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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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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은 추위가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라는 기사를 본 듯 한 데, 이제 3일의 한파가 지나고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오늘이군요.

더불어 책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심미안 수업. 이 책이 미세먼지 자욱한 우리 마음 속,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을 흩뿌리길 바라며 서평을 시작합니다.

이 책, #심미안수업 을 접하게 된 것은 네이버 책 미리보기를 통해서였습니다. 물론 하루에도, 한 주에도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는

요즘. 쏟아진다는 표현, 좀 거북하긴 하지만 이를 토대로 유추해 보자면 수백명의 사람이 책을 출간하는 셈이죠.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무엇,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가치를 책에 빗대고 녹여내어 '가치로운 무엇'을 만들어냅니다. 저자 #윤광준 역시 우리에게 그가 가진 가치를 보여주는데요.

'심.미.안'이 그것입니다. 그럼 심미안이란 무엇일까요? 책의 앞 표지를 뒤로 하고 표지 뒷편, 그 정의가 소개됩니다.

심미안은 무엇?

살필

아름다울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 Esthetic Sense

입니다. 예를 들면 미술전시관, 건축물, 사진 등을 보며 감상에 젖는, 혹은 감상하는 능력.

심미안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심미안 수업 을 읽어보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보는 것 아닐까 합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까칠한 이유는 점점 '차이'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보고 듣는 게 많아지고, 세월이 쌓일수록 나도 더 예민해진다. 좋은 감각은 '차이'를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내 경우 다행히 성격은 더 부드러워졌다. 오늘 힘들고 불쾌한 일이 있었어도, 다음 날 멋진 것을 마주하면 그 전날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금방 사라졌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오늘 내 앞에 있는데,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_심미안수업, p11


차이

우리가 그 동안 보지 못 했던 심미안은 '차이'에서 그 결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좋은 감각은 '차이'를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 (출처 심미안수업, p11).

이 책이 소개하는 가치가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에서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살피는 능력계발을 위해 소개되었지만, 단순히 실용서로서의 내용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오며 느끼지 못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소중하고 사랑스런 존재인 가족, 직장 동료, 그룹의 구성원들까지도 아우르는 서로에게 우리는 '아름다움'을 그 동안 인지하지 못해왔던 건 아닐까요?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보다, 삶이 고단할 때 마주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오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_심미안수업, p10


이처럼 아름다움은 여유로운 삶속에선 미처 발견치 못 합니다.


이 책의 구성, 6개의 강의

1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2. 숨은 의도를 발견하는 기쁨, 미술

3. 지금 이 순간만 사는 행복, 음악

4 나를 둘러싼 공간이 확장되는 마술, 건축

5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주목하는 힘, 사진

6 일상의 욕망을 다독이는 지혜, 디자인


이 6가지 수업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고 소중한 진리이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사진'.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사진을 찍을 수 있잖아요? 사진작가이시기도 한 작가 윤광준의 사진에 대한 심미안수업을 느껴보겠습니다.


결정적 순간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_앙리 카르티에 브레송_심미안수업, p200


한 사진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 가장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노력했지만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합니다. 이 점은 앞서 말한 '차이'를 격렬하게 설명하는 장면 아닐까요?

우리가 평소, 알게 모르게 지나쳐가는 순간. 우리는 절묘하고 결정적 순간의 장면을 지나 쳤을 수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프레임을 1초 단위로 생각한다면 86400프레임(초)가 나올 것이고, 우리는 그 차이에서 작품이 될 수도, 그저 그런 일상이 될런지도 모릅니다.


