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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간다 ㅣ 마음속 그림책 12
박종채 지음 / 상상의힘 / 2021년 10월
평점 :
[두꺼비가 간다]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
"이 그림책은 처음 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해 그려졌습니다"라고 친절하게 소개해 주셨지만,
저에게는 다소 친절하지 않은 소개였다고나 할까요. ^^;;
오히려 왜 두꺼비이지? 라는 궁금증이 생겼으니 말이죠.
그래서 전, 저에게 익숙하지 않는 생물, 이 그림책의 주인공인 '두꺼비'를 검색해 봅니다.
두꺼비.
이 생소한 두꺼비는, 사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 서식하는 생물로,
주로 저산지대의 밭이나 초원, 즉 땅에 살았다고 하네요.
어디서든우리 사람들의 삶 속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생물이었다니...!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옛이야기나 설화에 많이 등장한다고 하는데요,
이야기 속의 두꺼비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이자 신비한 능력도 갖춘 동물로 묘사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콩쥐팥쥐에서도 두꺼비가 깨진 장독대 밑을 막아주지 않았나요?
또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노래도 생각이 납니다.
이처럼 우리와 아주 가깝고도 친근한 생물이었네요.
지금은 거의 볼 수 없지만요.
이렇게 두꺼비에 대해 알고 보니 [두꺼비가 간다] 그림책이 조금 달라 보입니다.
[두꺼비가 간다] 그림책은 두꺼비들이 산란기를 맞이하여,
살고 있었던 땅에서 연못으로 가는 여정을 그린 그림책입니다.
그 길이 순탄하면 좋으련만, 가는 과정이 영 순탄치 않습니다.
비도 오고 가시 덤불 사이도 헤치며,
또 두꺼비를 잡아먹는 무시무시한 동물들 눈도 피해서 가야 하거든요.
하지만 더욱 두꺼비들을 지치게 만들 수 있는 건,
바로 높디 높은 건물들과 철조망, 찻길 등인 것만 같네요.
누군가의 힘과 권력으로 두꺼비들의 삶의 터전을 바꾸어 버렸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꺼비들은 꿋꿋하게 계속 행진을 이어 갑니다.
이제서야 왜 이 그림책이 세월호 참사를 겪은 유가족들을 위한 그림책인지 알 것만 같습니다.
저는 유가족들의 아픔을 잘 이해한다고,
그리고 그 깊은 슬픔과 통곡을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일은 겪어보지 않은 이상, 정말 상상도 하지 못할 사건이었으니까요.
아마 어느 누구도 그분들의 아픔을 충분히, 100프로 헤아릴 수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에게도 인생이라는 길이 아직 남겨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지요.
박종채 작가님은 그 부분을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일까요?
삶이 고단함의 연속으로 나를 깊숙이 찌르더라도
우리는 꿋꿋이 이 길을 헤쳐 나가야 함을,
아니 어쩌면 갈 수밖에 없음을 두꺼비들의 행진을 통해 보여 주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두꺼비들은 혼자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어요.
한 마리의 두꺼비가 두 마리가 되고, 두 마리가 세 마리가 되고,
두꺼비들은 점점 늘어가게 되죠.
그들의 여정이 홀로가 아닌 함께였다는 사실에 조금 마음이 안심되네요.
마음 깊이 그 아픔을 헤아릴 수는 없지만,
남겨진 분들에게 우리의 응원과 지지가 힘이 된다면,
그 행진이 어쩌면 조금은 덜 고단해지지 않을까요?
마른 사막길에 단비처럼 말이에요.
멈추고 싶을지도 모르는 두 다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저만의 착각이 아니길 바래 봅니다.
2014년 7월 16일 오후 3시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42명이 국회에 도착했습니다.
이 이 아이들은 7월 15일 오후 5시 수업을 마치고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출발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47km를 22시간 동안 걸어서 왔습니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 길 한가운데 서기로 했습니다.
이 책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박종채
작가님의 말 [두꺼비가 간다], 상상의힘
아이들의 삶이 앞으로는 행복이 가득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온몸으로 느꼈을 그때의 공포와 불안감이 없어질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할 것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걸어나가 보자고,
살아나가 보자고 얘기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남겨진 삶의 본질이자 이유이기 때문이죠.
글 없는 그림책이지만 '둥', '두두둥', '둥둥 덩덩', '두둥 두둥' 등의
음성어가 쓰여 있습니다.
행진의 북소리 같은 그 깊은 울림을 상상하며 그림을 보고 있자니
두꺼비들과 유가족들의 행진을 응원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제가 느꼈던 [두꺼비가 간다] 그림책 응원의 힘이 유가족 분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리고 결코 혼자가 아님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행진에 지치고 힘이 들 때, 손을 잡아줄 누군가가 옆에 있을 것입니다.
함께이기 때문에 이 길이 덜 고단하기를 바래 보아요!
♣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