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다른 나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19
임현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설 속 세계가 붕괴되면서 현실의 내 삶을 오염시킨다. 소설 속의 주인공 여자가 남편을 의심하면서 허구는 깨어지고 허구 속 균열을 타고 현실이 무너진다. 그녀는 소설가인 나를 잃어버린 남 편이라고 실종신고를 하고 나를 찾아 나선다. 이번엔 아내가 나를 의심할 수 도 있지 않은가. 소설 속 스토리에서 아내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노리는 남자는 지어낸 허구가 아닌 나와 그녀의 현실일 수도 있다고. 나는 소설가인가, 이중결혼을 한 사기꾼일 수도 있는 건가.

<사람들이 다 나 같지 않아서 내가 쓴 소설도 다 나처럼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때도 다행스러울 때도 있었다.p.84 >

여자와 남자가 번갈아 가며 서사를 이끌어가는 길지 않은 6장의 이야기로 4인의 인물이 등장한다. 첫 장의 여자와 제약회사연구원인 그녀의 남편, 소설가인 남자와 그의 아내 미양의 관계가 소설의 안과 밖으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돌고 있다. 어디까지가 소설의 안이고 어느 것이 밖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소설 속의 스토리가 현실로 걸어 나왔다. 아니 현실이 소설과 같은 사기와 음모일 수도 있다. 안과 밖을 뒤섞고 꼬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장에서 현관문을 두드리는 아내 미양에게 문을 열어줄 수도 욕실 안의 존재도 알려줄 수 없다. 그 이후 벌어지는 일을 상상하는 것으로 독자는 빙글빙글 도는 회전목마 같은 허구의 스토리 판에서 내려와 흔들리지 않는 현실의 세계로 착지할 수 있을까? , 뛰어내린 그 곳도 흔들린다.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는 나와 어딘가 닮은 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은 나와 다른 타인이었다.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그들을 보내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 지 무엇을 바라는 지 등을 오래 추론하고 고민해 보았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럼에도 그것도 다 소설이지 않나. 픽션. 허구. 거짓말이라고. 그거 어차피 다 지어낸 거라고.p.112>

꿈과 현실이 의식과 무의식이 돌고 돌아 분간할 수 없던 영화 <인셉션>에서는 팽이에 주목했다. 돌고 있는 팽이와 멈춰선 팽이. 결말은 멈출 듯 멈추지 않는 팽이를 지켜보는 것이었 듯 소설 속의 당신이 나인지 내가 당신인지 내가 나인지 믿을 수 없다. 나도 모르는 내가 존재하는 현실이다.

임현작가의 책을 처음 접해서 그의 스타일을 전혀 모르는 독자로서 초반부를 읽을 때는 치매남성의 이야기인가? 남편을 의심하는 여성이 치매일 수도 있지. 이중살림이라도 하는 건가. 그러다 치매에 걸리면 어떤 여자를 기억하려나, 3의 인물이나 외계인의 빙의인가? 하는 상상이 살짝 소설 속으로 구부러지기 시작하면서 즐겁게 뱅글뱅글 돌았다. 재미있다. 겨우 6바퀴의 이야기니까.그런데 읽는 내가 현실인지? 나는 누구의 소설 속 주인공일수도?.

<사람들이 다 나 같지 않아서 내가 쓴 소설도 다 나처럼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울 때도 다행스러울 때도 있었다.p.84 >
<소설을 쓰는 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쓰는 나와 어딘가 닮은 데가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은 나와 다른 타인이었다. 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어떤 곳으로 그들을 보내기도 하고 위험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에는 무슨 행동을 할 지 무엇을 바라는 지 등을 오래 추론하고 고민해 보았다.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럼에도 그것도 다 소설이지 않나. 픽션. 허구. 거짓말이라고. 그거 어차피 다 지어낸 거라고.p.1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