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는 아이들의 속마음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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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대하는 건 누구에게든 어려운 일일 것이다. 특히나 요즘 나에겐 사춘기인 학생들을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어렵게 다가온다. 이 책은 청소년기 아이들이 글쓰기 선생님인 저자와 공유했던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책표지에서 보이듯 아이들의 이야기는 정말 안타까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모두 9명의 학생들의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그들의 아픈 사연을 읽다보니 눈시울이 촉촉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부모가 한편으로 원망스럽기도 했고, 그런 아픔 속에서도 글쓰기로 스스로를 치유한 아이들이 기특하기도 했다. 부모들은 왜 모르는 걸까? 부모가 되고 나서는 왜 본인들이 유년시절 힘들었던 것을 잊고, 똑같이 그 힘듦을 물려주는 경향을 보이는 걸까?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란 것을 언제쯤 깨닫게 되는 것일까?

실은 나도 가끔 내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 그 속에서 겪었던 갈등들, 세상이 무너질 것만 같았던 감정들을 잊고 아이들을 지도하려고 할 때가 있다. 그 아이들의 세상은 정말이지 친구가 가장 큰 세계일텐데 말이다.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오면 그것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다는 훈계보다는 당장 그 친구들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따뜻한 조언이 한 마디 더 필요한데... 개구리 올챙이 적 시절 기억 못한다는 말이 딱 나한테 들어맞는다.




책에서 9명의 이야기가 각 장에서 소개된다. 특이한 점은 작가가 그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지만, 그 주인공들의 글들이 위와 같이 함께 실려있다. 작가가 제3의 입장에서 그들의 심리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지, 좀 더 아이들의 상처 받은 마음이 실감나게 그려진 느낌이다. 위의 예랑이는 아버지가 고아원 운영에 너무 힘을 쏟으신 나머지 예랑이는 아버지가 거의 계시지 않다시피한 유년시절을 보낸다.

유년기, 청소년기 시절의 아픔은 그 사람의 인생에 지대하게, 깊게 그리고 오래도록 자리해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후에 본인이 받은 상처를 극복해서 온전한 삶을 살게 되더라도 그 그 상처들은 잊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몇 가지 시사점을 주었다.

첫째, 모든 아이들은 관심이 필요하지만, 그 관심이 아이들 자체를 향한 것이어야지 부모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관심이어서는 안 된다. 공부를 잘 해야 칭찬하고 관심을 주는 부모는 아이에게 그만큼 압박감을 부여하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항상 부모의 관심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을 때 부모와의 관계가 위태롭다면, 아이들의 심리는 더욱 위태로워진다. 둘째, 아이들이 힘든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안식처는 부모가 되어야한다. 어떤 이든 살면서 물질적이든, 심리적이든 어떠한 형태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부모는 아이들에게 있어 안식처의 존재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아이들이 가정에서 불안을 느낄 때 바깥에서 심리적인 안식처를 찾으면서 술, 담배와 같은 것에 빠지는 듯하다.

이 책은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청소년, 이런 어려움에 빠진 청소년들을 지도하는 교사, 혹시 부모로서 자녀 교육을 잘 하고 있는 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부모, 곧 자녀를 가지게 될 예비 부모, 곁에 어려움에 빠진 친구가 있는 사람 등 누가 읽어도 괜찮을 만한 책이다. 학생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면, 사람들은 그 학생을 먼저 나무라기 따름이다. 나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바로 우리 눈에 보이는 그 현상이 잘못된 것을 알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아이들이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한 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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