결정적 차이

좋은 감각은 '차이'를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_심미안수업, p11


다시 한번 앞의 '차이'를 끄집어내 본다면, 모든 사람들이 감흥, 감동을 느끼는 사진을 구별하는 하나의 중요한 가치기준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것을 잡아내려고 애쓴 사진, 세상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드러내려는 사진을 보면,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게 사진의 본연적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_심미안수업, p209


사진의 본연적 역할, 그것이 사진을 사진답게 만드는 '결정적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시지

우리의 삶 가운데는 무슨 메시지가 있을까요? 내 가족을 돌보고, 돈을 벌어 오고, 회사에서 객체로만 인식되는 그런 순간들, 그 어느 순간 내가 없어진다고 느껴질 때, 사진은 내게 의미를 부여하는 심미안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하지만 사진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서, 누구나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작가도 그런 생각으로 사진세계에 진입했으나, 메시지를 잡아내는 것과 처음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찍어놓은 사진이 맘에 안 들었다.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남과 다를 게 없었던 탓이다.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열정과 시간만으로 메꿔지는 일이 아니었다_심미안수업, p222


결국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 못하다면 예술로서의 사진을, 작품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 사진은 단순히 프레임 안에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잡아내는 것이 아닌,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좋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관심에 골몰하는 게 필요하다. 자기만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여기에 흐트러지지 않는 하나의 메시지가 필요하다_심미안수업, p222


시간

사진은 '프레임 안에 '그 시간'을 담아 놓는다'

라고 말한다. 나 역시 사진을 보며 옛 추억을 혹은 무엇인가를 회상한다. 하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이 태도가 어째서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바라보면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지.

그렇게 그 시간대의 시선을 내 눈에 장착하고 사진을 들여다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감흥이 올라온다_심미안수업, p230


언제나 '그 시간'을 바라보며, 그 때의 감흥, 느낌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심미안은 그럴때 우리 곁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 아닐까?

심미안 수업의 의미

심미안수업을 듣고, 보고, 느끼며 읽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것에 조금은 다다를 수 있다. 사실 짧은 소개글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기에, 최근 나오는 실용서들, 막상 읽어보면 껍데기만 화려했지 그 본질에 다가서는 글은 못 만난듯하다.

작가는 갑작스레 시력을 잃고 시각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겪으면서 세상을, 작품을 만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두번째 수술 후 다시 시력을 회복한 후 자신의 이런 감정을 담아 심미안수업에 담아낸 만큼 그 안에는 진실된 마음과 글들이 그득하다.

고전은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 아닌가 싶다. 읽을 수록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차이, 다른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책들과 구별되는 하나이다.


지와인 출판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5La5vfM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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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1 - 도둑 까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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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연대기, 어떤 이야기일지? 하루키가 그동안 쌓아온 작가적 본능, 재능, 경험이 더욱 보태져 최고의 작품으로 우뚝 서길 바랍니다. 뉴트로와 전설의 선상에 있는 현대거장. 그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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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 - 처음 만나는 스페인의 역사와 전설
서희석.호세 안토니오 팔마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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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첫 번째 태양, 스페인 / 서희석.호세 안토니오 팔마 지음 / 을유문화사 출판


이 책은? 

스페인여행을 가기 전 알아가면 여행이 더 즐거워질걸요.

역사는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많은 지혜로운 교훈을 남겨준다.


인트로

최근 국내 다문화가족, 그리고 미국의 이민자를 막아서는 정책들. 이런 이슈들을 보고 있자면 미국의 근본이 다양한 민족들의 향연이었다는 점에서 좀 아이러니컬 하단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역사속에 미국민들은 다양한 이주자들이 모여 한 도시를 이루고, 도시가 모여 미국이라는 거대한 G1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어찌보면 그런 다양성은 미국을 살아움직이는 황소같은 이미지와 찬란한 경제성장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한민족 대한민국

반면 우리나라는 고조선의 한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로 아직도 혈통을 중시하는 조그 폐쇄성을 가진 나라라고도 여겨진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볼 때 우리가 정말 한민족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조선이나 고려는 중국을 황제의 국가로 여겨 우리 백성을 노예로 보내고, 고구려는 수많은 외침에 무단히 견뎌내야 했다. 물론 그 와중 분명 우리로서는 기분 좋지 않은 경험을 하였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우리가 보려고만 하는 것을 적은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면 내 생각이 쉽사리 잊혀질 이야기는 아닌듯하다. 


