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로두웨 마술단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13
박미연 지음 / 서해문집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로두웨 마술단. 박미연 장편 소설.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013. 

2021년 5월 10일 초판 1쇄 


최대규님

인생에 마술 같은 순간이 펼쳐지길 응원합니다.

2022.1.5 작가 박미연이 써준 글이다. 


단발머리 소녀/진짜 마술/ 붉은 종이꽃 / 아버지의 소원/ 새로운 기회/ 포기할 수 없는 꿈/ 가혹한 대가/ 시험/ 돌아온 유정/ 어려운 선택/ 뒤돌아보지 않겠어/ 조선의 얼른쇠/ 나만의 마술/ 스승이라 불러라/ 하나가 둘이 되고/꺾여 버린 날개/ 다시 날아올라/ 더 넓은 세상으로


차례를 둘러보니 무슨 감이 잡힐 듯도 하기는 하지만 마술과 관련해서 조선 시대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정도이다. 아, 주인공이 소녀인가 보다.

표지를 다시 살펴본다.

곡마단 , 써커스단 천막 속에 상투를 튼 사람도 보이고, 서양식 복장을 한 사람 윤곽도 있다. 항아리가 있고, 부채가 있고, 4~5명이 보인다. 얼마나 빨리 읽히게 될까? 궁금하다.

이제 시작이다.

2022년 4월 4일 월요일 아침 6:59

4월 5일 새벽에 일어나서 여러 권 읽을 책들 중에 이 책을 읽고 있다. 마술단 이야기인데, 조선시대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을 강점하던 시대의 이야기였다.  덴쓰네 라는 일본 최고의 여자 마술사, 그리고 별당아기씨 같은 한 소녀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아버지가 인력거꾼인 소년이다. 이들의 만남이 책의 앞 부분에서 발단이 된다.


20쪽 열다섯살 동희, 보통학교를 다니다 2년만에 월사금을 내지 못해 그만두고, 신문배달과 구두닦이, 식당 종업원 같은 허드렛일을 할 수 있을 뿐 그것마저도 억울하게 쫓겨나고 마는 형편이었다. 더러운 청계천 변 하꼬방에 산다.


24쪽 광화문 경복궁에서 벌어지고 있는 조선합병 5주년 기념 대일본제국의 조선물산공진회, 경복궁을 훼손하고 결국 일본의 선전장으로 만들었던 그들이 그곳에서 곡마단의 공연을 벌이고 있었다. 동희는 그 소녀에게 끌려 우여곡절 끝에 돈도 없이 비싼 곡마단 공연장에 까지 들어가게 되었는데 바로 그 소녀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애 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조선 아이였다. 이름이 이유정, 


극적인 만남답게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30쪽 "두고 봐! 나도 어떻게 하든, 무슨 방법을 쓰든 마술사가 될 거야. 유명한 마술사가 돼서 꼭 무대에 서고 말 거라고!"

하여튼 일본제국 시대의 경성 거리, 그리고 조선인 15살 남자 아이와 여자 소녀 마술사, 별로 마음에 썩 내키는 읽을 거리는 아니다. 그러기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더 궁금하다. 이 아이가 유명한 마술사가 된 다음에 조선의 독립을 위해 비밀스럽게 공작원이 되는 것은 아닐까? 과연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더 읽어보아야겠다.


45쪽 남동희는 마술사가 되기 위하여 험난한 길을 걷게 된다. 조선에 찾아온 유랑 마술단에 허드레일을 하는 잡부가 되어 어떻게든 마술을 배워보려고 하지만 학대를 받게 된다. 마술사가 연습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다가 들켜서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되어 쫓겨난다.

