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 권력
권용주 지음 / 크라운출판사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자동차에 대해 별 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화력발전소나 중국의 영향 다음으로 경유차나 노후 건설기계차량이 꼽히고 제재가 가해질 예정이라는 뉴스를 들으면, 도로에 차가 넘쳐나니 공기질을 위해서 얼른 경유가 친환경 에너지로 대체되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해본다. 몇몇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전기차를 타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충전소가 있나? 하고 넘겼는데,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해 매장을 열자마자 한 대기업 부회장이 12천쯤 하는 모델을 단숨에 예약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이어 광고를 통해 무인주차가 가능한 신차 소식을 들은 지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완전자율주행 자동차 시범주행 소식이 들리고 급기야 우려했던 사고 소식도 접했다.

 

나는 서서 마냥 신기해하고 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은 흐르는 시간에 맞춰 달리고 있는 것 같다. 공부가 필요하다.

 

하지만 막상 이런 4차 산업혁명, 미래 예측, 신소재, 친환경 대체에너지... 같은 분야의 전문적인 정보를 공부하자고 들면 무엇부터 찾아봐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한 게 사실이고, 관련 정보사이트나 서적을 찾는다고 해도 문외한에게는 생소한 용어들에 한번 막히고 어려운 기술(記述)에 두 번 막혀 그냥 에이, 내가 그걸 알아서 뭐 하겠나하고 덮어버리기 마련이다.

 

해서 이 책, <자동차의 미래권력>도 호기심은 있었지만 어려울 것 같고 문장이 건조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지나칠 뻔 했다. 그런데 저자가 권용주 씨라서, 방송이나 잡지를 통해서 그가 자신이 아는 정보에 대해 쉽고 재밌게 풀어 설명하는 스타일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가 썼다면 이 책도, 말로 설명해주듯, 정리가 잘 되어 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생겼다.

 

기대대로, 책장을 넘기면 음성지원이 되듯 저자가 말하는 스타일처럼 쉽고 유연하게 읽힌다.

 

간략한 목차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책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자동차의 진화가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다각도로 살펴본다. 책 전반으로 여러 번 같은 문장과 같은 예가 반복되는 경우가 왕왕 있지만, 덕분에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 포인트가 공중으로 흩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잘 쌓인다.

 

미래의 자동차 시장은 크게 스마트함과 동력의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가느냐가 주 쟁점이 되는데, 자동차제조업과 IT산업의 협력과 융합을 통해 최종적으로 완전자율주행을 꾀하는 축과, 자동차를 타는 것 (이동수단, vehicle)에서 가전제품(장치, device)으로 시각을 전환시키고 친환경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에너지원인 전기 혹은 수소를 새로운 동력으로 도입하는 축으로 정리가 된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자가 앞으로의 자동차시장을 선점하고 주도하여 새로운 미래 권력을 거머쥐게 되는 것이겠지.

 

이 책은, 아무래도 다양한 전기차 모델이 언급되는 만큼 관련 사진이 충분히 배치되어 있고, 적재적소 간략한 도표나 그래픽이 삽입되어 있다. 간혹 굳이 안 넣어도 될 것 같은 사진이 몇 장 있기도 하고, 같은 사진이 중복되어 쓰이기도 하고, 사진 자체가 잘 찍은 컷 같아 보이지는 않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는데, 세련되지는 않다. 사진 자체도 사진 배치도. 그런데 그래서 이런 느낌도 준다. 표지에 신경을 쓰고 폰트며 이미지에 온갖 꾸미기를 다 갖다 썼지만 내용 없는 레포트가 아닌, 시간과 종이를 절약하기 위해 행간은 줄이고 레이아웃은 투박하지만 따로 표지 없이 제목 밑에 바로 알짜내용을 가득 써내려간 레포트 같은 느낌.

 

큰 줄기에 덧붙여 세세한 부분들도 잊지 않고 다 살펴보고 지나가는 점도 괜찮았던 것 같다.

가령 그간 보고된 자율주행운전 중의 사고들이 당차보다는 상대차의 실수로 인해 생긴 사고들이었음에도 불구 막연한 의구심을 부추겨 자율주행차 혹은 전기차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시도들을 통해, 시장을 빠르게 바꾸려는 선도기업과 최대한 변화를 늦추려는 기존 자동차 회사간의 신경전을 언급하기도 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윤리적인 문제(발생하는 사고의 책임소재나, 보행자와 운전자 중 누구를 중심으로 두고 차세대 자동차를 제작할 것인가의 문제), 성공적인 전기차 도입이 가능했던 나라의 배경 분석과 후발주자들의 노력과 문제점, 자동차와 가전 간 장벽이 파괴되는 부분과 동시에 부각되는 근본적인 차이로서의 안전에 관한 문제, 자율주행을 하는 기술에 더해지는 머신러닝(알파고의 딥러닝에 견줄 수 있는)과 감성적 소통이 가능한 인터스페이스 등 관련해서 생각할 수 있는 제반의 것들을 빼먹지 않고 한 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쉽게 읽히고 명료하게 이해되는 책이었고, 읽는 내내 여러 가지 많은 재밌는 상상들도 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동차의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고 변화를 거절하면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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