽음.
이 고난 뿐인 인생에서 줄곧 작가는 굳건한, 끊어지지않을, 천명으로서의 글쓰기를 켜고 있다. 각각의 줄을 타고 이리저리 넘나들며 곡을 짓는 현악기처럼 그는 인생을 우연, 시간, 예술, 진리, 기억, 사랑의 6줄을 오가며 사랑과 운명의 현을 켜는 연주에 비한다.
 
이 철학속에는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으랴, 앎에 사랑이 곧 인생임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앎의 역사가 바로 인류의 발길이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 앎의 향연으로 걸어들어갈 수 밖에 없음도. 그 속에서 카프카도 장자도 더듬어 볼 수 있으리라.

‘모든 그리운 것들에는 어딘가 신산스러운 면이 있다.’

그 자체가 인생이고 사랑이며 동시에 고통이기 때문이다. 시작도 끝도 그 경계가 모호한 인생. 다만 운명만이 웃고 있을 뿐이다. 죽을 줄 알고도 날아드는 나방처럼 우리는 운명을 향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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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김운하 지음 / 월간토마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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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제주 판타지!
일단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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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바디 : 레고인간이 온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2019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포스트휴먼 총서 2
몸문화연구소 지음 / 필로소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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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진화하고 있다. 종래의 진화가 선택에 의한 생물학적 신체의 변화를 말했다면, 이 책에서 '포스트 바디'는 종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한 몸이다. 포스트 바디란 첨단기술이 가세되어 사회 문화적 선택이 더해진 몸의 변화, 탈몸이라고 책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사회 문화적 선택을 더해 첨단기술이 몸의 곳곳을 대신하고 있다. 지금 막 구체화되고 있는 초기 진화 단계로 볼수있다. 이대로 긴세월이 지난다면, 인류는 몸이 결정된 어느 시점에 서 있으리라. 포스트 몸으로, 아니면 아예 다른 제삼의 몸으로.
아홉장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책은 건국대 몸문화연구소에서 지은 책이다.저자도 아홉이다.
나는 이 책에서 심지원님의 '내 상담일지, 로봇과의 사랑과 성에 대한 수다'를 가장 재밌게 읽었다. 쉽고 담담하게 사실은 우픈이야기를 꽁트처럼 말해주었다. 결코 오지말았으면했지만 가장 먼저 이뤄질것같은 가깝고도 감각적 미래 이야기었다.
머리와 몸의 이식을 쓴 김운하님의 '머리를 바꿀까, 몸을 바꿀까? 그런데 나는 어디에' 는 매우 심오하고 어려운 인간 문제를 논하고 있다.
'어떤 한 사람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닌 계속 같은 그 사람인 근거는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인격동일성의 근거는 몸에 있는가, 마음에 있는가?'
머리와 몸이 따로인 나는 누구인가, 미래 기술이 발전해 이러한 사례가 많아진다면, 우린 생물학적 부모외 머리와 몸의 제공자를 제2의 부모로 둬야되지 않을까 싶다. 그때도 호적이란 것이 남아 있다면 가계도는 지금보다 훨씬 복잡해 질 것이다. 나를 있게 한 원인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생각만해도 심난해온다.
이 책은 미래를 살아내야 하는 인류들이 어떤 변신을, 혹은 변태를? 더 나아가 진화를! 겪어야 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 작은 충격을 경험시키고 학습시키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기후변화에 미세먼지에 우울한 현실, 어떤 포스트바디로 살고 싶을까 눈을 감고 그려 보다 살포시 웃고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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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바디 : 레고인간이 온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2019년 우수과학도서 선정작 포스트휴먼 총서 2