"이 미개한 조센징 새끼. 누구 덕에 먹고사는 줄도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

동화나 소설을 쓸 때 악역을 묘사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꼭 그런 사람이 되어서 만들어내는 나의 분신이 되는 듯도 하기 때문이다. 동화작가가 되는 길,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일제시대의 상황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에서 조센징이 된 자들의 생존방식이 오늘날 친일세력들에게는 어떻게 유전자처럼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겉의 구호와 속의 내실이 다른 식민지 치하의 온갖 실상들을 두고서 갑론을박하는 정치권의 권모술수도 토가 나올 정도로 역겹다. 하지만 이런 것이 현실이야 라고 한 마디로 퉁치고 가면 그 시대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54쪽 동희는 스스로 손수건에서 꽃이 피어나는 마술을 익힌다. 동네 친구 병수와 다시 사이가 좋아지고, 동네 중만이 아저씨에게까지 보여주게 된다. 그런데 중만이 아저씨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피는 못속인다." 이 정도에서 동희 아버지의 정체를 생각하게 되었다. 동희 아버지는 조선의 재주꾼이었을 것이다. 표지에 나오는 큰 항아리 같은 것이 아마도 동희 아버지가 잘하는 재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가 여기서 동희는 자신의 엄마에 대한 이야기도 얼핏 듣게 된다. 

내 생각에는 아마 동희 엄마가 일본의 곡마단에 끌려간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유명한 일본의 여자 마술사가 바로 동희 엄마가 아닌가? 여기 까지 생각이 미쳤다. 과연 그럴까?

하여튼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런 왜색의 마술을 소재로 해서 아동 소설을 썼다는 것이 아직도 궁금할 뿐이다. 왜 이런 작품을 썼을까?


56쪽 경상도 진주에서 경성으로 올라온, 동희 아버지는 몸으로 하는 인력거꾼이 되어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 15살이나 된 동희가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고등보통학교가지 졸업해서 학교 선생님이 되기를 바란다. 아무리 지위가 높고 부자라도 자식의 선생님에게 굽신거리는 모습을 생각하며 동희가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선생님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동희는 마술사가 되고 싶어한다. 이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 지도 궁금하다.


80쪽 동희는 그가 원하던 마술단에 견습생으로 들어간다. 일본인들로 이루어진 기노쿠라 곡마단, 그러나 유일한 조선인으로서 갖은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가즈오라는 나이 어린 마술사의 질투와 시기를 겪으며 겨우 살아남는다.


84쪽 "세상은 바뀌고 있었다. 일본이 들여온 신문물과 신기술을 배운다면 상놈이든 백정이든 대우받는 세상이었다. 하물며 조선인 최초로 마술사가 된다면 선생님과는 비할 바도 아니었다. 꽉 막힌 아버지가 동희는 답답하기만 했다."

동희의 생각을 통해 당시 조선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신분사회, 양반 중심의 조선시대가 일반 백성들에게 주었던 상실감은 일제에 의해서 왜곡되게 이용될 수 있었다. 사실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나라가 무엇이 중요한가? 자기와 자기 가족만 잘 먹고 잘 살면 되지 않는가? 이런 생각들이 조선인들에게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교과서적인 그런 애국애족의 생각이 과연 얼마나 당시 민중들에게 있었을까? 이데올로기는 민중들을 이용할 뿐이다. 결국 가진 자들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되고 말지 않는가?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110쪽 동희는 인력거꾼이던 아버지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깊은 상처를 입으면서도 마술사로의 꿈을 버리지 못한다. 그리고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기회를 준다. 작가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일까? 끈을 놓치 못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그 실마리를 보여준다.

"마술의 역사는 오래됐다. 마술이 없는 나라는 없어. 각자 자신들만의 마술을 만들어 왔지. 내가 젊었을 대 아미리견(미국)에서 마술을 배울 때는 말이다.  부로두웨(브로드웨이) 극장에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중국이나 인도, 법국(프랑스), 비리시(벨기에) 뿐 아니라 애입다(이집트) 같은 아불리가(아프리카) 나라에서도 말이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았어.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했지. 부로두웨 극장에서 조선에서 온 마술사는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 어디에도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마술이 세상에 나온다면 더 놀랍지 않겠니?"


일본인 마술사 기노쿠라의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작가는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소개할 조선의 마술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그것이 동희가 핏속에 가지고 있는 조선 마술사의 기운에서 실현될 수 있음을 예상케 한다. 동희 아버지가 유물로 남겨준 항아리에 무슨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같다. 부로두웨 가 브로드웨이를 말하는 것인 줄 처음 알았다. 결국 동희는 미국의 브로드웨이 까지 가서 공연을 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여 조선의 마술을 세상에 알리는 일을 하는 마술사가 되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하게 된다. 거기까지다.