스페인의 다양성

이제 스페인 이야기로 넘어가 보자, 우리가 매번 한민족 한민족 하고 떠들고 있을 때, 이 나라의 국민들은 한민족? 그게 가능하기나 해? 라며 의아해할 표정이 상상되는 그곳. 스페인이다. 스페인은 뚜렷한 조상이 불분명한 나리이다. 로마인? 서고트인? 이슬람?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반도국가 스페인은 다양한 민족의 외침, 정복으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유물들이 상존하는 현재는 관광의 나라이자, 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이 선망하는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의 나라이기도 하다. 


스페인어의 위대함

또한 스페인어는 전 세계적으로 중국 다음으로 많은 인구인 4억 5천만명이 사용하는 언어이다. 영어가 세계공용어로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조금 충격적인 스코어였다. 또한 다양한 민족의 외침에 견뎌내 후에는 많은 식민지를 가졌던 강대국이기도 했던 스페인, 물론 이제 EU(유럽연합)에서 독일의 영향력이 가장 강력하고 스페인의 저력은 많이 퇴하되었지만 혹시 누가 미래를 알겠는가?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 스페인이 다양성을 조화롭게 융합시켜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할지? 언어의 힘, 그리고 다양한 민족들의 융합, 그리고 위대한 리더의 탄생으로 다시 부활할런지 말이다. 


두 개의 태양 중 하나, 카르타고의 탄생

다양한 민족이 거쳐갔기에 관심이 가는 로마, '반도에 뜬 두 개의 태양, 로마와 카르타고'부터 읽어 내려갔다. 로마가 있기 전 카르타고라는 나라가 탄생한다. 국가의 탄생은 언제나 위기와 반정 속에서 이루어지는가 보다. 디도란 여성이 세운 이 나라는 남매인 페니키아의 도시국가 중 하나인 티루스의 왕 피그말리온의 공격(남편 살해)으로 부터 도망쳐나와 북아프리카 튀니지 근처에 나라를 세운다. 그것도 그 곳이 원주민이 소의 껍질로 영토를 정하라는 황당한 말로부터, 그녀는 재치를 발휘하고 얇게 가죽을 잘라내어 넓은 영토를 확보한다. 그렇게 카르타고는 탄생한다.


세상의 강자는 뒤바뀐다. 

페니키아로부터 탈출한 카르타고의 번성은 페니키아의 우측에 위치한 페르시아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새로운 강자인 페르시사의 페니키아 공격은 그들을 약화시키고 카르타고의 번성을 도운다. 물론 페르시아는 그것을 원하든 원치 않든. 카르타고는 페니키아가 약화된 틈을 타서 그들의 식민지를 정복하고 지중해 해상무역으로 강대국이 되어간다. 그 와중에 그리스와의 전투 역시 페르시아의 의도치 않은 도움으로 패하지만 결국 경제적으로는 승리를 거머쥔다.


로마와의 전투, 누구나 강점이 있다. 

이렇게 지중해무역을 장악한 카르타고는 자신들의 성장에 거치장스러운 로마에 전쟁을 선포한다. 초반에 해상전투의 강점으로 승리의 추가 카르타고로 기울지만, 로마의 배에 설치한 '코르부스'는 육상전의 강자인 로마의 강점을 부각시키고 전쟁의 승리를 이끄는 주역이 된다. 역사 속 이 한 장면은 누구나 강점이 있고, 약점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약점을 극복할 수 없다면 강점을 최대한 살려라."란 말을 떠올리게 된다. 이렇듯 이 책 속에는 역사를 시간순서로 스토리텔링 하면서 삽화나 사진, 지도를 집어넣어 마치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과 생동감, 흥미로움을 선사해준다.  




한니발의 등장

카르타고의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배한 카르타고, 심각한 손실과 주교역루틴을 잃은 설움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그 와중에 전사로 이름을 날린 한니발의 아버지, 하밀카르 바르카스는 정치적 시기와 질투로 북아프리카를 떠나 스페인에 카르타고 노바를 세우고 로마를 멸망시키고자 하며 그의 아들 한니발은 그의 혈통을 이어받았는지 강력한 지도자이자 장수가 되 간다.


