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사랑이 큰곰자리 58
마이셴 뉘룬 지음, 박연 그림, 황덕령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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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그 자체로 설레임이 있다.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처음 먹어보는 음식, 처음 입어보는 옷, 그리고 첫 사랑. 첫사랑은 처음 중에서도 각별하다. '첫'도 설레이고 '사랑'도 설레이니까.  

동화 「어느날 사랑이」 는 처음 같은 학교 친구 톰과 사랑에 빠진 '리세'의단짝친구 '리카'의 이야기이다. 열 두살의 인생에 갑자기 찾아온 사랑의 감정에 리세는 한창 들떠있지만 리카는 자신의 단짝인 리세가 사랑에 빠졌다는 게 영 어색하기만 하다. 리세는 톰과 안면이 있는 리카에게 대신 자기 남자친구가 되어달라고 부탁해달라고 말한다. 리세는 내키지 않지만 리카를 실망시키지 않고 싶어 우물쭈물하다 톰네 집까지 간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톰의 어머니를 마주치고 '더운 날씨에 수영을 가자'라는 제안에 그만 '네'하고 대답해버린다. 기다리는 리세를 두고, 리세가 짝사랑하는 톰과 수영을 가버리게 된 리카. 리세는 리카에게 마음이 상해버리고 둘의 사이는 어긋난다. 리카는 리세와 다시 잘 지내고 싶지만, 이미 벌어진 일을 어떻게 설명하려고 해도 화난 리세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 단짝친구의 마음을 잃고 리카는 꾀병을 부려 학교에 빠진다. 어디에 털어놓을 곳도 없다. 어머니와 새아버지, 그리고 이부동생들과 살고 있는 리카는 주말마다 멀리 사는 아버지와 새어머니, 이복동생을 만나러 간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은 느낌을 받는다. 리카는 자기가 깍두기처럼 느껴진다. 학교를 빠진 그 날, 리카네 옆 빈 집에는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리카와 또래의 남자아이 '지미'도 있다. 창문 너머로 종종 지미를 보던 리카는 우연히 지미를 마주치게 된다. 막상 지미를 마주친 리카는 자기 주먹을 입 안에 넣을 수 있다는 둥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게 되는데...

단짝친구와도, 가족들과도, 새로 만난 사람과도 관계가 어렵기만 한 리카는 자신의 방식대로 이를 극복하고 더 나아간다. 사랑 앞에서 속수무책인 것은 다 똑같을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가끔은 상처주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짝사랑도, 친구를 잃고 싶어하지 않는 마음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면 횡설수설하게 되는 것도, 가족들에게 서운하게 되는 것도. 이 책에는 그렇게 여러가지 감정과 생각들을 주고 받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어린이는 그런 상처를 치유하고 오해를 풀면서 마음의 키를 키운다. 어른이 되어도 조금 익숙해졌을 뿐 별 다르지 않다. 「어느날 사랑이」에서는 주인공인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사정도 헤아려준다. 그러나 어른의 감정은 어른의 것으로 남겨두고, 어린이가 그의 몫으로 받아야 할 관심과 애정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어려움을 겪는 어린이에게 '최고로 강하다'라는 말, '너는 멋있어'라는 말과 아낌없는 지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이런 말은 어린이를 정말로 강하고 멋진 사람으로 만든다. 이 책은 어린이의 마음을 가까이 들여다보며 어린이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어린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우리에게 꼭 필요한 태도다. 주인공 리세의 진솔한 사랑과 담대함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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