117쪽 동희는 일본에서 경성을 다시 찾아온 덴쓰네 곡마단의 공연을 보기 위해 모아둔 돈을 다 떨어 1등석 표를 사고 곡예와 마술을 구경한다. 그러나 진짜 목적은 유정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유정은 댄쓰네의 양녀가 되어 이름도 노로 유리코로 개명하였고 16살이 되었다. 그러나 마술 공연 후에 유정을 만나게 되지만 쌀쌀맞게 동희를 대한다. 

뭔가 일이 벌어질 것인데, 갈등을 집어넣은 것이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동희가 몇 가지 마술을 즉석에서 보여주고,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동희를 보러 오겠다고 약속하며 헤어진다. 동희는 마음이~ 벌렁거렸다.


133쪽 이런 덴쓰네와 기노쿠라는 서로 원수 사이였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나 덴쓰네는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일했던 적이 있고, 서로 원수 사이가 되었다고 한다.

"전통과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노쿠라 선생이 조선인인 널 받아들인 것도 그 때문이겠지. 정체돼 있는 자신의 마술에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거라 기대한 건가? 내가 그리되게 가만히 둘 줄 알고?"

이 말은 동희가 막간 마술 시간에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마술을 보여준 후, 구경온 유정과 덴쓰네가 마술 후에 동희를 따로 만나서 거의 혼잣말을 한 것이었다. 동희는 이제 덴쓰네 마술단으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는다. 동희는 어떻게 할까? 기노쿠라를 떠나서 덴쓰네로 갈 것인가?


144쪽 그러나 그날밤 내일이면 일본으로 떠나게 되는 덴쓰네 곡마단과 함께 일본으로 갈 작정을 한 동희를 기노쿠라는 책망하기 보다는 덴쓰네에 대해 자세하게 알려준다. 덴쓰네는 기노쿠라의 첫 제자였다. 그러나 기노쿠라의 마술책을 훔쳐 어느날 도망했고, 진짜 마술보다는 화려한 쇼를 곁들인 마술을 펼치며 기노쿠라 마술단보다 더 유명한 곡마단으로 부상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말리지 않고 덴쓰네에게로 가도록 허락해준다. 다음의 말과 함께

"덴쓰네는 무서운 사람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누구라도 이용하고 또 버릴 것이다. 부디 조심해라." 

앞부분에서 덴쓰네가 혹시는 조선여자이고 혹시는 동희의 엄마가 아닐까? 유정이는 동희의 가족이 아니었을까? 상상을 했었는데 이렇게 보면 아닌 것 같다. 과연 어떤 존재일지? 궁금하다.


149쪽 그러나 유정의 아버지는 다른 사람이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날 용산역으로 향하는 인력거에 동희와 유정이 함께 타고 가는데, 어떤 헐벗은 남자가 인력거를 막고 유정이가 자신의 딸 이심이라고 울부짖으며 말한다. 그런데 유정은 그가 바로 자기를 팔아넘긴 자신의 생부인 것을 동희 앞에서 매몰차게 말하며 멀리한다. 그렇다면 유정은 동희와 내가 생각한 그런 관계가 아니다. 또 덴쓰네의 양녀가 맞기도 하다. 한 가지는 풀렸다. 이 다음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까? 


153쪽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연의 연속이다. 용산역에서 일본으로 가는 기차를 타려고 도착한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가 허름하고 산발한 모습으로 뛰어와서 비밀 이야기를 한다.

"동희야, 놀라지 마라. 네 아버지는... 원래 솟대쟁이 패의 유명한 얼른쇠였다."

솟대쟁이패라면 줄 위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 무리다. 얼른쇠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신기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이다. 칼도 먹고, 불도 뿜고, 그리고 또 빈 주머니에서 동전도 꺼내고."

조선에도 전통 마술이 있다는 그 말. 그 조선의 마술을 아버지가 했었다는 이야기였다.

시간이 없는 동희에게 중만이 아저씨는 작은 보따리를 동희 손에 꼭 쥐어준다. 이게 뭐지?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동희 아버지가 얼른쇠였었다니? 

