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 (리커버) 지앤유 로컬북스 6
최필숙 지음 / 지앤유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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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러야 할 그들의 노래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를 읽고

토요일 오후 조카 결혼 피로연에 초대받아 통영 예식홀로 향했다. 일가친척이 모여 축하자리는 왁자하였다. 듬직한 조카와 아름다운 신부의 미소 속에 행복이 가득하여 덩달아 기뻤다.

많은 이가 외갓집에 대한 추억을 지닌다. 어린 날 방학이면 외가에 여러 날 머물며 외사촌들과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었다. 사촌 중에도 내가 유독 따르던 형이 있었다. 유순하고 온화한 성품으로 동생을 아껴 주었던 세 살 터울의 형이다. 유년의 고운 추억을 선물한 이다. 작년에 공직생활 마감하고 밀양에서 휴식을 즐기는 그다.

형이 연회장에서 손을 들어 반긴다. 아들 결혼식에서 만났으니 몇 개월만이다. 곁에서 형수도 온화한 미소로 반겨주신다.
맛나게 요기를 채우고 있는데 형수가 슬며시 다가와 책을 건넨다. 의열단 창립 100주년 및 광복 74주년 기념 도서로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
첫 장에 써 준 적바림이 겸연쩍은 미소를 짓게 만든다.
“거제 출신 최고 작가이신 김경만님께”

작가는 고교 역사교사이다. 다음날 작가의 말을 읽고 나서 책을 들고 숲으로 향했다. 숲은 새소리 앞세우고 끊임없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그늘이 드리워진 곳에 휴대용 의자를 펼치고 가만히 책을 열었다. 어디에서 책을 읽는가에 따라 그 감응은 달라진다. 불어오는 솔바람이 책장을 가볍게 넘겨준다. 숲 그늘이 더욱 짙어가는 오후 2시까지 속독으로 읽어 내리고 마지막 인물연보까지 만나고 허기와 함께 책장을 덮고 일어선다. 숲은 그제야 나를 밀어낸다.

역사교사인 필자는 역사 속 ‘약산 김원봉 선생’을 그의 주인으로 삼고 사료와 그의 발자취를 찾아 오랜 시간 보내고 담담하게 끝나지 않은 그들의 노래를 다시 부르고 있다. 일제가 가장 두려워하였던 무장투쟁단체 의열단을 기억하자며 항일운동사와 개인의 삶을 재조명한다. 밀양 출신의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 백민 황상규, 윤소룡의 해방 향한 투쟁을 대서사로 표현하였고 박춘금, 노덕술 등 우리 근현대사에서 잊어서는 안 될 친일 인물도 재조명하고 있다.

씨줄과 날줄에 묻어난 선열의 죽음에 대한 처연함에 때론 희열로 때론 먹먹함으로 내 몸과 마음을 휘감는다. 미처 몰라서 느끼지 못했던 그들의 해방에 대한 가열찬 열망에 고개가 숙여졌다.
그들이 일제강점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로지 통일조국을 위해 헌신하였듯 이제 우리는 분단조국을 혁파하고 조국통일에 대한 그들 열망과 소망을 기어이 이루어 내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이 꼭 쥔 주먹에 가득 들어찬다.

그들이 극복한 두려움 떠올린다.
위정자들이여, 후손들이여 무엇이 그리도 두려운가….

저자가 머무는 밀양 하늘이 무척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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