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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막내딸처럼 돌봐줘요
심선혜 지음 / 판미동 / 2021년 6월
평점 :
몸이 아프고 마음이 힘들면 말도 곱게 듣지 못하게 된다.
장미꽃을 받아도 향기를 맡지 못하는 것과 같다.
꽃을 보는 대신 가시를 움켜쥐고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위로를 하고 싶을 땐 차라리 ‘점이라도 찍을 힘’이 생길 때까지 기다려 주면 어떨까? 당신이 건넨 장미 향기를 맡으며 감사를 표현할 수 있을때까지만.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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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릴 때 건강했던 아이지만, 서른두 살 림프종에 걸리면서 암환자로서 병치레를 겪어야만 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역할을 수행하던 그녀는 자신의 병에 집중하며, 차료에 몰입하게 된다. 병원에서 만나게 된 할머니께서 “딸 하나 더 생겼다 생각하고, 막내딸처럼 돌봐요.” 라고 말씀하셨고, 이를 계기로 책의 제목을 짓게 된다.
나는 암환자가 아니다. 암에 걸린 적은 없었고, 앞으로는 장담하지 못한다.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암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사자가 아닌 사람으로서 암으로 인한 통증과 심리적 고통의 크기를 감히 헤아릴 수 없다. 동일한 질병의 환자라도,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며, 개별적인 아픔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설픈 위로나 공감은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만 줄 것 같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당신은 용감한 사람입니다.” 라는 말뿐이다. 힘들 때, 난관에 직면할 때 사람은 온갖 부정적임 감정을 느끼며 자신을 학대한다. 삶에 대한 의욕을 느끼지 못한 채 인생의 주인으로서 삶을 개척할 시도를 하지 못한다. 한 번의 좌절은 불가피했을 지라도, 어느새 좌절은 습관이 되고 삶이 망가진다. 무엇이든, 고통은 사람의 성장을 일순간 저해하며,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자는 막내딸처럼 자신을 돌본다. 물리적인 고통과 심리적인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을 방치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자신을 돌보기 위해 슬픔에 압도되지 않으려 한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현재 삶을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완치, 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암은 평생을 돌보는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책에는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는, 이후 자신의 삶의 방향에 대한 내용이 많다.
아픔 자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것을 딛고 나아가는 ‘나’의 삶을 조명한다. 나를 위해 산다는 것은 지금 행복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녀는 피자를 먹고 가끔 맥주를 마셨다. 수명을 가정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살지 않는다. 또한 미리 불행을 예습하며 행복을 미룰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이 있다. 교감이 전제된 연대는 필수적이고, 고립이나 일방적인 관계로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