결국 동희가 미국의 브로드웨이에 까지 가서 조선의 마술을 펼쳐보이게 될 것이구나~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그 과정이 어떠했을까? 갈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160쪽 앗~ 그런데 반전이다. 용산역에서 가까스로 기차에 몸을 실은 동희는 중만 아저씨가 전해 준 보따리에서 조선의 마술에 대한 실마리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기 집에 있었던 요술항아리의 비밀을 풀고 싶어졌다. 그래 수원역에서 유정이를 버리고 기차에서 내려 경성으로 돌아오게 된다. 와~ 이렇게 흘러가는 거였어. 대단한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려고? 조선의 마술을 되찾는 동희? 

166쪽 동희는 중만 아저씨에게 돌아와서 자신의 과거와 출생의 비밀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조선의 최고 얼른, 곧 마술사였던 아버지가 어떻게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마술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런 과정에서 엄마는 동희를 낳고 죽고 말은 사건에 대해 듣는다. 그리고 동희 아버지가 죽게 된 것도 무슨 독립운동과 비슷한 것에 연루되어서 그렇게 되었다는 암시를 언뜻 비췬다. 그러나 중만 아저씨는 말을 흐린다.

동희는 항아리의 비밀에 대해 궁금해했고, 중만 아저씨의 말이 이랬다.

"조선이 다시 조선의 것이 되면, 그래서 다시 얼른쇠가 될 수 있다면, 죽기 전에 그 항아리 환술을 꼭 해보고 샆다' 이것이 아버지가 남긴 말이었다.

그 요술 항아리는 동희 아버지에게 얼른쇠가 다시 되겠다는 희망, 다시 사람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동희는 이런 사연을 알게 되자 다시 질문을 품는다. '아, 아버지에게 얼른은 희망이었구나. 그러면 나에게는 마술이 무엇이지?'

이제 동희의 앞날은 어떻게 전개될까? 브로드웨이는 괜한 말이었는가? 궁금하다.


180쪽 동희는 동대문 시장에서 혼자만의 얼른을 하게 된다. 친구 병수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모아 바람을 잡아준다. 30여명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 동희의 얼른을 구경하고 병수는 바가지를 들고 관람료를 거둔다. 사람들의 손에서 1전, 2전 들이 모아지고 동희는 조선의 마술을 보여주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된다.


186쪽 동대문의 배오개장터에서 길거리 마술을 하는 동희에게 자릿세를 뜯으러 건달들이 오고, 위기의 순간에 어디서 소문을 듣고 왔는지 모르는 기노쿠라 단장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릿세를 대신 내주고  동희에게 곡마단으로 오라고 말한다. 동희가 곡마단으로 기노쿠라 단장을 찾아갔는데, 곡마단 천막이 휑뎅그렁했다. 단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지하실의 비밀 열쇠를 주면서 환한 낮에 남포등을 들고 지하실을 구경시킨다. 무슨 일이지?  


193쪽 기노쿠라는 자신의 마술의 비밀을 동희에게 언뜻 보여준다. 그리고 가즈오가 마술단을 나간 일을 말하면서 동희에게 자신과 함께 새로운 마술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1년 남짓 마술을 배운 풋내기에게 이런 기회를 제안하다니~ 동화도 이런 동화가 없다.

194쪽 기노쿠라는 동희에게 앞으로는 자신을 스승이라고 부르라고 말한다.

덴쓰네 이후로 다시는 제자를 들이지 않겠다던 기노쿠라가 동희를 받아준 것이다. 그러나 동희는 이제 이런 말을 감히 기노쿠라에게 한다.

"이제 전 조선 사람들을 위한 마술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제가 제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기노쿠라는 일본인, 조선인 상관없이 마술을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조선인들도 마술을 좋아하게 된다면 어떠냐고 역시 기노쿠라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206쪽 기울어진 기노쿠라 곡마단이 제자리를 찾기까지 동희는 아버지의 항아리 마술의 비밀을 알아낸다. 병수와 기노쿠라 단장의 도움으로 용수철 원리가 항아리 바닥에 있어서 항아리 바닥이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리면 밑으로 열리는 원리를 숨기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별 대단한 것이 아닌 것 같은데, 작가는 이걸 대단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듯이 생각되었다. 그 항아리가 어떻게 요술 항아리인지 깨지지도 않고 부서지지도 않고 신라로부터 천년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다는 것인지? 약간 실망이다. 그렇지만 조선의 환술, 얼른을 재현하려는 용기는 가상하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다운 것, 우리 것이 최고여 라는 오늘날의 문화주의의 그림자를 보는 듯 하다.


