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소중한 나에게
정모에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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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킹북스에서 받아본 도서는 짧은 산문집이었는데 그나마도 그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설렁설렁 읽게 될줄 알았다.

그런데 짧은 한 챕터의 글들이 생각보다 꽉 짜이고 매웠다.

작가의 솔직한 심경고백 같기도 하고 신랄한 사회비평 같기도 했다.

글을 읽어나갈수록 녹록치 않은 삶의 내공이 깃들어 있었고 내가 알지 못하는 먼 미래의 이야기까지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다 불현듯, 본인이 60대 여성이라는 것을 고백 당했을 때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면서도 나는 뜨악했다.

잘 익은 글들은 읽다보면 작가의 연령대나 성별까지 다 묻히게 된다.

사적인 글이라 하더라도 스스로를 커밍아웃하지 않으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젊거나 훨씬 나이 들게 느껴지는 것이 글의 매력이고 마력이다.

정모에의 글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서서히 무너져가고 있는 몸에 대해, 이미 늙어 느끼지 못했던 성감대에 대해, 어제 일처럼 생생한 출산의 기억이 이제는 다 크다못해 같이 나이 들어가는 딸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질 때에서야 독자는 작가에 대해 일부분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이 내게 좀더 의미를 주는 것은 엄마로서의 길을 걸어왔지만 주변 시선에 매몰되지 않고 스스로를 일으켜세우고 돌보려는 노력이 담겨있기 때문이었다.

힘들 때는 자신을 돌보는 것도 바빠 주변을 돌아볼 수 없는 것처럼 약간의 불편한 어감이나 표현들이 있지만 그것 또한 읽는 독자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여성으로서, 엄마로서, 나이든 여성으로서 서운한 감정이 드는 상황을 맞고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된 적도 있다보니 비슷한 상황을 읽었을 때는 십분 공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일은 지나간 상처를 애써 외면하고 묻어두는 게 아니라 곪아터진 부위에 단단하게 덮은 딱지를 뜯어내고 고름을 짜내고 약을 바르는 일처럼 잠깐은 쓰라리고 아프더라도 나를 돌아보고 통렬하게 고통을 이겨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도 보게 되었다.

원래 삶은 힘들다. 그리고 노년은 누구나 맞는다.

그 시간에 나 자신을 함몰시키고 끝없이 나를 외면하며 사는 건 쉬운 일이겠지만 작가 정모에처럼 글과 그림으로 맵고 단단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다져가며 살아야 할 필요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지워버리고 싶은 상처, 들춰 보고 싶지않은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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