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적인 시각으로 재조명된 <유배>

유배, 그 무섭고도 특별한 여행 - 낯선 장소로 떠남을 명받다
염은열 지음 / 꽃핀자리 / 2015년 12월

이 책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먼저 유배에 관해 나름 조사해보았는데, 어린 시절 무척 재밌게 읽었던 '맹꽁이 서당'의 마음씨 좋으신 훈장님조차도 유배형을 받은 정승 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결말에서 귀양을 오게 된 누명이 풀려서 병조판서 직으로 복귀하게 되신다는 군요!

비록 유배는 유배지로 가는 길, 가족/지인과 완전히 떨어진 고립된 유배지에서의 생활 등 매우 가혹한 형벌이지만, 그러한 형벌을 형벌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인생의 새로운 시기로 승화시킨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족들이 생필품과 음식을 보내주어도 멀고 먼 유배길에 다 상해버려서 젓갈 음식만을 먹을 수 있었던 추사 김정희 선생은 희대의 걸작 세한도를 남겼죠.

이렇듯 본서는 곳곳에 지도와 사진을 삽입해서 유배의 여정을 그 어느 책보다 상세하게, 그리고 이해하기 쉽게 다루고 있습니다. 유배 문학을 다루면서도 당시 고을의 기록을 함께 보여주어 양쪽의 시각을 공평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도 특징이지요. 여기에 저자의 현대적인 재해석까지 더해져서 기존에 사극에서 보여지는 유배의 암울한 인상과 달리, 상당히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게 특징입니다. (새삼 맹꽁이 서당이 시대를 굉장히 앞서간 작품임을 깨달았습니다!)

(곳곳에 삽입된 당시 도화, 서책의 사진은 시대상을 알려주면서 독자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주고 있습니다)

 유배지에서 올곧음과 기개를 유지했던 사람이 정작 해배 이후 한양에 돌아오면서 예전의 자신의 삶과 유배지에서의 새로운 삶이 충돌을 일으키고 말았던 일화도 안타깝고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듯 '유배'라는 짧은 단어에 아주 많은 사람들의 삶을 아우르며 각자 다른 방식으로 형벌을 받아들이고, 글을 쓰고, 훈장으로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렇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며 예전의 삶을 조심스레 바꿔나가는 모습들을 한 권에 담은 책. 유배는 시대상의 어두운 단면이 아닌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면임을 알게 해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