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잘 지내고 있어요 - 밤삼킨별의 at corner
밤삼킨별 지음 / MY(흐름출판)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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괄호에 담긴 독백을 혼잣말하듯 소리 내어 말했다


여러분은 잘 지내고 있나요? 의례적 인사에 잘 지내고 있다고 흔한 인사로 대답을 대신한다. 어쩌면 일상을 대하는 방법 또한 그랬을지 모른다. 반복되는 삶에서 물음보단 그냥 흐르듯 편한 반응으로 대했던 것 아니었을지. 《난 잘 지내고 있어요》를 통해 지친 내 삶에 따뜻한 안부를 전해보자.


p.18

하고 싶은 말을 진중히 고르며 하던 말을 잠시 멈추고

괄호에 담긴 독백을 혼잣말하듯 소리 내어 말하며

갸웃하는 네 고개의 방향을 나도 모르게 슬며시 따라할 때


사랑을 할 때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마구 싹 튼다. 어떤 말을 전할까 모든 마음이 곤두서고 한 문장 한 문장 쓰다 지우다 반복한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담을 수 없기에 그 어느 때보다 생각에 생각을 더해 마음을 담아 추상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직선적이지 않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p.33

사랑하는 우리가 사랑할수록

하나를 알게 되면 둘을 알아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나를 알게 되면 또 하나를 모르게 되는

어려지기만 하는 어른의 사랑을 하는 시간이 좋아.


사랑하는 우리가 좋아질수록

알고 싶은 것보다 모르고 싶은 게 더 많아져서

때론 슬프다고 말하는 너의 사랑이 좋아.


책 속에는 사계절이 담겨 있다. 사랑이 싹트는 봄을 시작으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마치 밤이 되듯 어둡고 깊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이고 인생은 무엇일까? 나를 향해 이기적인 마음이 클 때가 많지만 사랑하는 순간만큼은 가슴 벅찬 일들의 연속이다. 봄의 테마에는  추운 겨울을 깨는 그런 따뜻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p.79

행복하지 않은 지금의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더 불행해진다.

행복은 지난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시작은 망설임 없이 바로 지금이다.


지나간 시간의 그늘로부터,

다가올 시간에 있을 불행의 가능성으로부터

담담한 마음으로 돌봐야 할 마음이 있는 바로 지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순간만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게 다 풀릴 것 같은 감정은 어느 순간 쑥 가라앉을 때가 있다. 세상의 불행은 왠지 나에게 다 온 것이 아닐까 하는 순간들도 존재한다. 어두운 그늘 속에서 온전히 나를 봐야 하는 순간, 바라보고 싶지 않지만 바라봐야 함에 때론 어둠의 시간을 견뎌 내야한다.


p.109

길고 싶은 생각의 다음은 행동과 실천이다. 상황과 사정에 따라 시작의 방법은 달라지지만 첫 마음의 온도를 지키며 천천히 걸으리라.


봄부터 시작되어 여름, 가을이 지나는 순간 여태까지 보지 못한 반전을 마주한다. 과연 이 반전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책에서라면 각 주제별 에세이마다 주는 의미와 함께 생각하지 못하는 반전을 찾고 그 뜻을 알아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다시금 느끼지만 흐름출판에서 나오는 에세이는 역시라는 생각이 든다. 《사적인 시차》 이 후 또 다시 만난 에세이. 일 년의 흐름에서 따뜻함, 그리고 차가운 냉정함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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