역사공부의 위대함과 즐거움

이렇게 한니발은 성장하여 전쟁의 왕으로 성장하고 로마군 전략의 천재, 스키피오와의 전투 등 다양한 읽을거리가 즐비한 이 책 속에서 나는 많은 교훈과 지식을 경험한다. 정말 흥미롭게 읽어가는데 짧게나마 다음과 같은 교훈도 얻었다.


'로마의 시민권은 모든 로마시민은 평등하다라는 기본 토대 위에 세워져 카르타고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았으며', 

'허를 찌르는 한니발의 전략적 선택, 알프스를 넘다.'

'한니발이 로마를 무너뜨리지는 못했지만, 공화정인 로마를 무너뜨린 주범은 로마인들의 제정(왕정)국가로의 전환이었다. 그것은 바오밥나무의 씨앗이 되어 로마를 무너뜨렸다.' 등등

많은 교훈을 얻게되었다. 역사의 즐거움이란 이런 것 아닐까? 물론 이것을 암기로 외워야한다면 재미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을 가는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고 역사를 알아간다면 좀 더 유익하고 오래남는 교훈과 즐거움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잊었던 작가들에 대한 소개

국문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방송 조명 스태프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고 스페인에 정착해서 살고 있는 서희석 작가와 스페인의 세비야 출생의 역사학과 졸업자인 자유기고가이자 세비야의 역사적 현장을 가이드하는 호세 안토니오 팔마의 만남이 이 책을 세상에 빛을 보게 하였다.


출판사 을유문화사

홈페이지 www.eulyoo.co.kr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5YkM1g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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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성, 건축가입니다
데스피나 스트라티가코스 지음, 김다은 옮김 / 눌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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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성, 건축가 입니다' 서평 / 데스피나 스트라티가코스 지음 / 김다은 옮김 / 눌와 출판




페미니즘, 이 책을 읽기 전에 순간 내 머릿속을 흐르던 유체의 움직임은 '페미니즘'. 지금 부족하지만 글을 쓰는 이 존재는 페미니즘과 무관한 남성이란 성을 가진 존재이다. 여성이 남성들의 편력으로 얼마나 고통받고 혼자 눈물을 흘렸을까를 생각하면 하염없이 먹먹해진다. 결혼하기 전, 생각지도 못한 나의 남성편력 역시 그들을 그렇게 내버려두었으리라는 생각이 순간 내 머릿속에 정적을 일으킨다. 


나는 얼마나 못난 사람이었을까? 이제 바야흐로 '4차산업혁명의 시대'이다. 기계와의 전쟁을 준비해야하는 이때, 아직도 여성혐오 범죄가 일어나고, 극우주의와 같은 남성성을 강조하는 존재들은 아직도 세상에 즐비하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존재의 이유'란 부재를 달았다. 단지 여자에게는 여자의 역할이 있고 남자에게는 남자의 역할이 있다는 가부장제적 생각은 아니란 점 미리 말씀드린다.


19세기말에 진행된 제1의 물결, 1970-1990년대의 제2의 물결, 그리고 지금의 제3의 물결을 아우르는 수많은 참고문헌으로 이 여성건축가는 이야기를 꾸려나간다. 남자의 존재이유는 가정을 부양하는자이다. 물론 가정을 부양한다는 의미가 가부장제를 논리적으로 합리화하지 못 한다. 여성의 존재이유는 출산의 고통을 가지고 소중한 생명을 낳아 먹이를 먹이고, 키우는 것이 생리학적 여성성일 것이다. 


이 두 성의 존재의 이유는 내게 조화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단순히 생리학적 성의 존재이유가 아니라 조화의 의미이다. 충분히 여성의 섬세함과 남성의 이율적 사고방식이 조화를 이룬다면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가 훌륭한 여럿의 건축작품들이 나올 것임에 틀림없다. 여성들이 건축계에서 입지를 확고히하면 자신(남성)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단순하고 유아틱한 생각들. 이것들은 파괴되고 사라져야 한다는 말이다.


