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264
고은주 지음, 김우현 그림 / 아이들판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청포도’. ‘광야’. 그리고 수인번호 264.
사실 그동안 나는 ‘이육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이 정도였다.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냥 시로 저항한 정도로만 생각했었고 그보다는 시인의 이미지가 훨씬 강하게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육사의 본명은 ‘이원록’. 그리고 사십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면서 일제에 의해 열일곱 번이나 옥살이를 했고
누구보다도 우리나라, 우리 민족을 위해 희생하며 싸웠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이 책의 구성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위인전이나 자서전과는 사뭇 달랐다. 마치 이육사 시인이 직접 나에게 혹은 누군가에게 본인의 인생을 담담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이야기 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까.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기에도 딱 좋고, 성인이 짬을 내서 읽기도 아주 좋은 구성이었다. 독서를 하는 동안 마치 나도 일제시대의 한복판에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선조들의 그 아픔, 슬픔, 그리고 분노. 이 모든 감정들이 소용돌이 쳐 나의 가슴에 한 올 한 올 박혔다.

‘어머니는 몹시 슬픈 얼굴이었지만 울지 않고 말했다. 나라 잃은 백성은 부모 죽음에도 눈물 흘릴 자격이 없다고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죄 없이 갇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죄가 있구나. 나라를 잃은 죄...’

정말 뇌리에 깊숙이 박힌 문장이었다. ‘나라를 잃은 죄’, ‘나라를 잃은 죄인’. 이육사 시인을 포함한 독립 운동가들이 아니, 우리의 모든 조상님들이 저런 생각을 갖고 그 시절을 힘겹게 보냈으리라. 그리고 지금 내가,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자유와 평범한 일상들을 그 분들은 그토록 갈망했을 것이고 그 분들 덕분에 이렇게 살 수 있음을 항상 감사하고 나의 후대에게도 꼭 가르쳐야겠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 나는 항상 독립운동이나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 우리 선조들이 힘들었던 시절을 담은 영화나 소설, 공연 등을 볼 때마다 이 말을 떠올리게 된다. 이 짧은 한 문장에 국가의 존재의 이유와 중요성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2019년 현재. 광복 74주년이자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현재. 독립운동과 일제시대를 소재로 한 공연과 작품이 쏟아져 나온 한 해였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을까. 그리고 감사하고 있을까. 우리들은 과연 우리나라의 과거와 역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을까.

이육사 시인의 ‘광야’를 다시 한 번 읽으면서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행동을 다시금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 글을 마무리 해 본다.

광야 -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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