몸문화연구소 지음 / 필로소픽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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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바디, 읽을수록 재미있다. 먼저나온 포스트휴먼보다 더 쉽고 재밌다. 아마도 현실에서 좀더 먼 미래공상세계로 보내주기 때문인것 같다. 산뜻하고 볼수록 장난끼 드는 표지도 한몫을 톡톡히 한다. 머리와 몸의 이식문제는 짧지만 강렬한 철학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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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책상 서랍 속의 타자기와 회전목마에 관하여 - 세계를 담은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김운하 지음 / 필로소픽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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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향기롭고 아름다운 장미가 온통 세상을 채우고 있는 때, 새로 나온 한권의 책. 이 책은 다름아닌 세계를 담은 한권의 책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차근차근 풀어쓴 김운하 작가의 신작 에세이다. 인문학 책은 맞는 거 같기도 한데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게 소설같기도 한 알쏭달쏭한 면도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 구석구석에서 보여준 그 무서우리만치 깊고도 방대한 독서량과 그 사려깊은 이해는 책읽는 내내 부럽다못해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이처럼 좋은 책을 세상에 내 놓은 작가와 출판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들과 함께할수있어서 이 순간 이 세상이 좀더 환해지고 더불어 반짝이는 등대 하나 인생의 길잡이로 간직할 수 있게 되었다. 한가지 더, 이 책이 한권이라고 생각했다가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책장을 넘길수록 결코 한 권의 책이 아님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
제 1장에서는 독서의 시작과 독서의 묘미 그리고 이를 알아가는 독자에 대하여 쓰고있다. 엽기발랄한 프랑수아 라블레의 이름도 참으로 그로테스크한 가르강튀아 팡다그뤼엘 이라는 책서문을 소개하며 책읽기의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예기치 못할 즐거움을 소개해 준다.
- 고약한 술꾼, 그리고 매독 환자 여러분, ~~~그리고 너희들, 당나귀 좇같은 놈들아, 다리에 종양이 생겨 절름발이나 되버려라!-
허걱,이 왠말이냐 싶겠지만 책을 그저 접하고 읽는 것만으로도 포복절도 요절복통 지경까지 충분히 재미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하여 인용된 구절이다. 독서주간 마다 엄숙하고 다소곳이 앉아 책을 펼쳐보고 있는 초중고 시절 교정의 독서하는여인 상으로 독서에 대한 다소 고매하며 성실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던 나로서는 이 구절의 오만방자 무례한 직격탄을 맞아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지지아니할 수 없었다. 그와 함께 독서는 신전에서 걸어 내려와 내 곁에 서고 있음이라.  맞다. 독서는 허물없는 친구이자 연인이어서 말할 수 없이 다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스꽝스럽거나 독살스럽기까지도 한다는 점을 상기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어떤책을 읽을 것인가. 책읽는 독자는 독서를 하면서 자신만의 오직 자신이 재미있어 할 책을 골라 읽을 자유가 있으니 맘 놓고 선택하라고 김운하 작가는 권유한다. 어떤 책을 선택하거나 그로 인한 즐거움을 누릴 권리를 가진다는 독서하는 자의 권리 보호 및 상호 독서권 불가침의 어떤 의미에서는 독자의 독서 권리조약을 선포해 준다. 때문에 고전을 강요하는 ##권장도서 목록을 가벼이 제껴둬도 된다고 보르헤스의 글을 인용하며 위로한다. 
- 고전은 한 국가나 몇몇 국가, 또는 오랜 세월이 마치 그 책 속에 담긴 것같이 하나같이 사려 깊고, 운명적이며,우주처럼 심오하고 무한한 해석이 가능하기라도 하다는 듯이 읽기로 결정한 그런 책이다. -
작가는 독서하는 의미를 책이 던져준 고민을 찾고 따라가며 마침내 그 비밀을 책과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한권의 책은 저자로 부터 쓴다는 행위로 부터 생겨나 작가로 부터 분리되 나온 것이지만 분리된 순간 독자적이고 무한한 생명을 지니게 되며 이는 독자를 만나게 되어 비로소 완성되는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거울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를 루이스 캐럴이 쓴건지 아님 그안의 고양이 체셔가 썼는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진리와 겹쳐지는 구절이었다.