1872년 7월 여성인권 운동가 줄리아 워드 하우가 런던에서 열린 빅토리아 토론회에서 여성 예술가에 대한 강연을 했습니다. 하우는 왜 여성들에게 건축적 재능, 기여 가능성이 있는데도 건축업계에 종사하는 여성이 이리도 없는지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건축가에게는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필요한 벽돌 수를 계산하고 이윤을 헤아릴 줄만 아는, 감각도 아이디어도 없는 건축가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여성들은 이들 밑에서 일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이윤 중심적 사고방식을 지닌 남성과 비교해 여성에게는 타고난 미적감각과 고귀한 정신, 도덕적 성향이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p15


그리고 과거의 남성편력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나열되는 데, 


1880년 코넬대학교, 새로운 건축 교육 프로그램에서 첫 여성교육자가 탄생하였을 때, 빗자루로 청소를 할 게 아니라면 빗자루 수납함을 만드는 정도일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에서부터 <신시내티 인콰이어러>는 여성건축가가 사적인 영역, 즉 가정과 관련된 부분의 건축에만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한 비평가의 주장은 성별에 따라 예술 영역에서의 능력이 달라진다는 허무맹랑한 주장까지 나왔다p16


극사실주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이 말들은 저명한 워싱턴포스트지를 비롯한 수많은 언론에서 떠들어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작가이자 건축가인 저자는 차분하게 이를  나열합니다. 심지어 바비인형(여성성을 강조한 여자어린이를 위한 인형 브랜드, 서평 작성자 생각)의 '건축가 바비'를 위해 발벗고 나섭니다. 그녀는 바비인형 자체는 여성성을 강조한 인형이지만 어린아이들에게 그것은 여성성을 강조한 인형이 아닌 그저 인형일 뿐이며,


어린시절 '건축가 바비'를 봐온 어린이들은 건축가라는 직업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또 다른 이유로 지적받고 있는 대학교에 부족한 여성종신교수와 젠더, 여성에 초점을 둔 수업이 없음을 상기시킵니다. 한 예로 다음과 같은 수업을 살펴보면,


"몇 해 전 미국의 명문 건축학교에서 가정 폭력 피해자를 위한 주택이란 주제로 여성 종신교수가 강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이 강의의 주제가 무엇을 의미했다고 생각하는가? 남성인 나에게 가정폭력은 아마도 집에 들어가기 싫은 수준, 그 너머에 집을 떠나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느낌일 것이다. 아마 이 교수 역시 이것을 체험하였거나, 동년배나 친구들의 목격담을 느낌에 두었을 수 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건축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머무는 사람이 안정을 얻고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내는 일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설계와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을 결합해보는 기회를 얻었다.” p41
 

그리고 그 밖에도 여성건축가가 부족한 이유는 앞서 내 생각으로 드러낸 출산과 육아일 것이다. 왜 우리사회는 스웨덴 같은 국가의 문화를 배우지 못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로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왜 여성들의 몫일까? 존재의 이유는 조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고려해보면 우리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런 불균형과 불평등은 충분히 성장할 기회를 억누른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책은 현재라는 시간의 사회에서 '여성건축가'를 바라보는 모습에대해 언급하며 결론을 우리의 몫으로 남겨둔다. '자하 하디드'란 여성건축가의 연이은 수상에 대한 언론의 언급들이다. 비싼 디자이너의 옷으로 치장한...., 어려운 설계로 유명한..., 독신 일벌레... 어쩌면 남성이 독신이었다면 이런 비아냥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다음으로 위키피디아는 편집을 통한 여성의 잃어버린 명예를 되찾는데 일조하는 좋은 역사의 공간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역사는 단순한 성과의 기록이 아니다.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기록하거나 아예 기록하지 않거나 기록을 수정하며 쌓아온 과거의 이야기다. 역사는 반복된다." p103


어찌보면 남성이라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쌓아온 과거의 불명예스럽고, 더럽고 추악한 과거의 기록들로서의 여성에 대한 생각은 앞으로의 미래인들이 보게되는 감추고 싶은 과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카데미 시상식, 그리고 트럼프의 보호무역, 중국의 한한령 등은 맥락에 있어서 남성우월주의와 다를 바 없는 폐쇄적이고 성장을 저해하는 유아틱 사고방식 아닐까?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나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존재의 이유 그리고 조화' 를 떠올리게 한다. 다시 한번 앞의 이야기를 빌리자면 "세상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머무는 사람이 안정을 얻고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해내는 일"아닐까? 


