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도시 건축의 새로운 상상력 - 우리 도시 건축의 방향성을 모색하다
김성홍 지음 / 현암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2009년이 아직 3달 이상이나 남았으니 섣부른 판단일 수 있겠지만, [도시건축의 새로운 상상력]은 올해 나온 건축 책 가운데 최고라 할 만하다.   

이 책은 여러가지 면에서 교묘한 줄타기 혹은 절묘한 중용에 성공하고 있다. 우선 다루는 주제가 그렇다. "도시 건축"이라는 익숙해보이지만 낯선 조합. 두 단어는 "그리고, 또는, 對" 등 다양하게 접속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편안한 교양서 같은 구성이지만 만만치 않은 무게감이 그렇다. 그리고 저자의 글쓰기 역시 치우치기보다는 가운데 길을 걷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정갈한 도시에 빗대 서울의 어지러운 모습을 비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서울의 달동네 골목길에서 근대의 획일적인 도시계획의 대안을 찾는 낭만주의에 빠지지도 않는다. 사실 서울의 도시풍경을 비판하는 일은 너무나 쉽다. 아파트 값 앞에서 모든 정치적 구호가 무너지는 중산층의 욕망, 간판이 건물을 모조리 가려버리는 상업주의, 토건 국가의 프로파갠더로 전락해버리는 대규모 개발사업, 공공성을 잃어버린 광장의 살풍경 등.   

윤리 선생님의 훈계투를 벗어나 서울, 도시, 건축을 말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런 풍경을 간단히 긍정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글을 누가 읽겠는가?  

현실을 손쉽게 비판하지도 긍정하지도 않는 저자가 선택한 것은 구조다.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인식틀은 건축의 랑그, 모폴로지이다. 개별 건축의 형태와 의미에 주목하기 보다 저자는 비교적 변하지 않는 것, 또 장소와 문화가 바뀌어도 적용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주목한다. 서양의 도시, 건축이론을 동양의 도시와 건축에 적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과 왜곡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저자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서 유요한 도구틀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모폴로지이다(좁게는 건축의 모폴로지, 넓게는 구조주의 자체가 갖는 한계와 위험이 있겠지만, 일단 무시하자.)  저자는 구조주의적 방법론에 사회.경제적 분석을 가미해 대단히 설득력 있게 논의를 전개한다. 특히 "서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는 이 책의 백미다. 
 

하지만 구조와 상상력은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한국의 도시와 건축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는 저자가 기대는 곳은 다소 진부한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저자가 비교적 상술하지 않은 또다른 구조인 경제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답은 명확치 않다. 사실 이 물음에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다만 "좋은 건축은 도시에 작은 파장을 형성해 나가는 진앙이다"라는 건축에 대한 소박한 믿음을 확인할 뿐이다. 이 믿음이 없으면 운신할 공간마저 없어져 버릴 테니까 말이다.  

건축과 도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들에게 강권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축을 말한다
에이드리언 포티 지음, 이종인 옮김 / 미메시스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이런 책이 번역되어 나오니 고맙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최근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반영한 것인지, 
파주로 이사한 출판사들이 건축에 눈을 뜬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루는 내용, 저자의 탁월한 지식에 걸맞는 만듦새와 믿을 만한 번역이지만 
옥의 티가 몇 군데 있다.  


독해에는 전혀 지장이 없지만 사소한 점 몇 개를 지적해보면(100여 쪽까지만), 

 1. 27쪽부터 여러 차례 나오는 '부예'는 '불레'의 오기이다. Versailles를 베르사이유라고 읽듯이  
역자와 편집부는 ll을 묵음으로 읽었는데, 악상이 있는 Boullée는 불레로 읽어야 맞다. 

2. 73쪽에 나오는 '로버트 비셔Robert Visher'는 로베르트 피셔 표기해야 한다. 바로 8줄 위에
'철학적 관념론의 독일 전통'이라는 말이 나오듯이 Visher는 영국/미국 학자가 아니라 독일 사람이다. 

3.  41쪽 아래 인용문의 '유통'은 오역이다. 르코르뷔지에의 글을 인용한 것인데 저자가 참조한 책은 프랑스어 원본을 영어로 번역한 책이고 문제의 단어는 circulation이다.   
공간을 비누 거품과 공기air로 설명하고, 건축을 인간의 몸에 비유하며, 건축의 순환체계를 인체의 혈관이라고 말하는 르코르뷔지에이니 circulation은 유통이 아니라 순환 정도가 맞는 번역어일 듯하다. 이런 문맥을 떠나서라도 "그것(=건축)은 볼륨이면서 유통입니다"라는 표현은 낯설다. 

 4. 69쪽에 나오는 [건축 기록Architectural Record]나 81쪽의 [건축 리뷰 Architectural Review]는 번역하기보다는 음독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그 자체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아키텍츄럴 리코드]나 [아키텍츄럴 리뷰]는 건축계에서는 너무 유명한 잡지이고 아무도 '건축 기록', '건축 리뷰'라고 부르지 않는다. 'USA TODAY'를 '미국 오늘'이라고 번역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5. 42쪽 이하에 나오는 '입체 투사'와 '투시 투영'은 원문 정도를 적어주는 편이 좋았을 것 같다. 
전자는 parallel(orthpgraphic) projection, 후자는 perspective projection인 것 같은데. 
간단히 말하면 평면도와 투시도의 차이이다. projection의 번역어로 보이는 투영이라는 단어는 투시도와 붙어다니기 보다는 parallel(orthpgraphic)와 더 자주 함께 쓰는 말이다. 그래서 더 헷갈릴 소지가 있다. 투영도와 투시도로 간단히 적는 것보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번역이 아닌가 싶다.

6. 102쪽 그림설명에 나오는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배운다]의 오기이다. 
같은 페이지 본문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배운다]로 표기되어 있다. 아마도 영화랑 착각한 듯..^^;; 그리고 이 책 Learning from Las Vegas는 보통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교훈]으로 번역한다. 국문판 번역 제목도 그렇다. 이 경우 말고도 역자나 교정자가 국내 번역되어 있는 책을 전혀
참조하지 않은 듯하다.  

7. 111쪽의 테라그니Terragni는 테라니의 오기이다. g는 묵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