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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 상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65
브램 스토커 지음, 이세욱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드라큘라 백작 이야기는 어린 시절부터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본 이야기이다.
피를 빨아먹는 흡혈귀로 마늘과 십자가를 무서한다는 정도의 이야기로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드라큘라의 습성과 존재감 이외에, 그가 저지른 악행이라든가, 그의 목적성이라든가, 그에 맞서 싸운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 것이다.
드라큘라 라는 그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 이름값에 가려져 그 원작이 가진 스토리는 오히려 푸대접을 받고, 다양하게 각색되어 전 세계의 각종 무대에 올려지는 만큼 그 원작에 대한 접근은 더욱 생소해진 작품.. 그게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실 나도 왠만큼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드라큘라가 원래 이런 이야기인 줄은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야기는 등장 인물들의 일기 형식, 또는 편지의 형식을 빌어 전개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드라큘라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없다. 그에게 맞서 싸운 인물들이 드라큘라에게서 겪은 이야기,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지키며 어떻게 드라큘라를 무찔렀는가 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인지 오히려 드라큘라라는 인물 하나만을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무척 흥미로웠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서로 의기투합하고, 희생을 감내해가는 모습은 절대악으로 등장하는 드라큘라를 무찌르는 그 용기에 내 마음을 함께 실어 나도 그들과 함께 모험을 하는 듯한 두려움과 설렘까지 안겨 주었다.
드라큘라는 여러 형태로 각색이 되면서, 그 인물자체에 초점을 두어 왔다. 그래서 그의 고뇌라든가 사랑이라든가, 혹은 지난 사연을 다룬 작품들을 접했을 때는 드라큘라라는 인물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원작은 달랐다. 원작에서 드라큘라는 텍스트를 그저 읽어내려가는 나에게도 심장을 벌렁거리게 하는 공포였다. 그래서 그에 맞서 싸운 이들의 여정이 더욱 흥미진진했는지도 모르겠다.
원작은 힘이 있다고들 한다. 그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그것을 각색하고, 그 씨앗으로 여러 종류의 꽃을 피우니 말이다. 나는 드라큘라라는 원작, 그 씨앗을 알게 되었다. 이후 경험하는 드라큘라의 각색 작품들을 좀더 깊이 이해하는 밑거름이 되어주리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