모두가 행복한 세상, 그것이 누군가에게 기울어지면 균열과 파괴만이 있으리라는 기초적인 생각이 하나의 문화가 되기를 바라며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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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경영 - 거래처가 부자가 되는 방법만 생각하다 CEO의 서재 12
창융파.우진쉰 지음, 송은진 옮김 / 센시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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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경영 / 창융파, 우진쉰 공저 / 송은진 역 / OCEO(오씨이오) 출판


오늘자 경제신문 1면은 R이란 단어가 최상단을 차지했다. Recession(경기후퇴)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오늘 날씨와 절묘하게 어울리며 오늘의 우리에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안겨줬다. 


이번 겨울 중 가장 추웠을 오늘 창융파 회장은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였을지 자못 궁금하기도 한 오늘이었다. 18살 아직 세상이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을 그 어린 소년은 차갑고 때로는 따스한 바닷결을 따라 아무것도 모른 채 배에 올라탄다.


용기와 나침반

하늘에 감사할 일이야. 그러게 인생은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는 법이라네. 늘 오르락내리릭하거든. 기회가 왔을 때 도전을 감행할 용기만 있다면 얼마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어. 그래서 자기만의 나침반이 필요한 것이지. p17


책의 첫 페이지는 육십의 나이가 다 된, 백발이 무성했을 노인의 어귀로 시작한다. 해가 지는 노을에서 읆었던 글귀는 오늘 내가 겪은 많은 무상하고 쓸쓸하고 분노에 겨울 일을 되돌아보며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감사하는 마음, 도전할 용기, 그리고 자신의 나침반.


이것이 그가 겪은 60의 생애를 압축하는 3단어가 아닌가 싶다. 


18세, 시작

나이 18세, 일제시대, 태평양 전쟁이 발발한지 3년이 지난 시점, 무서움, 두려움은 어디론가 버려둔 채, 버려둔지도 모를 한 소년은 어머니의 만류를 뒤로 하고 배에 올라탄다. 얼마 전 형이 포탄을 맞고 겨우 살아돌아온 그 무시무시한 바다 한가운데 올라탄 것이다. 


1944년초, 키슈마루 호 견습생으로 시작한 창융파, 항해 첫날 열여덞 장의 적하목록 작성을 지시받은 사무원, 배멀미의 고통 속에서도 결국 그것을 완성한다. 하지만 항구에 도착한 후 이내 14장은 불더미속에 내던져지고, 화를 내는 것도 잠시, 일본인 사무장은 그를 불러내어 '너무 노여워하지 말게 어린친구, 어느 한 일에 집중하지 않으면 적응이 힘들 것 같아 그리 시킨거네'라며 그를 위로한다. 


그렇게 일에 집중해야 뱃멀미를 견딜 수 있고 앞으로 배 생활도 쉬워지거든, 괴로운 하룻밤을 지냈으니 앞으로는 훨씬 나을 걸세. p27

며칠 밤 직장생활, 내 주변의 악재들 때문에 괴로운 날도 많을 것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나를 덮치려고 기다리고 있을까를 생각하면 끝도 없는 공포감에 몸을 벌벌 떠는 일이 있곤한다. 우리의 이런 삶은 '괴로운 하룻밤'에 비유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스런 일상도 하룻밤의 일처럼 지나가는 일 역시, 비일비재하게 많았다는 점 또한 공감한다.


이 글귀를 읽으며 나는 이렇게 주문해 본다. 그리고 기도해 본다. 


괴로운 하룻밤을 지냈으니 앞으로는 훨씬 나을거야

라고 말이다. 