책과 저자 그리고 독자와 책+서재에 대하여 작가는 독자와 저자는 한 권의 책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바쳐서라고 구해 읽거나 쓴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들은 그들 자신의 다양한 삶을 밑천으로 훨씬 사실감 있고 호소력 깊은 명저를 남기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은 의외로 특별한 경험들로 이뤄진 생을 산 경우가 많다는 점을 소개하며 책과 저자와 관계를 보여준다. 때문에 이를 읽은 독자는 황홀한 매력과 그 기쁨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독자가 독서를 넘어서 책 자체를 탐닉하고 소유하게 될 때 독자는 책의 마력에 빠져드는 단계라고 한다. 마침내 책과 함께 하나가 된 너무 시끄러운 고독의 한타를 소개하며 2장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하며 서가에 자리를 지키며 젊쟎게 서 있는 책들을 보며 안도하기도 한다.
- 아직 한탸처럼 "근사한 무탕을 통째로 쪼아 사탕으로 빨아 먹고 작은 잔에 든 리큐어처럼 홀짝대며 음미" 할 시간은 충분히 남았다. -

네번째 서랍 타자기 그리고 회전목마 라는 부제가 있는 3장은 앞 두장들과 사뭇 다르다. 책은 네번째 서랍 세상에 무엇이 담겨있는지 세번째서랍 세상에서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살짝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네번째세상에 대하여 많은 부분을 이야기한 세번째 세상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사실 네번째 세상에서 잠깐 건너온 사람들이었을지도 모른다. 세르반테스, 보르헤스,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네번째 세상은 이야기를 쓰고있는 타자기와 이를 지키는 회전목마가 사실상 주요 등장인물이다. 따라서 네번째 서랍세상은 어쩌면 꿈과 환상을 이야기하는 타자기의 손에 달려있으며 가끔 사람의 형태로 세번째세상에 보내주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세상에 가끔씩 실날같은 희망을 주곤했다는 비밀을 작가는 이야기해주고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세번째서랍 세상에 사는 것이 분명한 독자로서는 단비같은 네번째 서랍 세상에서 보내주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낙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누가 알랴.
내가 어쩜 네번째서랍세상에서 보내온 사람인지.... 그럴지없겠지만 말이다. 가끔씩 넋을 놓는 나를 볼때 아마도 필시 네번째 서랍 세상 영혼이 다녀갔을 때가 바로 그 때였으리라 짐작해 본다.

이 책은 책과 인생과 우주의 쉼없는 변주곡을 싣고 있다. 바하의 변주곡에나 비할 수 있을까, 그 현란하고 오묘한 변주에 그 황홀함에 아예 넋을 놓았다. 현기증 나도록 숨가쁘게 책은 역사, 시간, 세계, 인간에 대하여 논하며 시간이 바뀌어도 역사는 또 다른 형태로 모양만 바뀌어 되풀이되고 있는 것처럼 책도 그러하다고 그런 와중에 인간과 세계는 동일한 주인공과 공간이지만 여전히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은 풀지 못한 채 남아 있다고 전한다. 철학책들보다 더 철학적인 책이 아닐 수 없다. 보르헤스의 서재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자기부정의 파라독스를 내포하고 있고 서재 안의 단 한권의 책도 자기를 부정해야 되지만 책이나 세계나 마법의 세계이므로 이제 나는 마법의 4번째 서랍을 꿈꾸기 위하여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돈키호테가 돈키호테를 읽는 세상이든 세번째 서랍이 세번째칸에 끼워졌든지 네번째 서랍에 끼워져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를 찾고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하여 마법같은 책과 마주 앉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그런 마법같은 일이 일어나도록 도와줄 책을 만들어주는 이야기하는 타자기가 소중한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회전목마는 온힘을 다해 타자기를 지켜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게 되는 날에는....
꿈과 현실이 분리가 될 지어니 권태의 나날로만 이루어진 상상조차 하기 싫어지는 세상이 올 것이다. 
책 마지막에 책이 인용하고있는 많은 흥미로운 책들과 저자, 출판사 를 친절하게 소개해주었다. 아아. 이 많은 책들을 읽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옴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저절로 책을 살짝 덮어 가리고 있는 손을 볼 수 있었다. 기특한 손. 김유신장군이 천관집으로 데려간 말의 머리를 쳐서 자신의 마음을 다잡았다지만 그렇다고 난 결코 내 손목을 자를 수 없었다. 자애로움으로 용서하고 그대신 차차 책을 읽어 보리라 다짐해본다. 아아. 언제 이 책들을 다 사서 읽어 본단 말인가. 나무젓가락을 휘돌리며 마법을 걸어본다, 수리수리 마수리, 네번째 서랍 세상아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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