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연애할 때 - 칼럼니스트 임경선의 엄마-딸-나의 이야기
임경선 지음 / 마음산책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SNS를 켠다.
스크롤을 주욱 잡아당기는 짧은 시간동안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부모인지 아닌지, 이 사람에게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자신을 소개하세요' 칸에 아기 사진을 채워두고 있는 그들을 보며 생각한다.
부모란 혹은 모성애와 부성애란 이렇게 아이와 하나여야만 하는가?
그것만이 멋진 엄마, 아빠의 길일까?
아빠,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를 남겨두어서는 안될까?


나는 궁금했다.
하지만 갓 엄마가 된 선배에게 "SNS의 모든 사진들을 아이로 바꾸지 않고서는 아이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거냐고", "지금 그대로의 나를 남겨두며 부모가 될 수는 없는 거냐고" 물을 자신이 없었다.
마치 모성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물을 수가 없었다.


나는 엄마가 되고 싶다.
하지만 동시에 엄마가 되고 싶지 않다.
나를 닮은 아이의 얼굴을 보고 싶은 동시에 엄마가 될 나 자신을 보고 싶지 않다.


엄마가 되기 이전의 어제와, 엄마가 된 후의 오늘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바꿀 수는 없었다.
나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나도 처음 만나는 그 아이를 나는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한다 해도, 아이가 나오기 전까지 '내 모든 것이었던' 내 삶을 몽땅 그 아이에게 줄 수 있을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하지 않는 엄마는 옳지 못한 것일까?


'엄마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처음 던진 질문들.
하지만 자신을 소개하는 빈칸에 아기 얼굴을 채운 그들을, 그 행위 자체를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역시 내가 기르는 고양이와 식물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여 그것들을 찍고 프로필로 두니까.
하지만 왜 그것이 '내 아기'가 되면 유난떠는 엄마가 된 것 같고, 그렇지 않으면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 엄마가 되는 기분일까.


내 안에서 쏟아지는 질문들과 궁금증들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모성애와 출산에 대한 신봉대신.
최대한 담백하게, 객관성을 잃지 않고 답할 수 있는 이와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찾았다.



<엄마와 연애할 때>
저자. 임경선
출판. 마음산책



내가 아는 그녀는, 그간 책으로 만난 그녀는 무척이나 담백하고 객관적인 사람이었다.
딱 부러지게 무엇이든 척척, 커리어 우먼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내놓던 그녀.
그녀가 육아 책을 내었다.
그리고 나의 궁금증을 해결하는데에 딱 한 권 분량의 시간이 들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무엇이 '멋진 엄마'인지 무엇이 '옳은 모성애'인지 알려주지 않았지만.
나보다 더 그것에 대해 고민하고 흔들리는 엄마였지만.
그것들을 보며 나의 궁금증은 줄어들어갔다.


내가 만난 아기에 대해 내가 아는 바가 없는 것처럼, 그녀가 만난 자신의 아기에 대해 그녀 역시 아는 것이 없었다.
이름이 무엇이고 키는, 몸무게가 얼마인지 하는 육아차트에 줄줄이 써있는 수치 외에는, 그녀도 매 순간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녀가 만든 아이이지만 만난 것은 처음이니 온통 모르는 투성이라고 말했다.
뚝뚝한 그녀에게서 나온 아이가 새침떼기에 애교가 넘치는 공주 타입이라는 것에 그녀 역시 놀라는 듯했다.


아, 흔들려도 되는구나.
완벽한 모성애를 보이지 않아도 나는 엄마일 수 있는 것이구나.
그런 감상과 느낌표를 남기며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 되었다.  
나는 내 엄마와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에도, 새롭게 SNS를 채우는 갓 태어난 아기들을 볼 때에도.
그 이면에서 흔들리는 엄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럴 수 있게 되었다.


엄마는 흔들리는 사람이다.
'엄마도' 흔들리는 사람이다.
그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러웠다.


여전히 글을 쓰기 위해 아이가 잠들기만을 기다린다는 그녀.
아이를 낳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가 궁금하다는 그녀.


그녀의 이야기를 덮고, 나는 여전히 내가 엄마가 되는 일에 생각한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미지의 세계이지만.
어쩌면 불완전한 나이기에 더 특별할 나의 아기에 대해 생각한다.
만약 그 아기가 세상에 나온다 해도, 나오지 않고 내 머리 속에서 그친다 해도.
나는 전보다 더 '나다운 태도'로 그를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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