단단한 의지, 도전과 실행


그 어린나이에 배에 처음으로 올라타 배멀미의 구토, 어질어질함 속에서 그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면 일단 고개를 들어 마주하라. 벽을 어떻게 넘어야 할지 수백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발을 동동 굴러봤자 벽에는 작은 실금조차 가지 않는다. 일단 마주하라. 그리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파고들라. 땀을 흠뻑 쏟으며 그 일을 해냈을 때, 내가 도저히 상대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거대한 벽의 아랫부분에 큼직한 구멍이 뚫려 있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그 모든 과정을 의지라고 표현한다.

내가 겪은 수많은 어려움. 직장상사의 괴롭힘, 수치, 농락, 다른 사람들이 수근수근거리는 속삭임,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의 더럽고 추악한 모습을 볼 때, 나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그 충격속에 잠시 멍하니 아무것도 못 한채 바라보기만 한 적도 많았다.


시간이 잠시 지났을 때, 무언가 끄적거리다가 무언가를 시도하고 조금씩 그것을 극복하는 것을 배우는 것. 이것이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마주하라. 그리고 실행하고 맞서라. '단단한 돌덩이와 같은 의지'로 그것에 맞서라.


독하게 한 독학, 그리고 혜안을 가지다

어린나이에 맨 땅에 헤딩하듯 세상에 내몰린 한 소년은 공부에 매진한다. 자신이 극복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책은 황금으로 지은 집이란 격언을 생각하며 스스로 나아갔을지도 모른다.


사람이 배우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배우는 데 익숙한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실제로 현장에서 실무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발전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다. 그것만 있다면 어디든 배움의 장소가 될 것이고, 누구든 선생이 되어줄 것이다. p30

그의 열정은 매일 시간이 날때마다 읊고 또 읊어 꿈에서도 공부한 내용이 나올 정도였다고 한다. 중요한 건 열정아닐까? 우리는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어디 정답이라도 있을까? 하고 찾아나서지만 언제나 중요한 건 당신의 인생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가 더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곤 한다.


잠시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라

창융파가 일본이 패망한 후 잠시 대만의 정치적 상황으로 배에 못 오른 채 백수로 살아가던 중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다시 배에 올랐을 때, 그 전에 맡았던 일을 시작할 수 없었다. 처음엔 부끄럽기도 하고, 그만 둘까라는 생각도 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 상황이 그렇게 최악인가? 선실 관리자라는 게 그렇게 나쁘기만 한 일인가?’

(중략) 나는 피해의식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현재를 바라보았다. 그저 부당하게만 느껴지던 상황을 한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니 완전히 새로운 측면이 펼쳐졌다. (중략)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기술 하나라도 완벽하게 배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중략) 차라리 지금 남는 시간에 공부해서 기술직 시험을 보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라. p35

잠시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라. 나란 사람은 그 동안의 경력으로 내가 생각할 때 충분히 높은 곳에 위치하는 사람 아닐까? 라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나란 사람은 생각보다 잘 난 사람이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트랜드, 지식을 탐독해야 하는 이유다.


이타경영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 아래에서 미동조차 없이 고요하던 바다는, 갑자기 크게 분노한 양 사나운 파도를 일으켜 배를 사정없이 뒤흔든다. 그렇게 변덕스런 큰 바다를 오랫동안 마주하면 자연스레 삶의 이치를 고민하게 된다.

광활한 바다에서 내가 탄 배, 그리고 그 안의 나는 아주 작은 점 하나에 불과하다. 신이 없애버리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단번에 사라질 티끌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 작은 세상에서 욕심을 부리고, 불평불만을 쏟아내며, 남들 위로 올라서려 아등바등할 이유가 뭐가 있는가? p69

마지막은 창융파 회장의 기업의 가치관인 '이타경영'이다. 현대 경쟁사회 속에서 인간이란 작은 점들은 서로를 의식하고 경쟁하고 조금이라도 높이 올라서려고 발버둥친다. 다른 이들의 마음에 잊지못할 안 좋은 기억들을 남긴 채 말이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산다. 어느 날 바다 한가운데서 생각했을 이 단어는 오늘 이 혹한의 추위 한 가운데 있는 나에게 많은 교훈하나를 남긴다.


언제가 내가 생을 마감하기 전, 내가 한 일은 내 옆에 있는 한 사람마저 떠밀어버린 삶인가? 아니면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었던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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