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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은 추위가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라는 기사를 본 듯 한 데, 이제 3일의 한파가 지나고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는 오늘이군요.
더불어 책 하나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심미안 수업. 이 책이 미세먼지 자욱한 우리 마음 속, 아름다움을 살피는 눈을 흩뿌리길 바라며 서평을 시작합니다.
이 책, #심미안수업 을 접하게 된 것은 네이버 책 미리보기를 통해서였습니다. 물론 하루에도, 한 주에도 수백권의 책이 쏟아지는
요즘. 쏟아진다는 표현, 좀 거북하긴 하지만 이를 토대로 유추해 보자면 수백명의 사람이 책을 출간하는 셈이죠.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무엇, 남들에게 알리고 싶은 가치를 책에 빗대고 녹여내어 '가치로운 무엇'을 만들어냅니다. 저자 #윤광준 역시 우리에게 그가 가진 가치를 보여주는데요.
'심.미.안'이 그것입니다. 그럼 심미안이란 무엇일까요? 책의 앞 표지를 뒤로 하고 표지 뒷편, 그 정의가 소개됩니다.
심미안은 무엇?
심 살필
미 아름다울
안 눈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능력 Esthetic Sense
입니다. 예를 들면 미술전시관, 건축물, 사진 등을 보며 감상에 젖는, 혹은 감상하는 능력.
심미안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심미안 수업 을 읽어보고, 그것을 삶에 적용해보는 것 아닐까 합니다.
예술을 좋아하는 이들이 까칠한 이유는 점점 '차이'에 민감해지기 때문이다. 보고 듣는 게 많아지고, 세월이 쌓일수록 나도 더 예민해진다. 좋은 감각은 '차이'를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 하지만 내 경우 다행히 성격은 더 부드러워졌다. 오늘 힘들고 불쾌한 일이 있었어도, 다음 날 멋진 것을 마주하면 그 전날 느꼈던 불편한 감정이 금방 사라졌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오늘 내 앞에 있는데,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_심미안수업, p11
차이
우리가 그 동안 보지 못 했던 심미안은 '차이'에서 그 결과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좋은 감각은 '차이'를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 (출처 심미안수업, p11).
이 책이 소개하는 가치가 미술, 음악, 건축, 사진, 디자인에서 느껴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살피는 능력계발을 위해 소개되었지만, 단순히 실용서로서의 내용만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오며 느끼지 못한 우리 곁에 존재하는 소중하고 사랑스런 존재인 가족, 직장 동료, 그룹의 구성원들까지도 아우르는 서로에게 우리는 '아름다움'을 그 동안 인지하지 못해왔던 건 아닐까요?
삶의 여유가 있을 때 무엇인가를 즐기는 것보다, 삶이 고단할 때 마주한 아름다움이야말로 더 소중하고 오래간다는 사실을 말이다_심미안수업, p10
이처럼 아름다움은 여유로운 삶속에선 미처 발견치 못 합니다.
이 책의 구성, 6개의 강의
1 우리는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는가
2. 숨은 의도를 발견하는 기쁨, 미술
3. 지금 이 순간만 사는 행복, 음악
4 나를 둘러싼 공간이 확장되는 마술, 건축
5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에 주목하는 힘, 사진
6 일상의 욕망을 다독이는 지혜, 디자인
이 6가지 수업 하나하나가 다 중요하고 소중한 진리이지만, 일상에서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사진'.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사진을 찍을 수 있잖아요? 사진작가이시기도 한 작가 윤광준의 사진에 대한 심미안수업을 느껴보겠습니다.
결정적 순간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쳤으나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 순간이었다_앙리 카르티에 브레송_심미안수업, p200
한 사진작가는 자신의 삶 속에 가장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노력했지만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합니다. 이 점은 앞서 말한 '차이'를 격렬하게 설명하는 장면 아닐까요?
우리가 평소, 알게 모르게 지나쳐가는 순간. 우리는 절묘하고 결정적 순간의 장면을 지나 쳤을 수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프레임을 1초 단위로 생각한다면 86400프레임(초)가 나올 것이고, 우리는 그 차이에서 작품이 될 수도, 그저 그런 일상이 될런지도 모릅니다.
결정적 차이
좋은 감각은 '차이'를 인지하는 데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한다_심미안수업, p11
다시 한번 앞의 '차이'를 끄집어내 본다면, 모든 사람들이 감흥, 감동을 느끼는 사진을 구별하는 하나의 중요한 가치기준이라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것을 잡아내려고 애쓴 사진, 세상의 허무함과 쓸쓸함을 드러내려는 사진을 보면, 우리가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게 사진의 본연적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_심미안수업, p209
사진의 본연적 역할, 그것이 사진을 사진답게 만드는 '결정적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시지
우리의 삶 가운데는 무슨 메시지가 있을까요? 내 가족을 돌보고, 돈을 벌어 오고, 회사에서 객체로만 인식되는 그런 순간들, 그 어느 순간 내가 없어진다고 느껴질 때, 사진은 내게 의미를 부여하는 심미안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하지만 사진이 누구나 찍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서, 누구나 멋들어진 작품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작가도 그런 생각으로 사진세계에 진입했으나, 메시지를 잡아내는 것과 처음 본인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찍어놓은 사진이 맘에 안 들었다.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세상을 보는 방식이 남과 다를 게 없었던 탓이다. 열심히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열정과 시간만으로 메꿔지는 일이 아니었다_심미안수업, p222
결국 자신만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 못하다면 예술로서의 사진을, 작품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말. 사진은 단순히 프레임 안에 자신이 원하는 시간을 잡아내는 것이 아닌, 메시지가 있어야 합니다.
좋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자기만의 관심에 골몰하는 게 필요하다. 자기만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 여기에 흐트러지지 않는 하나의 메시지가 필요하다_심미안수업, p222
시간
사진은 '프레임 안에 '그 시간'을 담아 놓는다'
라고 말한다. 나 역시 사진을 보며 옛 추억을 혹은 무엇인가를 회상한다. 하지만 사진을 바라보는 이 태도가 어째서 작품으로서의 사진을 바라보면 먼지처럼 사라져버리는지.
그렇게 그 시간대의 시선을 내 눈에 장착하고 사진을 들여다보면,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감흥이 올라온다_심미안수업, p230
언제나 '그 시간'을 바라보며, 그 때의 감흥, 느낌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심미안은 그럴때 우리 곁에서 의미를 찾는 존재 아닐까?
심미안 수업의 의미
심미안수업을 듣고, 보고, 느끼며 읽다보면 우리가 원하는 그것에 조금은 다다를 수 있다. 사실 짧은 소개글에서 모든 것을 얻을 수는 없기에, 최근 나오는 실용서들, 막상 읽어보면 껍데기만 화려했지 그 본질에 다가서는 글은 못 만난듯하다.
작가는 갑작스레 시력을 잃고 시각이 왜곡되어 나타나는 현상을 겪으면서 세상을, 작품을 만나는 신세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두번째 수술 후 다시 시력을 회복한 후 자신의 이런 감정을 담아 심미안수업에 담아낸 만큼 그 안에는 진실된 마음과 글들이 그득하다.
고전은 어느 시대에나 통용되는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 이 책이 그런 책 아닌가 싶다. 읽을 수록 그 메시지가 전달되는 차이, 다른 실용적이고 상업적인 책들과 구별되는 하나이다.
지와인 출판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5La5vf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