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전쟁 연구
이상훈 지음 / 주류성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처음 출판사의 책 소개를 보고 나당 전쟁을 민족주의 코드로 해석한 그저그런 책으로 보았지만, 읽어내려가면서 초반의 오해는 기존의 수 많은 한국고대사 책에서 느꼈던 관성이 부지불식 간에 작용한 것일 뿐임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빈약한 고대사 관련 사료들을 매우 치밀하게 조사한 흔적이 보였고,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들 - 특히 추론의 경우에도-은 합리성 면에서 별 다른 무리가 없어 보였다.

 

 지금까지 한국 고대사의 전쟁 부분은 위대했던 민족의 발자취를 강조하려는 의도적인 목적에서 미화와 과장이 난무했다. 비단, 전문 연구서조차 역사학의 치밀한 논증 구조 없이 서술된 것도 많았다. 그러나 보통의 독자들은 그런 고대사 서술에서 일제 식민사관의 피해의식을 씻으려는 보상 심리 때문에 무의식적인 지지를 표명하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과학이 맹위를 떨치며 편견이 증거주의로 인해 마모되고 있는 시대다. 편중된 한 가지 방법과 문제의식은 고루함의 껍데기일 뿐이다. 특히 역사는 증거와 증거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차별화된 입론을 제시할 수 있는 학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주장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증거를 제시하고 논지를 전개해야 된다. 지금까지 한국의 고대 사학계는 그런 점에 몹시 서툴렀다. 이 책은 감정 과잉의 민족주의에서 냉철한 이성적 민족주의로서 한고대사로 가는 큰 길을 개척한 책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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