219쪽 그런데 그 사이에 놀라운 일이 있었다. 유정이가 일본에서 돌아온 것이었다. 동대문 장터에서 마술을 하는 동희 앞에 나타났다. 그러나 유정이는 상처난 날개 꺾인 상태였다. 유리 마술을 하다가 오른손의 손가락 두개가 잘려나가고 말았다. 덴쓰네는 그런 유정이를 몰라라하고 조선으로 돌려보냈다. 동희는 유정이에게 기노쿠라 마술단에서 같이 일하자고 설득을 한다.

이거참 뭔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나?


228쪽 동희와 유정은 기노쿠라 곡마단 앞에 함께 무릎을 꿇고 자기들을 받아달라고 간청을 한다. 새벽별을 보면서~ 기노쿠라는 그것을 알고나 있었던듯 마침내 동희와 유정을 받아준다. 

너무 극적인 일들의 연속이어서 참 그렇기는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이렇게 하는 것임을 알기에 보아 넘어가준다. 마지막이 어떻게 마무리 될까?


230쪽 조선인 최초의 마술사~ 그 마술단을 어떻게 소개할까? 기노쿠라는 자신의 이름을 딴 곡마단의 이름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자 동희가 이 책의 제목인 '부로두웨 마술단'으로 개명하자고 제안한다. 아 그래서 부로두웨 마술단이구나 책 제목이. 

"부로두웨 극장에는 온갖 나라에서 마술사들이 모였다. 거기선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독창적이고 새로운 마술인지가 중요하다." 이 말은 앞서 기노쿠라가 했던 말이다.

나는 동희가 우여곡절 끝에 일본에 가서 유명 마술사가 되어 미국의 브로드웨이까지 가서 조선인 마술사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방향이 잡혀 있었다.


248쪽 동희의 마술, 얼른, 항아리 환술은 대단한 성공을 거둔다. 물론 가즈오가 중간에 등장해서 방해를 하려고 하지만 동희의 순간적인 기지로 오히려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이런 성공 덕분에 경성에서 간도로 순회 공연을 떠나게 된다.

간도 순회공연이 결정난 날, 동희는 중만이 아저씨에게서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동희 아버지는 단순한 인력거꾼이 아니었다. 인력거로 온 경성을 다니면서 독립군의 연락책으로 일했다고 했다. 중요한 편지나 물건을 전하고, 독립군들을 몰래 이동시켜 주었다. 그리고 결국 독립군을 돕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너무 황당한 이야기였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의 복선을 그리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57쪽 마지막은 이랬다. 간도로 가는 기차를 타고 신의주역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긴다. 중만 아저씨가 간도의 독립군에게 전해주려는 권총과 무슨 중요한 것을 가방에 싸서 가지고 가다가 일본 헌병의 검문 검색에 들킬 찰나에 동희의 마술로 위기를 벗어난다. 그리고 기노쿠라가 전해주는 한 장의 명함. 그 기차칸에 함께 있던 어떤 서양 사람이 동희를 아미리견에 있는 부로두웨 극장에 초대한다는 것이다.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대답한다.

"가고 싶어요! 가서 조선의 마술을 아미리견에,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어요."

동희는 어느새 그 너머에 있는 세상까지고 꿈꾸고 있었다.


마술, 얼른을 소재로 이렇게 장편소설을 쓴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물론 구성에 있어서 약점도 있고 너무 뻥튀기를 하는 장면들도 많아서 기가 차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설적 허구의 구성이니까 작가 마음대로 할 수 있겠다. 독립과 자유, 그리고 문화 세계시민 등 얼버무릴 주제들이 제대로 얼버무려지도록 한껏 비상을 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